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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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라니. 요즘에는 보기 힘든 시청률 아닌가?’

‘국장님도 참. 너무 많은 걸 바라신다니까.’

하지만 하늘을 뚫을 것 같은 국장의 기분에 찬물을 뿌리고 싶은 사람은 없었으므로 모두가 조용히 철왕을 동정했다.

그래도 그 덕분에 KBC 드라마의 부활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이번에도 철왕이 뭔가 기적을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이었다.

* * *

시청률 40%라는 대기록에 촬영장에 있는 모두의 얼굴이 환했다.

성적이 잘 나오면 촬영장 역시 훈풍이 돈 듯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안녕하세요.”

“지연 씨 왔어? 오, 오지한 배우도 오셨습니까?”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커피 차 이후로 누나와 함께 촬영장에 출퇴근 도장을 찍는 지한을 보고 스태프가 얼굴을 붉힌 채 대답했다.

그는 아름다운 것이 도가 넘치면 위압감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연의 얼굴을 보고 조금 적응되나 싶었는데 새로운 미의 신의 등장이라니.

심장에 안 좋았다.

비틀거리면서 멀어지는 스태프를 본 지연이 동생에게 한마디 했다.

“방금 일부러 그랬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일부러 얼굴로 공격한 거 같은데.”

“공격이라니. 누난 내가 무슨 공격을 했다고 그래. 그냥 우리 누나 좀 잘 봐 달라고 부탁한 건데.”

미나의 메이크업 스킬 ‘빛나라 내 얼굴얼굴’을 받은 동생의 얼굴을 돌아봤다.

오늘따라 더 반짝반짝 하구나 내 동생.

촬영장에 와서 분장을 받을 거라 기초화장만 받은 자신과 달리 동생의 얼굴은 화장품 화보 못지않게 메이크업이 되어 있었다.

“스태프들이 하나같이 얼굴이 붉더라니 요 녀석 너 때문이었구나!”

“아, 승우 아저씨.”

“이 녀석. 어째 드라마 출연하는 우리보다 얼굴이 더 좋아.”

“아야야.”

장난스럽게 다가와서 헤드락을 거는 승우에 지한이 엄살을 부렸다.

확실히 지한이가 촬영장에 온다고 해서 그 얼굴을 본 최 작가가 황홀한 얼굴로 잠시 바라봤었지.

이러다가 남주인공 교체되는 거 아니냐면서 한서진 씨가 장난스럽게 하소연하러 왔던 게 떠올랐다.

내 동생은 남의 배역 함부로 뺏는 나쁜 애가 아니라면서 정색하고 말하니까 물러나긴 했었지.

“그런데 지한아.”

“네.”

“최 작가한테서 연락 온 거 없어?”

“무슨 연락요?”

남매가 승우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다 커도 어릴 때와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승우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연락이긴. 지한이 너 까메오로 쓰고 싶다는 연락이지.”

“어.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무슨 까메오요? 지금 풀린 떡밥 정리하는 것만 해도 남은 회차 빠듯하지 않아요?”

김 대감은 역모도 일으켜야 하고

김신유는 아버지와 재희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역모의 정모를 왕에게 넘겨줘야 한다.

신재희는 검도 찾아야 하고, 왕이랑 연애도 해야 하고

대군은 왕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한시바삐 그를 제거하려고 하며

왕은 김 대감의 역모도 막고 대군도 물리치고, 재희 검도 찾아줘야 하고, 왕권도 바로 세워야 한다.

‘왕이 제일 바쁘네.’

이게 과연 남은 회차 안에 다 끝낼 수 있는 이야기인가.

중간중간 각 캐릭터들의 과거 회상 씬도 들어가는데 이러다가 20화에서 더 하는 게 아닌가 몰라.

“그렇긴 한데 작가라면 널 쓰고 싶어 하지 않을 리가.”

“쓰고 싶어 하더라도 앞으로 남은 분량이랑 촬영시간을 생각하면 힘들 텐데.”

“후후후. 지연아. 네가 아직 잘 모르는구나.”

순진한 지연의 말에 승우가 왠지 어두워 보이는 얼굴로 대답했다.

“작가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란다. 방송 당일에도 쪽대본이 날아오는 건 예사지.”

그의 얼굴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승우 아저씨 힘들게 일했구나.

할리우드에서나 한국에서나 한 번도 그런 촬영현장을 겪어 본 적이 없는 남매가 침을 꼴깍 삼켰다.

새삼 자신들이 얼마나 편하게 촬영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승우 형. 그동안 고생이 많았어요.”

“오빠. 고생했어요.”

얼마나 불쌍했는지 호칭마저 바뀌었다!

아이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 좋았지만 그만큼 자신이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깨달은 승우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토닥토닥

잠시 남매가 승우를 끌어안고 온기를 나눠주었다.

마지막 화 촬영까지 몇 주 남지 않은 시기였다.

* * *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은 모든 떡밥이 다 풀리고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었다.

선대왕의 운검이었던 이가 물밑에서 왕의 세력을 모으며 김 대감과 대군이 모의하는 것을 감시하고 있었고,

왕은 대군을 몰아낼 증거를 모을 때까지 허수아비 왕을 연기하고 있었다.

친형에게 부모를 잃고 그간의 세월 동안 몸을 웅크리고 살아야 했던 왕의 사정을 알게 된 재희는 그를 동정했다.

“나는 부모의 정이란 걸 잘 모르겠어요.”

“왜 그런지 물어도 되겠는가.”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왕의 말에 재희가 빙그레 웃었다.

이 사람의 배려가 좋다.

허수아비 왕을 연기할 때도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여기저기 뺀질거리면서 돌아다녔지만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이였다.

그런 그이기에 재희는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아버지란 사람은 그놈의 검만 파다가 가정을 소홀히 했거든요. 검, 검, 검. 그놈의 검이 뭔지. 검에 미쳐서 일도 안 했어요. 그래서…엄마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랬군.”

“제가 어릴 때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피곤한 얼굴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이에요. 어린이날이나 운동회나 학예회나. 친구들이 다 부모님과 함께할 때도 저는 언제나 혼자였어요.”

“외로웠나?”

“글쎄요. 처음에는 좀 외로웠던 것 같은데 나중에는 별생각 안 들더라고요. 세상에는 이런 집도 있는 거니까.”

“일찍 어른이 되었군.”

“그러다가 엄마가 쓰러졌는데. 아버지란 놈은 또 검 휘두르러 가서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수술동의서를 써야 하는데 저는 어려서 쓸 수 없었거든요. 배우자가 필요했었죠. 그런데 연락이 안 되니까 수술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엄마는 고통스러워하다가 돌아가셨어요.”

왕의 군사들이 키워지고 있는 곳에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재희는 속에 응어리졌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잔잔한 풀벌레 소리와 바람에 풀이 스치는 소리.

어두운 밤하늘과 보석을 뿌린 것처럼 반짝이는 은하수.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서정적인 장면을 그려냈다.

재희가 하늘을 보면서 흘러내릴 것 같은 울음을 참아냈다.

-재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야 여기 왜 다 울고 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도 움

└아버지 진짜 너무하시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런 사람은 평생 혼자 살아야 함. 가정을 가지면 안 되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왕이 너른 소매로 재희의 머리를 감싸 품에 안았다.

“뭐, 뭐!”

“울어라. 내가 그대의 얼굴을 가려줄테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거 놓으시죠. 얼른 놔라.”

당황한 재희가 왕의 품에서 버둥거리며 일어나려고 할 때 왕이 재희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훔쳐 주었다.

“보아하니 울지도 못했을 것 같은데 편히 울란 말이다. 지금 이곳에 그대를 아는 이는 나밖에 없으니.”

왕은 현명한 자였다.

재희가 자신과 다른 시간대에서 살았던 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정도로.

형제의 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의 사고는 유연하고 빨랐다.

왕의 말을 들은 재희는 곧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는 아무것도 못 보신 거예요.”

“그래. 나는 아무것도 못 봤다.”

“어차피 저에 대해서 아는 이는 이곳에 한 명도 없으니까.”

“맞다.”

별들도 보지 못하게 왕의 품 안에 얼굴을 숨긴 재희는 펑펑 울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날에도, 장례식장에서 오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던 날에도 울지 않았던 재희는 속에 담아뒀던 한을 그렇게 토해냈다.

재희와 왕의 관계가 진전되는 만큼 둘의 위기도 다가왔다.

자신의 모처에서 대군은 오늘 낮에 보았던 왕의 모습을 생각했다.

평소와 다른 눈빛.

당당하게 손을 내밀던 모습.

손?

대군은 묘하게 시선이 가던 왕의 손이 떠올랐다.

“하, 하하하. 이거 원. 바보같이 속고 있었군.”

“대군?”

“하하하하. 너도 나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었단 거지?”

대군이 유쾌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웃고 있었지만 그의 안광에는 광기와 살기가 섞여 흐르고 있었다.

주인의 불쾌한 심기를 파악한 흑운대장이 잠자코 어둠 속에 서 있었다.

“하하하하하. 재밌어. 참으로 즐겁구나!”

어두운 공간에 대군의 광소(狂笑)가 울려퍼졌다.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맹수처럼 시린 빛을 뿌렸다.

* * *

[‘내호생’ 드디어 43% 돌파! 국민 드라마 입증]

[‘내호생’ 김신유, 김중근과 신재희의 갈림길에 선 아련남]

[‘내호생’ 드디어 밝혀진 서로의 속내, 긴장감 넘치는 대군과 이혜의 대립]

[‘내호생’ 지연, 무사 복장이어도 숨길 수 없는 ‘여신자태’]

[지연이 부른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OST ‘시간을 거스른 마음’ 음원차트 올킬]

[‘내호생’ 지연, 정승우, 오지한 촬영장에서 맛있는 간식타임]

드라마 3사를 통틀어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기록을 세운 ‘내호생’팀은 모든 것이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 국장이 촬영장까지 내려와서 보너스를 주고 가기도 했고, 탑엔터를 제외한 다른 투자자 측에서 출장뷔페를 부르기도 했다.

최 작가는 첫 작품의 설움을 토해내듯이 쪽대본도 없이 대본을 척척 내놓았고, 철왕은 모두의 애정을 받으며 촬영장을 잘 지휘하고 있었다.

오늘은 대규모 촬영씬을 찍는 날.

이번 주에 김 대감과 대군이 서둘러 역모 준비를 하는 씬이 방영되고 나면 남은 화는 고작 2화.

오늘 촬영만 끝나면 남은 씬은 거의 많지 않다.

사실상 모든 출연진들이 모여서 촬영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 될 터.

그래서인가 촬영장은 묘하게 들뜬 분위기였다.

“선배님 그거 들으셨어요?”

“뭘요?”

“우리 대박난 기념으로 KBC에서 발리 보내줄 지도 모른데요!”

“그걸 이제 들었냐?”

“예? 하지만 이것도 들으셨어요? 우리 종방연 끝나고 바로 갈 거래요. 무려 7박 8일!”

“뭐?”

7박 8일이라니.

이때까지 그 정도로 포상휴가를 다녀온 드라마 팀은 한 곳도 없었다.

“저번에 우리 휴가 일정 투표했잖아요. 그때 이미 날짜 잡고 여행사까지 예매했었대요.”

“그거참 그럴 양반들이 아닌데. 무슨 일이래?”

“에이, 보내줄 만하죠. 우리가 벌어다 준 돈이 얼만데. 드라마국 다 합친 것보다 많을 걸요?”

“당연한 걸 뭘 비교하냐.”

“아.”

‘내호생’ 외에 다른 드라마들의 성적이 얼마나 처참한지 아는 스태프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지연 씨랑 한서진 씨는 온데?”

“글쎄요. 워낙 스케줄이 바쁘시니까 못 오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 누나 가요.”

“!”

“오, 오지한 씨?”

스태프 1, 2는 갑자기 끼어든 지한에 깜짝 놀랐다.

아니 언제부터 듣고 계셨지?

오늘도 미모는 빛나시는구나.

촬영장에서 본 지도 꽤 됐는데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

갑자기 스태프들의 대화에 끼어든 지한이의 말에 옆에 있던 지연이 눈을 크게 뜨고 동생을 쳐다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같이 고생했는데 다 같이 쉬는 거 좋잖아.’

‘그래도. 우리는 우리끼리 휴가 가기로 했잖아.’

‘조금 늦춰도 돼. 그리고 나도 누나 휴가 따라가면 되지. 그럼 우리 휴가 미뤄지는 게 아니잖아?’

‘오지한 너어 무슨 속셈이야.’

‘난 결백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만으로 이미 대화가 통하는 남매가 남들이 모르게 대화를 마쳤다.

“지, 지연 씨도 같이 가시는 겁니까?”

“네에. 뭐. 어차피 드라마 끝나고 동생이랑 휴가 가기로 했어요.”

“세상에.”

“그럼 정말로.”

스태프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지연을 쳐다봤다.

이렇게 된 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아니라고 하면 내 동생 체면이 뭐가 되겠어.

명색이 배운데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판에서 거짓말쟁이라고 소문나는 건 좀 그렇잖아?

“그런데 이거 괜히 제가 끼면 불편하신 건 아닌,”

“아니요!”

“절대로!”

“PD님! PD님! 지연 씨도 우리랑 같이 발리 간데요!”

“감독님! 감독님들!!”

“아니 내가 가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지연은 멀리 자신이 포상휴가를 참석하는 걸 널리 알리러 가는 두 스태프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138. 마지막은 술과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호영호텔.

이곳에서 2011년을 뜨겁게 만들었던 한 드라마의 종방연이 열렸다.

“저기 온다! 백하운이다!”

“하운 씨 여기 좀 봐주세요!”

“저 사람은, 신윤철 씨!”

“백하운 씨 신윤철 씨 여기 한번 봐 주세요!”

꺄아아아아아!

“류연지 씨! 하트 해 주세요!”

“이렇게요?”

아아아아악!!

누나아아악!!

종방연이 열리는 호영호텔 앞에는 드라마 출연진들을 찍기 위해서 모여든 기자들과 팬들로 혼잡했다.

호텔에서는 재빨리 경호 인력을 배치해서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해야 했다.

“세상에 드라마 끝나고 엄청 바쁠 텐데 여길 다 왔네.”

“드라마 출연진들 다 온다고 했었지?”

“소문으로 듣기론 단역들도 다 온단다.”

“초대장을 다 보낸 거야?”

“어어. 그 사람들도 포상휴가 간다는 얘기가 있던데.”

“미친. 돈을 정말 많이 벌긴 벌었구나.”

“벌었지. 오늘로 시청률 47%을 넘느냐 안 넘느냐가 나오는데.”

“시청률 47%라니. 나는 막방은 돼야 45% 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더 대단한 거 아니겠냐. 지난주에 벌써 45%를 넘겼잖아.”

“대단했지. 왕궁으로 진격하는 반란세력과 어둠 속에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대군.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 왕과 문제의 칼을 찾고도 돌아가지 않은 여대생. 캬.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리네.”

“멋있었지. 그리고 어제 양쪽이 맞붙는데 그 장면 하나만큼은 할리우드에도 안 질 것 같더라.”

“맞아맞아. 아니 다들 어쩜 그렇게 칼을 잘 써? 나 인터뷰로 직접 칼 들고 액션했다는 거 보고 깜짝 놀랐잖아.”

기자이면서 팬처럼 말하는 이들이 취재하는 것도 잠시 잊고 드라마에 대해 감상을 늘어놓았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드디어 드라마 주역들이 도착했다.

“한서진 씨! 여기 좀 봐 주세요!”

“포즈 좀 잡아주세요!”

꺄아아아아아아악!

서진 오빠!

전하! 이혜 전하아!!!

조선이었다면 무례하게 왕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으로 뇌옥에 끌려가야 했지만 여기는 21세기 서울이었다.

이번 드라마로 출연자들 모두 몸값이 몇 배로 상승했지만 주요 배역을 맡았던 이들은 상승세가 남달랐다.

중국, 일본 할 것 없이 ‘내호생’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종방연에 해외에서 보낸 쌀화환이 레드카펫처럼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어? 그냥 들어가는 건가?”

“지연이랑 같이 안 들어가고?”

“스케줄 때문에 늦게 오나?”

보통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은 드라마의 경우 남녀 주조연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김 대감과 김신유, 김 대감의 딸인 왕비가 같이 포토타임을 가지고 남주인공인 한서진은 대군 역인 정승우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렇다면 지연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기자들과 팬들이 먼저 들어가 버린 ‘내호생’ 팀들을 보고 웅성웅성 하고 있을 때 드디어 마지막 남은 주연이 들어왔다.

어어?

우와아아아아악!!

지연아 지한아!!!

어떡해, 우리 애들이야!!!!!

차에서 내리는 남매를 보고 모두가 깜짝 놀랐던 것도 잠시 호텔 앞은 팬들의 함성과 카메라 플래시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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