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43화 (43/200)

43화 본 무대

토요일. 오늘이 <드림 어게인>의 공식적인 마지막 촬영일이었다.

연습 영상과 인터뷰는 이미 전부 땄고, 마지막 버스킹만 남겨 둔 상황. 무대는 여의도 한강공원이었다.

방송은 지난주에 2화가 방영되었는데, 이미 부산 광안리 버스킹 모습까지 나간 뒤라 사람들 관심이 꽤 폭발적이었다.

여태까지 그랬듯 버스킹은 게릴라적으로 진행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강공원 주차장에 차가 서고, 엑시트 멤버들이 선글라스니 마스크니 얼굴을 가린 채 차에서 내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행인들이 알아보고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엑시트다!”

“여기서 버스킹할 건가 봐!”

엑시트 멤버들은 마스크를 슬쩍 내리고, 손 인사와 함께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준비 좀 하고, 버스킹 할게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같이 즐겨 주세요!”

한강공원에 놀러 나온 사람들이 갑작스레 분주해지는 동안, 우리 제작진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카메라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멤버들을 체크한 다음에, 서인하 부장이 물었다.

“오늘 타이틀곡 낼 거지?”

“예. 마지막 곡이 될 겁니다.”

“그다음에 임 작가하고 인사시킬 거고?”

“……네. 미리 말은 해 뒀습니다.”

서인하 부장이 모니터를 진득하게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난 빼 주면 안 될까.”

“안 됩니다. 저 혼자는 어렵습니다.”

“……어휴. 내가 왜 쪼는 건지, 진짜.”

임윤주 작가의 그 칼 같은 스타일은 이제 충분히 알게 되었다. 깐깐해 보이는 건 외모만이 아니었다.

서인하 부장은 더 오래 알아 온 만큼 더 겁을 내는 것 같았다. 하긴, 방수정 PD한테도 절절맸던 분이다.

알고 보면 제일 불쌍한 사람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마지막 촬영은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사실 오늘이 저희 버스킹 마지막 날이에요.”

“아쉬워요! 다시 해 주세요!”

“하하, 이렇게 아쉬워해 주시니 참 감사하네요. 저희도 여러분 덕분에 이 마지막 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효명이는 멤버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한 마디씩 인사를 남기게 했다.

아론, 허민, 기한, 창호까지. 각 멤버들이 마지막 버스킹에 대한 소회를 남긴 후, 효명이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지난 몇 주간, 정말 저희의 꿈을 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즐겨 주셔서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언제고 다시 이런 식으로 여러분 앞에 찾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생했어요!”

“기다릴게요!”

추산 400명이 넘게 모인 앞에서, 효명이의 마지막 멘트가 이어졌다.

“그럼 마지막 곡으로, 그동안 <드림 어게인>을 통해 만든 저희 컴백 타이틀곡을 들려 드릴게요. 제목은 ‘드림 어게인’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론의 드럼 소리와 함께 마지막 연주가 시작되었다.

이 곡은 촬영 처음부터 시작해서, 그동안의 촬영 동안 줄곧 다듬어 온 곡이었다.

제목이 너무 노골적으로 프로그램명과 같지 않냐며 내가 뭐라고 했었는데, 효명이는 외려 프로그램 제목이 자기 아이디어를 뺏은 거라며 반쯤 농담인 반박을 했다.

하기야, 드림 어게인만큼 지금 엑시트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없었다.

스크립트상 마지막 5화에 들어갈 예정이고, 촬영 처음으로 돌아가 이 곡에 시작부터의 이야기를 첨가할 계획이었다.

효명이와 창호의 보컬이 덩달아 들어가며, 서정적이며 밝은 노래가 울려 퍼진다.

관객들은 앉거나 서서, 옆사람에게 기대거나 손을 잡고, 그렇게 지금의 날씨와 딱 맞는 노래를 즐겼다.

“관객들 표정 놓치지 마. 저기 뒤쪽, 4번 카메라로 줌해.”

서인하 부장이 모니터를 보며 지시하는 사이, 노래가 끝났다.

“노래 좋아요! 앨범 살게요!”

“스트리밍 할게요!”

“수고했어요!”

마지막 버스킹 촬영이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분위기 좋네. 마지막 화도 잘 나오겠어. 전반은.”

서인하 부장이 의미심장한 소리를 내뱉었다. 옆에 있는 것은 나뿐.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반부 구성은 확실히 다 채운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제…… 후반부네요.”

최종화, 5화의 스크립트는 이미 확정되어 제작진이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서인하 부장과 나 사이에는 전혀 다른 스크립트가 있었다.

그 스크립트상에서, 이 마지막 버스킹 촬영은 5화의 마지막이 아니라 중반까지의 내용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후반을 위한 작업은 이제 들어가야 했다.

버스킹 촬영이 정리되고, 악기를 모두 챙긴 엑시트 멤버들이 버스에 올랐다.

그 버스에 나와 서인하 부장, 그리고 임윤주 작가가 몰래 올랐다. 그전에 이미 임윤주 작가에게는 며칠 전 있었던 사정까지 설명한 뒤, 석고대죄를 하듯 사과도 했다.

“카메라 찍고 있지?”

버스 안의 캠들은 모두 회수된 상태. 나는 대신 촬영팀에서 다른 캠 하나를 빌려와 녹화 버튼을 눌렀다.

“인사드리러 왔어요.”

임윤주 작가가 우리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불쑥 입을 열었다.

어차피 얼굴 모르는 사이는 아니라서, 케이 록페스 무대에 관해 당분간 공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사였다.

“효명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입이 참 무거운 사람이었군요.”

임윤주 작가는 칭찬인지 뭐지 모를 이야기로 효명이를 흔들었고,

“하하하. 제작부장님이 무서웠거든요.”

효명이는 능글한 태도로 그것을 받아넘겼다.

이럴 때는 효명이의 친화적인 성격이 참으로 대견하고 힘이 된다.

임윤주 작가는 효명이가 나서서 애교를 부려 준 덕분에 결국 마음을 푼 것 같았다.

아무튼 이로써 엑시트의 케이 록페스 무대에 대해 알고 있는 제작진은 세 명이 되었다. 이번에도 민희는 제외됐다.

아이디어 제공자, 미안……. 술 살게.

“내일 몇 시라고 했죠?”

“현장 도착은 12시. 무대는 2시입니다.”

“복면은요?”

“송일현 매니저가 잘 준비해 뒀답니다. 통화로 체크했습니다.”

“이왕 하는 거, 철저하게 잘 숨겨야 해요. 다들 그건 잘 알고 있죠?”

그 광경을 보던 서인하 부장이 한마디를 던졌다.

마치 전쟁 전야의 출사표처럼.

“다 해결됐으니, 이제 정말 내일이 마지막이야. 내일 무대가 어떻게 되든, 서로 최선을 다하는 걸로. 오케이?”

“네!”

엑시트는 단단히 대답했다.

* * *

마지막 버스킹에 대한 인터넷 기사들과 시민들의 반응이 인터넷을 수놓는 사이.

<드림 어게인> 3화가 방영되면서 시청률은 한 차례 더 뛰었다.

새로 만들어진 채널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시청률. 4.3%.

인터넷의 혹자는 효명이가 출연한 <당잠사>와 비교하면서 비판하기도 했지만, <드림 어게인>은 어디까지나 아이돌 리얼리티.

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그러한 비판은 단숨에 수그러들었다.

수그러든 자리를 차지한 것은 엑시트가 가진 음악성이었다.

『<특집> 아이돌에게 음악성을 찾다1_엑시트 편』

『엑시트, 보이그룹의 한계를 깨다』

『춤과 랩만이 전부인가? 음악성과 아이돌성의 균형, 엑시트에서 찾다』

―요새 새삼 엑시트 노래 찾아듣고 있음. 얘들 노래도 꽤나 자작곡 아니던가?

―원곡도 좋고, 버스킹 한다고 편곡한 것도 좋더라 ㅇㅈ

―버스킹 버전으로 안 나오나?

―플래티넘 일해라! 버스킹 버전으로 음원 내라!

―(대충 내 지갑을 가져가라는 짤)

―컴백 싱글에 나오지 않을까? 완전 밴드 콘셉트라메?

―오늘부터 행회 풀로 돌린다 ㅇㅇ

몇 개의 특집 기사들과 칼럽, 그리고 시청자들의 네티즌의 반응까지.

처음 <드림 어게인>을 만들면서 목적으로 한 화제성은 이제 충분했다.

남은 것은 케이 록페스 무대의 성공 여부.

[95%]

아직 확률은 5%가 부족했지만, 이번만은 100%의 확률에 도달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만, 만족한 것과 별개로 그 결과가 궁금하긴 해서 계속 힐끔거리고 있긴 했다.

“어서 오세요. 엑시트 여러분도. 어머, 이분은 처음 뵙는 분이시네요.”

무대 뒤에서, 엑시트를 위해 배정된 대기실에 김유미 팀장이 나타났다.

“임윤주 작가님이십니다. 메인 작가님이세요.”

“반가워요. 서인하 부장님 밑에서 일하시는 거면, 고생하시겠네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죠 뭐.”

뭐지. 직업 전선을 뛰어다니시는 두 여성분이, 만나자마자 뭔가의 공감을 이뤄 내고 있었다.

“자자, 인사를 끝냈으면 일단 조정부터 해 보자고.”

서인하 부장은 서둘러 이야기를 끊었다. 흡사 자기 욕이라도 나올까 봐 걱정인 사람 같았다.

김유미 팀장은 금요일부터 이어진 케이 록페스 진행 동안 몇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고 우리에게 공유했다.

주로 이동 노선과 카메라 배치의 문제였는데, 카메라 배치는 직접 내가 다니면서 확인해야 했다.

“3번 카메라가 안 될 것 같습니다, 부장님.”

“그래? 그 각도에선 아예 안 돼?”

“좀 더 뒤로 빼면 될 것 같긴 한데, 무대가 과하게 담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지. 일단 그렇게 두고, 추가 영상은 내가 운영 측이랑 교섭해 볼게.”

오늘 촬영팀은 전부 외주였다. 제작진들 모르게 하는 거라 어쩔 수 없었다. 서인하 부장이 잘 알고 있는, 입단속까지 시킨 회사였다.

촬영분에 이질감이 안 들게 하려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들에게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고 대기실로 돌아와서 숨을 돌리고 있다가, 효명이로부터 곧 도착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얼른 뛰어나가 주차장 구석에서 엑시트를 만났다. 오늘은 일부러 허술한 세단 두 대에 나눠 타고 오게 했다.

그런데 막상 차에서 내리는 걸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멤버들 전원이 인형탈을 쓰고 차에서 내렸던 것이다.

복면을 구하랬더니, 어디서 저런 걸 구했을까 싶어서 웃음이 났다.

사각형 커다란 얼굴인 게 꼭 마인 뭐시기 하는 게임이 연상된다.

저 정도면 키즈 크리에이터로 개인방송을 해도 대박을 칠 것 같았다.

어쨌든 마냥 웃고 있을 때가 아니어서, 신속하게 대기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무슨 첩보 영화라도 찍는 것 같네요.”

그 탈을 뒤집어쓰고서……?

“아, 찍어보고 싶다. 첩보 영화 좋아하는데.”

“지금 영화 타령할 때냐. 무대가 코앞인데.”

아론이 태평한 소리를 하자, 흔하지 않게 창호가 핀잔을 주었다. 창호 또한 이 무대에 다소 흥분해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엑시트 도착했어요?”

서인하 부장과 임윤주 작가가 운영 측과 교섭을 간 사이에, 다시 김유미 팀장이 나타났다.

천막의 가림막을 걷고 나타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내가 물었다.

“화장…… 하셨습니까?”

아까 임윤주 작가랑 같이 인사 나눴을 때는…… 노메였던 거 같은데.

“쉿.”

김유미 팀장이 싱긋 웃어 보여서,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저 웃음에 목이 비틀릴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져서였다.

“복면일 줄 알았는데 인형탈인가요? 귀엽네요.”

분명 말끔하게 화장을 한 얼굴로 김유미 팀장이 엑시트에게 인사 겸 말을 건넸다.

“방금 오셔서 수고로우시겠지만, 이동 경로 체크하셔야 해서요. 탈 좀 다시 써 주시겠어요?”

이윽고 엑시트와 내가 김유미 팀장을 따라 대기실부터 무대까지의 경로를 확인했다. 원래 받았던 배치도와 배치가 달라져서 다소 복잡해졌지만, 그 자체로 김유미 팀장의 배려라는 게 느껴졌다.

“이 동선이면 좀 더 관객들로부터 가려지겠네요.”

“정체 들킬 걱정은 더 없어졌으니 안심하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팀장님. 저희 열심히 할게요.”

복면을 뒤집어쓴 효명이가 인사를 하자, 김유미 팀장이 윙크를 살짝 하면서 이야기했다.

“감사하면 나중에 사인 좀……. 오늘은 앨범이랑 포스터 전부 다 가지고 왔어요.”

그게 몇 개일까.

엑시트가 전부 굳는 사이, 김유미 팀장은 호출을 받고 돌아섰다.

“아무튼! 그럼 차례 올 때 연락 드릴 테니까 준비하고 계세요!”

그녀가 즉각 사라진 뒤 효명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위로를 보냈다.

“보통이 아니지?”

“형 주변은 원래 다 저렇잖아요…….”

……벌써 피곤한 것 같다.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준비는 끝났다.

관객들 입장 전에 무대에서 한차례 드라이 리허설을 가지고, 다시 내려와서는 대기실에서 합주를 맞추었다.

서인하 부장과 임윤주 작가는 스크립트 체크를 하면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나는 그들을 도우면서 자잘한 심부름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다가온 공연 시작 시간, 2시.

대기실로 다시 달려오는 중에, 얼굴에 뭔가가 떨어지는 감각이 들었다.

“……비?”

하늘을 올려다보니 먹구름이 어느새 진득하게 깔려 있었다.

뭐지, 오늘 비 예보 없었던 것 같은데. 비가 굵진 않았지만 자못 걱정되었다.

“밖에 비가 오는데요.”

“뭐?”

복면을 반쯤 머리에 걸치고 연주를 맞춰 보던 엑시트도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막 쏟아질 것 같진 않은데…… 비가 내려도 공연에는 문제없을까요?”

“웬만큼만 내리지 않는다면 이런 야외공연은 그냥 진행할 텐데. 일단 확인해 봐.”

서인하 부장의 말에 내가 폰을 꺼내려 할 때였다.

“비 오네요.”

천막을 걷고 김유미 팀장이 나타났다. 그녀의 머리가 비에 추적추적 젖어 있었다.

불길함이 들었다. 아무리 연습을 반복해도 [95%]에서 확률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을까?

“물론 무대를 취소할 정도는 아니에요. 다만 복면을 쓰고 연주를 해야 하잖아요. 마이크 소리도 영향을 받을 거고, 빗속에서 연주한 경험도 없지 않아요?”

우리의 시선이 엑시트를 향했다.

확실히, 이런 경우를 상정하고 연습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더욱이 비가 오는 중에 라이브 연주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그때, 효명이가 복면을 슬쩍 밀어 올리며 단단히 대답했다.

“비 오는 정도로 포기할 만큼, 저희가 그렇게 약하진 않아요. 어떻게 잡은 무대인데요. 비가 와도, 태풍이 불어도, 저희는 무대에 설 겁니다. 그치?”

“당연하지.”

“물론이지, 형!”

창호마저 엄지를 치켜드는 것을 본 뒤, 효명이가 다시 말했다.

“무대에 세워만 주세요.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기시고요.”

“…….”

김유미 팀장이 가만히 그를 보고 있다가, 내게 고개를 홱 돌렸다.

“이 장면, 다 촬영하고 있죠?”

대기실에서 거치 카메라들이 있다.

“어어, 네. 그럼요.”

“나중에 이 부분 원본 영상으로 좀 잘라 주세요. 평생 소장각이니까.”

그녀는 흥분한 얼굴로 대기실을 뛰쳐나갔다.

저 정도면 성덕보다 한 단계 더 대성한 것 같다.

서인하 부장이 엑시트를 보며 말했다.

“그래.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너희를 믿을 수밖에 없지.”

그렇다.

우리 같은 제작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무대를 만드는 것까지.

그 뒤는 출연자들이 어떻게든 만들어내기를 믿고 지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 정말 그렇구나.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믿고 기다리는 것뿐이구나.

묘한 깨달음이 다가왔다. PD가 무엇인지, 방송을 제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알게 된 느낌이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한 발 나아가고자 할 때, 효명이가 늘 같이 해 줬다.

늘 고비마다 이 친구는 잘해 냈고, 잘해 주었다.

이번에도 나는 이 말을 할 뿐이다.

“잘 부탁해.”

“걱정 마세요, 형. 성공시키고 올 테니까.”

효명이가 메신저 이모티콘처럼 엄지를 척 추켜올렸다.

그렇게 정체불명의 복면…… 아니, 인형탈 밴드 ‘더 마스크’가 케이 록페스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튿날, 월요일.

『<금주의 화제> 인형탈 쓴 빗속 밴드, 그들은 누구인가!』

『인형탈 밴드, 실시간 검색어 장악!』

『케이 록페스에서 만들어진 전설의 레전드! ‘더 마스크’!』

인터넷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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