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26화 (126/225)

# 126

새로운 목표 (1)

<맨투맨 서준, 한밤의 클럽 난동!>

<만취 상태에서 웨이터 폭행.. 서준, 두 얼굴의 아이돌!>

<연이은 악재..맨투맨 서준, 폭행 사건 연루!>

<서준, 돌이킬 수 없는 추락의 길 걷나?>

-완전 미친놈이었잖아?

-믿었던 내가 바보다ㅋㅋㅋㅋㅋ 깡패네 깡패

-이거까지 쉴드 치실 분 찾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이 폭행까지 품어줄 빠순이 찾아요ㅋㅋ

-고등학교 때 일도 사실이겠네

-진짜 인간 아니라 악마다

-미친 새X

-너무 무서움ㅠㅠ

-저러고 또 웃으면서 나오겠지???

-일단 질질 짜면서 사과문 들고 나올 듯

-이미지 골로 감ㅋㅋㅋ

-돈 써서 합의하겠네ㅋ 유전무죄 무전유죄ㅋ

-그 편지 쓴 피해자 인생은 어떻게 책임지나ㅠ

-진짜 구속됨?ㅋㅋㅋㅋㅋㅋㅋ

-역대급 병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태 주먹 쓰고 싶어서 아이돌 어케함?

-아라 엔터는 연예인 관리 안 하기로 한 듯ㅋㅋㅋㅋㅋㅋㅋ

-콩밥돌일세~~~~ 지금 중고세상에 맨투맨 앨범 잔뜩 나옴ㅋㅋ

-맨투맨 다른 멤버들은 어떡함???

-그 나물에 그 밥일 텐데 뭘 걱정해

-세상에서 제일 쓸 데 없는 게 연예인 걱정ㅋ

-서준은 연예계 떠야겠는데? 퇴출ㄱㄱ

웨이터에게 폭행을 행사하던 서강준은 그 길로 경찰에 연행됐다.

클럽 매니저가 어떻게든 직원과 손님간의 가벼운 다툼일 뿐이었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일을 무마하려고 했지만, 이미 본 눈이 너무 많았다.

경찰차에 실려 가는 스타의 모습에 입구에서 진을 치던 사생팬들조차 충격을 받았다. 웬만한 연예인들의 뒷모습을 다 안다고 자부하던 그들이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서강준의 소식을 듣고 매니저가 달려왔지만, 서강준의 발바닥만 핥는 개에 불과했던 그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서중원 본부장에게 빠르게 소식이 전해졌지만, 서중원 본부장이 어떻게 손을 쓸 새도 없었다.

피해자를 비롯한 경찰 쪽과 입을 맞추고, 언론을 막기도 전에 인터넷에 속속들이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은 목격자들이 유포한 사진들로 뒤집어져 있었다.

거기에 새벽녘 사진과 함께 인터넷 기사까지 올라왔다. 1차 보도가 나갔으니 우후죽순 다른 매체들도 앞 다투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현직 아이돌의 폭행 사건. 굳이 자극적으로 쓰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자극적인 주제였다.

고등학생 시절의 일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서준’이 연예계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어졌다. 누구의 말대로 더는 ‘실드’ 조차 쳐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새벽녘 서강준이 벌인 행패로 아침이 되자 아라 엔터테인먼트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직원들은 출근과 함께 수백 통에 달하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담당 부서가 아니어도 온통 서준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쉬쉬한다고 하는데도 자꾸만 말이 새어나왔다.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연습생들까지도 서강준의 일들에 대해 수군댔다. 전과 같았으면 이미 데뷔한 선배 가수에 대해 수군거리는 연습생들을 혼냈을 레슨 선생들이었지만, 도무지 제재를 가하기도 힘들었다.

오히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까이 있기 때문에 더 궁금한 게 아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었다.

“어떻게 되는 거래?”

“모르지, 뭐. 빽 믿고 고개 빳빳하게 들고 다닐 때부터 알아 봤다.”

“정 선생도. 언제는 잘생긴 게 노래도 곧잘 한다고 칭찬하더니.”

“그거야 저 정도인 줄 모르고 한 말이고.”

서강준은 가르친 적 있는 안무 선생과 보컬 선생이 연습실 한편에서 모여 저들끼리 떠들었다.

그때 복도를 지나는 맨투맨 매니저가 보였다. 인사를 하기도 힘들 만큼 수척한 얼굴이었다. 새벽 내내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며 피해자는 물론이고 기자들까지 상대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휴, 사람 몰골이 아니네. 사고치는 놈은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지.”

“그러니까. 박 매니저가 진짜 개고생이다. 관리 못 했다고 독박 쓸 거 아냐.”

“최소 감봉일걸?”

“잘릴 수도 있지. 맨투맨은 어떻게 되는 거래? 다른 멤버 애들 불쌍하네.”

“뭐가 불쌍해. 다른 애들도 데뷔하고 나서 싹퉁머리 없긴 마찬가진데. 서준 기에 눌려서 찍소리 못 해서 그렇지. 이 회사는 애들 인성교육부터 시켜야 해.”

“하긴. 그래도 오빈? 걘 좀 괜찮지 않나?”

“뭐 쫌……. 안 됐긴 하다.”

그렇게 회사 내부 사람들마저 서강준에게 등 돌리고 있는 그 시각, 서강준은 유치장을 빠져 나와 얼굴을 모자와 마스크로 가린 채 로드 매니저들의 경호를 받으며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이미 취재열기가 과열되어 있었다. 서중원 본부장의 힘으로도 기자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

덕분에 얼굴을 전부 다 가렸음에도 초췌하고 퀭한 얼굴의 서강준의 얼굴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이럴 때는 해악이었다.

실시간검색어에는 전에 없이 서준에 관한 단어들로 도배가 되었다.

“합의금은.”

“처리했고 강준이 일단 숙소 들어갔다고 연락 왔습니다.”

“너는 애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어?!”

서중원 본부장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맨투맨 총괄 매니저를 향해 책상에 있던 서류철을 집어 던졌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매니저의 가슴팍을 맞고 서류철이 바닥에 떨어졌다.

“면목 없습니다.”

서중원 본부장의 성질을 잘 아는 매니저가 고개를 숙였다.

분풀이를 하려 다른 물건들을 집어 들던 서중원 본부장이 이내 한숨을 쉬며 내려놓았다.

그는 사실 기자 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말한 대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릴까 생각했다가도, 돌아가는 판을 보니 둔다고 잠잠해질 각이 아니었다.

정면 승부를 걸어보는 게 오히려 나을 듯했다. 유언비어가 심해져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전면에 나서며 제대로 눈물 쇼를 해볼 생각이었다. 서강준이 눈물을 흘리며 결백을 주장하면 흔들리며 돌아서는 이들이 충분히 많을 터였다.

게다가 서강준의 말대로 증거가 없다면, 앞으로도 논란은 있겠지만 대충 얼버무리고 활동을 감행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 서중원 본부장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건 서강준 본인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본부장실 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사장님께서 이번 일 어떻게 해결하시냐고 물으시는데…….”

밀려드는 전화에 서중원 본부장은 전화기를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바람에 사장의 연락까지 놓친 모양이었다.

서중원 본부장은 아라 엔터를 통째로 집어 삼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발판이 맨투맨이 될 계획이었다. 사방신화를 이을 주요 상품이 될 맨투맨의 중심에 자신의 아들이 있고, 아들을 뜻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어는 순간부터 틀어지고 있었다. 이러려고 온갖 더러운 짓을 하며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었다. 서중원 본부장은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짚었다.

“내가 직접 연락드리지.”

서중원 본부장의 말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했다. 눈치를 보다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서중원 본부장이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

“인터넷 뒤져서 그 편지 쓴 거지새끼한테 연락이나 넣어 봐.”

“네? 어떻게 하시려고…….”

“그 새끼 잘 구슬려서 피해망상이었다는 글 다시 쓰게 하든가.”

서중원 본부장이 생각한 마지막 수였다. 어떻게든 뭐라도 수습해야 했다.

“그 한 달 후에 맨투맨 공연 스케줄이 있는데……. 그건 어떡할까요?”

“한 달? 무슨 공연인데.”

“서울에서 하는 한류 콘서트입니다.”

한 달 후면 자숙도 할 만큼 한 상태일 것이다. 여러 가수가 많이 나오는 행사이므로 간 보기에 나쁜 행사가 아니었다.

“서준이 사과문 쓰게 하고, 콘서트는 일단 참여 시켜 봐. 반응 봐 보자고.”

“네.”

***

한 달 후.

서중원 본부장의 생각대로 서준이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했던 한 달 전과 달리 인터넷은 다양하게 벌어지는 다른 사건과 사고에 관심을 쏟느라 서준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가운데 서강준은 기획사에서 써 준 그대로 자필 사과문을 써 팬카페에 게재했다.

갑자기 벌어진 일들에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 음주 상태에서 만행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주가 되는 사과문이었다.

생각보다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물론 서준을 믿고 응원한다는 댓글들도 몇몇 있었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의 팬들이었다.

대부분은 고등학교 때의 일은 어떻게 해명할 거냐는 식으로 물어왔다. 맨투맨 팬덤 내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험악한 상태였다.

인터넷상에서 서강준을 퇴출시키라는 서명 운동이 벌어졌다. 대중들이 서강준을 잊을 때도 팬들은 잊지 않고 그가 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이 돌아서면 안티가 된다는 말이 딱 맞았다. 서강준을 좋아했던 만큼 증오하게 되었다. 서강준에게 감쪽같이 속은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분노의 주된 이유였다.

물론 아라 엔터 쪽에서 최성준 기자의 동생에게 접근해왔지만, 최성준 기자부터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최성준 기자는 진심으로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오히려 협박할 생각을 하는 서강준과 그의 아비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런 인간들이라는 걸 모른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사과를 받고, 용서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이런 식으로 접근해 오면 접근 사실을 또 인터넷에 알릴 거라는 말에 아라 엔터 쪽에서는 더 이상 최성준 기자의 동생의 마음을 돌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중학교 때 괴롭혔던 또 다른 피해자의 글이 올라오면서 서강준이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은 빼도 박도 못할 진실이 되었다.

최성준 기자의 동생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조금은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다. 피해자의 성격이 어떠했든간에 피해자는 아무런 죄가 없고, 가해자만 죄가 있다는 응원의 댓글들을 보며 자기 탓만 하던 과거들을 치유 받고 있었다.

“괜찮을까…….”

콘서트 장 앞. 입구에 차를 댄 맨투맨의 매니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힐끗 본 서강준은 멍한 표정이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견뎌내기에 서강준은 너무 오랜 시간 안하무인으로 살아왔다.

보통 이런 사고를 쳤더라도 어떻게든 복귀를 하려고 아둥바둥대는 건 그래도 그들은 한때 치열하게 데뷔하기 위해 싸웠던 인간들이라서였다.

서강준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텅 빈 눈이었다. 비난받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나한테만…… 나한테만 너무 가혹하다.’

서강준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게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맨투맨 멤버들은 자신을 무시하던 서강준의 몰락에 침묵했다. 위로하는 이도 없었다. 안타까웠지만, 동시에 현재 가장 큰 분노를 느끼고 있는 이들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활동이 불투명해져 있었다. 한 사람 때문에 전체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차 문이 열리며 맨투맨 멤버들이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빈이 오빠!”

“여기 봐주세요, 오빠!”

“한유!”

한때는 서강준이 가장 인기가 많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모두 다른 멤버를 부르기에 급급했다.

“탈퇴해! 미친 새X야!”

그때 욕설과 함께 날계란이 날아들었다. 퍽, 소리와 함께 서강준의 머리를 날계란이 강타했다.

깨진 날계란이 흘러내리며 서강준의 머리를 축축하게 적셨다. 웅성거림이 커졌다. 경호원이 날계란을 던진 팬을 밀어냈지만, 이미 늦었다.

“탈퇴해!”

“탈퇴해!”

입구 앞에 탈퇴하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씨X…….”

서강준이 이 사이로 낮게 욕을 내뱉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매니저나 맨투맨 멤버들 모두 알 수 있었다. 서강준은 더는 꿈과 희망을 파는 아이돌일 수 없었다. 끝이었다.

뒤이어 도착한 케이케이 멤버들은 앞서 들어가던 맨투맨에게 벌어진 일에 오도 가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케이케이 팬들조차 이때만큼은 케이케이를 부르기보단 맨투맨 쪽을 보고 있었다.

매니저의 보호를 받으며 뒤돌아 나와 다시 차에 올라타려던 서강준과 도욱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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