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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공할 확률 100%-57화 (57/200)

57화 메인의 역할

“……!”

오지환의 눈이 커지는 게 보였다. 그것을 보지 못하고, 박주영 선배는 희희낙락하게 자리에 앉았다.

“대한아, 역시 정 팀장님이 괜히 지환이를 우리 팀에 넣은 게 아니었어.”

“왜요?”

“방금 얘기해 보니까, 얘 우리 회사 공식 채널 관리도 해 봤대.”

박주영 선배가 말하는 공식 채널이 어떤 채널인지 알 것 같았다. 케이블 채널은 아닐 거고.

“미투브나 네이버TV의 채널 말입니까?”

“어어, 그래. 그거.”

“그쪽 부서였어?”

“아니요…… 외주였습니다.”

오지환이 힐끔 민희를 보면서 대답했다.

동영상 플랫폼 공식 채널 관리는 각 팀에서 클립 영상 등을 만들어 업로드하는 식인데, 대표 계정 관리는 외주에 맡기고 있었다.

그 외주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BJ 쪽들 사정이라거나 회사라거나, 암튼 꽤 잘 알고 있다나 봐.”

“그거 잘됐네요.”

확실히 잘되었다. 그래서 오지환의 합류로 확률이 순조롭게 올랐던 모양이었다.

오지환이 부끄러워하는 듯 고개를 푹 숙이는 사이, 박주영 선배가 민희와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일단 민희를 소개했다.

“민희야. 여기가 오지환 PD. 오 PD, 우리 메인 작가인 이민희 작가입니다.”

“알아, 나도. 지환 씨, 오랜만이에요?”

민희가 친근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고개를 들었다가 눈이 마주친 오지환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아, 너무 티 나는데.

“어머, 아직도 그러네. 아직도 내가 무서워요?”

민희가 익숙하다는 듯 반응했다. 커피를 빨던 박주영 선배가 장난스레 웃었다.

“뭐야, 이 작가. 같이 일하면서 많이 갈궜었어?”

“절 어떻게 보고 그런 말씀을. 언제 누구 갈구는 거 본 적 있어요?”

“많이 봤지. 대표적으로 여기 대한이라거나.”

“그건 갈구는 게 아니라. 정이죠, 정.”

“초등학생도 아니고, 정을 왜 괴롭히는 걸로 표현하고 그래?”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자 금세 이야기가 딴 데로 샜다. 난 손을 저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막은 뒤 다시 오지환을 보았다.

“오 PD. 혹시 이민희 작가가 괴롭혔어요?”

“야, 아니라니까.”

“아, 아아아닙니다!”

오지환이 벌떡 일어섰다. 그가 분연히 외쳤다.

“저저정말로! 잘해 주셨습니다!”

“어, 그, 그래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 건지, 소리친 다음 오지환은 헉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가 다시 잽싸게 자리에 앉았다.

다시 고개를 푹 숙이는 게, 아아, 알겠다.

저게 무슨 반응인지 알겠어.

박주영 선배에게 눈짓을 보내자, 그도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민희. 두 남자의 시선을 받은 그녀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바꿨다.

“빨리 커피나 사 줘. 가지고 들어가야 해.”

“바쁜가 봐?”

“점심시간 끝나고 또 바로 회의야. 작가진 교체된 데도 많아서, 새로 구성이 짜일 거거든.”

“정 팀장님이 우리 팀에도 새로 배치될 거라던데.”

“안 그래도 그 이야기도 나누게 되겠지. 회의 끝나는 대로 연락 줄게.”

민희가 손을 내밀었다. 멀뚱히 그것을 보고 있다가, 아 하고 깨닫고 내 카드를 주었다.

내 카드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를 시키고 돌아온 민희가 카드를 돌려주면서 인사했다.

“그럼 나중에 봐요. 지환 씨도, 앞으로 잘 부탁해요.”

“어, 네. 네.”

딱딱하게 인사하는 오지환에게 싱긋 웃어주고서 민희는 카페를 나갔다.

본의 아니게 쫓아낸 듯한 형태가 되었지만, 일단 그러는 편이 나아 보였다.

오지환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베베 꼬고 있었으니까.

* * *

오지환을 먼저 올려보낸 뒤, 담배 꼬나문 박주영 선배의 옆에 섰다.

“어떡하죠.”

“뭘 어째. 니 여친 넘보는 건데. 왜? 내가 대신 패 줘?”

“아, 선배. 제발요…….”

지치지도 않는 사람이라니까, 정말.

“선배도 이런 일 처음입니까?”

“<당잠사> 때도 그렇고. 팀 내에서 연애사 같은 게 있었어야 말이지.”

효명이는 PD와 작가가 사귀는 경우 많지 않냐고 하지만, 사실 정말로 연애가 시작되는 경우는 또 의외로 드물다.

같은 팀에서 몇 개월 구르다 보면 좋든 싫든 너무 많은 부분이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연애로 이어지기 힘든 거라고 선배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민희도 모르진 않는 것 같았죠?”

“저렇게 티를 내는데 어떻게 모르냐. 너나 나나, 연애에 무식한 사람들도 다 보이는데.”

“선배는 그렇다 치고, 왜 거기다 저까지 넣습니까.”

“너 마지막 연애가 언젠데.”

나는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별일 없겠죠?”

“없어야지. 없게 하는 게, 메인의 역할이고.”

“은근히 저한테 떠미는 것 같습니다.”

“팀원 관리는 메인이 하는 일이야. 그걸 서브가 하리?”

그건 맞는 말이라서 또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후우, 민희랑 다시 자리하기 전에 날 잡아서 한번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그래. 혹시 필요하면 부르고.”

그래도 든든한 선배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 면담은 내 예상보다 빨랐다.

[이민희작가: 작가진 두 명 보충 확정!]

[박주영선배: 두 명이면 빡빡하긴 해도 괜찮네.]

[이민희작가: 근데 둘 다 남은 일 때문에 이번 주 시간이 안 된다는데, 그냥 오늘 저녁에 밥이나 먹는 건 어때?]

[난 괜찮음. 인사야 빠르면 빠를 수도 좋지.]

[박주영선배: 나도 콜]

[이민희작가: ㅇㅋ 두 사람한테 말해둘게요. 난 육회 먹고 싶음]

“얜 왜 갑자기 육회래.”

“육회에는 또 소주지.”

옆자리의 박주영 선배와 함께 피식한 다음 답장했다.

[다른 사람 의견도 안 물어보고?]

[이민희작가: 괜찮댔어]

[박주영작가: 우리 의견은?]

[이민희작가: 그래서, 안 괜찮다고요?]

[박주영작가: 예이, 예이. 진로가 정해졌으니 이렇게 좋은 데이엔 처음처럼 소주를 먹어야지]

[이민희작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콜]

[전에 갔던 데 가면 되겠네. 예약 잘 부탁합니다.]

[이민희작가: ㅇㅇㅇㅇㅇㅇ]

단톡방에서 그렇게 약속을 잡은 다음, 팀장 자리에 있는 정민우 팀장에게 갔다.

“팀장님. 오늘 저녁에 저희 팀이 급 회식하게 되었는데…… 카드 좀…….”

“그래? 인사하기로 했어?”

“예. 작가도 정해졌다고 합니다.”

“나도 아직 연락 못 받았는데. 임 작가님이 역시 일이 빨라.”

정민우 팀장은 서랍에서 법인공용카드를 꺼내서 나에게 주었다.

“크게 쓸 거야? 그럴 거면 그냥 내 거 주고.”

“아니요, 식사만 할 겁니다. 반주도 조금.”

“그래. 앞으로도 크게 할 거면 미리 말해.”

카드를 받고 인사를 한 다음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몸을 돌린 나와 눈을 마주친 박주영 선배가 턱짓을 했다. 그 방향에, 잠깐 자리를 비웠던 오지환이 자기 자리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에휴, 생각보다 이 시간이 빨리 오다니.

“오 PD. 잠깐 커피 한 잔 할까.”

“어, 예.”

오지환이 다시 벌떡 일어났다. 난 그를 이끌고 휴게실로 향했다.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 있어도 중요한 약속 아니면 좀 미뤄줬으면 좋겠는데.”

“아, 아무 일 없습니다.”

“그럼 다행이네. 저녁에 우리 작가진이랑 반주하기로 했어. 육회 좋아해?”

휴게실 문을 열면서 그렇게 물었는데,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안 났다.

돌아보자, 문을 붙잡은 오지환이 그 자리에 얼어 있는 것이 보였다.

“오 PD?”

“아, 네! 괘, 괜찮습니다.”

그가 서둘러 문을 닫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난 진득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안 되겠다.

그냥 대놓고 물어야겠다.

“혹시 민희, 좋아해?”

“……!”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KTX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뻔한 얼굴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티가 날 수 있나.

그가 춤추는 동공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자, 나는 2차로 한숨을 쉬고서는 자판기에서 커피 캔 하나를 뽑았다.

“마셔. 마시고 일단 진정부터.”

그가 손을 떨면서 내가 내미는 커피를 받았다.

일단 자리에 앉힌 다음, 캔커피 한 모금 마시는 걸 기다려 주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한참 기다린 다음의 첫 마디가 그것이었다.

“음……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아마 본인 행동 봤으면 민희도 알걸?”

“……!”

음, 지금도 표정으로 감정이 드러난다. 매우 솔직한 친구구먼.

나는 다시금 진득한 한숨을 내쉬고서 이야기했다.

“나한테 중요한 건, 어쨌든 이 팀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겠냐는 거야.”

오지환의 합류로, 최적의 출연진을 꾸리고자 하는 확률은 올라갔다. 더욱이 미투버 등에 대해 잘 안다는 걸 봐서는 우리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존재였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민희와의 관계.

하지만 이 문제는 오지환 스스로가 결론을 내려 줘야 할 문제였다.

오지환은 대답이 없었다. 캔을 그저 꽉 잡고 있을 뿐이었다.

뭐라고 더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가면 될까.

나도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잘 생각해 봐. 오 PD 스스로한테도,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착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일 거니까. 오 PD가 감정 때문에 계속 불편해하면…… 문제가 있지 않겠어? 어떤 쪽으로든 결론을 내면 좋겠어.”

“네…….”

“그 말 하려고 불렀어. 커피 다 마시면 가자.”

개인감정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결국 믿고 있을 수밖에 없다.

* * *

민희에게 보충되는 작가들 이름을 듣고, 기획안에 기입했다.

[78%]

‘74%’였던 확률이 조금 더 상승했다. 연출진이 좀 더 나아졌다는 의미였다.

저녁 시간이 되자 박주영 선배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가 일어서자, 오지환도 눈치를 보고 있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육회, 육회. 소주, 소주.”

박주영 선배가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오지환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지환아, 육회 좋아하냐?”

“조, 좋아합니다.”

“진짜? 소주는? 술 좀 마셔?”

“조, 조금요…….”

“이야,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소주를 마실 줄 아는구나, 네가. 대한이는 맨날 맥주만 찾아서 재미가 없는데.”

“선배, 그렇다고 제가 언제 소주 마시자는 거 거부한 적 있습니까.”

“그러진 않지만, 맥주 달라고 투정은 부리지.”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앞서 나가는 두 사람을 노려보면서 뒤따라갔다.

오지환은 태도가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선배에게도 일단 이야기는 해놔서, 어색해지지 않으려고 마크해 주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일단 만나 보자는 생각에, 민희가 좋아하는 육회집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건 우리인 모양이었다.

민희의 이름을 대고, 구석 자리에 배정받아 자리에 앉자 박주영 선배가 솔선하여 메뉴와 술을 시켰다.

그사이 작가진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이야! 어서들 와!”

활기찬 인사와 함께 민희가 고개를 내밀고, 그 뒤를 따라온 작가들이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미 이야기를 듣고 알았지만, 그중에는 <당잠사> 팀에서 막내 작가였던 구은경 작가도 있었다.

“은경 씨,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셨어요? 강 PD님 잘나가시는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무슨 그런 헛소문이.”

아는 얼굴이 있어서 좀 더 분위기가 유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남자 셋, 여자 셋의 구도가 형성되면서 자리에 앉으려는데, 안쪽에 앉아 있던 오지환이 자리를 양보하려고 일어서는 찰나에 민희가 불쑥 말했다.

“지환 씨. 앉기 전에 나 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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