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86화 (186/200)

186화 분기점

『NBS OTT 플랫폼, 이름 발표! ‘캐스트플러스’』

『통합 OTT 플랫폼의 시대를 연다! ‘캐스트플러스’의 신 전략!』

라이언은 마케팅팀에서 뽑아 올린 기사들을 체크하면서 인상을 썼다.

‘캐스트플러스’라는 이름은 사실 지난달부터 업계를 통해 들어왔다.

이제 이렇게 본격적으로 기사를 쏘아 올리는 것을 보면 더욱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할 모양이었다.

이쪽은 작년부터 로비를 하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아직 미적지근한데, 저쪽은 방송업계의 지지를 받으면서 벌써 오픈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물론 캐스트플러스의, NBS 전략기획실의 원래 목표대로 모든 방송사 통합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개중에는 결국 회사 내 논리로 움직인 방송사도 더러 있어서, 주로 케이블계 방송사들만 포섭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한국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콘텐츠 수급을 이뤄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엘도라도 입장에서는 큰 라이벌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저쪽이 저렇게 척척 진행되는 동안, 이쪽은 지난달과 비교해 나아진 상황이 없다는 것이다.

초조하게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결국 라이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똑똑.

문을 노크했지만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대답이 들어오진 않았다. 하지만 라이언은 슬그머니 문을 열었다.

“……알았어. 잠깐, 기다려 봐.”

통화를 하고 있던 매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라이언과 눈이 마주쳤다.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라이언이 앉는 동안 매튜는 다시 통화에 집중했다.

그러기를 약 5분.

“결국 좀 더 기다리라는 말인가. 아니, 아는데…… 후우, 그래. 좀 더 구워 삶아 봐. 그 능구렁이들이 왜 그러는지는 알아야지.”

그런 말과 함께 통화가 끊어졌다.

“맥스?”

엘도라도 한국지사장 맥스웰 도너먼.

통칭 맥스라고 사내에서 불리는 그가, 오늘도 여의도로 가서 싸우고 있다는 말이었다.

엘도라도가 여의도를 오가며 로비를 한 것은 오래되었는데, 최근 들어 영등위를 비롯한 기관들의 태도가 더욱 딱딱해졌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부산 본사까지 다녀왔음에도 태도가 변하지 않았는데, 그 연유가 무엇인지 라이언도 알고 있었다.

“캐스트플러스에서 손을 많이 썼나 보군.”

“그렇지. 차라리 듀플릭스라면 미국 내에서 어떻게든 걸겠는데, 캐스트플러스가 수를 쓰는 건 우리로서는 손쓸 도리가 없으니까.”

“치사하게 나오는군. 정당하게 콘텐츠로 승부할 생각은 안 하고.”

“듣자 하니 거기 본부장이 잘 쓰는 수라고 하더라고. 이전 OTT 플랫폼 때부터 그랬다고.”

듀플릭스가 사실상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시장에서, 엘도라도와 캐스트플러스가 실질적인 2위 싸움을 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캐스트플러스가 미리 수를 써서 엘도라도의 론칭 자체를 막고 있는 것이다.

“본사에서는 뭐래?”

“상황이야 알고 있지만 밀어붙이라고 하는 거지 뭐. 지연은 시키더라도 결국 막을 명분은 없으니까.”

“그건 그렇지. 우리가 법 어기고 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라이언의 미간이 좁혀들고, 매튜도 무슨 말이 나올지 알아서 소파에 깊게 등을 묻었다.

“콘텐츠 계약들이 전부 막혀 있다는 건데.”

이렇게 지연될지는 라이언도 몰랐다.

본사와 맥스 입장에서는, 엘도라도 론칭이 잡혀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겠다는 입장인데, 론칭 자체가 밀리는 상황이니 결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수많은 콘텐츠 계약들이, 특히 독점작 계약들이 멈춰져 있는데…… 그중 라이언이 가장 걸리는 것은 물론 아이윌의 작품이었다.

“좀비물 기획이 정말 잘 빠졌단 말이야. 이거 놓치면 아까운데.”

“놓칠 순 없지. 다만…… 시기가 문제지.”

매튜도 이 기획을 꼭 진행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지사장 맥스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

꾸준히 설득을 하고 있지만, 신중한 그는 우선 론칭 일자부터 잡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이대로라면, 어쩌면 그동안의 스타일대로 진행을 전부 멈출 수도 있는 맥스임을 알기에 매튜는 더욱 조바심이 났다.

“이 상황을 아이윌에서는 알고 있나?”

“그럴 리가. 나도 일단 알리고 있진 않아. 하지만 이렇게 계약 체결이 미뤄지니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하고 라이언이 이야기하는 순간, 그의 폰이 주머니 속에서 울었다.

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한 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양반은 못 되겠군. 강 PD야.”

“여기서 받아.”

나가서 받으려고 하던 라이언은 그 말에 그냥 전화를 받았다.

“예, 강 PD. 라이언입니다.”

“안녕하세요. 통화 가능하신가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한국말로 통화하는 거지만, 매튜도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가 계속하라는 듯 손짓을 해서 라이언은 어조를 바꾸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예, 저도요. 계약 건에 대해서 여쭐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음, 맘이 통했네요. 어떤 질문이실까요.”

전파 너머에서 강대한이 물었다.

“지금 계약 체결이 계속 밀리고 있지 않습니까?”

“…….”

라이언은 갑자기 찔러 들어오는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매튜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라이언이 폰에서 잠시 입을 떼고 설명했다.

“계약 체결 밀리고 있지 않냐고 하는데?”

“직구로군. 부정할 수도 없고.”

라이언은 숨을 내쉰 뒤 스피커 모드로 바꾸었다.

“강 PD. 지금 매튜와 같이 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GP님. ……한국말로 해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제가 중간중간 통역하겠습니다.”

강대한은 알겠다고 짤막하게 답하고는, 곧바로 다시 말했다.

“엘도라도로서는 본의가 아닌 일로, 현재 계약 체결 직전에 멈춰 있는 게 아니냐고, 확인드리려고 합니다.”

“음,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맞아요. 이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거기 지사장님……께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계시고, 그건 외부의 요인이고요.”

엘도라도 밖에서 상황을 유추해 낼 수 있는 수준을 넘는 말이었다.

유추가 아니라, 확신을 가진 듯한 어투.

매튜에게 통역을 하자, 그 또한 표정이 굳었다.

“강 PD. 이 상황은 아직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우리 선에서만 알고 있는 일이에요. 그걸 어떻게 안 거죠?”

“음…… 저도 여러 정보통이 있어서,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들어서 유추를 한 겁니다. 어느 정도 확신은 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진짜인가 보네요.”

낚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라이언은 허망해졌다.

그렇다고 강대한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떠본 것은 아닌 듯해, 그 정도의 믿음은 있기에 재차 물었다.

“만약 그게 맞다고 하면, 혹시 계약을 되돌리자고 말씀하고 싶으신 건가요?”

언제나처럼의 가벼운 어조. 그렇지만 그 말 속의 무게는 심해와 같았다.

계약을 무효화하자는 것이냐. 그렇게 대놓고 묻는 것이니까.

그 도발적인 말에 매튜도 놀라워했다. 자기가 지금 알아들은 한국어가 맞는지 의심할 만큼.

“이봐, 라이…….”

그러나 라이언은 손가락을 입술에 모아 매튜가 다시 입을 다물게 했다.

“아닙니다.”

그리고 강대한은 라이언이 예상했던 답을 되돌려 주었다.

“이 계약은 저희한테도 중요한 거니까요. 되돌릴 생각은 없고, 그래서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해서 여쭤 봤던 겁니다.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저희도 사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라……. 차라리 먼저 물어봐 주셔서 후련하기도 합니다.”

“다행입니다. 그럼 한 가지 더, 기분 상하실지도 모를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그러시죠.”

강대한의 이어진 말에, 통역을 전해 들은 매튜와 그 말을 전한 라이언이 동시에 침묵했다.

잠시 후.

“……일단, 전화를 끊고 저희끼리 이야기 좀 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예. 기다리겠습니다.”

그가 전화를 끊고, 다시 방 안에 정적이 찾아들었다.

한참 뒤에야 라이언이 입을 열었다.

“……맥스 스케줄이 어떻게 되지?”

* * *

아이템 사용 조건이 달성됐다고 해서 별다를 게 아니었다.

나에게는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최소 포인트인 1,000P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정말 기획안을 눈 빠지게 보고, 다른 촬영들은 밤잠 설쳐가며 도왔는데.

그 포인트를 이렇게 달성할 줄이야.

사회와 본인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박주영 선배를 끌어안고 뽀뽀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야, 하지 마.”

“예? 뭘요?”

“뭐든. 너 지금 눈이, 헛소리하거나 헛짓거리할 때의 눈이었어. 하지 마.”

나와 같이 손발을 맞춰 온 경험이 많아서 그런가. 역시나 선배의 눈치는 빨랐다.

나는 히죽 웃었고, 박주영 선배는 더욱 놀라서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대표님, 저놈 저거 보십시오. 벌써부터 저렇게 부려먹을 생각에 눈에 불을 켜잖습니까.”

“난 모르겠다. 난 우리 강 PD를 믿어.”

서인하 선배는 그런 말만 남겨 놓고서 곧장 자리를 떠났다.

나는 치를 떠는 박주영 선배를 붙잡아 놓고, 시즌2 기획안 설명을 마저 끝내고, 거기다 ‘박주영’ 이름까지 다 집어넣은 버전을 메일로 던져주고 나서야 노트북을 닫았다.

“그럼, 정리되는 대로 곧장 넘어오시는 겁니다.”

“야, 나 일주일만 쉬면 안 될까.”

“저희한테는 그 일주일도 바쁩니다. 저도 빨리 다른 일을 해야 하고요.”

“대표님한테 듣긴 했는데. 뭔가 큰 계약 건을 앞두고 있다면서. 엘도라도 거냐?”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꽤 큰 제작 투자 건이라서요. 저는 빨리 손 떼고 그쪽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거 참…… 얼마 전까진 내 밑에서 일하던 놈이…… 이젠 정말 한참 커 있구만.”

박주영 선배가 옛일을 떠올리는 듯한 눈을 해 보여서, 나는 히죽 미소를 지었다.

“그때랑 사실 별달리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냥 밖으로 나오니까 만나는 사람이 달라져서 그렇죠. 선배님도 곧 그렇게 되실 겁니다.”

“그래…… 그렇게 돼야지. 그러려고 결심한 거니까. NBS 안은…… 후우, 말을 말자.”

“왜요, 뭔가 문제가 많습니까?”

“문제랄까…… 전략기획실 생긴 이후로는 다 그쪽 권한으로 돌아가니까, 옛날보다 더 빡빡해. 그게 짜증 났기도 하고. 거기다 플랫폼 만든다 어쩐다 하면서부터는 안 좋은 소문도 들렸고 말이야.”

그건 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었다.

“안 좋은 소문요?”

“그래. 곽 본이랑 신 이사가 원래부터 손잡고 있었고, 플랫폼 하나 제대로 띄우려고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소문. 뜬소문이지만, 사실 하는 짓 보면 그럴 만한 사람들이잖냐.”

“아무리 그래도…… 그러려고요.”

“그런 일이 일어나는 바닥이잖아. 현준영 PD 때도 뭐 누가 그런 일 했을 줄 알았어? 설마 설마 하던 일도 일어나는 곳이 이 바닥이야. 엘도라도도 조심해야 할걸.”

“엘도라도는 왜요?”

“신 이사가 엄청 로비 돈다는 이야기가 있어. 요샌 여의도에서 아예 산다더라. 그쪽이 그렇게 나온다면, 무슨 로비를 하겠냐. 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거지.”

내 생각보다 OTT 플랫폼 싸움은 한참 멀리 가 있었다.

단순히 콘텐츠만 잘 만들면 된다는 문제가 아니게 느껴진 것이다.

“아무튼…… 그래, 네가 그쪽 일에 전념해야 한다면, 나도 빨리 정리해야겠네. 날짜 정해지면 알려줄게.”

“예. 잘 부탁드려요.”

“부탁은 무슨. 우리 사이에.”

박주영 선배는 씨익 웃고는, 내 뒷머리를 툭 치고는 회의실을 나갔다.

서인하 선배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떠나는 그를 배웅하고서, 나는 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건물 휴게실로 갔다.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폰으로 엘도라도 계약서를 열었다.

좀 전에 선배에게 아주 양질의 정보를 얻었다.

어쩌면…….

[46%]

확률이 소폭 상승했다. 역시. 내가 정보를 얻은 것이, 옳게 작용한 것이다.

아직 큰일이 남았지만 한 발을 드디어 뗀 것이다.

“아이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네.”

나는 앱을 열어 상점으로 들어갔다.

[아이템 ‘변수 보기’를 사용하였습니다.]

[사용 포인트: 1,000P]

[현재 사용 중인 ‘엘도라도 독점작 제공 계약의 성사 확률’의 변동을 위해 필요한 변수를 표시합니다.]

[확률 구성 중 가장 비중이 큰 중요 변수만을 표시합니다.]

[중요 변수: 지사장의 결단]

비중이 큰 변수는, 말 그대로 그 변수에 따라 확률이 큰 폭으로 변화한다는 말이다.

상승, 어쩌면 하강.

다만…… 결단이라는 것은, 모든 결정권자의 마음에 따라 달렸다는 말이다.

“역시 만나야겠어. 지사장을.”

계약 체결에 시간이 걸린다면 사실 문제는 없다. 하지만 계약 체결 성사 확률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니, 그 확률을 무조건 올려야 했다.

지사장의 결단이 문제라면, 직접 만나서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대면하면 AGD 앱을 사용할 수 있다.

‘변수 보기’ 아이템의 한정적인 효과를 보충할 수 있다.

그것을 바라고, 내가 단단히 각오를 다지는 순간.

[사용자 ‘강대한’ 님의 인생의 분기점을 감지했습니다.]

[성실한 A.G.D 사용으로,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새 아이템이 해금되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메시지가 눈앞을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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