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21. 021화
-미안하다……. 진성아, 이장님이 이미 써서 없다고 하는구나.
“아아, 괜찮아요. 방금 친구한테서 구했거든요.”
-그래? 그럼 다행이구나.
“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래, 농사일은 요즘 열심히 하고 있고?
“네, 진짜 농사꾼이라는 게 빡세긴 하네요.”
-농사도 농사지만 어딜 가든지 다 힘든 건 마찬가지다.
“네.”
아버지와의 간단한 대화를 끝낸 진성은 엄마에게도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였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진성은 미리 밭에 가서 다 뿌리고 올참이었다.
“진딧물 퇴치제는 끝났고……. 이제 개미만 물리치면 되나?”
작물에 골고루 뿌리면 진딧물은 작물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개미들이 공격하겠지…….
진짜 혼자서 하려니 너무 힘들구나.
그놈의 시스템 때문에 내가 이런 고생을 해야 되다니!!
“이번 디펜스 끝나면 한동안은 없겠지?”
진성은 시스템이 이번 일 이후에 연속으로 디펜스 퀘스트를 안 주기를 빌면서 준비를 단단히 했다.
밭으로 돌아와 인벤에 넣어 온 진딧물 퇴치제를 몽땅 뿌리기 시작했다.
“후욱후욱……. 이게 뭔 개고생이야!”
그놈의 디펜스 퀘스트.
진딧물 퇴치제를 열심히 뿌리고 있는데, 밭 외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곳을 바라보니 매일 찾아오는 몬스터 고라니 녀석이었다.
“뭐야! 비웃냐?”
몬스터 고라니는 진성을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진성이 뭐라고 하자 침을 퉤 뱉었다.
“저, 저! 망할 고라니!”
남의 속사정도 모르고 침만 뱉네. 저거 정말 나쁜 고라니 아니야? 몬스터가 되고 더 인간을 얕보는 건가?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된 진딧물 퇴치제 뿌리는 작업이 끝났다.
“몬스터들이 내일 몇 시에 습격할까? 엄청 일찍 일어나서 대기해야 되나?”
진성은 속으로 시스템 욕을 오만가지 하면서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집으로 돌아갔다.
진성이 돌아가는 걸 본 몬스터 고라니도 숲속으로 돌아가고 세린이도 아빠가 걱정이 되는 듯 무언가를 생각하며 세계수의 꼭대기로 올라갔다.
“내일 아빠를 도와줘야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세린이었다.
나쁜 몬스터들이 아빠를 너무 괴롭히는 거 같아 결심한 것이다. 세린의 결심에 세계수와 황금 사과나무들도 동조하는지 가지를 부르르 흔들었다.
깊고 어두운 밤이 점차 지나가고 점점 밝은 아침이 돌아오고 있었다.
* * *
다음 날, 평화로워야 할 주말이 아닌 진성의 두 번째 디펜스 퀘스트가 시작되는 아침이 밝았다.
진성은 오늘도 농부의 삽과 낫을 인벤에 잘 넣고 목장갑을 끼고 작업복도 잘 입고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5시에 집에서 나와 밭으로 향했다.
아직까진 밭에 누군가 침입했다는 알림이 뜨지 않았다. 아마 자신이 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들이 쳐들어올 것이다.
24시간 만에 그 몬스터들을 전멸시킬 수 있을까? 최소 3천 마리쯤 되어 보이던데. 어휴…….
진성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밭으로 도착하였고 밭에는 일찍 일어난 세린이가 보였다.
“세린아? 오늘은 일찍 일어났구나?”
“네! 아빠! 저도 도와줄게요.”
“괜찮아……. 세린아, 그냥 평소처럼 구경해! 괜히 나서서 다치지 말고.”
진성은 뭔가 결심을 한 세린의 표정을 보고 만류하였다.
“아빠! 이번에는 저하고 다른 나무들도 나설 거예요.”
“응? 그게 무슨 말이니?”
세린이 가리키는 곳을 슬쩍 보자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며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거기에 나무뿌리로 이동까지 하고 있었다
“헐! 저게 뭐야.”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나무들이 스스로 움직이잖아?!
진성이 깜짝 놀라 나무들을 쳐다보고 넋을 놓고 있을 때 정신 차리라는 듯이 시스템의 알림이 뜨기 시작하였다.
-C+급 퀘스트:몬스터들의 침공을 막아내세요.
(보상 랜덤 씨앗(유니크 등급)×10 및 레벨 10 상승)
실패 시 레벨 10 하락
제한 시간:24시간
몬스터 개미 군단:8천 마리
몬스터 진딧물 군단:1만 마리
“뭐? 3천 마리에서 5천 마리 수준이 아니고? 1만 8천이라고?!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
거기에 그냥 C급 퀘스트가 아니라 C+이상이라는 건 거의 B에 가깝다는 이야기잖아!
이거 진짜 너무한데……. 아니, 이거 다 못 막을 거 같은데…….
“너! 나 죽이려고 이런 퀘스트 만든 거냐?”
-농부 헌터 진성 님의 힘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웃기고 있네.”
아니, 거의 2만 마리잖아 어떻게 막아!! 대규모 물량 빨인데……. 이거 깨면 레벨 10 상승인 거는 좋은데, 실패 시 10 하락이잖아?
진짜 이번 디펜스는 엄청 힘든 난전이 예상되었다.
“시스템……. 일반 몬스터들뿐인 거는 확실하지?”
-일반 등급의 몬스터들뿐입니다.
“분명 네가 그렇게 말했다? 만약 저 몬스터들 중에 유니크 등급 몬스터 있기만 해 봐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있다고 해도 강진성 헌터님은 강합니다.
“아니, 나의 뭘 보고 기대하는 건데?”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은 제가 선택한 존재입니다. 충분히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자기는 안 싸우니까 그렇게 말하는 건가? 2만 마리 다 막는다고 해도 내 농작물에 피해가 없지 않을 텐데…….”
-C+퀘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래라……. 시작하든지 말든지……. 제길.”
진성은 인벤에서 꺼낸 농부의 단단한 삽을 꺼내 들었다.
어디 와 봐라! 몬스터들 군단!
시스템의 알림이 시작되고 어디서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내 밭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몬스터 떼거리가 멀리서부터 보였다.
“어우야……. 크기 봐라.”
일반 개미가 뭐가 이리 커? 일반 건장한 성인 크기잖아?? 그래도 진딧물을 강아지만 한 크기라 다행이긴 한데.
“진짜 더럽게도 많네.”
진성은 삽을 꽉 쥔 채 몬스터들을 쳐다보았다. 아주 벌떼같이 몰려온다. 파리지옥 500개도 입을 벌리고 몬스터 군단에 대비하고 있었다.
거기에 황금 사과나무들과 수면 열매 나무, 주렁주렁 나무 등 내가 특별하게 키운 작물들도 죄다 내 곁으로 모여들었다.
작물들 vs 몬스터 군단의 싸움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진성은 아무래도 자신의 땅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집에서 미리 만들어 온 화염 방사기를 꺼내 들었다.
“어디 맛 좀 봐라, 몬스터들아.”
집에서 급조한 화염 방사기를 들고 다가오는 개미 군단과 진딧물 군단에게 무차별적으로 발사했다.
화아아아아 소리가 나면서 엄청난 불길이 몬스터들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몬스터들은 시체들을 넘어서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 이거 너무 많은데?”
진성은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고 그 뒤로도 파리지옥들이 입을 벌리고 손을 뻗어 몬스터 군단을 처치하며 흡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아직 내 땅에 접근하려면 좀 거리가 있긴 한데, 그래도 이건 너무 많아.”
시스템을 속으로 욕하면서 삽으로 휘두르자 개미 몇 마리가 진성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1차로는 진성과 파리지옥들이 열심히 막아내고 있었고 2차 방어진은 황금 사과나무들과 세계수 등등이었다.
2차 지원으로 수면 열매 나무가 수면 효과를 몬스터에게 뿌리자 몬스터들은 비몽사몽, 비틀거리며 속도가 줄어들었다.
“오! 먹힌다.”
수면 열매 나무의 효과는 굉장하였다! 거기에 세계수가 가지들을 뻗어 채찍을 연상하게 하듯 몬스터들을 후려치고 있었다.
그렇게 수 시간을 전투 중인 진성과 그의 작물들이었다.
몬스터들을 처치하면서도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이거 못 막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부분 수면 열매 나무의 효과로 잠들었고 그나마 일반 개미 중 몇백 마리만 효과가 통하는 듯했다.
진성은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땅에 몬스터들이 한 발짝도 들어오지 않도록 기를 쓰고 막아내고 있었다.
점점 역부족이었다. 점점 밀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찢어지는 비명을 내는 일부 몬스터들이 진성의 땅에 나타났다.
“어? 저것은?”
다름 아닌 진성의 땅에 매일 같이 찾아왔던 몬스터 고라니였는데 동료를 데려온 것인지 고라니 1,000마리가 보였다.
“설마……. 시스템, 저거 우리 적은 아니겠지?”
-몬스터 고라니는 진성 님을 도우러 온 듯합니다.
“엥?”
시스템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라니 떼가 몬스터 군단에 덤벼들어서 죄다 밟아 죽이고 있었다.
“오? 고라니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될 줄이야.”
군 시절에는 꽤 무서운 존재였는데 그런 고라니가 나를 도와 몬스터들을 무찌른다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주 멋진 상황이었다.
“좋아, 좋아! 고라니들 달려!”
몬스터 고라니들은 사방으로 뛰어다니면서 개미들과 진딧물들을 밟아 터뜨리고 있었는데 아주 사이다 급이었다. 진성은 뜬금없는 몬스터 고라니들의 도움에 구사일생하였다.
“시스템? 이것도 막아낸 거로 치는 거 맞지?”
-남은 몬스터들을 전멸시키십시오.
“알았다고.”
진성은 작물들의 도움과 몬스터 고라니들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 디펜스를 간신히 막아내었다.
진성은 모든 상황이 끝나자 밭을 우선적으로 확인하였다. 다행히 밭에는 단 한 개의 작물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세계수와 다른 나무들도 멀쩡했고 말이다.
진성은 도와준 그 고라니에게 다가가 고맙다며 인벤에 가지고 있던 일부 과일들을 꺼내 그 고라니에게 주었는데 고라니는 냄새를 킁킁 맡다가 진성을 보고 침을 퉤엣 찰지게 뱉고 튀었다.
진성은 갑자기 날아온 고라니의 침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야!!”
진성은 화가 나서 삽을 들고 때리려는 시늉을 했지만 이미 도망간 몬스터 고라니들이었다.
“아니, 쟤는 왜 자꾸 나한테 침 뱉는 거야?”
진짜 이해가 안 되네.
진성은 인벤에서 물뿌리개를 꺼내 얼굴에 묻은 고라니 침들을 씻어 내었다.
“진짜 힘드네……. 다음에는 이런 디펜스 퀘스트 좀 제발 주지 마라, 쫌.”
아니, 1차 디펜스 때는 그나마 쉽게 막아냈는데 이번 두 번째 디펜스는 너무 어렵잖아? 다음 세 번째 디펜스 퀘스트는 이것보다 더 고생할 것 같단 말이야……. 진짜 끔찍하네
“그건 그렇고, 이제 퀘스트 완료한 거 맞지? 그러니까 빨리 보상 내놔.”
진성은 시스템에게 화를 내듯이 말했다.
시스템은 진성의 그런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처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보상을 받으라는 알림을 띄웠다.
(보상을 받았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10
진성은 단숨에 10 렙이나 올랐다.
“오, 이제 30 렙인가? 진짜 힘들긴 했다. 퀘스트.”
진성은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30
랭크:C
직업:초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
능력치:힘 300 민첩 300 마력 3700 체력 3650
고유 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작물의 성장 속도 조절 때문에 1배로 적용되었습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500 마력 500)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내 능력치가 점점 무서워진다, 어휴.”
괴물 같은 능력치를 보고 아주 좋아죽는 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