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22. 022화
진성은 자신의 능력치를 보면서 실실 웃었는데 그러다가 보상이 생각났다.
유니크 등급의 씨앗이 열 개던가, 과연 뭘까? 라는 생각이 들어 시스템에게 바로 물어보았다.
“시스템! 그 유니크 등급 씨앗 정체가 뭐냐? 그 정도는 미리 말해 줘도 되잖아.”
-그저 랜덤 씨앗입니다. 심어서 키워보면 알게 됩니다.
“야! 그냥 알려주면 안 되냐? 넌 그 정도는 알 거 아니냐.”
진성은 약간 떼를 부리듯이 시스템에게 말해 보았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안 됩니다.
“그래……. 괜히 물어봤네.”
진성은 그 정도는 알려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고 시스템에게 물어봤지만 역시나 이 시스템은 알려주지 않네, 치사한 놈!
조금 구시렁거리면서 받은 보상을 열어 보았다. 인벤 안에 자동적으로 들어갔지만 정보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조그마한 기대심에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랜덤 씨앗
등급:유니크
특징:?????]
“뭐야, 이 정도밖에 못 본다고?”
진성은 조금 허탈했다.
지금 렙도 30이고 많은 능력치인데도 저걸 못 보네. 대체…….
그런 진성이 한심한지 시스템은 알림을 하나 전달했다.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은 최소 중급 농부가 되셔야 정보창을 깔끔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뭐? 그게 힌트라고?”
내심 기대 안 하고 구시렁거린 건데 저걸 말해 주네? 역시 넌 좋은 놈이야!
사실 진성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그냥 구시렁거리면 시스템이 듣고 말해 주지 않을까 해서 한 번 시도해 본 것인데 얌전하게 알려주네?
“그럼 중급 농부가 되면 새로운 스킬이나 패시브도 생기냐?”
-네, 그렇습니다.
“오오! 그럼 중급 농부가 되기 위한 퀘스트라든가, 그런 거는 없냐? 다른 헌터들 보면 2차 전직 퀘스트 있다고 하던데.”
-있습니다.
“진짜로? 진짜 있다고?”
자신은 특별한 농부 직업이라서 없는 줄 알았는데 퀘스트가 있다고 한다.
세계수가 직업퀘인 줄 알고 열심히 관리해 온 건데, 그저 레벨업만 하여 조금 실망했을 뿐, 직업퀘는 생각도 못 한 것이다.
나중에 얼마나 어려운 걸 내주려고?
“그럼 중급 농부 퀘스트는 뭔데?”
-지금보다 엄청 어려운 퀘스트입니다. 아직 농부 헌터 진성 님의 능력치가 부족해서 힘듭니다.
“대체 무슨 퀘스트길래? 지금의 내 능력치 가지고도 힘들다고?”
-네, 그렇습니다.
음? 그럼 이거보다 더 성장해야 한다는 건가? 얼마나 더 해야 되는 거야! 지금도 충분히 괴물 능력치인데. 거의 A급 헌터 능력치인데?
-그건 천천히 퀘스트로 내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세계수의 성장과 다른 작물들 성장에 집중 바랍니다.
“알았다고! 참나.”
뭐, 시스템의 말을 믿고 내가 손해 본 건 없으니까 잠자코 따라가야겠다.
그나저나 내일도 그 고라니 녀석이 또 나타나겠지? 그놈 참 고약한 녀석인데, 맨날 침이나 뱉고 말이야. 언젠가 혼을 내주겠어!
-보상받은 랜덤 씨앗을 키우시길 바랍니다. 중요합니다.
“이번에 받은 보상이 그렇게 중요해?”
-네, 그렇습니다. 꼭 진성 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좀 말해 주든가? 궁금해 죽겠네, 너가 이렇게 말하니까.”
-잔말 말고 꼭 키우시길 추천합니다.
“잔말?! 이게 진짜.”
이젠 시스템이 태클도 거네? 뭐 예전부터 걸었다만……. 내가 무슨 노예도 아니고 키우는 건 내 마음이지. 그런데 반박할 거리가 없네, 그냥 키우자! 어차피 농부 인생 아니냐~ 저 녀석에게 반항해 봤자 나만 손해일 거 같고. 에휴, 내 팔자야.
“시간도 늦었고 그냥 내일 와서 심어야겠다.”
진성이 돌아갈 준비를 하자, 또 시스템이 알림을 띄웠다.
-보상받은 씨앗을 지금 심으세요.
실패 시:(집으로 갈 시) 전체 능력치 -50
“아니……?!”
이렇게까지 태클을 건다고? 대체 뭐길래 시스템이 저러지? 저런 적은 처음인 거 같은데…….
“알았어……. 심으면 될 거 아니냐.”
진성은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삽을 들고 부지를 탐색하던 도중 황금 사과나무 근처에 또 일렬로 간격을 띄워서 열 개의 씨앗을 모두 심었다.
“이제 됐냐?”
-물을 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시스템의 말대로 물을 주자 진성은 ‘이제 됐냐?!’라며 조금 언성을 높였다.
진성이 물을 주는 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려는데, 그 심었던 곳에서 아주 밝은 황금색 빛이 퍼져나갔다.
“으악! 내 눈!”
아니! 이놈의 씨앗들은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 자꾸 눈뽕을 주네……. 눈이 너무 아프다.
빛이 줄어듦에 따라 눈을 뜰 정도가 되자, 진성은 재빠르게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대체 뭐길래 이리 밝은 빛이지?
다른 작물들보다 더 강했다.
[이름:랜덤 씨앗
등급:플래티넘
특징:??????
(남은 시간:10시간)]
“음??”
유니크 등급이 아니었나? 플래티넘이라고?! 플래티넘 등급은 처음 보는 건데. 유니크보다 높은 건가 보다.
거기에 저 씨앗 하나만 플래티넘이잖아? 다른 아홉 개 씨앗은 그냥 유니크 같은데. 이래서 빨리 심으라고 한 거였나?
-10개의 랜덤 씨앗 중 두 가지로 나온 건 최초입니다.
“내가 최초라고? 그보다 이런 특별한 랜덤 씨앗 받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었냐?”
-…….
“어디서 수작을 부려.”
이 시스템 녀석은 내가 너무 놀라는 게 많으니까 날 어떻게든 놀라게 해 보려고 한 말인 거 같은데, 고소하다. 내가 이번에도 놀라는 감탄사로 넘어갈 줄 알고? 절대 안 속는다!
“흐흐흐.”
속으로 아주 고소하다는 생각을 한 진성이었다.
“이제 됐지! 집에 가도 되냐?”
-네.
“어쭈 이젠 짧네.”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의 말을 차단하였습니다.
“크크크. 시스템 도망갔네.”
뭐 차단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익숙하다.
어쨌든, 이번 시스템과의 싸움은 내가 이겼다.
진성은 히죽거리면서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진성은 장을 봐둔 여러 가지 재료로 국과 반찬을 만들어 먹고 씻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저 랜덤 씨앗이 뭐일지 궁금하네. 분명 엄청 좋은 거 같은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조용히 잠들었다.
* * *
다음 날.
‘오늘도 기분 좋게 일하러 가볼까~’라는 생각에 진성은 기지개를 켜고 즐거운 마음으로 휘파람을 불며 밭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납품한 것들은 얼마나 팔렸으려나?”
나중에 시우에게 전화나 해 봐야겠다며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밭에 도착했다.
밭을 간단히 점검하고는 어제 랜덤 씨앗을 심은 곳으로 향했다.
과연 어떤 것이 자라나 있을까? 라는 기대심을 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쪽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진성이 상상한 그 이상이었다.
대충 신기한 작물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런 나무일 줄이야.
“이거 실화지?”
-실화입니다.
“아니……. 이거 내가 저번에 헌터 커뮤에서 본 건데?”
어제 심은 랜덤 씨앗의 작물은 바로 헌터 커뮤에서도 한 때 화제가 됐던 정령 나무였다.
그 플래티넘 등급의 작물이 바로 정령 나무였던 것이다.
정령 나무란?
세계수와 비슷한 건데 세계수가 엘프들과 정령들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이라면 정령 나무도 그 또한 같다 정령들이 태어나는 곳이며 정령 친화력으로 가득 찬 나무였기에…….
“이거 진짜야? 시스템?”
-진짜입니다.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은 정말 운이 좋습니다. 정령 나무가 나온 적은 처음입니다.
눈을 아무리 비비고 봐도 정령 나무가 확실하였다.
아니, 세계수에 이어서 이거 대박인데? 야, 정령 나무는……. 아니다. 나 잘되라고 알면서도 이걸 준 건가? 아니면 진짜로 시스템도 몰랐던 일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정보창을 열어 보는 진성이었다.
먼저 제일 눈에 띄는 정령 나무부터 말이다.
[이름:정령 나무 Lv.1
등급:플래티넘
생각:저를 빠르게 심어주셔서 감사해요.
특징:지구에서 단 두 그루밖에 없는 정령 나무입니다. 첫 번째 정령 나무는 서울에 있으며 엄중히 보호받고 있습니다. (4대 속성의 정령들 외에 다른 속성의 정령들도 태어납니다.)]
“와……. 이거 진짜구나.”
첫 번째보다 더 좋은 거 같은데? 그 헌터 커뮤에서 본 첫 번째 정령 나무는 4대 속성만 나오는 거 같던데, 이건 4대 속성 외에도 나온다고?
진성은 정령 나무를 한참 동안 살펴보다가 다른 아홉 그루의 나무도 살펴보았다.
그것들 또한 정보창을 열어 보니,
[이름:성장 열매 나무 Lv.1
등급:유니크
생각:…….
특징:성장 열매는 먹을 수 없지만 급속 성장 재료 아이템을 만들어 작물과 나무 또는 이외의 살아 있는 생명체 (인간과 동물을 제외)에게 쓴다면 급속 성장이 가능합니다. 매달 한 그루당 50개 열립니다.]
“잠깐만, 이거 내가 예전에 생각해 둔 건데?”
자기가 처음에 작물을 열심히 키울 때 ‘아, 작물들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자신이 각성 초창기이고 황금손 스킬이 10배 적용일 때였다.
“지금도 대폭 성장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그래도 쓸모없는 아이템은 아니지.”
아무래도 이 열매들을 제조하고 아이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금술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성현이가 제일 잘 알 것 같았다.
“이건 제일 잘 아는 성현이한테 물어보자.”
진성은 아홉 그루의 나무에서 성장 열매 450개를 조심스럽게 수확하였고 인벤에 넣었다.
진성은 이번에도 좋은 나무를 얻었다며 좋아했고 다음 퀘스트의 보상을 기대하기로 했다.
“이따가 저녁에 성현이한테 전화해야겠다.”
그러면서도 정령 나무에 자꾸 시선이 가고 있었다. 과연 정령 나무에도 정령이 생산되는 것인가 하며…….
“이제는 정령 나무 말고도 뭐가 나올지 진짜 기대된다.”
-저도 모릅니다.
“뭘 몰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거 아니냐?”
분명 내가 운도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하늘이 도와준다고? 에이, 이건 불가능해.
분명 저번에도 저 시스템이 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잘 해낼 거라고 했었는데. 계속 나를 밀어주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 랜덤 씨앗들이 분명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나한테 얘기 안 하는 것도 분명한 거 같고. 참 이상한 녀석이라니까.
“진짜 넌 좋은 녀석인 거 같다, 시스템.”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의 노력과 운 때문에 그런 것이니 저한테 고마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 그래. 난 그런 거로 알고 있지 뭐.”
시스템 녀석, 부끄러운데 부끄럽지 않은 척하는 건가? 그래, 내가 모르는 척해 줄게.
진성은 흥얼거리며 정령 나무와 다른 작물들도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로 하였고, 집에 가서 시우하고 성현이한테 전화해 보기로 하였다.
그나저나 ‘세린이는 아직도 잠들어 있나?’라는 생각에 세계수에 가까이 가자 잠든 세린이가 보였다.
“오늘도 자나 보네…….”
말을 꺼내자 하품을 하며 일어나는 세린이었다.
뭔가 타이밍이 이상했다. 마치 내가 이 말을 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일어난 세린은 나를 보며 밝게 인사하였다.
“아빠!”
“그래, 세린아. 잘 잤니?”
“네! 아빠! 그런데 정령 나무가 생겼네요?”
“어……. 뭐, 그렇지. 세린아, 정령 나무도 잘 관리해 주렴.”
“네에.”
자신이 떠난 밭을 세계수와 세계수의 정령 세린이가 보살피고 있다는 건 진성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