제83화
83. 083화
“그래. 그래서 준범아, 진성의 실력은 어땠냐?”
“전혀 C랭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방심해서 진 것뿐입니다…….”
박준범 헌터는 변명 아닌 변명을 했지만 진 것은 사실이기에 자기가 말해 놓고 무안한지 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울기업의 회장 눈치를 보고 있었다.
AAA랭크가 회장한테 눈치를 볼 정도였다. 사실상 AAA랭크가 더 대단한데 말이다.
“흠……. 내 손자가 그 정도 실력이라니……. 아주 재밌게 됐구만…….”
자신의 손자가 AAA랭크 박준범 헌터를 한 방에 보냈다.
박준범 헌터가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C랭크한테 맞고 날아간다? 힘이 엄청나거나 아니면 랭크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보기에는 최소 A랭크 실력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번 일들은 모두 용서해 줄 테니 다음에는 다들 똑바로 하게.”
“네, 넵. 회장님.”
“가, 감사합니다.”
“철저하게 훈련하겠습니다!”
팀장들과 박준범 헌터는 그 말을 끝으로 회장의 나가라는 명령에 빠르게 나가 버렸다.
그리고 회장실로 돌아온 성 비서에게 물었다.
“그래. 다 잘 돌아갔고?”
“네. 회장님, 삼보 기사 일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 그거 말인가?”
“네. 삼보 기자 장우혁이 진성 도련님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찬성이가 후계자가 아니었기에 이 일이 터지면 어찌하나 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후계자 도전에 들어왔으니 성 비서가 알아서 처리하게.”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감히 한울기업의 인물을 건드리려고 하다니……. 아주 철저하게 짓밟아 버리게…….”
“한울기업의 힘을 철저하게 각인시키겠습니다. 회장님.”
“그래그래. 내 전권을 줄 테니 어디 재밌는 작품 만들어 보게나.”
회장의 말에 성 비서는 두 눈이 빛났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도 방관해 왔지만 이제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성 비서야 원래부터 강찬성의 편이었다. 회장은 강찬성에게 일이 생겨도 그저 지켜보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젠 자신이 다시 모시게 되었고 후계자 도전으로 들어왔으니 마음껏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회장님, 편안한 밤 되십시오.”
“그래. 성 비서도 잘 쉬게.”
성 비서는 회장실에서 나왔고 아주 즐거운 얼굴이었다. 그런 성 비서에게 말 거는 이가 있었다.
“성 비서님.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아! 김도준 헌터. 그래, 부회장님 건은 어떻게 됐지?”
“제 팀원이 잘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강 팀장님이 돌아왔으니……. 믿고 기다린 유 이사님과 다른 분들 모두 기쁘시겠군요?”
“그렇지. 부회장을 따르는 세력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진짜 알짜배기들은 대부분 강 팀장님 편이니까.”
“성 비서님. 그럼 삼보 건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보니까 일이 차곡차곡 진행되어 가는데 말이죠.”
“그건 회장님 허가를 받아 놨지. 바로 일 시작하면 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김도준 헌터. 고생하게. 그리고 특별한 일 생기면 바로 보고하고.”
“네, 성 비서님.”
김도준 헌터는 삼보의 기사와 그 편집장이 준비하는 그 기사를 막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아무리 압력을 넣어도 그 기사를 낼 것이 분명했으니……. 그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수밖에 없었다.
김도준 헌터가 떠나고 성 비서 또한 다른 일들을 처리하러 그 자리를 떠났다.
한편 10층 부회장실에서는……. 부회장이 머리를 감싸 쥐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젠장……. 박준범 헌터는 왜 방심한 거야? 그리고 강진성 그놈이 그렇게 세다고??”
이러다간 내 입지가 엄청 좁아질 텐데……. 그리고 강찬성이 후계자 자리에 다시 돌아올 일은 없지만, 아버지 성격상 분명 내 실패를 마음껏 웃고 있겠지.
“이번 일은 박준범 헌터 말고도 다른 헌터도 불렀어야 했어!!”
그래도 나름 실력이 뛰어났기에 박준범 헌터를 부른 거였는데. 그게 하필 실패하게 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신을 따르는 그 헌터를 부를 걸 그랬다.
한울기업 소속의 AAA랭크 헌터는 총 4명인데. 박준범, 김혜영, 심우빈, 이한나였다.
그중 심우빈이라는 헌터는 직업이 몽크였고. 부회장 강찬호의 심복이었다. 하필 그도 파견을 나가 있는 상황이었기에 부를 수가 없던 것이다.
“젠장…….”
부회장은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부회장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 * *
그 시각, 진성은 밤늦게 집에 도착하였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한울기업의 회장님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니…….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한 것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한울기업 회장에게 너무 건방진 발언을 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말은 이미 했고……. 어떻게든 되겠지.”
시간을 보니 밤 10시가 넘었고, 진성은 그저 잠이나 자야겠다며 방으로 들어와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게, 아버지가 한울기업의 후계자 자리에 다시 도전하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자신은 평범한 집안에서 갑자기 재벌 집안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진짜 이거 꿈인가?”
하지만 재벌이 된 건 된 거고……. 직업은 농부 헌터니까 농사는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일단 자고 생각해 보자. 아침에…….”
진성은 더 시간을 끌면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잠을 억지로 청했다. 억지로 눈을 감고 잠에 집중하였고, 어느새 편하게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 * *
한편, 시우도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지가 거실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잘 해결하고 왔느냐?”
“네, 아버지. 그런데 이 일, 모두 알고 계셨죠?”
“그래. 일단 설명부터 해 줘야겠구나.”
시우의 아버지는 진성의 아버지 즉, 강찬성의 과거 이야기를 모두 해 주었다.
시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런 과거사가 있는 줄은 예상도 못 했고, 아버지가 진성의 부모님과 친한 게 어디서 만나 친해진 게 아니라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던 것에 또 놀랐다.
자신의 아버지와 진성의 아버지는 서로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기에 서로가 도움을 주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자신의 아버지가 한울기업에 쳐들어가도 좋다는 걸 허가한 것도 친구를 도와주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제 이해가 되네요.”
“그렇지?”
“네. 그런데 이 진실을 왜 숨기고 있으셨던 거예요?”
“사실 너에게 일찍 말하고 싶었지만 찬성이가 부탁을 했었거든. 이 일은 몇몇 사람만 알고 있는 것으로 끝내자며……. 자기 아들을 보호하고 싶었던 거지…….”
“좀 복잡한 상황인 것 같네요.”
“그래. 그저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아들아.”
“네…….”
“거기에 가서 꽤 힘들었을 텐데 이만 자거라.”
“네, 아버지.”
“그래.”
시우는 아버지와의 대화가 끝난 후에 방으로 들어갔고 시우의 아버지는 거실에 앉아 뭔가 골똘히 생각 중이었다.
“이제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춰졌구나…….”
자신은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 알고 있었다. 강찬성이 다시 자신의 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찬성아……. 네가 이번 후계자 자리에 들어갔으니 가족을 위해서라도 왕좌의 자리에서 다시는 내려오지 않기를…….”
그는 진심으로 자신의 친구를 걱정하고 있었다. 죽마고우였기에, 그가 과거에 왕좌에 스스로 내려올 때 엄청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시 왕좌에 올라갔으니 자신도 뒤에서 도울 것이다.
“너를 방해하는 자들은 내가 모두 제거해 주마.”
현성기업의 회장의 눈에서 강한 눈빛이 느껴졌다.
* * *
오늘은 매우 평화로웠다.
진성은 코를 골며 자다가 중간에 몇 번 깬 이후로는 아예 일어났다.
오늘은 퀘스트를 생각하며 간신히 일어나 씻고 밥을 먹으며 약간 넋을 놓고 있었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밭에 가야겠다.”
오늘은 정령 나무 퀘스트를 위해 황금 사과 등을 수확해야 했다.
“퀘스트 완료 이후는 어떻게 될까? 정령 나무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까?”
그런 말들을 내뱉으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밭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새 밭에 도착하였다.
밭은 세계수 주변의 특수 작물을 제외하곤 휑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전체 수확을 한 뒤라 그런지 사막 같다고 해야 하나?
“세린아!”
진성은 자신에게 날아 오는 세린이를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
전날 밤이 너무 힘들었다. 다짜고짜 한울기업에 쳐들어가서 깽판을 치고 왔더니 몸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소모가 심했다.
자신이 원하는 건 힐링 그 자체였다. 세린이는 진성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진성에게 날아와 아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역시 세린이의 미소는 최고였다…….
“아아, 역시 마음이 치유되는 거 같아.”
한동안 세린이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던 진성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세린이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도 뭐 특별한 사항은 없었니?”
“네, 없었어요. 아빠!”
“그래그래……. 아, 맞다. 세린아, 오늘 정령 나무 퀘스트 완료할 것 같아!”
“와아! 축하해요. 아빠!”
“그래, 고마워 세린아.”
역시 자신은 평생 농사하는 게 마음이 편한 거 같았다. 세린이와 함께 평생 농사나 지으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게 제일 어울릴 듯하였다.
“자, 슬슬 퀘스트 완료해 보자!”
진성은 정령 나무 퀘스트를 다시 한번 띄워 보았다.
-C급 퀘스트
정령 나무를 다음 단계로 성장시키자!
1. 마력 7000을 정령 나무에 주입.(완료)
2. 맨드레이크 플래티넘 등급 1개, 황금 사과 1개, 세계수의 수액 소량 필요.(일부 완료)
3. 정령사의 정령력 일정량 주입 필요.(완료)
“오늘은 황금 사과 한 개만 준비하면 되네?”
인벤에 이미 맨드레이크 플래티넘 등급 한 개와 세계수의 수액 소량이 있었기에 황금 사과 한 개만 수확하면 모든 퀘스트가 완료되는 것이다.
“황금 사과 한 개는 바로 수확해야겠다.”
진성은 세계수 앞의 황금 사과를 보았고 마침 딱 수확해도 좋을 시간대였다.
남은 시간이 0이었기에 조심스럽게 황금 사과나무 위로 올라가 황금 사과 한 개를 땄다. 그러자 퀘스트 알림이 떴다.
-C급 퀘스트
정령 나무를 다음 단계로 성장시키자!(일부 완료)
각종 재료를 정령 나무에게 건네주세요.
라는 퀘스트 알림이 뜨자 진성은 바로 정령 나무에게 다가가 재료들을 주었다.
정령 나무가 가지를 뻗어 맨드레이크와 수액 그리고 황금 사과를 가져가 흡수하였고 정령 나무 전체에서 아주 강한 빛이 나오고 있었다.
“어우……. 선글라스 착용!”
너무도 강한 빛이라 또 눈뽕을 당하기 전에 선글라스를 미리 착용했다.
정령 나무의 빛이 점점 더 커지고 강해졌다.
“오우야……. 진즉에 안 썼으면 오늘 실명했겠다…….”
착용한 선글라스도 정령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간신히 감당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강하다니!!
빛은 약 10분간 지속되었고…….
빛이 없어지자 ‘정령 나무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그리고 그 정령 나무 앞에 처음 보는 정령들이 보였다.
“음? 이 녀석들은 뭐지…….”
“아빠! 빛의 정령과 어둠의 정령이에요!!”
“그래??”
빛의 구체와 어둠의 구체였는데 이름을 지어 달라는 듯이 진성의 앞에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이거 이름 지어달라는 그거지?”
“네, 아빠!”
“이것 참 곤란하네.”
진성은 고민하다 결국 ‘간단하게 짓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두 정령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