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42화 (142/225)

# 142

What is your name (1)

[FW: Hello from LIL]

메일의 발신인은 팬-마케팅팀 이대형 팀장이었다.

이대형 팀장이 힛 엔터테인먼트 팬-마케팅팀 공식 메일 주소로 온 메일을 도욱에게 해석본과 함께 전달한 것이었다.

‘이대형 팀장이 나한테 메일을 보낼 일이······.’

도욱은 의아해하며 메일함을 열었다. 그러나 곧바로 내용을 보기는 힘들었다. 오백호 실장이 이제 출발할 시간이라고 멤버들을 차에 밀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차에 올라탄 멤버들은 인터넷으로 돔에 대해 검색했다. 막연하게 돔 투어를 꿈꾸기만 했지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던 멤버들이었다.

“와······. 수용 인원부터 클래스가 다르다!”

“도쿄 돔이 5만 5천 명 수용 가능이래요. 진짜 크네······.”

안형서가 감탄하고 석지훈도 도쿄 돔의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정윤기가 다른 돔들의 정보도 읽어 내려갔다.

“삿포로 돔이 5만, 오사카 쿄세라 돔이 4만, 후쿠오카 야후재팬 돔 4만, 나고야 돔 4만.”

물론 수용 인원은 객석을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었지만, 기본 수용 인원에서 많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수용 인원만 보아도 돔 공연의 위엄을 알 수 있었다. 정윤기가 읽어 내려가는 숫자에 다들 상상도 잘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이거 다 가요?”

김원의 질문에 조수석에 앉은 오백호 실장이 백미러를 보며 답했다. 원래는 한국의 사무실로 가서 일정을 정리해 알려주려던 것이었는데 멤버들의 관심이 너무나도 컸다.

오백호 실장이 휴대폰을 꺼내 공연 담당으로부터 전달 받은 사항들을 확인하며 답했다.

“보자······.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삿포로까지. 다섯 개.”

“대박.”

“진짜요?”

멤버들이 저마다 놀랍다는 표현을 했다. 도욱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5개 돔 투어라면······.”

돔 공연을 했던 가수들도 5개 지역의 돔 모두에서 공연을 한 가수는 몇 없었다. 일본의 인기 가수들도 어려운 일이 돔 투어였다.

“우리가 일본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았나?”

안형서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중얼댔다. 다른 멤버들도 얼떨떨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한국보다 일본에서의 반응은 실시간으로 알기가 힘든 멤버들이었다. 얼떨떨해하는 멤버들에게 동승한 통역 담당이 설명해 주었다.

“인기, 많아요. 물론 5대 돔 투어까지 가능한 건 한국 팬들이나 중국,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공연을 보러 온다는 사실 때문에 가능한 거지만요. 작년에도 일본에서 아레나 투어를 무리없이 성공시켰으니까······.”

“오······ 그런가요?”

“내 레코드사가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레코드사마다 그런 분위기예요. 일본 내 K-POP 팬들은 전부 케이케이를 좋아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예요.”

현지의 사정을 잘 아는 통역 담당의 말에 케이케이 멤버들은 어깨가 올라가는 걸 참기 힘들었다.

“거기에 이번 활동으로 일반 일본 대중들에게도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것 같아요. 뭐 아이돌 음악에 관심 없는 사람은 여전히 없겠지만.”

통역 담당의 말을 들으며 도욱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TV 출연과 TV에서의 활약이 도움이 많이 되었겠지······.’

나카모토사에게 일본 활동 일체를 맡긴 선택은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었다.

“엇! 역시 우리 인기 그룹!”

안형서가 소리치며 가리킨 창밖에는 케이케이의 앨범 재킷 사진이 걸린 광고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저건 인기 그룹이라기보다 그냥 홍보잖아······.”

정윤기가 핀잔을 주었지만 안형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말만 했다. 이미 돔 투어의 기쁨에 흠뻑 젖어 있는 상태였다.

“음향 시설이 그렇게 좋다던데······. 라이브 연습 더 많이 해야겠다.”

안형서의 말에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형서는 이번 일본 활동을 통해서 조금 더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고,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한 듯했다.

실제로 다른 그룹에 비하면 안형서가 뒤쳐지거나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더 나아갈 지점이 있는 것뿐이었다.

데뷔 전에 메인 보컬 자리를 두고 도욱에게 열등감을 느꼈을 때도 있었던 안형서였다. 그러나 이제 안형서는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움츠러들기보다는 더 발전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됐다.

“한국 가면 다른 스케줄 크게 없으니까 연습할 시간이 꽤 돼서 다행이에요.”

도욱은 말하며 앞으로의 일정들을 떠올렸다.

케이케이의 다음 정규 앨범은 5월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고정적으로 잡혀 있는 개인 멤버들의 스케줄이나 큰 행사 외에는 별다른 스케줄이 없었다.

물론 현재도 앨범제작팀에서 심준 팀장을 필두로 다음 앨범을 준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도욱도 틈틈이 곡을 쓰며 다음 앨범은 무엇이 좋을지 고민 중이었다. 곡을 다른 작곡가에게 받아 온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선택은 도욱이 하게 될 터였다.

대상을 받은 직후의 앨범이었기 때문에 도욱도 조금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그나마 부담을 덜어주는 건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러나 트렌드라는 것도 좋음 음악을 만드는 하나의 큰 요소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테크노 음악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테크노를 기반으로 한 무수한 곡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모든 곡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시대를 뛰어 넘는 곡들은 트렌드를 타는 것도 아니니까······.’

도욱은 생각했다. 케이케이의 음악은 이제 한국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했다. 일본 시장에서도 먹힌다는 것 또한 입증되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조금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할 때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도욱은 이제 겨우 잠잠해진 차 안에서 휴대폰을 열었다. 이대형 팀장이 보내 온 메일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FW: Hello from LIL.]

제목을 보며 도욱은 LIL이 누구인지 떠올렸다.

‘설마······.’

도욱은 메일을 클릭하며 심장이 두근거려오는 것을 느꼈다. 도욱이 알고 있는 ‘LIL’은 한 명뿐이었다.

‘Collaboration proposal between K.K and LIL······.’

굵은 글씨 처리가 되어 있는 문장을 읽은 도욱의 눈이 커다래졌다. 케이케이와 LIL의 콜라보 작업 제안이었다.

콜라보 작업을 제안할 LIL이라면 도욱이 알고 있는 LIL일 가능성이 컸다. LIL은 지난 해 빌보드 연간 차트에서 2위를 한 최고의 팝 스타이자 세계적인 스타였다.

지난 해 데뷔해 데뷔곡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신성 중의 신성이었다. 단 한 곡의 곡으로 세계인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이후에 발표한 곡은 더 큰 사랑을 받으며 일 년여라는 짧은 시간만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타가 되어 있었다.

물론 앞으로의 음악 활동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있었지만, LIL이 작년 발표한 ‘IN THE DARK’와 ‘SOMEONE’ 두 곡은 이미 길이 남을 명곡이었다.

도욱이 조금 전 생각했던 ‘시대를 뛰어 넘는’, ‘넓은 시장’에서 먹히는 곡이었다.

‘게다가 실제로도 십 년은 더 사랑받는다. 몇 곡 더 히트를 시키기도 하고······.’

남성 솔로 가수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LIL이었다.

도욱은 빠르게 한글로 해석된 본문 내용을 읽었다. 역시나 도욱이 생각했던 LIL이 맞았다. LIL의 매니지먼트사 담당자가 메일을 보내온 것이었다.

케이케이의 음악들을 잘 들었고, ‘LAST DANCE’의 세련된 음악에 감탄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LIL은 철저하게 선 채로 노래만 부르는 싱어였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면서 춤도 추는 케이케이의 퍼포먼스를 보며 무척이나 감명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LIL이 개인적으로 ‘Howl’의 퍼포먼스 버전 뮤직비디오를 여러 번 보았다는 사족도 붙어 있었다.

본 내용은 최근 LIL이 다른 가수들과 콜라보한 곡들로 전곡을 채운 콜라보 앨범을 기획하고 있으며, 트랙 중 한 곡을 케이케이와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여기까지 읽은 도욱은 잠시 휴대폰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놀라움에 중얼댔다.

현재로서도 너무 대단한 일이었는데, 앞으로 LIL이 더 큰 스타가 될 것을 아는 도욱으로서는 조금 손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정규 앨범은 아니었지만 스페셜 앨범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일이었다.

LIL은 미국 시장에서 배출한 스타였다. 미국 시장은 세계 음반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사실 미국 시장이야말로 세계적인 시장이었다. LIL의 앨범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 세계 시장에 조금이나마 발을 디딜 수 있다는 뜻이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물론 케이케이가 각국의 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시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도욱은 LIL이 어떻게 케이케이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는지부터 궁금해졌다.

“무슨 일······.”

도욱이 중얼거리자 옆에 멍하니 앉아 창밖을 보고 있던 박태형이 도욱에게 물었다. 도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냐.”

도욱은 우선 답하고는 다시 휴대폰을 보았다.

이대형 팀장의 메일 수신인은 앨범제작팀 심준 팀장이었다. 도욱이 참조로 되어 있었다.

도욱은 케이케이의 앨범 프로듀서로서 메일을 받은 것이었다.

실제로 메일의 내용에는 ‘LAST DANCE’ 앨범을 프로듀싱한 프로듀서와 작업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도욱은 주먹을 꽉 쥐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에게 인정 받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벅차올랐다.

메일 내용의 아래에는 이대형 팀장의 코멘트가 추가되어 있었다.

[저도 메일을 받고 얼떨떨했습니다.

심 팀장님이랑 얘기 나누다가 생각나서 한 번 메일 보내본 건데 이렇게 연락이 올 줄은 몰랐네요.

두 분과 논의 후 답장 보내려고 합니다.

자세한 조건 등은 첨부 파일로 보내 왔는데, 같이 보면 될 것 같아요.

도욱 씨나 케이케이 멤버들 한국 들어오면 최대한 빠르게 일정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도욱 또한 빠르게 일정을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사로 달려가 회의를 하고 싶었다.

이 소식 또한 멤버들에게 외치고 돔 투어에 이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었고, 이제 막 제안을 받았을 뿐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결렬되기도 쉬운 게 콜라보 작업이었다.

조건을 다 맞춘다고 해도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대로 앨범에 실릴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 괜히 섣부르게 멤버들에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멤버들이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욱은 빠르게 이대형 팀장에게 한국에 도착하는 오늘 저녁 7시 이후로는 자신은 언제든지 괜찮으니 편할 때 일정을 잡아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대형 팀장의 알았다는 답장을 받고서도 도욱은 혼자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열이 오르는 듯해 창문을 조금 열었다.

LIL과의 작업이라니 꿈만 같았다. 차마 꾸어보지도 못했던 꿈이었다.

“에취, 형······. 지금 한겨울인데······.”

영문 모르는 석지훈만 뒷좌석에서 기침을 하고는 도욱에게 조심스럽게 한 마디 건넸다.

“아아. 미안, 미안.”

뻘쭘해진 도욱은 얼른 창문을 다시 닫았다. 그러나 여전히 구름 위를 걷는 듯 신이 났다.

메일을 다시금 되새기며 읽어 보던 도욱은 이대형 팀장의 코멘트 부분에서 문득 의문을 느꼈다.

‘이대형 팀장이······ 먼저 메일을 보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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