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75화 (175/200)

175화 협업

박지운은 신인급 배우지만, 그 이전에는 아이돌로서 잠깐 활동한 적이 있다.

비록 회사가 망하고 사장이 투자금을 들고 날라 해체당한 비운의 경력이지만, 박지운은 오히려 그것이 자신에게 좋은 자산이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더 라이벌> 때의 인터뷰 때였는데, 이번에도 사전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 경험을 언급했다.

그 경험이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저기! 빨리 설치 못 해?! 조명이 비잖아!”

“조명 어딨어!”

“예! 지금 갑니다!”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박지운이 조명팀으로 달려가, 조명 감독이 쥐여 주는 거치 조명을 가지고 촬영 현장을 가로질렀다.

그 와중에도 카메라 동선이 꼬이지 않게 돌아서, 카메라 뒤쪽으로 가 내려놓고서는 조명 감독에게 신호를 보냈다.

감독이 어어 하는 사이, 박지운은 또 다시 다른 기재를 짊어지고 연출팀 뒤로 빠졌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쌓은 빠릿빠릿한 동작이 하나도 빠짐없이 <V.I.P> 카메라에 담겼다.

“……쟤 이름이 뭐라고?”

결국 촬영 후반에 드라마 감독이 나에게 찾아와 말했다.

“박지운입니다. <라이벌>에서 류준혁 배우 라이벌 역으로 나온.”

“아아…… 그래. 금완승 감독이 눈독을 들였다고 했던 배우가 저 친구였지…….”

그가 연출팀 사이에서 원래 있었던 양 녹아들어 있는 박지운을 한차례 일별하고는 다시 나를 보았다.

“저 친구, 다음 스케줄 비어 있나?”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매니저에게 물어보시는 게…….”

“아, 그렇지. 미안하네, 친해 보여서 착각했군.”

그가 손을 저으며 미안하다고 하곤, 곧장 박지운의 매니저를 찾았다.

원래는 윤대명 매니저가 준혁이 형님과 같이 관리를 했었는데, <라이벌>의 흥행을 기점으로 전담 매니저가 배치되었다.

플래티넘에서는 배우 아카데미 발족과 더불어 관리 인원도 늘렸고, 배우 파트 매니저도 추가로 영입하는 등 아주 바쁘게 운영 중이었다.

그 사업 확장에 일조를 했다는 뿌듯함이 나에게도 있었다.

“컷! 한번 끊어 가자.”

감독이 마이크를 잡고 소리쳐서, 드라마 촬영이 휴식에 돌입했다.

물론 <V.I.P>의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면서, 휴식 시간의 제작진과 박지운을 계속해서 쫓았다.

박지운은 연출팀 막내 역할이라, 쉬면서도 계속해서 여기저기 불려 다녔다.

감독에게 평소 하던 방식대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정말 그대로였다.

“지운 씨, 여기 와서 선 좀 잡아 줘요.”

“이거 스크립트, 배우들한테 넘겨줄래요?”

“대본 수정 나왔어요. 스태프 전체에 공지해 주세요.”

드라마판도 예능판과 별다를 것 없이, 연출팀 막내는 FD의 역할을 해내야 했다.

박지운도 사실 그런 경험은 없어서 처음에는 헤맸지만, 삼 일차인 오늘은 꽤 능숙해져 모든 지시를 한 번에 이해하고 행했다.

여기저기서 그를 칭찬하는 스태프들 목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그것들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우철민 PD가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는 나에게 오길래 반갑게 말을 걸었다.

그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

“이거 봐 봐, 강 PD.”

그가 내민 스마트폰 화면에 기사 하나가 떠 있었다.

『NBS, 영화사 ‘바람처럼’과 힘을 합치다!』

심상찮은 기사 제목이었다.

그 아래로 이어진 기자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추경락 기자군요.”

“그래. 바람처럼에서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할 건가 봐.”

영화사 바람처럼은 <갈 데까지 간다>와 <무비 메이커>의 제작 중지 사태로 인해서 대외적인 마케팅을 거의 중단했었다.

금완승 감독의 말을 들어보니, 영화사 내에서 진행되고 있던 다른 영화들도, 제작은 진행되었지만 개봉이 뒤로 밀린다거나 하는 등의 조정이 있었다고 한다.

한 명의 배우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는 그렇게 지대했다.

그 바람처럼에서 다시 언론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꽤 시간도 지났고, 아마 다시 시작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앞에 달린 이름이 새롭네요.”

NBS.

나의 옛 직장의 이름이 바람처럼과 같이 언급될 줄이야.

우철민 PD에게서 폰을 받아 기사를 읽어 내렸다.

『……이번 협업은 NBS의 곽성찬 본부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그는 바람처럼의 신동욱 기획실장과의 첫 미팅에서 협업을 제안했고, 거기에 따른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바람처럼은 전작에서 이뤄내지 못한 방송계로의 진출을, NBS는 자사 콘텐츠의 영화화 등의 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

.

방송사와 영화사의 새로운 컬래버레이션이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곽성찬 본부장은 이런 단서를 달았다. “조만간 NBS의 주특기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형태로 찾아갈 예정입니다.” 그때가 기대되는 것은 본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곽 본이랑 신동욱 실장이랑 연결점이 있었나?”

“글쎄요……. 저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폰을 우철민 PD에게 돌려주면서 잠깐 촬영장을 훑었다.

아직 휴식 시간이 끝나지 않았고, 박지운도 연출팀과 함께 쉬고 있었다.

잠시 끊어 가도 될 타이밍인 듯해 나는 내 폰을 꺼내 일어났다.

“우 PD님.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난 감독님이랑 마무리 일정 조정하고 있을게.”

믿음직한 그에게 촬영장을 맡겨 두고, 밖으로 나와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기사 보셨습니까?”

“그래, 봤다.”

서인하 선배도 이미 기사를 본 뒤였다.

“바람처럼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려고 하나 본데. 곽 본이랑 손을 잡은 거면 꽤 공격적으로 나올지도 몰라.”

“NBS의 주특기라면 예능이겠죠?”

“그래. <무비 메이커>가 실패했지만, 어쨌든 바람처럼이 잘못했다는 평은 아니니까. 아마 거기서 제작한 예능을 방영하는 식이 되겠지.”

통화를 하면서 서인하 선배가 인터넷을 훑으며 알려주었다.

저녁이 되어 가지만 기사가 노출되면서 포털에 뜨기 시작하고, 역시나 바이럴마케팅이라도 되는 듯 곳곳에서 논란과 함께 퍼져 나갔다.

“어쨌든 주목도는 모은 것 같아.”

“노린 거라면 잘 먹혔네요.”

신동욱 실장도 그렇고, 곽성찬 본부장도 그렇고. 이런 마케팅을 이용하지 못할 타입은 아니다.

둘 다 직접 겪어 봤기에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계속 체크할 테니까 너는 촬영 마무리 잘해.”

“옙.”

든든한 선배의 전화를 끊고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려는데, 폰이 진동했다.

『허소윤CP』

“예, 강대한입니다.”

“기사 봤어요?”

다짜고짜 묻는다.

“좀 전에 봤습니다. 실검에도 슬슬 올라가는 것 같던데요.”

“왜 이래요, 왜 이렇게 태평해요?”

“어, 태평하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

나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 해 되물었다.

“NBS랑 손을 잡았다는 건 다소 놀랍긴 하지만, 바람처럼도 장사를 해야 할 테니 슬슬 나타날 때는 되었잖습니까. 아, 혹시…… <무비 메이커> 때문에 아직 신경 쓰시는 건가요?”

그런 건데 내가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거면 미안한 일이었다.

내가 미안함을 담아서 이야기하자 허소윤 CP가 매우 강력하게 부정했다.

“그건 이미 끝난 일이에요. 이번 <V.I.P>로 만회할 거라고 장담해 놨고요. 내가 신경 쓰이는 건, 굳이 이 타이밍에 기사가 올라온 사실이란 말이에요.”

“의도적인 거다…… 라는 말씀이십니까?”

“<V.I.P> 기사가 나가고 분위기 좋았는데, 지금 저 기사 하나로 NBS 쪽에 다시 화제가 옮겨지고 있잖아요. 거기다 바람처럼도 끼어 있는데, 의도적이지 않을 리가 없지 않겠어요?”

날카로운 분석이다.

그건 그렇지. 그건 나도, 우철민 PD도, 서인하 선배도 모두 하고 있는 예상이었다.

채널T의 허소윤 CP 입장에서는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뿐.

“뭐, 그래도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우리 방송만 잘 만들면 된다, 이 말인가요?”

“그것도 그렇지만요…….”

음, 나는 잠깐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말했다.

“며칠만 기다려 보세요. 저쪽 화제가 싹 가라앉을 기사가 뜰 테니까요.”

“네?”

이런 식으로 작용할지는 몰랐지만, 소스는 이미 넘어가 있다. 그렇기에 나는 태평한 것이다.

* * *

박지운 편의 촬영이 끝나고 곧바로 스튜디오 촬영이 시작됐다.

공식 촬영일은 있지만, 사실 패널들의 스케줄 조정이 어려워서 유연하게 일정을 짜 놨다.

첫 번째 스튜디오 촬영에서, 패널들이 모여서 준혁이 형님과 박지훈의 VCR을 지켜보았다.

대본은 어느 정도 있지만 필요한 리액션 이외에는 모두 리얼하게 진행되었다.

“금 감독님이 아주 벼르셨네요! 대체 그동안 얼마나 잘못하셨길래 저렇게 부려 먹으세요?”

“저는 억울합니다. 저만큼 고생 안 시킨 배우가 있는 줄 아세요? 그렇지 않냐, 지운아?”

“어…… 예, 그럼요!”

“야, 너. 대답이 늦다?”

박지운의 황망한 반응에 패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나는 스크립트에 자막 포인트를 기록했다.

작가진이 체크해서 기록하는 사이 VCR이 다음 박지운의 것으로 넘어가고, 그런 식으로 6시간에 달하는 첫 스튜디오 촬영이 종료되었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주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출연진을 배웅한 다음에는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아이윌로 돌아와서, 곧바로 촬영본에 대한 체크에 들어갔다.

1화, 2화 분량에 대한 체크를 하고, 구성까지 맞춘 다음에 스크린을 확인하자,

[78%]

만족스런 대박 확률이 나타났다.

편집도 되지 않은 버전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성이 높았다.

“어때 보여?”

우철민 PD가 옆에서 물어 와서 나는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대박 한번 내 보죠, 우리.”

“그래. 바람처럼에 지면 안 되지.”

허소윤 CP에게 1, 2화 구성안을 서버로 올려 공유하고서 연락을 하자, 늦은 저녁이었지만 그녀 또한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오늘 촬영장 분위기 좋았다고 들었어요.”

“벌써 소문이 났습니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자신 있네요. 티저 나오는 대로 보내세요. 편성 잡아 둘 테니까.”

허소윤 CP도 분명 일이 많을 텐데, 일처리는 매우 빨랐다.

왜 그녀가 CP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알 수 있는 점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방송이 차곡차곡 진행되는 동안,

『NBS―바람처럼의 새 예능, 베일을 벗다』

『NBS, 레트로 골목 놀이 예능 론칭?』

저쪽에서도 꾸준히 기사를 뿌리며 화제를 이어갔다

그사이, 우리는 성실히 편집을 하고, 티저를 준비했다.

굳이 크게 반응을 하지 않고서 우리 할 일만 열심히 하는 날이 그렇게 지나가던 날.

『KSB―아이윌 새 예능 론칭, 초읽기?』

홀연히 기사 하나가 떴다.

지상파 KSB에서 새로운 여행 예능이 론칭된다는 소식이었다.

물론 내가 민준기 기자에게 준 소스를 바탕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아이윌, 새로운 여행 예능 <미션 트립> 제작 발표, 방송은 KSB』

후속 기사가 포털을 수놓아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마지막 기사가 오전부터 등록되었다.

『KSB―아이윌의 여행 예능 <미션 트립> 메인 연출은 방수정 PD가 맡는다!』

그 기사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것은 허소윤 CP였다.

“방수정 PD요?! 미국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아, 예. 지금…….”

“돌아오시는 거예요? 돌아와서 아이윌에 합류하신다고요?!”

아니…… 대답할 시간을 좀 주시지.

허소윤 CP는 결국 흥분해서 당장 보고하러 간다며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이후로, 박주영 선배나 권민헌 선배도 차례대로 연락이 오고, 준혁이 형님한테도 전화가 왔다.

“어떻게 이렇게 숨길 수 있어?”

“하하하…… 충격요법이죠, 충격요법. 이것도 다 마케팅 아니겠습니까.”

“이, 이 요물 같은 녀석…….”

반응들을 보니 서인하 선배와 나의 예상대로였다.

[티저 오늘 올리죠 저희]

[허소윤CP: 그래요. 당장 편성 담당 멱살 잡을게요]

그리고 그날 저녁, <V.I.P>의 티저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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