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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195화 (195/260)

# 195

195화.

[이렇게 거대한 몬스터는…… 처음 보는군…….]

시야에 전부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거대한 몬스터와 마주하게 된 케이나가 침착함을 되찾으려 애쓰며 그렇게 말했다. 정시우는 그녀의 말에 그저 마른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이걸 몬스터라고 불러도 될까 모르겠네.”

[나는 헤데아 님의 심복, 이 세상을 그분으로 적시기 위해 이 세계에 강림한 그분의 파편…… 크라켄이다.]

크라켄이 이렇게 거대한 생물이었단 말인가. 정시우는 자신이 발하는 마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점차로, 느긋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괴물을 앞에 두고 대체 어떻게 싸워야 할까 고민했다.

‘마신의 징벌을 최대한 거대화한다고 해도 놈이 그걸 알아차리기나 할까 모르겠네. 데미지가 안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덩치에서 나오는 놈의 체력을 감안해 본다면.’

문어라는 이미지에 충실하게 놈의 다리는 일단 여덟 개이기는 했다. 다만 다리 하나의 두께가 정시우 백 명을 겹쳐 놓은 것보다도 두껍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욱이 그 안에 깃든 마력은 지금의 정시우로서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지구가 받아들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텐데 어떻게 해서 이런 괴물이 지구로 넘어온 것일까, 애초에 신의 파편이 이 정도라면 신 본인은 얼마나 거대한 것일까…….

[뿌이!]

그때, 놈을 앞에 두고 세이락시아가 덩치를 불렸다. 세이락시아 또한 지구의 바다에서 탄생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마력을 타고난 생물!

순식간에 녀석의 덩치가 50미터, 100미터…… 끝내 200미터에까지 달했다. 두께만으로는 녀석의 다리 하나에 비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

“틀렸어.”

수아린이 좌절했다. 저 크라켄이 다리 하나만 휘둘러도 세이락시아는 짜부가 되고 말 것이다! 제아무리 정시우가 강해도, 저 몬스터를 때려잡기 전에 지쳐 죽고 말 터였다.

“케이나, 데미지 입힐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굴욕적인 질문에 굴욕적인 대답밖에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하군. ……나로선 불가능하다. 저 마물의 육신은 단순히 거대하기만 한 게 아냐. 굉장히 농밀한 마나가 압축되어 있어…… 저 육신에 해를 입히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놈의 마나를 깎아 내는 수밖에는 없어.]

그것은 지금 저 크라켄이라는 놈이 정시우의 꿈에 나타났던 드래곤과 동일한 경지에 이르러 있다는 얘기인가? 정시우는 그렇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적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래. 난 저것보다 훨씬 완벽한 존재를 이미 알고 있다.’

크라켄이 드래곤보다 못한 이상, 분명 놈의 몸에는 결함이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용의 힘을 지닌 정시우가 그 결함을 찾아내지 못할 리 없다. 그리고 어떤 작은 틈이라도 존재하는 이상 정시우는 반드시 그 틈을 찔러 이길 수 있었다. 그렇게 믿었다.

“케이나가 무리라면 혼자라도 맞서는 수밖에 없겠지.”

[뿌우우우!]

“그래, 뿌이 너도 있구나.”

정시우와 세이락시아가 전의를 고취시키고 있으려니 케이나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기껏 군단장으로 임명해 줬는데, 이제 막 길들인 고래보다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니…… 면목이 서질 않는군.]

“앞으로 더 강해지면 되는 일이지. 세하랑 함께 말이야.”

정시우가 가볍게 내뱉은 말에 케이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도 다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그에게 실로 어울리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전의가 돌아온 것 같군.]

여태껏 별 공격도 해 오지 않고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크라켄이 문득 목소리를 냈다. 녀석의 목소리에서는 뜻밖에도 순수한 기쁨이 느껴졌다.

[훌륭하다. 풀 에이지의 존재들조차 나를 마주 보지 못했거늘.]

“…….”

그렇다는 것은 여기서 이 녀석만 꺾으면 풀 에이지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겠지. 정시우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해머를 들어 올리며 짧게 말했다.

“케이나, 애들 데리고 튀어.”

[알겠다. 조금 무리를 하게 된다만 괜찮겠는가.]

“괜찮아. 눈앞에 아주 거대한 마나 덩어리가 있으니까.”

“오빠……?”

정시우와 케이나가 주고받는 영문을 모를 말에 불안감을 느낀 수아린이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정시우는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아직 전투를 위한 축복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축복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면…… 가.”

[이겨서 돌아와라, 주인님.]

“자, 잠깐! 꺄악!”

“큭!”

케이나가 탄 바이크가 급발진했다. 용세하와 수아린을 차례로 낚아챈 그녀는 크라켄이 무엇을 어찌해 볼 사이도 없이 여태 그들이 지나온 경로를 통해 사라져 갔다. 그리고 크라켄이 뻗어 내는 마나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 던전의 틈을 찢어 열고 탈출했다.

그것은 정시우가 여태껏 수중던전에서 마음껏 활개를 치며 여러 구역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기 때문이기도 했고, 크라켄이 모습을 드러내며 가뜩이나 불안했던 수중던전의 구조가 한껏 헐거워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깝군. 조금만 더 성장하면 저 마법의 기사와도 제법 좋은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너…….”

크라켄이 방해할 것을 대비하여 마나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던 정시우는 크라켄이 일절 움직이지 않는 것에 조금 놀라 눈썹을 찌푸렸다.

“잡지 않는구나.”

[내 눈앞에 있는 너만 잡으면, 그들을 모두 잡은 셈이 될 테니까. 오히려 네게만 집중하게 되어 나로선 더욱 편하다.]

그것은 즉 정시우와 서포터들, 케이나와의 사이에 있는 연결 관계를 읽어 냈다는 얘기다. 실로 유감스럽게도 크라켄의 마나를 읽어 내는 능력은 지금의 정시우에 비해 쳐지지 않는 수준인 듯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이것으로 유예는 끝났다는 사실이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뿌이, 크기를 줄여.”

[뿌이.]

크라켄의 거대한 다리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정시우가 더 늦기 전에 세이락시아에게 지시했다. 녀석도 정면으로는 크라켄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을 읽어 낸 것인지 순순히 정시우의 말에 따랐다.

[막아 내 보거라!]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

200미터 가까이 부풀었던 녀석의 덩치가 고작 2미터 언저리로 줄어든 직후, 시커먼 문어 다리가 그들을 노리고 쇄도했다. 두께 수십 미터, 길이 5킬로미터를 넘기는 다리가 음속을 가뿐히 넘기는 속도로 날아든 것이다!

“큭!”

[뿌우우우우!]

놈의 공격이 직접적으로 닥쳐오는 바로 그 순간, 정시우와 세이락시아에게 무지막지한 마나의 압력이 밀려들어 그들의 행동을 억제하려 들었다. 육신과 함께 마나를 움직여 같은 목적을 이루는 것, 정시우가 꿈꾸는 마나와 육신의 동화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후…… 하아아아!”

그러나 정시우도 폼으로 용의 감각을 익힌 것은 아니었다. 세이락시아와 하나가 되려는 듯 녀석과 바짝 밀착한 정시우는 필사적으로 마나를 뿜어내어 크라켄의 마나를 밀어내며, 자신과 세이락시아만을 간신히 커버하는 영역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긴급탈출 스킬을 발동하여 녀석의 다리를 피해 수중으로 그 자신과 세이락시아의 몸뚱이를 튕겨 냈다.

[음!?]

결과적으로 크라켄의 다리는 정시우와 세이락시아를 스치지도 못하고 수중을 갈랐다. 순식간에 수 킬로미터 이상 뒤로 물러난 정시우와 세이락시아의 모습에 크라켄이 놀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저항하다니……?]

직후 아무런 경고도 없이 재차 다리가 날아들었다. 그것도 두 개! 제각기 2킬로미터도 넘는 다리가 끔찍한 압력을 뿜어내는 마나와 함께 교차로 날아드는 모습에 순간 죽음을 떠올린 정시우였으나, 침착하게 세이락시아를 몰아 이번엔 카오스 크루얼 차지를 발동했다.

놈의 마나가 주는 압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돌진하는 속도 자체는 그들 쪽이 우월하다! 그들은 두 개의 다리가 교차하며 그 공간에 있던 모든 것을 짓뭉개기 직전의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틈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크라켄이 경악했다.

[내가 만들어 낸 마나의 흐름을 정면으로 돌파하다니!]

“세이락시아, 아무래도 적이 내가 졸라 개쩐다는 사실을 파악한 모양이야. 이제부터는 공격이 더 빡세질 테니 준비해.”

[뿌이.]

정시우의 재수 없는 예측은 사실이었다. 다리만 움직일 뿐 몸통은 움직이지 않고 있던 크라켄이 본격적으로 몸을 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정시우와 세이락시아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정시우는 이를 악물며 마나 드레인을 시행했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도 있을 만큼 폭력적으로 밀어 닥쳐오는 적의 마나를, 최대한 그의 것으로 흡수해 내 고스란히 자신의 영역을 생성하는 것이다!

[재미나구나! 어디 이것도 피해 보거라!]

세 개의 다리가 날아들었다. 놈이 본격적으로 마력을 일으키며 공격 속도도 한층 빨라졌는데, 치사하게도 정시우가 도주하려던 방향으로부터 물로 빚어낸 마법의 창이 함께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뿌이!”

[뿌오오오오오오!]

그러나 정시우는 과감하게 그것을 향해 돌진하며 세이락시아를 독려했다. 여태껏 크라켄의 기세에 짓눌려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세이락시아가, 정시우가 만들어 낸 작디작은 영역 안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고유능력을 재차 발휘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을 그대로 관통할 것처럼 보이던 물의 창이 정시우가 만들어 낸 영역에 들어오는 순간 1차로 힘을 잃고, 세이락시아의 고유능력에 의해 완벽히 분해되었다!

[헤데아 님만의 권능이어야 할 물의 힘을 다루기까지…… 그래, 이 정도면 서로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것 같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여태까지는 본격적이지 않았던 것처럼 말하는구…… 나!”

크라켄은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만 실은 정시우와 세이락시아가 품은 저력에 경악하고 있었다. 비록 마력의 절대량에 있어서는 상대도 되지 않겠지만 그것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적은 이 세상의 평균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던 것이다.

[위대한 도전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겠다는 얘기다…… 지금부터 말이야!]

처음엔 진력을 드러내지 않을 셈이었겠지만, 어느덧 네 개의 다리가 서로 교묘한 궤적을 노리며 정시우와 세이락시아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놈의 덩치가 얼마나 거대했던지 세상이 통째로 무너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

“역시…… 이 마력 패턴 영 못 읽을 것도 아닌데그래.”

그러나 놈이 정시우를 파악했듯, 정시우도 짧은 교전 속에서 충분히 크라켄에 대한 정보를 뽑아내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놈의 마력이 움직이는 속도와 육체가 움직이는 속도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육체가 워낙 거대하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마나량이 육체에 못 미치기 때문일까.

[아까부터 잘도 피하는구나!]

다만 정시우가 놈의 마력이 움직이는 패턴을 완전히 분석할 수 있다면, 놈의 다리에 얻어맞을 일은 없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나머진 네 몫이다, 세이락시아. 놈이 다루는 마법을 돌파해야 해.”

[뿌이.]

그렇게 하고서야 비로소, 그들은 크라켄을 공략할 기초 중의 기초를 다질 수 있게 된다.

카오스 윙을 활짝 펼친 채 세이락시아의 등 위에 납작 엎드려, 녀석과 함께 크라켄의 다리와 물의 창을 돌파하는 정시우의 손에 들린 마신의 징벌이 주위 물을 끓게 하며 미약한 빛을 토해 냈다. 바로 A++랭크에 이른 독염이었다.

‘물의 힘을 다루는 적을 상대로 다른 잡다한 능력은 필요 없어. A++랭크의 속성이라면 확실히 저 무식한 놈에게도 먹히겠지. 다만 그 정도로는 놈을 꺾을 수 없으니…….’

정시우는 짧게 심호흡했다. 쉼 없이 그의 영역을 깎아 내려 드는 크라켄의 마나를 거칠게 뿌리치며, 그 일부를 마나 드레인으로 잡아당겨 흡수하며, 세이락시아의 기운을 돋워 카오스 크루얼 차지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두 가지 신의 힘을 불러일으켰다.

‘바람의 신 프루타의 힘, 화염의 신 파에토의 힘.’

두 신이 서로를 적대하는 이상, 바람과 화염의 신이 힘을 합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둘의 힘을 모두 흉내 낼 수 있는 정시우에게는 그것이 가능했다. 비록…… 비록 무척 힘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살기 위해서는 해야 했다.

[음!?]

세이락시아가 아슬아슬하게 놈의 다리를 피해 내며 놈의 몸통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했다. 그의 가상한 용기에 1%의 놀람과 99%의 실망을 담아 크라켄이 수십 중의 물 방어막을 형성한 순간.

“흡!”

[큭!?]

순간적으로 해머가 수백 미터 크기로 거대화하며 방어막과 정면충돌했다. 해머 끝에 타오르는 무지막지한 기세의 독염이 순식간에 수십 개의 방어막을 모두 깨부수고 놈의 머리에 직격했다!

[크아아아아아악!?]

“됐어.”

정시우는 바람의 힘까지 더해져 순간적으로 S랭크를 돌파한 독염의 힘에 놈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덩치만 수 킬로미터를 넘는 저 괴물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힌 것이다!

정시우와 세이락시아가 지치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놈을 공략할 수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감히, 감히이이이이이이!]

그러나 정시우가 희망적인 관측과 함께 재차 세이락시아를 움직이게 하려던 찰나, 놈의 전신에서 검은 먹물이 뿜어 나오며 순식간에 그의 시야를 가렸다. 시야뿐만이 아니라 기껏 확보한 마나의 영역마저 가닥가닥 끊겨 차단되었다.

“아.”

정시우의 입가에 절망적인 미소가 어렸다.

직후 그와 세이락시아를 거대한 문어 다리가 정통으로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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