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92화 (192/225)

# 192

게릴라전 (4)

혼자 있다고 생각될 때 뒤를 돌아봐

거기 내가 서 있어

너와 나 우리

바람이 부는 곳이라면

어디에 있든지

밤하늘에 보이는 별처럼

We are all connected―

connected― connected― We are all―

‘Connection’ 역시 작곡과 작사 모두 도욱이 도맡았다.

평소에는 곡에 따라서 다른 이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Connection’의 경우 영감을 받는 순간에서부터 완성하기까지 다른 이의 개입 없이 온전히 자신만의 생각으로 써낸 곡이었다.

특히 가사에 있어서

팬카페에서나 팬레터에 가장 많이 쓰여 있는 말은 다름 아닌 ‘위로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힘든 시기 케이케이의 노래를 듣고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런 말들이 또다시 케이케이 멤버들에게 힘이 되었다.

여태까지 케이케이의 노래가 그래 왔듯이 이번에도 역시 케이케이의 노래를 들을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심지어 이제 한국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직 가 본 적도 없는 나라의 사람들도 케이케이의 노래를 듣고 좋아했다.

가사의 뜻을 모른 채 듣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영어로, 각 나라의 언어로 해석해 가면서까지 노래를 음미하기 위해 애썼다.

‘어떤 이들에게나 통할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이 있을까?’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외로움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노래는 그것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 중 하나였다.

도욱은 곧장 ‘Connection’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가사를 써 내려갔다.

‘누구나 세상에 홀로 떨어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도 함께할 노래가 있다면…….’

도욱도 그런 기분을 잘 알았기 때문에 가사의 초고는 금세 완성되었다.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지금의 ‘Connection’ 가사가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이어져 있어 혼자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케이케이 팬들, 키링이라는 거대한 집합체에도 의미 있는 가사가 될 터였다.

후렴구는 도욱과 안형서가 만들어 내는 부드러운 화음이 일품이었다.

‘Connected―’라는 가사에 맞춰 일렬로 선 여섯 명의 멤버들이 유연하게 웨이브를 탔다. 웨이브였음에도 정말 하나로 연결된 듯 정확한 동작이었다.

“꺅―!!!”

“어떡해!”

“아아악!”

“케이케이!!!”

“꺄아아아악―!!!”

거기에 허리를 돌리는 안무는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자극적인 안무이기도 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도 이미 입이 벌어진다는 소리가 나왔는데 직접 보니 더욱 그랬다.

현장에 있던 팬들의 함성이 엄청났다.

간주에 들어서자 멤버들이 하나씩 무대 옆으로 사라졌다. 무대 가운데에는 박태형 혼자만 남았다.

게릴라 공연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댄스 브레이크 구간이었다. 방송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니 한 곡의 길이가 5분을 넘어가도 괜찮았다.

박태형이 음에 맞춰 현대 무용과 같은 안무를 선보였다.

소매가 긴 셔츠를 입은 박태형이 팔을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소매가 펄럭이며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냈다.

“박태형!”

“박태형!”

팬들은 홀린 듯 박자에 맞춰 박태형의 이름을 연호했다.

리드미컬한 간주가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원곡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명씩 파도를 타듯 무대 가운데로 들어오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약속된 대로 me앱 중계 카메라가 멤버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클로즈업했다.

생중계를 보고 있던 이들은 서버가 불안정해 화면이 선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숨이 멎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장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울지 감히 가늠되지 않았다.

현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노래가 끝을 향하고 있었다. 멤버들이 한 명씩 뒤돌아서며 무대 뒤쪽으로 걸어갔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도욱이 손가락을 들어 객석 쪽으로 향해 뻗었다.

“기다려.”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도욱의 내레이션으로 노래는 끝이 났다.

1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함성을 쏟아 내기 위해 잠시 숨을 들이켜기 위한 시간과도 같았다.

“아악! 도욱아!”

도욱의 팬 한 명이 기절할 듯 외쳤다. 그 뒤로 수많은 이들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모두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지금, 무대 위는 비어 있었지만 빈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무대 위까지도 팬들의 함성이 채우고 있었다.

“케― 이― 케― 이―!!!”

“케― 이― 케― 이―!!!”

“케― 이― 케― 이―!!!”

강당이 흔들릴 듯한 외침이었다.

갑작스러운 공지를 받고서도 한달음에 공연장으로 달려온 보람이 있는 무대였다.

팬들로서는 몇 번이고 보아 왔던 케이케이의 무대였지만 오늘 ‘Connection’의 공연은 또 새로웠다.

많은 이들이 이미 지난 ‘Continue’ 때 케이케이가 가진 능력치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 뒤가 또 있었다.

힘을 주느라 신경 쓰지 못했던 디테일 부분들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 있었고, 부드러움 속에서도 하나가 되는 모습은 무대를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케이케이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me앱 동시접속 인원은 50만 명을 훌쩍 넘어 있었다.

***

[케이케이 게릴라 공연 대박!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다!]

[게릴라 무료 공연에서 다섯 곡 공연… 케이케이의 인기는 계속된다.]

[케이케이 진화론, 완벽한 컴백!]

[전 세계가 지켜봤다! 케이케이 공연 영상 조회수 단기간 500만 돌파!]

[me앱 측 케이케이 공연에 광고 너무 많이 들어와 곤란할 정도….]

[다음 공연은 어디? 케이케이 팬들 초긴장 상태!]

[Connection, 또 한 번 대박 친 케이케이의 철학.]

[me앱 해외 가입자 국내 사이트 중 최대, 경제적 효과 엄청나….]

[성공적으로 마친 게릴라 공연… 케이케이면 다 된다?]

―소름이었다, 진짜.

―나 공연 보다가 입 찢어질 뻔… 진짜 완벽하다,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라이브였던 거 실화냐??? 레알???

―국보급 가수인 것. ㅎㅎ

―영상 편집된 걸로 봤는데 발라드곡 제목 뭐예요? 노래 너무 좋아요~ 케이케이 화이팅!

―케이케이의 카페라떼요~!

―ㅋㅋㅋㅋ커피 광고 노린 것?

―원래 팬 아니었는데 이번에 게릴라 공연인지 한다고 해서 잠깐 틀었다가 도무지 끌 수가 없어서 다 봤다.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정말로 잘하더라. 우리나라 가수라는 게 자랑스러웠고 강도욱은 진짜 외계인인 것 아닌가 싶은 능력치더라… 중간에 혼자 춤추던 애도 잘하고

―케이케이 팬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ㅠㅠ

―두 아이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우리 애가 좋아해서 보다가 저도 팬 됐네요~!

―다음 공연은 어디입니까? 진짜 제발 알려 주긔.

―서울에서만 공연하는 거 아니고 전국에서 한다고 들었는데… 공연 문화 즐기기 힘든 곳에도 많이 와 주길…. ㅠㅠ

―그런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니 지방에도 많이 갈 듯여. ㅎㅎ

―돈 없어서 콘서트 못 갔었는데 이번에 게릴라 공연 보고 너무 좋아서 눈물 났어요. ㅠㅠ 오빠들 저한테 인생에 추억 만들어 줘서 고맙고 사랑합니다!

―커넥션 노래 개좋음~~!

―덕분에 눈과 귀가 호강했다. ^^

―케이케이 무대 한 번만 보고 죽으면 소원이 없겠삼.

공연이 끝난 후.

댓글창은 케이케이에게 입덕한 새로운 팬들의 간증 글이 올라오는 곳이 되어 있었다. 이러다가 전 국민이 케이케이의 팬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인터넷 매체를 활용한 생중계 공연이었을 뿐인데도 엄청난 파급력이었다.

프렌즈라는 포털 사이트가 스마트폰 상용화 이후 현재 한국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포털 사이트가 된 것도 큰 이유였다.

때로 음악 방송보다 포털 사이트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제대로 간파한 힛 엔터의 전략 분석이 먹힌 것이다.

물론 케이케이라는 그룹의 힘도 컸다.

인지도가 상당하고 팬층이 탄탄해 이미 어느 정도의 성공은 예견됐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파급력을 갖게 된 것은 공연에서 케이케이가 보여 준 모습이었다.

공연을 하는 케이케이의 에너지는 생중계를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호기심에 눌러 보았던 이들도 공연을 보고는 빠져들었던 것이다.

음원, 뮤직비디오, 무대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Connection’ 노래 자체의 대중성도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온통 케이케이로 들썩거렸다.

단순히 노래를 듣고 즐기는 것을 넘어서 다들 한 번쯤은 대스타인 케이케이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에 다음 게릴라 공연은 어디가 될지, 그 공연장에 자신도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첫 공연이 있은 후로부터 3일 후.

새로운 공연 소식이 프렌즈 사이트를 장식했다.

≪케이케이와 Connection! 두 번째 게릴라 공연≫

통영 사량도 특설 무대 오후 7시

케이케이와 연결되세요!

같은 시각 me앱을 통해 공연은 생중계됩니다.

***

“통영?”

권우찬 대리에게 보고를 받고 있던 심준 앨범제작팀장이 놀라 물었다.

앨범제작팀 내부에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앨범제작팀이 하는 일과 권우찬 대리가 하는 공연 기획은 완전히 같은 일은 아니었다.

때문에 심준 팀장은 앨범제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대체로 권우찬 대리의 일에 1차 결재권자로서 사인을 하는 정도의 일만 하고 있었다.

통통한 편이었던 권우찬 대리의 살이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많이 빠져 있었다.

눈 밑이 조금 거뭇거뭇하기도 해서 심준 팀장으로서는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덕분에 케이케이의 첫 번째 게릴라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상황이었다.

이제 두 번째 공연이었다.

두 번째 공연의 장소를 들은 심준 팀장이 놀라 되묻고 있었다.

“통영 사랑도?”

“아, 아뇨. 사량도요.”

“통영이면 남해 아냐? 기차 타고 갈 수 있는 데도 아니고……. 두 번째부터 빡세네.”

심준 팀장의 말에 권우찬 대리도 이해한다는 듯 끄덕였다.

그러나 케이케이 멤버들, me앱 제작진, 한국관광청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한 곳이었다.

첫 번째 공연도 큰 도전이었지만, 장소적으로 두 번째 공연은 더 큰 도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의미도 있었다.

케이케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이들을 위해 어떤 곳도 마다하지 않고, 어디든 찾아가겠다는 게릴라 공연을 시작한 의도와는 꼭 들어맞는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멤버들이 부담이 상당하겠네…….”

첫 번째 공연 당시 멤버들이 무대 뒤에서 얼마나 긴장했었는지 잘 알고 있는 심준 팀장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드는 생각이었다.

권우찬 대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공연의 큰 성공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였다.

두 번째 공연에서 예상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이것이 케이케이의 한계라는 식으로 후려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었다.

“근데 사실…….”

“어?”

“관광청에서 제안했을 때 저희랑 me앱 측에서는 반대했는데요.”

“그치? 이거 관광청에서 원한 걸 줄 알았다.”

“멤버들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하는 거예요.”

심준 팀장이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진심으로 어디든 가고 싶대요. 자신들을 보고 싶어 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곳이라면……. 오히려 한 명만 있을 곳에 더 가 보고 싶다더라고요.”

권우찬 대리의 말에 심준 팀장의 눈이 깊어졌다. 신인 때부터 봐 왔던 멤버들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이제는 앨범제작팀 팀장인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그릇이 되었는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통영 사량도 공연 당일.

공지가 올라가고, 사량도에 도착한 후에야 멤버들은 왜 공지를 본 이들이 경악을 하며 걱정을 했는지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황량하기도 했고, 도로에는 도저히 케이케이의 음악을 들을 것 같지 않은 어르신들만이 보였다.

게다가 평일이었다. 얼마 안 되는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은 모두 학교나 직장에 나가 있는 상태였다.

물론 공연 시간은 저녁이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가 아무도 없으니 멤버들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무대 설치를 하는 이들도 애를 먹고 있었다.

3월 초입, 아직 봄이 오지 않은 터라 바람이 너무나 거세게 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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