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68화 (168/225)

# 168

순간의 선택 (1)

<시놉시스 : 외계에서 온 남친>

PART 1. “내가 누군지 알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톱스타 한송희, 그녀의 직업은 배우다. 아니, 배우가 아닌 스타다. 배우면 배우지 왜 스타냐고? 배우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발연기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났다는 미모와 매력으로 데뷔했던 열아홉부터 스물아홉이 된 지금까지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 정도 연기했으면 연기력이 늘 만도 한데... 지금까지 연기 못 하는 것도 재주다’, ‘오늘 한송희가 SNS에 올린 글 봤어? 아이스핫초코 먹었대ㅋㅋ 진짜 무식하다.’, ‘내 친구가 매니저인데 무식한데 싸가지도 없다더라?’, ‘얼굴도 예전만 못해.’

십 년째 따라 붙는 건 인기만이 아니라 악플도 함께다. 그래도 괜찮다.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한송희는 웃고 넘긴다.

하. 하. 하.

웃다가도... 새로 이사 온 100평짜리 고급 빌라, 넓고 쾌적한 그 집에 혼자서 웃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난다. 한송희는 집이 떠나가라 목 놓아 울었다. 눈물이 나는 건 눈물 셀카를 찍으라고 나는 거겠지? 손등으로 슥슥 눈물을 닦아 본다.

가족들은 송희가 벌어온 돈 쓰기 바쁘고, 열아홉부터 너무 바빠게 살았더니 이 시간에 연락할 친구 하나 없다. 애인은 사귀어 봤자 헤어지면 한송희랑 사귀었다고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는 놈들 뿐이다.

화려해 보이지만 외롭기만 한 한송희의 삶에, 누군가 노크했다.

옆집 사람이다.

PART 2.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한송희보다 다섯 살은 어리게 생긴 옆집 남자가 감정 없이 무뚝뚝한 얼굴로 한송희에게 말한다. 시끄럽단다. 웃을 수도 있고, 울 수도 있지 옆집이라고 해도 100평은 떨어진 집인데 시끄럽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

혹시 자신을 보러 일부러 이러나 싶어서 경비실에 신고부터 하려는데 진짜로 옆집 남자가 맞긴 맞다.

그래서 싸웠다. 뭐 얼마나 시끄럽게 굴었다고. 서럽고 외로운 분풀이를 때마침 찾아와 자기가 한송희인지 백송희인지 만송희인지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듯한 남자에게 퍼부었다.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네? 말해 보시라구요! 삿대질을 하며 으르렁대다가 제가 불쌍하지도 않냐며 갑자기 울어대는 한송희의 진상 앞에선 표정 없던 옆집 남자의 얼굴도 엉망으로 구겨졌다.

그렇게 옆집 남자를 퇴치? 하고 시원한 속으로 잠들었는데.

다음 날, 새로 계약한 광고 촬영장에 가니 그 회사 실장이 와 있다. 실장인데 왜 저렇게 젊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왜 저렇게 어디서 본 것 같이 생겼.. 그랬다. 한송희가 어제 진상을 부린 그 옆집 남자가 촬영장에 있었다.

혹시 제 스토커세요? 물어 보고 싶어진 건 방송국 지하주차장에서 만났을 때다. 그러나 옆집 남자는 어이없는 눈으로 한송희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한송희랑은 안 엮이는 게 답이란 건 벌써 두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정체 모를 차량이 달려와 한송희를 위협했다. 너무 빠르게 다가와 피할 수도 없고, 이대로 죽는구나 싶던 그 순간! 저 멀리 떨어져 걷던 옆집 남자이자 광고주이자, 이제는 생명의 은인이 될 천민준이 한송희를 안아 들었다.

어떻게? 어떻게 구했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의문 속에서 한송희는 천민준의 얼굴을 본다. 놀라지도 않은 듯한 천민준, 그러나 한송희의 심장은 너무 놀란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뛸 리가 없으니까!

PART 3. “지구의 인간들은 저 같은 생명체를 외계인이라고 부르더군요.”

스물다섯 정도로 보이는 앳된 외모지만 그의 나이는 벌써 서른 둘. 사람들은 천민준이 헷갈리고 어렵다. 외모는 어리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면 고조선 시대 사람하고 대화하는 듯한 고지식함과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한참 어른인 이에게도 때때로 천민준은 자신이 더 어른인 듯한 태도로 열불을 나게 한다. 자고로.., 옛부터.. 로 시작하는 말이 말버릇인 것부터가 어이가 없는 캐릭터다.

서류상의 나이가 아닌 그의 실제 나이는 239살. 천민준의 외모는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Xxw123 행성에서 Hqw215 행성으로 우주선을 타고 휴가를 가다 우주선이 추락해 홀로 지구에 떨어진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서류를 위조해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낸다. 스무 살부터 서른다섯 정도의 삶을 계속해서 산다. 그때까진 동안이라고 우기다가.. 이후엔 자취를 감추고 다른 나라에 가서 살다 또 돌아와 새로운 삶을 살고..

그렇게 혼자, 외계인으로 지구인인 척 백 년을 살았다. 지구 시간으로 백 년에 한 번 가까워지는 자신의 행성을 기다리며.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기 85일 전, 천민준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의 지구인보다 스무 배쯤 발달한 귀로 여자의 웃음 소리가, 울음 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그 여자, 한송희와의 만남이 외계인 천민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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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호 실장은 눈을 비볐다.

“외계인?”

오백호 실장은 단지 상징적인 것일 거라 생각했던, 제목에서 말한 ‘외계’가 정말로 지구 밖 외계였던 것이다.

케이케이의 정규 3집 앨범 활동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정규 앨범 활동이 끝나면 또 각자 개인활동이 예정되어 있었다.

도욱의 경우에는 ‘푸른 고래’ 이후 아무런 작품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서둘러 연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각종 드라마 섭외가 엄청나게 들어오는 중이었다. 스케줄 때문에 고사한 게 한두 작품이 아니었고, 그중에는 50회짜리 특별 기획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어린 시절 역할도 있었고, 시청률 27%를 찍은 어마어마한 인기 미니시리즈의 조연도 있었다.

모두 도욱이 했으면 좋았을 만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오백호 실장이나 회사에서도 아쉬움을 표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케이케이 활동이 우선이기 때문에 활동 중에는 걸쳐서라도 연기 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도욱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회사에서도 도욱을 너무 무리시킬 마음은 없었고, 도욱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을 알았기 때문에 그 역할들을 모두 고사했다.

결과적으로 정규 3집 앨범이 엄청난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몇 작품 놓친 것 정도는 후회가 없었다.

더욱이 ‘Continue’의 성공 이후에는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사 쪽에서까지 시나리오를 보내오고 있었다. 배역도 조연은 거의 없고 주연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도욱은 아직은 영화보단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영화 주연들의 나이보단 드라마 주연들의 나이가 조금 더 어린 게 사실이었고,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배역들을 소화하고 싶다는 도욱의 생각은 확실히 옳은 감이 있었다.

그래서 정규 앨범이 마무리되어 가던 즈음에 힛 엔터에서는 도욱의 입시 연기 선생님이었던 이강연에게 다시금 도움을 요청했다.

본래 이름 난 연기자들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했기 때문에 연기 선생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기 지도는 물론이고 정신적인 멘토로 삼고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도욱도 대학 생활을 통해 이미 많은 배움을 얻었고, 기본기가 탄탄해짐은 물론 웬만한 동료 배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연기력이 뛰어났지만, 배우로서 완벽한 경지에 오른 수준은 아니었다.

작품 선택부터 캐릭터를 잡고 연기를 하기까지 많은 노력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의 생각이었다. 회사 내에 따로 연기자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현재, 누가 보아도 도욱은 배우로서도 크게 잘 될 인재였다. 그런 도욱을 비전문가들 사이에서 도욱 개인의 능력만 믿고 가는 건 무리였다.

밀어주고 끌어주기 위해서는 외부 인사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했다.

운영기획을 맡은 조애니 부장의 지시였다. 조애니 부장은 도욱을 기점으로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아이돌이 예능은 물론이고 드라마 판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힛 엔터테인먼트도 소속 가수들의 활동 영역 확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회사 차원에서 소속 연예인을 연기자로서도 키워낼 수 있어야 했다.

도욱처럼 뛰어난 개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순 없는 것이다. 때문에 우선 도욱이 연기자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지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래야 다음도, 그다음도 키워낼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길 거라는 게 조애니 부장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선택한 방법이 이강연 선생을 다시 전담 연기지도자로 채용하는 것이었다. 입시 연기에 도움을 받을 때보다 더 큰 액수를 지불하기로 했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부터 도욱을 케어해주는 대신이었다.

이강연 선생은 이미 케어하고 있는 연기자가 꽤 되었기 때문에 장기간 계약의 경우에는 액수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욱이 인재라는 걸 처음부터 알아보았던 이강연 선생이었다. 그녀는 곧장 힛 엔터테인먼트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 후 이강연 선생은 힛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오는 대본들 몇을 직접 검토했다. 스케줄로 바쁜 도욱과는 휴대 전화로 연락하며 어떤 작품에 들어갈지 함께 논의했다.

그렇게 얘기 중인 드라마가 두어 개 있었고, 제작진과도 조건 등에 대해서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었다.

그럴 때 강연 선생이 도욱을 케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발 빠른 제작사 쪽에서 힛 엔터가 아닌 이강연 선생에게 직접 대본을 보내왔다.

이강연 선생은 시놉과 대본을 살펴 본 후 역으로 오백호 실장에게 그것들을 보냈다. 그것이 바로 ‘외계에서 온 남친’이었다.

PART 1과 PART 2까지는 나름 흥미롭게 읽고 있던 오백호 실장이었다.

드라마를 즐겨 보진 않지만 아무튼 엔터 업계 종사자로서 큰 흐름은 알고 있었다. 나름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PART 3 부분이 오백호 실장의 정신을 강탈해갔다.

검토 후 이강연 선생에게 연락을 하기로 했던 터라 오백호 실장은 떨떠름한 기분을 애써 털어내며 이강연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여보세요? 오 실장님?

이강연 선생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었다.

‘역시 연기를 가르치는 사람은 다른 것 같아.’

생각하며 오백호 실장은 본론을 꺼냈다.

“네, 선생님. 보내주신 시놉 읽어봤는데요. 외계인이라니요? 이것 참. 요즘엔 정말 별걸 다 드라마로 쓸 모양입니다. 이거 웃을 수도 없고.”

-아, 아무래도 그러셨죠. 저도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어요.

“허허. 제가 이제 늙었나 봅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뜻이었다. 이강연 선생이 이해한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외계인이라니······. 저도 조금 난해한 소재라고는 생각했어요. 그런데 인물 소개까지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남자 주인공 역할이 워낙 좋아요.”

“그런가요? 허허······.”

오백호 실장은 애써 사람 좋게 웃었다. 이강연 선생은 오백호 실장도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회사 내부 사람도 아니니 아랫사람도, 윗사람도 아닌 것이다.

대한예술종합학교 입시 때 큰 도움을 주었던 것도 맞았고, 여전히 국내에서 손꼽히는 연기지도자였음에도 과연 이강연에게 도욱의 작품 선택을 맡겨도 될는지 의문이 일 정도였다.

“네. 외······, 외계인이다 보니 초능력도 쓰고. 돈도 많고. 능력 많은 남자 주인공이고, 외계로 곧 떠나야 해서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점수 딸 부분이 많고요.”

“아······.”

오백호 실장의 미지근한 반응에 이강연 선생이 말했다.

“그런데 소재가, 아무래도 그렇죠? 저도 캐릭터는 너무 좋은데 소재 때문에 걸리긴 했어요.”

“네······.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도욱 씨는 원래 논의하던 ‘백설공주 언니’에 들어가는 걸로 하고······. 이 작품은 제가 맡고 있는 다른 배우한테도 한 번 보여줘 봐야겠어요.”

이강연 선생은 도욱보다 한 살 많은 남자 배우를 생각하며 말했다.

오백호 실장은 알겠다고 대답하며 그제야 편안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 그런 걸로 알겠습니다.”

“도욱 씨는 요즘 바쁘죠?”

“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니 이제 좀 한숨 돌릴 땝니다. 이 시나리오는 그럼 따로 도욱이 안 보여줘도 되겠습니까?”

“실장님 편하신 대로 하셔요.”

“네. 항상 우리 도욱이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설공주 언니’ 계약 되고 나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오백호 실장은 이강연 선생과의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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