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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81화 (81/177)

< 81화 - 2차 던전 쇼크 (3) >

대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정당방위 따위를 따질 것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적의가 분명한 상황에서 카운터 기술을 준비한게 아닌 이상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멍청한 일도 없는 까닭이다.

선빵필승. 그것은 헌터들의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말이었다.

“컨퓨젼 필드!”

모든 능력의 시전과 유지를 방해하는 범위 디버프가 먼저 날아들었다. 사용자보다 정신력과 마력, 마나 컨트롤이 뛰어나다면 영향을 덜 받기에 디스펠 필드보다는 하위로 치지만 꽤나 곤란한 능력으로 분류되는 것.

영민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 뿐이었다. 그깟 디버프로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었다.

“칼날 전차!”

동시에 다른 헌터 하나가 자신의 주위로 원형의 칼날로 이루어진 무언가를 소환해냈다. 그리고 능력의 이름처럼 전차를 몰 듯 회전하며 영민에게 달려들었다.

회전하는 칼날 전차. 마나까지 덧입혀져 어지간한 힘으로는 멈춰 세울 수도 없는 그것이 전력으로 덤벼들었다.

A등급 헌터의 전력이 담긴 돌진. 멀리서부터 살을 에는 듯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칼날의 탄환이 세 사람을 위협했다.

만약 B등급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위력의 돌진.

“재미있긴 한데··.”

가람이 간격을 재고 민호가 마력을 일으켰다. 하지만 영민의 대응이 가장 먼저였다.

취한 행동은 실로 간단했다.

발검과 동시에 벤다.

칼날 전차 자체도 보검 수준의 대단한 장비인데다 A등급 헌터의 마력과 추진력, 회전력까지 가미되었건만 영민은 고민없이 검을 들어 놈을 후려쳤다.

까가가강!!

“헉!!”

“피해!!”

다음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날’과 ‘날’이 부딪히는 찢어지는 소음과 함께 칼날 전차로 변한 헌터가 튕겨져 나간 것이다. 마치 배트로 공을 때린 듯한 반탄이었다.

칼날 전차가 가진 예기를 익히 알고 있는 동료들은 식겁한 표정으로 튕겨져 나오는 동료를 피하기에 바빴다.

“이런 무식한 새끼! 그런 짓을 했다간 네 놈의 무기가 남아나질 않을 거다!!”

간신히 멈춰선 칼날 전차에서 분노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무식할 정도로 강력한 ‘힘’에 튕겨지긴 했지만 자신의 장비와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게 묻어나오는 일갈이다.

그러나 정작 영민은 검을 슬쩍 들어 쳐다보며 피식 미소를 지을 뿐이다.

“제발 그러길 빈다.”

네깟 놈이 +10강짜리 무기를 파괴할 수 있다고? 라는 듯한 비웃음과 제발 그럴 수 있기를 바라는 진심이 섞인 모습으로 또 다시 덤벼드는 놈들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까앙 깡 깡 까가강 까앙~!

칼날 전차와 영민은 몇 번이고 다시 부딪혔다. 악에 받쳐 전력을 다하는 상대와 달리 영민은 마나까지 거두고 후려칠 뿐이지만 어쩐지 조금씩 힘이 빠져 보이는 것은 상대쪽이었다.

“서먼 스콜!”

그렇게 몇 번을 더 부딪 혔을까. 끼어들 틈도 없이 순식간에 공방을 거듭하던 두 사람의 사이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좀 더 정확히는 영민의 머리 위에 무언가가 쏟아져내렸다.

쏴아아아-

비였다. 상대측의 누군가가 기후변화 능력을 발휘해 영민의 머리 위로 폭우를 쏟아부은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영민이 화염 계열 마법으로 비구름을 날려버리려는 순간, 칼날 전차에서 싸늘한 기운이 뿜어졌다.

“칼날화!”

기운에 닿은 빗방울들이 한 순간에 칼날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원하는 모든 것을 날카로운 칼날로 변화시키는 고유 능력이 발현된 것이다.

까가가강!

급히 들어올린 영민의 방패 위로 날카로운 칼날 빗방울이 때렸다.

“스웜프!”

이어 발이 푹푹 빠지게 만드는 늪지화 능력까지.

그 사이 칼날 전차는 회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부딪혀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형!”

“대장!”

가람과 민호가 나서려했지만 둘에게도 각각 상대가 붙었다.

가람에게는 채찍을 쓰는 헌터, 민호에게는 이도류를 사용하는 속도 중심의 헌터였다.

창을 쓰는 자에게는 더 긴 리치의 무기로 맞서고, 마법사에게는 틈을 주지 않는 속도전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놈들의 판단력도 보통은 아닌 모양.

다른 지원형 헌터 둘은 칼날 전차의 헌터에게 붙어 지원을 하고 있지만 언제 개입을 할지 알 수 없으니 꽤나 까다로운 상황임에 분명했다.

“체인 라이트닝.”

콰지지지지직-!

그러나 놈들의 그런 약은 판단은 영민에 의해 곧바로 분쇄되었다.

칼날처럼 날카로워졌어도 ‘물’이라는 빗방울의 기본 속성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영민을 마무리 하겠다는 듯 달려들던 칼날 전차는 ‘물’과 ‘금속’에 상극인 전격의 힘을 극대화시키며 그 자리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져버렸다.

‘이걸로는 끝이 없겠군.’

조금 더 놀아줄까 싶기도 했지만 슬쩍 확인해본 바이킹 소드의 내구도가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않는 것이다.

수십번을 부딪혀도 내구도 10을 떨어뜨리기 어려운데 언제까지 놀아주고 있기는 어려웠다.

영민은 가볍게 한숨을 푹 쉬고 질척한 바닥을 딛고 올라왔다. 늪으로 변한 지형이 발목을 잡았지만 그런 것 따위에 영향을 받을 만큼 영민의 힘은 연약하지 않았다.

설사 목만 남기고 땅에 박혔다해도 일대를 날려버린 뒤 걸어나올 수 있는 위인일진데.

“이, 이런··!”

이렇게 되니 당황스러워진 것은 크레이지 독의 헌터들이었다. 근접 전투 계열 셋 중 하나가 쓰러지고 나머지 둘도 각각 전투 중이니 지원계열 헌터 둘을 보호해줄 인원이 없는 것이다.

“흠, 둘 다 쉽지 않아 보이네?”

그러나 정작 영민은 별로 그들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미 정신을 잃고 무장해제가 된 칼날 전차의 헌터의 곁으로 가 다른 이들의 전투를 관전할 뿐이다.

지원계열의 헌터들 역시 굳이 그를 자극하려 하지 않았고. 얼른 근접 계열 헌터들이 상대를 해치우고 지원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흠, 다들 훈련이 부족했나? 쉽지 않아 보이네. 역시 지옥 훈련을 한 번 더··.”

“잠깐!!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끝납니다!”

“5분! 5분 안에 끝내겠습니다. 대장. 그것만은··.”

영민의 중얼거림에 크게 반응하는 두 사람. 상대는 그것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더 격렬하게 공격을 해댔지만 좀처럼 제대로 된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먼저 승부를 낸 것은 가람이었다. 리치가 더 긴데다 길이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장치가 삽입된 채찍, 그리고 닿는 순간 영문모를 폭발을 일으키는 능력 때문에 간격을 파악하는데 잠시 애를 먹었지만 이미 그 변화까지도 머릿속에 집어넣은 터라 거의 일방

적인 난타를 가하고 2분만에 승부를 결판지었다.

마법사인 민호의 경우 극상성에 가까운 상대였지만 3분만에 단 한 번의 틈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원 콤. 이어진 단 한 번의 콤보에 이도류의 헌터는 넝마가 되어 쓰러졌고 둘은 약속대로 5분 내에 승부를 내는 것에 성공했다.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이쯤되자 남은 두 사람의 지원계열 헌터들은 백기를 들고 목숨을 보전하려 했다.

철천지 원수도 아니고 항복에 보상까지 약속하면 목숨가지 빼앗겠나하는 생각이었지만 영민의 기준은 그들과 달랐다.

푸욱

그들의 항복 선언과 상관없이 칼날 전차 헌터의 심장을 찌른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와 ‘타락’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지만 ‘선’이라는 것은 존재했고 그것을 넘어선다면 A등급이고 S등급이고를 막론하고 인류에 해를 가져오는 존재가 되는 법이었다.

특히나 선을 넘은 타락은 회복조차 불가능하다. 당장은 뉘우치는 듯 보여도 어떤 조건만 갖춰지면 다시 본성을 드러낼 확률이 아주아주 높았으니까.

강태성의 기억을 통해 그것을 인지한 영민은 굳이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살인마로 보이게 된다 해도, 나중의 위험은 사전에 배제할 각오가 이미 되어 있었다.

[패시브 스킬 ‘예기 강화’를 흡수했습니다.]

그 결심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듯, 놈의 능력이 스킬로 흡수되었다. 고유 능력일 때보다는 수준이 낮아진 능력이지만 놈의 ‘특징’이 되는 능력을 흡수한 것이다.

어차피 해가 될 놈들, 그 능력을 흡수해서 자신이 사용하면 오히려 이득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순간 가속’ 스킬을 흡수했습니다.]

[‘타점 폭발’ 스킬을 흡수했습니다.]

다행히 두 사람이 완전히 숨을 끊어놓은 것은 아니었기에 막타는 모조리 영민의 몫이었다.

하나 하나 동료들의 수가 줄어갈수록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가는 두 명의 헌터.

“우, 우리를 죽이면 길드에서··!”

영민이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서자 악에 받쳐 소리쳤지만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A등급 헌터 다섯을 도륙한 이들이라면 남은 길드의 전력들도 덤벼봤자 개죽음을 당할 뿐이라는 것을.

“억··.”

[‘기후 저항’ 스킬을 흡수했습니다.]

[‘저주 강화’ 스킬을 흡수했습니다.]

‘A등급은 고유 능력을 흡수하는 건가?’

남은 A등급들의 능력까지 흡수하면서 영민은 흡수한 스킬들을 가만히 살폈다. 각자의 ‘개성’이라 할 수 있을만한 스킬들. 고유 능력급의 활용도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꽤나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A등급이 아닌 S등급 수준의 능력을 흡수하면 어떻게 될까? 강태성의 기억 속 ‘그들’의 능력을 흡수하면 어떻게 될까?

잠시 기묘한 기분에 휩싸이는 동안 가람과 민호는 도망치는 다른 이들을 모두 무력화시켰다.

영민은 그들 모두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타이틀 ‘연쇄살인마’를 얻으셨습니다.]

[타이틀 ‘백인살’을 얻으셨습니다.]

[타이틀 ‘그림자 살수’를 얻으셨습니다.]

살인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타이틀까지 연달아 획득했다. 열댓명을 죽였을 때는 연쇄 살인마를, 100명을 죽였을 때는 백인살을 얻었다. 게다가 ‘파티’가 아닌 이들에게 살인 장면을 들키지 않았다며 ‘그림자 살수’라는 타이틀이 덤으로 따라왔다.

소수를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만명을 죽이면 영웅이라는 것일까. 연쇄 살인마는 주변에 살기가 노출되고 평판을 떨어뜨리는 안 좋은 타이틀이지만 백인살은 그 패널티를 상쇄하고 오히려 인간을 살해하는 것에 이점을 부여하는 타이틀인데다 그림자 살수는 은

신과 기습을 특화해주는 옵션이 붙은 꿀 타이틀이었다.

마치 살인을 조장하는 듯한 타이틀 부여. 영민은 강태성의 기억을 통해 ‘천인살’을 달성할 경우 살인 ‘발각’에 대한 패널티까지 사라지고 오히려 능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들이 붙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일부러 살인을 저지를 생각까지는 없었다. 나중

을 위해 엇나갈 놈들의 싹을 잘라놓는 것도 좋지만 당장은 그들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영향에서 벗어난 놈들이 눈에 걸릴 경우라면 킬수를 올리는 것에 주저하지 않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인류에 독이 되는 녀석들은 망설임 없이 죽일 거다. 따라올 수 있겠어?”

살아남은 자라고는 단 셋만 남은 상태에서 영민이 말을 툭 내뱉었다.

그들 역시 살인에 일조를 하긴 했지만 우발적인 것과 앞으로 지속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의 경우와 달리 그들이 폭주할 만큼의 악을 저지르지 않은 이들에 대한 응징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영민은 그것에 대한 각오를 묻고 있었다.

가람도 썩 내켜하지는 않겠지만 아직 어린 민호는 이번 학살이 뒤늦게 정신적인 충격으로 다가 올 수 있었다.

“예. 대장이 옳지 않은 선택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요. 형이 무슨 짓을 하든 따라갈게요.”

각오를 다지듯 입술을 앙다문 두 사람의 선택에 영민은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다음 지시를 내렸다.

“다음 지역으로 이동한다.”

어차피 크레이지 독과 제대로 한 판 붙는 건 던전 쇼크가 정리 된 이후일 터,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일들을 할 시간이다.

세 사람은 마주하는 모든 몬스터들을 도륙하며 빠르게 길을 뚫어갔다.

< 81화 - 2차 던전 쇼크 (3)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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