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24. 024화
마을 주민 중 진성과 친한 철물점 사장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 진성아 오랜만에 보는구나.”
“어! 안녕하세요, 사장님.”
“그래. 어쩐 일로 왔냐?”
“어쩐 일이기보다는 그냥 부모님 봬러 왔죠.”
“그래, 그래. 여전히 효성이 지극하구나! 아까 내가 보니까 집에 있는 거 같은데 빨리 가 봐라, 진성아.”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진성은 철물점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향했다. 철물점 사장은 진성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잘돼서 다행이구나. 진성아.”
철물점 사장도 진성이 각성하지도 못하고 힘없는 표정으로 마을 내를 사신처럼 걸어 다니고 있는 모습을 봤었다.
어려운 인생을 보내려던 찰나에 군대에 입대하였고 거기서도 각성을 못 하고 인생을 포기한 듯이 하고 다니니 많이 안타까웠다.
전역하고 난지 얼마 안 돼서 각성을 하고 부모님과 같은 농부 헌터가 되자 제일 기뻐한 사람이 철물점 사장이었다.
진성이 나름 마을 내에서도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바르게 하고 붙임성이 좋아서 마을 주민이 좋아했다. 뭐, 이 씨 같은 일부는 싫어했지만 말이다.
* * *
진성은 이제는 집에서 나와 따로 살지만 멀리서 보이는 파란색 지붕인 자신이 머물렀던 부모님 댁이 보이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마침 그 길로 내려오는 이 씨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이 씨는 진성을 보고 굉장히 화들짝 놀라며 히이이익! 거리면서 재빠르게 내려갔다.
“응?? 저 아저씨 왜 저러지?”
보통 같았으면 ‘어, 진성이구나?’라고 말했을 그런 아저씨인데 마치 나를 무서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도망을 쳤다.
‘내가 뭐 실수했나?’라는 생각을 하며 진성은 다시 걸어 올라갔다.
한편 도망친 이 씨는 진성이 가만히 멈춰 뭔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올라가자 한숨을 내쉬며,
“다시는 저 녀석의 물건을 탐내지 않을 테다.”
라며 부들거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아마 그때의 기억이 생각이 난 것일까? 진성의 황금 사과를 훔치려고 들어갔다가 세계수에게 호되게 맞았던 기억이 들어서 공포감이 밀려오며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것이다.
뭐, 이런 사건을 모르는 진성은 그저 ‘왜 저러시지?’라는 생각뿐이었다.
* * *
진성은 집 앞에 서서 과거를 회상하듯이 가만히 잠깐 있다가 낡은 철문을 열고 들어섰다.
끼익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집에 있던 부모님께서 나왔다.
“크흠……. 내가 오지 말라고 했는데! 이 징그러운 놈이.”
아버지는 약간 츤츤 거리시고 엄마는 아들이 오래간만에 집에 들른 걸 아주 좋아하시고 있었다.
“아들~ 어서 와. 배고프지?”
“아, 네.”
“마침 저녁 준비하고 있었는데 같이 먹어야지.”
“네, 감사합니다.”
엄마는 환영하는 입장이었고 아버지는 심기 불편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오늘은 좋은 저녁 식사가 될 것 같았다. 진짜 오래간만에 먹는 엄마의 손수 만든 밥이랄까. 같이 살 때는 몰랐는데, 이게 진짜 집의 소중함이다.
엄마가 만들어 준 찌개와 밥을 먹으니 진성은 ‘이게 진짜 밥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꿀맛처럼 느껴졌다.
“아들~ 집 나가서 살아보니 힘들지?”
“네…….”
엄마의 한마디에 진성은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밥을 혼자서 만들어 먹는 게 참 귀찮기도 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진성아~ 그런 거는 견딜 줄 알아야 한다.”
아버지의 묵직한 한마디가 진성의 몸을 때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엄마는 오랜만에 들른 아들한테 이상한 말을 하냐며 아버지를 혼내고 있었다.
“아들~ 자고 갈 거니?”
“네.”
진성은 그리웠던 집에서 식사도 했고, 오랜만에 와서 자고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 말 못 하는 걸 엄마가 알아챈 것이다.
그 바람에 아버지는 더욱 인상을 찌푸리며 ‘약한 놈!’이라고 말하며 혀를 차셨다.
식사를 마치고 진성은 자신의 밭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였다.
뭐, 부모님은 놀라시는 눈치였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고생했어. 아들.”
엄마의 따스한 말에 진성은 뭔가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한 것을 참았다.
“오늘은 꼭 자고 가렴.”
“네, 감사합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엄마는 뭔가 굉장히 기분이 좋으신 눈치였다. 아버지는 흥! 거리면서 먼저 방으로 들어가셨고 말이다.
참으로 솔직하지 못한 아버지구만.
그렇게 하하 호호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꺼낸 진성은 엄마와 오래간만에 즐거운 대화를 하였다.
그리고 밤이 되었고 진성은 비어 버린 자신의 옛 방으로 들어가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와, 이 방도 참 오랜만이네…….”
누워서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보낸 방을 둘러보는데 대부분 가져가서 그런지 휑했다.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 집도 하나 장만해드려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집부터 이미 화려하니…….
“아니지, 부모님 성격상 쉽게 집을 옮길 분들이 아닌데……. 그럼 뭐를 해드려야지.”
그냥 새 관리기를 사드려야 하나?
여러 가지 고민을 했지만 자기 생각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자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
진성은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다며 잠을 청하였다.
자신이 없는 동안 밭은 세계수하고 세린이가 잘 관리해 주며 지키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 * *
다음 날, 주말의 아침이 밝아왔다. 진짜 간만에 부모님 집에서 자니까 늦잠을 자 버렸다.
“우음…….”
두 눈을 비비며 일어났는데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오전 9시가 넘어 있었다.
“허억.”
너무 늦게 일어나 버렸다.
너무 편안하게 자서 그런가? 아니면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 건가?
원인이 뭔지 알 수 없지만, 이거 너무 늦게 일어난 듯하다.
진성은 방에서 재빠르게 나왔는데 역시나 부모님은 일하러 가신 거 같고 자신의 눈앞에 보인 것은 자신을 위해 엄마가 준비해 놓으신 아침밥이었다.
“크흠…….”
진성은 아침밥을 보니 군침이 흘렀고 결국은 손이 갔다.
즐겁게 아침밥을 먹고 대충 씻고 자신의 밭으로 가기 전에 부모님께 문자를 보냈다.
‘잘 먹고 잘 자고 갑니다. 또 올게요~’라고 보냈더니 엄마의 문자는 ‘아들~ 언제든지 또 와~’라고 답장이 왔고 아버지 문자는 ‘약한 녀석 다시는 오지 말거라!’라고 답장을 주셨다.
하여간 아버지는 솔직함이 없으시단 말이야.
진성은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며 부모님 집에서 나와 자신이 주차한 차에 탑승하러 마을 입구까지 내려왔다.
여전히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이곳에는 몬스터들이 침입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확실히 군인 헌터들이 일을 잘하네.”
아무래도 문산이 북한과 가까운 쪽이라 군인들이 철저하게 순찰을 하며 몬스터와 북한을 경계한다.
“빨리 가야겠다.”
진성은 아무래도 자신이 밭에 오지 않아서 세린이가 걱정하고 있을 거 같은 느낌도 들어서 진성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주차된 차에 탑승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20분을 달려 집에 도착한 진성은 바로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는 밭으로 향했다.
허겁지겁 도착한 밭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세린이가 쪼르르 날아와 품에 안기는 거 빼고 말이다.
“세린아, 미안해. 아빠가 너무 늦었지?”
“괜찮아요, 아빠.”
다행히 세린이는 이해해 주는군. 오늘 내가 뭐를 하려고 했었지? 아! 맞아. 잡초군단 제거였지!
“세린아, 잠시 세계수에 가 있을래?”
“네!”
세린이는 세계수로 가 버렸고 진성은 인벤에서 낫과 목장갑을 꺼내 목장갑을 장착하고 낫을 들고 잡초를 뽑기 위해 노지를 돌았다.
“역시나 잡초들이 있네.”
잡초들이 다시 싹을 틔우고 살며시 고개를 내밀며 나왔던 것이다,
“정말 질긴 녀석들이라니까.”
진성은 힘에 손을 빡 주며 잡초들의 머리채를 잡아 있는 힘껏 당겨서 뿌리째 뽑아냈다.
아주 잘 뽑히는 잡초들은 뿌리가 깊숙하지 않았고 안 뽑히는 녀석들은 뿌리가 깊은 애들이었다.
“감히 잡초 따위가 인간한테.”
진성은 잡초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어느새 진성의 주변에는 뿌리가 뽑힌 잡초들이 널려 있었다. 잡초학살하는 진성을 멀리서 보는 존재가 있었으니, 오늘도 또 온 몬스터 고라니였다.
“저 고라니 녀석, 또 왔네.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
고라니는 진성이 고생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진성은 멀지만 자신을 보고 있는 고라니 녀석이 부담스러웠다.
“자꾸 넌 뭘 보는 거냐! 내가 힘든 게 즐겁냐?”
진성이 고개를 돌려 고라니에게 외치자 고라니는 씩 미소를 지었다.
아니, 저 녀석! 내가 힘든 게 즐거워 보이나 보네. 망할 고라니 녀석! 두고 보자! 언젠가 꼭 복수할 거다.
진성은 한동안 잡초 뽑는 데 열중하여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지나고, 진성은 배고플 줄도 모르고 마지막 잡초를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 내쉬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저것뿐인가.”
진성은 ‘마지막까지 힘내자! 아자!’ 거리며 꽤 풍성해 보이는 잡초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힘껏 힘을 주고 당겼다.
쉽게 빠질 줄 알았는데 웬걸? 무려 진성의 힘을 버티는 잡초였다.
“뭐지? 내가 힘이 300이나 되는데 그걸 버틴다고?”
진성은 잡초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강화된 잡초 Lv.30
생각:뽑아 봐라! 너만 고생할 거다!
특징:강화된 잡초입니다. 주변 잡초들의 생기를 잡아먹어서 강해졌습니다.]
“무슨 이런 잡초가 있냐.”
주변의 잡초들의 생기를 잡아먹었다고? 거의 몬스터 수준이잖아??
“인간을 우습게 보네, 이게.”
잡초에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자 진성은 ‘오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라는 말을 하며 잡초와의 씨름이 시작되었다.
진성은 잡초의 뿌리 주변을 삽으로 어느 정도 파낸 다음 힘을 주어서 뿌리를 잡고 당겼다.
이를 악물고 끄으응 소리를 내며 당기는 진성이었다.
잡초는 쉽게 빠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으랴아아아.”
약 20분간 강화된 잡초와의 싸움에서 결국 이겼다. 쑥 하고 뿌리가 뽑힌 잡초였다.
“흐흐흐, 어떠냐! 감히 잡초가 인간을 거스르니까 이렇게 된 거다.”
뽑힌 잡초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강화된 잡초 Lv.30
생각:원통하다. 인간 따위에게 지다니!
특징:강화된 잡초입니다. 주변 잡초들의 생기를 잡아먹어서 강해졌습니다.]
“훗, 강하긴 했지만 결국 넌 내 적수가 아니야.”
진성이 잡초에게 말을 하듯이 얘기하자 계속해서 지켜보던 고라니는 땅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숲속으로 돌아갔다.
침을 뱉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아보니 고라니는 숲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 저 녀석은 애꿎은 내 밭에 침을 뱉고 난리여.”
참으로 이해 못 하겠네. 저 고라니가 대체 원하는 게 뭐지?
진성은 고라니가 사라진 숲속을 한참 보다가 진동이 울려 핸드폰을 꺼냈다.
친구인 성현의 전화였다.
“이 시간에 웬일이지?”
진성은 성현이의 전화를 얼른 받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