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38화 (138/225)

# 138

바다를 건너 (2)

[제목 : 죄송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공지 글 봤습니다

전날부터 케이케이 팬들과 인터넷상에서 다툼이 있었고 많이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마침 친구 중에 한 명이 스태프에 뽑힌 터라 몰래 대기실에 갔다가

케이케이 대기실을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계획적으로 일을 꾸몄다면 절대 cctv가 있는데 얼굴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한 번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사진은 제가 올린 게 아니라 삭제가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도라희는 메일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사진이야 선물을 시상식장 근처 길거리에 내다 버렸으니 어느 누구든 찍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중요한 건 선물을 버린 게 이들이라는 것을 밝히는 일이었다.

도라희는 ‘캐이케이 팬들과 인터넷상에서 다툼이 있었’다는 부분에서 범인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정은 금물이었기 때문에 메일을 보낸 이와 연락을 취하기 전에

메일을 보낸 이의 이름은 김보미였다. 김보미라는 이름만 가지고는 구체적인 신상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도착한 메일의 메일 주소는 ‘[email protected]’.

페이스노트에 메일 주소를 넣어 보니 역시나 가입되지 않은 메일주소로 나왔다.

도라희 대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bomebome’, ‘bome2bome’ 등의 메일 주소를 검색했다. 그러다 생각 끝에 사방신화의 멤버들의 생일을 넣어 ‘bome1123’이라는 메일을 검색하게 되었다.

그러자 김보미라는 이름과 함께 회원 정보가 나왔다. 23세, 현재는 휴학중이라는 상태가 떠 있었다.

페이지에 들어가자 김보미가 1시간 전에 남긴 글 내용이 가장 최근의 글로 떠 있었다.

[기분 구려 ㅅㅂ]

그 밑에 댓글로 ‘그러게 더 꽁꽁 싸맸어야지’, ‘븅신아’ 하는 욕설과 비웃음이 잔뜩 달려 있었다. 그 댓글들에 김보미가 ‘닥쳐’ 하는 댓글로 응수를 놓고 있었다.

글들을 내리다 보니 TBN 시상식 스태프증을 찍어 올려놓은 것도 있었고, 사방신화의 팬인 것이 확실해 보이는 몇몇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라희 대리는 확신과 함께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

***

얼마 후, 도라희 대리의 조치로 인터넷상에서의 논란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도라희 대리는 메일을 보내 온 김보미를 직접 만났다.

김보미는 인터넷을 잘 아는 만큼 인터넷에 자신의 신상 정보가 떠돌게 되면 어떤 난리가 날지 뻔히 알고 있었다. 때문에 메일에 쓴 사과문을 인터넷에 올릴 수는 있지만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뻔히 아는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지릅니까?!”

도라희 대리는 회사와 관련된 일이라 입으로 욕을 뱉지 않았을 뿐이지 눈으로 욕을 내뱉고 있었다. 괜히 오백호 실장도 잘못 건드리지 말자는 느낌의 도라희가 아니었다.

김보미 때문에 욕을 먹은 케이케이 멤버들이나 상처 받은 팬들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펼치며 도라희 대리가 숨을 크게 쉬었다.

모자를 쓴 김보미는 그런 도라희 대리의 기에 눌려 고개만 숙였다.

“우리가 고소할 수 있는 거 알죠?”

“······네.”

“그럼 김보미 씨 인생은 진짜로 ‘뭐’ 되는 겁니다. 인터넷에서 신상 퍼지는 정도랑 달라요.”

김보미가 불안한 눈빛으로 도라희 대리를 보았다. 공범은 두 명이 더 있는 상태였다. 스태프증이 자신의 것이었기 때문에 가장 불안했던 김보미가 나서서 대표로 메일을 보낸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하자는 대로 하세요. 그쪽 피해 없자고 저희가 피해 받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날카롭게 말하는 도라희 대리에 김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김보미의 신상 정보를 까발릴 생각은 도라희 대리에게도 없었다. 다만 그냥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사과문을 올려 봤자 글쓴이가 진범이라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진범이 맞다는 증거와 함께 글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도라희 대리는 충동적이었다는 김보미의 말을 다 믿지 않았다. 공범이 있으므로 일을 모의한 증거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도라희 대리는 김보미가 다른 두 명과 함께 ‘케이케이 대기실 들어가서 뭐라도 하자, 대기실에서 옷이라도 찢어놔야겠다, 그래야 속이 풀리겠다, 케이케이 논란 만들자’ 하는 등의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을 찾아냈다.

김보미는 그날 오후 곧바로 스태프증 사진과 작당 모의하던 대화내용 캡쳐본을 첨부해 사과문을 작성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타가수의 팬으로서 케이케이에게 악감정이 있었고, 그래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으며 케이케이 멤버들과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름을 가리긴 했지만 캡쳐된 대화내용 속 프로필 사진이 두 명이나 사방신화 멤버의 얼굴이었다.

김보미는 끝까지 사방신화 팬임을 숨기고 싶어했지만, 드러나지 않을 리 없었다.

사방신화의 팬이라는 것이 이미 확실한 범행 동기가 되어 주었다.

김보미의 사과문이 올라오자 커뮤니티는 다시 한 번 들끓었다. 김보미가 사방신화 팬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방신화 팬덤 내부에서는 알음알음 그들 무리가 누구인지 알려지게 되었다.

김보미의 무리 때문에 사방신화까지 욕을 먹게 되면서 김보미의 무리는 현장에 다니는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질 나쁜 무리로 낙인 찍혀 배척 당하게 되었다.

도라희 대리는 보도기사를 통해 빠르게 김보미의 사과문 내용을 포함한 힛 엔터테인먼트의 입장을 내보냈다.

그 내용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빠르게 사과문을 올렸으므로 선처해 주지만, 다시는 선처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는 내용이었다.

<무서운 팬들간의 싸움.. 케이케이 대기실 도난 사건으로!>

<케이케이 소속사 측, 앞으로는 케이케이 관련 루머 유포, 악플 등에 강경 대응!>

-사방신화 망신 제대로 시켰네

-애잔..

-가오 떨어지는 일 팬들이 다 하고 다니넹ㅎㅎ

-콩밥 먹었어야 하는 거 아님? 힛 엔터가 너무 무르다 물러~

-케이케이 욕하던 애들 다 어디갔음?ㅋㅋㅋ

-진짜 미친 거 아냐???? 요즘 애들 무섭다더니 범죄까지 저지르고 다니네???

-역시 우리 오빠들이 그럴 리 없음ㅠㅠ

-저런 무개념 애들 벌 받아야 하는데..

팬들 간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크게 기사가 나진 않았지만 어차피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조차 대중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중요한 건 팬들이었다. 도욱이나 멤버들이 원했던 것도 팬들의 오해가 풀어지는 것이었다.

케이케이의 팬들은 확실하게 밝혀진 전말에 분노하면서도 도난을 당했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케이 멤버들이 진심으로 팬들의 선물이 길거리에 버려진 일에 대해 미안해했다는 사실에 더욱 맘 아파했다.

가수와 팬이라는 거리를 확실히 존재했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또 케이케이 멤버들로서는 최고의 위치에 오른 만큼 시기하고 끌어내리려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이상한 구설에 오를지 모른다는 사실에 더욱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다행이 일이 해결되어 케이케이 멤버들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오늘도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어 공항은 혼잡스러움 그 자체였다. 공항 경비원들이 팬들을 저지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전이라면 인사도 해주고 했을 멤버들이었지만, 오늘처럼 사람이 너무 과하게 많은 날은 인사를 해주는 게 오히려 일반 공항 이용객들에게 피해가 될 뿐이라 인사를 하기 어려웠다.

출국장 쪽으로 올라가려던 케이케이 멤버들은 뒤에 따라붙은 팬들과 앞에 먼저 올라타 자신들을 찍으려는 수많은 팬들 때문에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아찔한 경험까지 해야만 했다.

너무 많은 인원이 올라탄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멈추자 오백호 실장은 열이 오르는 기분에 이마를 짚었다.

결국 케이케이 멤버들은 오백호 실장을 따라 돌아서 계단으로 출국장으로 향해야만 했다.

“마, 오늘 진짜 역대급이네.”

“Oh my gosh.”

정윤기와 김원이 출국장에 들어서며 고개를 저었다.

시상식 이후 첫 스케줄이었고, 인터넷 상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팬들은 더욱 케이케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던 듯했다.

출국장 안 면세점엔 어느덧 케이케이의 얼굴이 전면에 걸려 있었다.

“와······.”

안형서가 자신의 얼굴이 걸린 광고판을 보며 감탄했다.

“언제 여기 걸리나 했는데.”

“지금이네요.”

석지훈과 대화를 나누며 안형서는 게이트 쪽으로 걸었다. 생각보다 출국장 안으로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비행기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전 멤버가 모두 비즈니스석에 착석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안 되어 기내식이 나왔다. 김포-도쿄 간 비행은 무척이나 짧았기 때문에 원래라면 따로 기내식이 없었지만 아침 비행 시간에 비즈니스석에 특별히 나오는 기내식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어제 떡국도 안 먹었었네요.”

기내식으로 나온 떡국을 보며 석지훈이 말했다.

오늘 있을 공연 준비를 하느라 새해 첫 날이었던 어제도 점심, 저녁 모두 대충 연습실에서 때운 케이케이 멤버들이었다.

“이렇게라도 먹으니까 다행이다.”

수저를 들며 도욱이 하는 말에 석지훈이 끄덕였다. 석지훈이 대각선에 보이는 김원에게 말을 걸었다.

“형, 원이 형! 먹고 해요.”

“아······. 엉. 오키오키.”

석지훈의 말에 김원이 보고 있던 일본어 책을 겨우 덮었다. 한 번 책에 빠지면 정신 없어지는 김원이었다. 김원은 일본 스케줄을 앞두고 일본어 회화 공부에 전념을 다했다.

IQ가 높아서인지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서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김원의 일본어 실력은 빠른 시간 동안 일취월장했다.

이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원서로 된 신문 정도는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 예능 프로도 나간다고 했죠?”

“응. 나도 일본어 더 공부해야 하는데.”

“형도 잘하잖아요. 우리 셋은 사실 문제 없지. 남은 셋이 문제지.”

석지훈이 얄밉게 하는 말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안형서가 공부하고 있다고 항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족들에게 보내 놓은 새해 선물이 잘 도착했을지 나중에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도욱은 나지막히 웃었다.

케이케이의 새해 첫 스케줄은 일본 도쿄에서였다.

도쿄에서 케이케이 일본 정규 앨범인 <あおぞら>가 어제 막 발매된 상태였다.

이번에 케이케이는 <あおぞら>로 쇼케이스는 물론이고 일본 음악 방송, 예능 방송 등에 출연하며 더욱 본격적으로 일본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다.

케이케이는 이미 일본 K-POP 팬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상당히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앨범을 통해 K-POP 팬들만이 아닌 일본 현지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까지 케이케이의 음악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었다.

본래는 음원 및 음반 유통만 맡겼던 나카모토사에 이번에는 일본 앨범 재킷 촬영은 물론이고 기획 및 제작까지 맡겼다.

수익 배분 면에서 힛 엔터테인먼트가 조금 손해를 볼 수는 있었지만, 완벽하게 현지화 전략을 세운 것이었다.

케이케이의 인기가 한국에서 정점을 찍은 상태였다.

일본에서도 한 계단, 아니 두 계단 뛰어 넘어 올라가기 좋은 시기였다.

이번 활동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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