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61화 (161/225)

# 161

언제까지나 (3)

그렇게 촬영이 시작되었다.

케이케이의 정규 4집 앨범의 타이틀 곡명은 ‘Continue’였다.

이제는 국내 정상급의 자리에 오른 케이케이가 자신들을 좋아해주고, 동시대를 함께 살아나가는 이들을 위해 전할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이 있을까.

도욱을 비롯한 멤버들과 앨범제작팀은 그 부분에서부터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케이케이는 가요계의 가수들이 흔히 부르는 단순한 사랑 노래 가사보단 케이케이의 또래이자 케이케이의 노래를 주로 소비하게 될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메시지를 중요시해왔다.

흔들리고 방황하는 청춘, 그러한 이들의 꿈과 열정 등을 노래했었다.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꿈을 이룬 케이케이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방황하는 청춘을 노래한다는 건 어폐가 있었다.

그래서 결정한 메시지가 ‘계속된다’였다.

‘아직 더 높은 곳을 향한 열정이 남아 있고, 거기까지 너와 함께 계속한다.’

‘우리는 끝나지 않는다.’

‘쓰러져도, 넘어져도, 사람들이 이제는 그만이라고 해도 우리는 계속 달려간다.’

해석에 따라서 가사는 케이케이의 세계를 향한 포부에 관한 것일 수도 있었고, 케이케이와 팬들의 관계에 관한 것일 수도 있었다.

단순히 가사만 보아서는 세상의 벽에 부딪힌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Continue’의 간주가 흘러나왔다.

시작부터 무척이나 웅장한 사운드였다. 그러나 노래 속 사운드와는 달리 실제로 흘러나오는 소리는 무척이나 작았다.

스튜디오 촬영이었다면 귀가 울릴 정도로 빵빵하게 노래를 틀어 놓은 채로 그 노래에 취한 채 촬영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막에 가져 온 음향 장비가 좋은 것일 리 없었다. 어차피 음악은 덧입힐 것이었고, 멤버들이 노래를 듣고 안무를 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괜히 고가의 스피커를 들고 왔다가 모래라도 들어가 고장이 나면 낭패였다.

그런 의미에서 촬영팀은 장비가 상할라 출국 전부터 단단히 장비에 대한 보호구를 챙겨온 상태였다.

비록 겨우 귀에 들리는 수준의 작은 소리였지만,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자 멤버들은 언제 모래 바람에 콜록였냐는 듯 자세를 잡고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은 채 카메라를 주시했다.

리허설 때 약속한 대로 촬영감독은 맨 왼쪽에 선 도욱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것을 시작으로 멤버들 한 명씩의 모습을 순서대로 잡기 시작했다.

달리 사용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하에 움직이며 밀착 화면을 잡아내고자 촬영감독은 자신의 가슴에 지지대와 카메라를 매단 채였다.

최대한의 NG 없이 가는 것이 이번 촬영의 목표였다.

석양에서의 단체 군무 장면을 잡아내야 했기 시간도 제약이 있었지만, NG를 내면 힘든 건 멤버만이 아니었다. 이번 뮤직비디오 촬영은 멤버들만큼이나 스태프들의 고생도 만만찮은 것이었다.

“좋아, 표정 좋고! 그러취! 더더, 클로즈업!”

촬영 화면을 모니터하며 최감독이 외쳤다.

촬영감독은 최 감독과 함께 오래 일해 온 뮤직비디오 촬영 베테랑답게 리허설 때의 동선 그대로를 오차 없이 잡아내고 있었다.

촬영감독의 조수가 그의 뒤에서 모래 속에 발이 빠져 흔들리지 않게 한 몸처럼 붙어서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제시했다.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현재 촬영분은 인트로 장면이었다. 강렬한 인상으로 처음을 시작하고자 했던 거의 의도가 그대로 담겨져 나오고 있었다.

“일단 얼굴이 강렬하니까, 거저먹는 수준이구만~!”

최 감독은 자신이 짠 뮤직비디오 콘티지만 사막을 배경으로 한 도욱의 얼굴을 첫 장면으로 잡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흡족함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컷! 한 번만! 한 번만 더 갑쉬다~!”

최 감독이 외치며 멤버들 한 명씩 디렉을 조금 더 주었다.

“태형아, 너는 조금만 더 센 표정 지어도 될 것 같은데? 그리고 리더! 리더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만, 그러취! 그렇게 트는 게 더 화면에 날렵하게 나온다!”

한 번 더 근접 촬영이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트로에서 노래로 넘어가기 직전의 전체샷이었다.

장비로는 드론이 등장했고, 뚜껑이 열린 사륜구동 차도 동원됐다.

드론이 하늘 위에서부터 사막의 거대한 풍광과 그 속의 케이케이 멤버들을 촬영했다. 이어 사륜구동 차에 올라탄 촬영감독이 케이케이의 주변을 빠르게 돌며 멤버들이 사막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

인트로 촬영만 하고도 멤버들은 최 감독이 장담한 대로 이번 뮤직비디오의 스케일이 엄청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오래 남을 뮤직비디오가 되겠어.’

도욱은 생각했다.

멤버들 자체는 포즈를 잡고 서서 표정만 잘 지으면 되는, 별다른 움직임 없는 촬영이었음에도 의상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카메라를 지고 움직였던 촬영감독은 벌써 탈수 증상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도 인트로 촬영까지는 순조롭다고 볼 수 있었다.

곧이은 촬영은 ‘Continue’의 후렴구 단체 군무 촬영이었다. 촬영 장비는 멤버들의 앞 정면에 설치되었다. 멤버들이 군무를 추는 모습을 한 번에 담아내는 촬영이었다.

평소 스튜디오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에도 단체 군무 촬영은 개인 촬영보다 NG가 많이 나오는 촬영이었다. 한 명이라면 틀리면 다시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해낼 수 있을 거다.’

도욱은 이 모래 위에서의 군무 장면을 위해 준비한 부분을 생각하며 마음 속에서 결의를 다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선을 맞춰 보고 준비를 하면서 멤버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모래 위에서 군무를 맞추는 방법을 찾아낸 상태였다.

박태형의 공이 컸다.

춤을 출 수 있을까 걱정하던 박태형은 다 같이 박자를 맞추기 위해서는 노래를 1.2배속 정도로 빠르게 틀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박에 맞춰 춤을 추어도 모래 위에서 추는 것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춤의 속도가 느려졌다. 문제는 개인마다 신체의 반응 속도가 달라 군무가 제각각이 되어 버린다는 것에 있었다.

몸을 노래에 맞춰 1.2배의 속도로 움직이려고 하면 그제야 겨우 정박의 춤이 나올 것이라는 게 박태형의 의견이었다.

박태형의 의견을 보완한 건 도욱이었다.

1.2배에 맞춰서 움직이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체력에 무리가 많이 가고, 춤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잡기 힘들 수 있었다.

그래서 도욱은 역으로 0.8배속으로 재생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제안했다.

중요한 건 춤의 정확성이었다.

0.8배속으로 촬영하게 되면 모래 위라고 하지만 멤버들도 조금만 노력하면 모든 동작을 정확하게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었다.

동행한 안무가 노태현과 박태형을 중심으로 멤버들은 1.2배속, 1배속, 0.8배속 등으로 노래를 맞춘 뒤 연습해 보며 모래 위에서도 가장 춤의 합을 잘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역시 0.8배속으로 해놓고 춤을 추었을 때 동작의 정확성이 올라갔다.

물론 몇몇이 팔 동작을 자꾸만 정박으로 빠르게 치고 나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 부분은 촬영할 때 주의하며 촬영하는 수밖에 없었다.

0.8배속으로 촬영한 후 실제 노래와 싱크를 맞추는 건 편집에서의 문제였다. 최 감독은 도욱의 설명을 듣고 그런 정도는 걱정하지 말라며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세 번 어때요?”

“어?”

도욱의 옆에서 가만히 메이크업 수정을 받고 있던 안형서가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내기라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도욱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자신도 안무를 해낼 생각을 하면 조금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도욱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부담스럽진 않을 거라는 게 도욱의 생각이었다.

그러니 나름대로 걱정에 빠져 있을 멤버들의 기운을 북돋고 싶었다.

“내기?”

내기라는 말에 정윤기가 관심을 보이며 물어왔다.

“촬영 몇 번 안에 끝낼지 맞추는 내기요. 가장 실제 횟수에서 먼 횟수를 제시한 사람이 지는 거예요.”

“내기하면 내다 안 카나.”

도욱의 의도를 금세 파악한 정윤기가 적극적으로 내기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안형서도 표정이 밝아졌다.

“오, 좋아! 좋아! 뭐 걸까?!”

안형서가 참여 의사를 밝히자 뒤편에서 팔 동작을 연습하고 있던 김원이 자연스럽게 그 팔을 뻗어 손을 내밀었다.

“나도!”

김원까지 참여하자 박태형과 석지훈도 자동 참여였다.

“그럼 내기에 진 사람이······. 연습 때 야식 쏘기 할까요?”

도욱이 제안했다. 연습 때의 야식이라면 치킨 한 마리 정도가 아니었다. 숙소에서 멤버들이 먹을 때도 1인 1닭이 기본인 멤버들이었는데 연습 때면 댄스팀 인원까지 포함된 것이었다. 그러니 내기의 내용이 될 만하다고 생각해서 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막내인 석지훈이 팔짱을 끼고 턱을 괴고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약해요.”

“어······, 어? 그런가?”

도욱마저 순간 당황하며 되물었다.

“받고. 우리끼리 찍었던 휴대폰 속 엽기 사진 팬카페에 공개 가시죠.”

역시 막내는 강했다.

‘캠핑 48시간’ 촬영을 하며 해 온 숱한 예능 벌칙들 속에서 더 강해진 게 분명했다.

다른 멤버들도 야식을 쏘는 것보다 자신의 엽기 사진이 팬카페에 공개되는 것에 더한 심적 부담을 느낀 듯 순간 눈에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한 번 공개되면 평생이었다. 평생을 따라다닐 엽기 사진이었다.

“굿, 굿, 좋았어!”

김원이 외쳤고, 도욱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형서가 제일 먼저 횟수를 제시했다.

“나는······. 음, 다섯 번 안!”

“마, 니 내기 이길라고 일부러 틀리면 안 된다.”

“이 형은 진짜 나를 뭘로 보고.”

안형서가 정윤기를 째려보았다.

“사나이가 가오가 있지. 나는 한 번에 끝낸다에 건다!”

“헐. 지고 싶어서 안달 난 수준······. 엽기 사진 공개하고 싶어서!”

안형서와 정윤기가 티격태격 대는 동안 다른 멤버들도 한 명씩 횟수를 정했다. 메이크업 수정을 도와주던 코디가 그 내용을 휴대폰에 메모했다.

[강도욱(3), 안형서(5), 정윤기(1), 김원(2), 박태형(6), 석지훈(7)]

내기와 상관없이 빠르게 촬영을 끝낼 수 있기를 바라며 멤버들은 모여서 구호를 외쳤다.

구호와 함께 촬영이 재게 되었다.

카메라 뒤에 선 최 감독이 외쳤다.

“누구 한 명 틀리더라도 편집으로 어떻게든 카바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셈!”

최 감독의 말도 안 되는 인터넷 말투에 촬영을 위해 비장함마저 풍기며 각을 잡고 서 있던 케이케이 멤버들은 기운이 빠져선 헛웃음을 지었다.

정수리 위에 떠 있던 태양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며 어느덧 모래들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간이 스피커에서 0.8배속의 ‘Continue’ 후렴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어떤 상황에서든 고난이도의 안무를 추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연습 덕분이었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곡과 안무가 나오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땀흘리며 컴백을 준비했다.

부단한 노력의 시간들이었다.

***

컴백을 일주일 앞둔 케이케이의 숙소. 멤버들은 거실의 컴퓨터 앞에 모두 모여 있었다.

모레 자정부터는 컨셉 티저가 뜰 예정이었다. 그전에 내기의 결과대로 엽기 사진을 올리기로 멤버들은 합의를 본 상황이었다.

“자······. 그러면 사진 업데이트 시간이 있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