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지연을 찾았지만 애석하게도 지연은 휴식을 선언하며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대중들은 TV에서 그녀를 볼 수 없어 아쉬워했으나 휴식에 들어간 지연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그때 기습적으로 한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월드스타, 오지한. 군입대!]
[탑엔터 측, “현역 입대. 조용히 입소할 것을 원했다.”]
[오지한 기습 입대. 공식 행사도 없었다.]
[할리우드 스타, 오지한. 마지막 작품은 영화 ‘리벤져스2’]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우리 지한이가 왜 입대해?
└지한이 오스카 상 받았잖아. 군 면제 아님?
└└오스카 상 받았다고 면제를 왜 받음?
└└왜? 국제적인 시상식에서 받은 상이잖아.
└연예인 특례도 있을 텐데 현역으로 입대한 거 봐.
└안돼ㅠㅠㅠㅠㅠㅠㅠ지한아 가지마.
└이대로 못 보내.
└국방부 이게 무슨 소리야. 너희들이 이런 특급 인재를 현역으로 쓸 리가 없잖아. 홍보로 뺄 거지? 그럴 거지? 제발 빼 줘.
[오지한, 조용히 입소하는 이유 “동기들에게 피해 끼치기 싫어.”]
[신체검사도 장난 아닌 히어로! 1급 판정으로 현역 입대]
[오지한,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요.” 21개월간 군 복무.]
└솔직히 오지한 정도면 뺄려면 뺄 수 있었을 텐데 당당하게 가는 거 ㅈㄴ멋짐
└이건 남자라도 반했다.
└참으로 바른 청년이네요. 응원합니다~~^^
└몸 건강히 다녀오길 바랍니다.
지연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를 보며 스크롤을 내렸다.
“지연아. 지한이 무사히 잘 다녀올 거야.”
“알아요.”
동생을 배웅하고 온 지연이 주민과 함께 사장실에 앉아 있었다.
사장실 옆에는 오랜만에 보는 유나가 있었다.
지한이 오빠랑 당분간 볼 수 없을 거라고 말하자 유나는 펑펑 울었다.
그 덕에 지금 저기 탈진해서 사장님 무릎을 베고 잠에 빠졌지.
“있잖아요. 예전에도 동생이 이때쯤 군대 갔어요.”
“그랬어?”
“3학년 1학기 끝나자마자 갔거든요. 그때는 공익이었어요. 살이 엄청 많이 쪘거든요.”
“그랬구나.”
“사실 3학년까지 버틴 것도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재검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동생이 자기 친구보다 더 늦게 갔어요. 병무청 전화도 받았었는데 언제부터 살이 쪘었냐고.”
“그쪽에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으니까.”
“맞아요.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신체검사한 거 보내주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회귀 전 동생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그때는 확 군대라도 가서 안 보였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보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축복 때문에 건강한 지한이가 면제를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연이 기사에 나온 동생의 사진을 보면서 말했다.
“무사히 다녀오겠죠?”
“그래. 그럴 거야.”
먼저 다녀온 경험자로서 주민이 지연을 안심시켰다.
아무리 군대가 폐쇄된 곳이라고 해도 그쪽 사정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미 지한이가 군대에 들어가겠다고 한 때부터 주민은 군 내부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여기저기 만들어 두었으니까.
그러나 거기까진 지연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알면 더 걱정할 게 분명했다.
‘군대가 얼마나 부조리하게 돌아가는지는 모르는 게 나으니까.’
괜히 알려줘서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유나가 깨면 밥이라도 먹으러 가자. 지한이가 너 잘 봐달라고 하더라.”
“걔는 군대 들어가면서 무슨 그런 말을.”
본인이 누난데 누가 누굴 걱정했단 말인가.
지연이 잠시 발끈했다.
“그러니까 누나가 돼서 동생 걱정시키면 안 되겠지? 걱정 마라. 100일 휴가 받으면 나올 테니까.”
“달력에 잘 체크해 놔야겠네요.”
“그래. 그러니까 너도 잘 먹고 잘 지내야지.”
“알았어요. 그럼 저녁은 유나가 좋아하는 함박스테이크 먹으러 가요.”
“좋지. 예약해 둘게.”
주민이 남 비서를 불렀다.
237. 두 작품
지한이가 군대에 들어가서 걱정으로 침울해 있던 것도 잠시.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바탕에는 날 걱정해준 많은 사람과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한이가 군대에 가고 거의 매일 회사에 출근 도장을 찍는 지연이 휴게실에 자리 잡고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와. 진짜. 지연이 너나 네 팬들이나.”
“부럽지? 내 팬?”
지연이 SNS에 올라온 게시글들을 읽었다.
해시태그에 #지연, #메리골드를, #생일 축하해 등을 걸고 올라온 게시글들엔 노랗고 주홍색인 메리골드와 함께 후원증서, 기부증서 같은 글들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7월에 있던 생일을 맞이하여 팬들이 생일 축하와 함께 기부행렬을 이어간 것이다.
이게 또 화제가 된 건 당연한 일.
누구 팬인지 아주 멋졌다.
“언니. 나 사진 찍어줘.”
“응? 아. 글 올리게?”
“나도 답가를 보내야지. 아. 영상으로 올리는 게 나으려나? 마음 언니 어디 있어?”
“마음 씨 지금 영상 편집한다고 아래층에 있을걸?”
“아. 그럼 언니가 마음 언니한테 말 좀 해 줘. 나는 좀 꾸미고 올게.”
“그래.”
지연의 말을 들은 은주가 뉴튜브 편집자이자 촬영기사인 마음을 부르러 간 사이 지연은 미나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이게 또다시 큰 사건을 불러올 거란 건 아무도 몰랐다.
* * *
띠링
지연의 뉴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알림이 떴다.
또 무슨 일일까.
경력이 오래된 팬들은 아마 얼마 전에 있었던 생일 축하 메시지에 대한 지연의 답장일 것이라 예상했고, 이제 막 지연의 팬이 된 사람들은 지연의 브이로그이거나 다음 활동에 대한 떡밥이 아닐까 기대했다.
하지만 지연은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것도 좋은 의미로!
[Reply] ‘I NEED GIRL’ 커버송
‘Reply’?
답장이란 말인가?
척하면 척이라고 지연이 답신을 보낼 걸 예상하던 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회사원은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회사에서 몰래 영상을 틀었고,
4교시가 한창이라 수업에 지친 학생들도 몰래 폰을 켜 영상을 틀었고,
마침 공강이던 대학생은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여유롭게 영상을 재생했으며
막 잠들기 전에 올라온 영상에 해외에 있는 팬들은 옳다구나 하며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서는 어두운 밤하늘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늘에 커다랗게 걸린 달.
그곳에서 포근한 구름 위에 비스듬히 누운 지연이 아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Luv Luv Luv
다정하게
Luv Luv Luv
상냥하게♬
익숙한 멜로디였지만 원곡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부드럽게 편곡된 곡을 듣던 팬들은 달의 여신 같은 지연의 모습에 가슴을 부여잡고 영상을 뚫어져라 보았다.
원곡을 알고 있던 팬들은 가사 역시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떠나가는 연인에 대해 처절하게 매달리는 것이 원곡이었다면 지연의 노래는 자신이 지상으로 보낸 사랑이 퍼지고 퍼져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그리고 있었다.
구름 위에 있던 지연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화면은 이제 지연의 시선이 된 것처럼 전환됐다.
낮은 시야가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자신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한 쌍의 부모를 올려다봤다.
시야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손이 젊은 여성과 남성에게 손을 뻗었다.
‘아. 이건 아기가 보는 시선이구나.’
영상을 보던 모든 이들이 알아차렸다.
이건 아기가 보는 부모의 사랑이었다.
장면이 전환됐다.
이번에는 더 낮은 시선이었다.
흑백이었다.
갑작스러운 흑백전환에 사람들이 과거 회상 장면이라고 생각할 때, 거의 바닥에 엎드려 있던 시야가 인기척과 함께 일어났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가방을 던지고 시선의 주인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리드줄을 꺼내더니 시야 밖에 있던 목줄과 연결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건 강아지야.’
지연과 지한이 개와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팬들은 없었다.
이건 반려동물이 보는 사랑이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함께 달리는 아이의 얼굴이 쾌청한 하늘처럼 맑았다.
아이의 얼굴만이 선명한 색채로 물들어 있었다.
반려동물 역시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이번 역시 사랑들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생겨났다.
♬고마워
사랑해
좋아해♬
고백과도 같은 지연의 말과 함께 또 화면이 바뀌었다.
이 모든 걸 지상에 내려와 보고 있던 지연의 모습이 나타났다.
신분이 높은 여인처럼 풍성한 치마에 은사가 수놓아져 있었다.
길게 늘어진 저고리와 머리를 장식한 투명한 천이 바람에 너울졌다.
드레스나 예복처럼 땅에 길게 늘어진 치맛자락이 유성처럼 꼬리를 남겼다.
지연이 걸음을 옮기면서 가지각색의 사랑들을 쳐다보았다.
지상의 사람들은 지연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I Need U Luv 넌 아름다워
I Need U Luv 널 사랑해
I Need U Luv I Need U Luv
I Need U Luv I Need U Luv♬
지연의 목소리와 여러 사랑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집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영상을 보던 사람들은 이제 몰래 보던 것도 잊고 훌쩍이는 소리를 내며 영상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2절에서도 역시 영상은 여러 가지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었다.
고생하고 돌아온 가족을 위해 따뜻한 밥을 차려주는 어머니의 사랑
힘들고 억울해도 집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면서 치킨을 사오는 아버지의 사랑
취업에 성공하고 나서 부모에게 합격 소식을 전하는 자식의 사랑
영상을 보던 사람은 깨달았다.
‘이건 우리의 일생이야!’
태어나고 걸음마를 떼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다가 죽는다.
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랑을 보면서 사람들은 우리가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리고 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마지막 선물이야
아니 마지막이 아니야
자 이제 내 손을 잡아♬
죽음의 앞에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눈을 감은 이에게 지연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자 그녀의 뒤로 자신이 먼저 떠나보낸 이들이 마중 나온 게 보였다.
부모, 친구, 반려동물, 기억도 나지 않는 누군가.
♬I Need U Luv 넌 아름다워
I Need U Luv 널 사랑해
I Need U Luv I Need U Luv
I Need U Luv I Need U Luv♬
아이의, 청년의, 중년의 모습이 된 노인이 마중 나온 모두를 끌어안은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어허허허허어어어어엉.”
“흐어엉. 엄마아아.”
“킁. 초코으아아아앙!”
영상이 끝나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왔다.
폰을 보고 있다면서 혼내러 온 선생님과 힐끔거리던 반 친구들도
점심시간이라면서 메뉴를 물어보기 위해 다가왔던 동료와 같은 회사 직원들도
진동벨을 울려도 오지 않아서 직접 음료를 가져다주러 온 카페 알바생과 손님들도
자기 전이라며 침대 위에 누웠던 해외 팬들도
모두 눈물콧물을 빼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 영상을 보고 가족, 친구,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 * *
모짜와 인절미의 산책을 시켜주고 회사로 온 지연이 정신없는 탑엔터를 보고 모자를 푹 눌러쓰며 걸음을 옮겼다.
요령 좋게 걸음을 옮기던 지연의 앞에 신발 끈을 단단히 묶은 운동화가 나타났다.
“어디 가려고.”
“은주 언니 회사에 있었네. 요즘 메시아 애들 콘서트 준비 때문에 바쁘지 않아?”
“응. 이렇게 바쁜데 누구 덕에 더 바빠.”
은주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움푹 들어간 눈과 핏발인 선 눈동자는 전혀 안 웃고 있어서 무서웠다.
회사를 어수선하게 만든 1등 공신인 지연이 어색하게 웃었다.
“웃어도 소용없어. 자, 이거 다 네 거야.”
“또?”
은주의 말에 지연이 그녀의 품에 안긴 시나리오들을 힐끔 쳐다봤다.
어쩐지 앞을 가로막은 발에서 쉽게 못 물러간다는 의지가 읽히더라니.
또 한 뭉텅이로 들고 온 시나리오를 보면서 지연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여기 어딘가에 네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있지 않겠니?”
“지금 나온 시나리오는 거의 다 본 거 같은데.”
“어휴. 방송국 사람들이 집요한 건 알아줘야지. 메시아 애들 따라서 방송국에 갈 때마다 아주 그냥 입구부터 안겨준다고 난리야. 그리고 이거 그동안 방송국이랑 제작사 창고에 있던 물건들이야. 공모전이라든가 제작 여건이 안 돼서 그동안 처박혀 있던 것들. 지연이 네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직 없다고 하니까 그쪽에서도 박박 긁어서 가져왔어.”
“창고에 있던 거면 그 시나리오를 쓴 작가님들은 어떻게 하고 있고? 괜히 단념하고 있던 사람들한테 내가 헛바람 넣은 걸 수도 있잖아.”
“걱정 마. 그런 말 나오지 않게 우리가 몇 번 검수했어. 원래는 이거 10배는 있었을걸?”
10배나?
어쩐지 은주 언니 눈이 움푹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걸러내느라 그랬구나.
자신에게 티끌만큼의 오점도 남기지 않으려고 밤낮없이 고생하는 가수 3실 식구들을 생각한 지연의 눈이 촉촉해졌다.
“언니…!”
“응. 고마우면 여기서 골라봐. 창고에 있던 것도 탈탈 털어왔으니 이중에서는 네가 하고 싶은 게 나오겠지.”
“알았어. 살펴볼게. 그럼 이거 집에 들고 가서 봐도 돼?”
“옮겨줄게.”
“아니야. 내가 들고 갈게. 언니 일 많잖아.”
나 집까지 태워다주면 언닌 또 회사로 돌아와야 하잖아.
메시아 애들 아시아 투어 콘서트 때문에 바쁜 사람이 나 때문에 왔다갔다 하게 둘 순 없지.
“그럼 주차장까지만이라도.”
“아니야. 그냥 내가 들고갈게.”
“그래도 귀하신 너한테 어딜 감히 짐을 옮기게 하겠어.”
“이 정도로 기스 안 가. 그리고 언니. 지금 내가 언니보다 훨씬 잘 들 거 같은데. 거울 좀 봐. 좀비 같아.”
지연이 휴대폰 액정을 들이밀었다.
검은 액정에 비친 자신의 몰골이 시체나 다름없는 걸 확인한 은주가 순순히 시나리오를 지연의 품에 안겨주었다.
“그럼 언니 몸 좀 생각하면서 일해. 내가 곳곳에 홍삼 배치해놨던 거 같은데 다들 먹긴 하는 거야?”
“누가 준 건데. 다들 잘 챙겨 먹고 있어.”
먹으면서 ‘이거 먹고 더 일하세요.’ 같은 느낌이라 사약 먹는 거 같단 직원들의 평가가 있긴 했지만.
지연이한테 그런 얘기까지 해 줄 필요는 없었다.
누가 뭐래도 지연이가 좋은 마음과 좋은 뜻으로 본인마저 갈아가며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도 했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영상을 준비한 걸 알기 때문이다.
‘다만 그게 너무 반응이 좋아서 문제지.’
영상도 처음에는 고맙다, 감사하다. 이런 형식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노래를 불러주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시발점이었다.
거기서 여러 사람이 한 마디씩 보태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팬들 울리러 온 내 가수(Feat. 출구봉쇄)’ 같은 걸 만들어 버렸지.
덕분에 탈덕은 없다며 팬들이 코어화되긴 했는데 아직까지 눈물챌린지라며 회자가 되는 덕에 회사만 죽어 나갔다.
커버송으로 쓴 노래의 원곡 가수와 소속사에서 감사하다며 덕분에 해외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며 보상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데 아무래도 지연이한테 진짜 밥 살 때까지 계속 연락할 것 같았다.
이러다가는 해가 지나서 2016년이 되어도 시끄러울 거 같은데.
우리만 죽어 나가겠군.
“뭐. 우리 지연이 덕에 해외에 빨리 진출하긴 했지. 솔직히 밥 한 끼로는 부족한데.”
“응? 갑자기 왠 해외진출?”
“아아. 네가 커버송 했던 애들 쪽에서 계속 연락이 와서.”
한 달 치 커피심부름을 받아도 부족하지만
이런 걸로 너무 생색내는 것도 좋지 않으니 고민만 할 뿐이었다.
은주의 말을 들은 지연이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언니. 걔들 나 아니었어도 잘될 애들이야.
빌보드 갔다고 얼마나 난리였는데.
굳이 나 아니었어도 잘될 애들이 고맙다며 밥 사겠다고 하는데 양심이 콕콕 찔렸다.
혹시 이번 일로 걔들의 창창한 커리어가 일그러질까봐 일부러 거리를 두는 중.
나비효과로 잘 되는 미래가 당겨지면 좋지만 혹시나 예정을 앞당긴 덕에 잘 될 것도 안 될 까봐 만나지 않고 있었다.
“아무튼 난 이거 빨리 가서 읽어볼게. 언니도 오늘 파이팅!”
“어어. 그래. 조심해서 가고. 아니다. 역시 내가 반은 들어줘야.”
“언니 안녕!”
또 도와준다고 주차장까지 내려올까봐 지연이 잽싸게 움직였다.
좀비 몰골로 누가 누굴 도와준다는 건지.
나 도와줄 틈이 있으면 잠시 쉬라고!
지연이 온몸으로 은주의 도움을 거부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