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05화 (105/225)

# 105

혼자 부르는 노래 (1)

도욱의 앞을 지나간 인물은 바로 엄우석 PD였다.

엄우석 PD는 일 년여 전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캠핑 48시간>으로 KVS 간판 예능 PD가 된 인물이었다.

‘캠핑 48시간’은 다섯 명의 출연진들이 전국 각지로 48시간 동안 캠핑을 떠나 캠핑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기본 포맷은 이전의 예능, 교양 프로그램과 비슷했지만 캠핑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캠핑을 떠나서 벌이는 게임 등을 다양화해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국민 MC라고 불리는 MC 한 명 외에는 전부 크게 이름을 알리지 않았던 무명의 가수나 개그맨들을 데려와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신선한 재미를 끌어낸 것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캠핑 48시간’의 출연진들은 한겨울에 살얼음이 언 계곡에 들어가기도 하고, 야외에서 침낭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잠을 자는 등 몸을 아끼지 않으며 시청자들로부터 ‘대단하다’는 생각을 들게끔 했다.

거기에 제비뽑기 등으로 벌칙자를 정해 고추냉이가 잔뜩 든 김밥을 먹거나 하는 모습은 단순한 만큼 원초적인 재미를 자아냈다.

‘캠핑 48시간’ 벌칙 게임이라는 게 따로 생겨날 정도였다. 대학 엠티든 술자리든 ‘캠핑 48시간’에서 나온 게임이나 벌칙 등을 따라하는 이들이 많았다.

익숙한 여행지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들은 친숙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웠고,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며 ‘캠핑 48시간’은 KVS의 일요일 예능을 책임지고 있었다.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며 현재는 28~3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캠핑 48시간’이었다.

‘시청률이 현재는 30%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던가······.’

도욱은 전화를 받으며 멀어져 가는 엄우석 PD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휴대폰으로 검색해 보니 지난달에 최고 시청률인 시청률 31%까지 찍은 상태였다.

그러나 올라가는 일이 있으면, 내려가는 일도 있는 법이었다.

일 년이 넘어가자 주춤해진 시청률에 ‘캠핑 48시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때쯤이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겠지.’

‘캠핑 48시간’ 방송작가들은 매일 새로운 게임을 고안하고, 조금 더 좋은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또 매번 반복되는 ‘캠핑지 공개-캠핑(게임 및 벌칙)-직접 밥해먹기’의 형식을 벗어나 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기본 틀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는 이상, 한계가 있는 아이디어들이었다.

의견을 취합하던 엄우석 PD는 ‘캠핑 48시간’에 새로운 캐릭터를 형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때마침 예능국장도 엄우석 PD를 불러 새로운 인물을 넣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러나 예능국장과 엄우석 PD가 생각하는 ‘새로운 인물’의 조건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캠핑 48시간’ 출연진의 평균 나이는 42세.

50대 초반인 국민 MC가 있었고, 두 명의 40대 개그맨과 두 명의 30대 후반 가수 출신 인물들이 있었다.

예능국장은 여태까지 국민 MC인 강천호 외에 별달리 이름값 없는 인물들로 잘 꾸려오긴 했고 그들이 유명한 예능인이 된 상태이지만, 이제는 강천호 말고도 다른 이름 있는 인물이 투입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예능국장이 생각하고 있는 인물로는 KVS 공채 개그맨 출신이 있었다. 현재는 KVS 각종 예능에 출연하며 입담을 과시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엄우석 PD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예능국장이 추천하는 개그맨 조갑성이 들어온다면, 빠르게 ‘캠핑 48시간’에 적응하며 다른 프로에서처럼 재치있는 입담으로 프로에 활력을 어느 정도는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었다.

‘캠핑 48시간’의 본방송 주요 시청자들이 20, 30대가 아닌 3, 40대 인 점을 감안하면 그 나이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개그맨 조갑성은 아주 안전한 선택이 될 터였다.

그러나 엄우석 PD가 생각하기에 그 길은 너무 안전했다. 너무 안전한 길은 쉽게 지루해지기 마련이었다.

엄우석 PD가 생각하기에 요즘 들어 ‘캠핑 48시간’의 재미가 시들해지는 건 더 이상 출연진들이 초기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출연진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자만했기보단 원래도 나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장기전이 되면서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거기에 시청자들보다 먼저 출연진들이 ‘캠핑 48시간’의 포맷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이전과 비슷한 리액션들을 해보이면서 시청자들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 부분도 있었다.

때문에 엄우석 PD는 이름 있는 인물보단 ‘젊은 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혈기왕성해서 출연진들의 초창기 모습처럼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체력도 되는. 캐릭터는 물론이고 기존의 출연진들과도 새로운 관계성은 구축할 그러한 인물 말이다.

‘새로운 인물로 추가되는 이가 누구더라······ 그래, 그 래퍼 출신 예능인······.’

도욱이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멤버들은 어느덧 잠에서 깨어 메이크업 수정을 받고 있었다.

어느덧 사전녹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도욱아 지훈이 끝나고 니 머리할 거야! 조금만 기다려~!”

“넵.”

코디의 말에 답하며 도욱은 거울 뒤편 소파에 앉았다. 멍하니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석지훈의 모습을 보며 생각을 이어갔다.

엄우석 PD는 예능국장과 타협 끝에 새로운 출연진으로 래퍼 출신 예능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30대 초반의 인물을 선택했다.

도욱이야 그러한 과정까진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래퍼 출신 예능인이 출연자에 합류한 것까진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꽤 인기를 끌었었지 새로 투입이 되면서······.’

도욱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래퍼 출신 예능인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캠핑 48시간’에서 하차하게 됐다.

그로 인해 오히려 ‘캠핑 48시간’의 프로그램 분위기는 이전보다 더한 침체를 겪게 된다.

‘그랬어도 이후에 엄우석 PD가 알아서 잘 대처해나가긴 하지만.’

도욱은 엄우석 PD가 이후에 했던 프로그램들을 생각했다.

‘캠핑 48시간’을 시즌2까지 한 엄우석 PD는 이후에도 다양한 포맷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성공시키며 이름을 날렸다.

가만히 앉아 분석을 해보니 그러한 프로그램들에는 모두 일정한 법칙 같은 것이 있었다.

출연진을 구성할 때 구세대와 신세대를 꼭 한 명씩이라도 조합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군. ‘캠핑 48시간’ 이후에 했던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에서 출연진간의 나이 차이가 상당했다.’

한 프로그램에서는 60대 대배우와 20대 후반의 배우를 쓰기도 했다. 다른 예능과는 차별화된 출연진 선택이었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연령층을 동시에 잡으면서도 기존의 프로그램들과는 새로운 관계성과 장면들을 많이 연출할 수 있었다.

‘아까 통화하면서 젊은 피를 언급했던 걸 들어 보면······. ‘캠핑 48시간’에도 사실 그 사람이 아닌 더 젊은 사람을 원했던 건 아닐까.’

결과적으로 도욱의 분석은 정확하게 엄우석 PD의 마음을 읽어내려 가고 있었다.

“형. 눈 뜨고 자는 거예요?”

“어? 어!”

준비를 끝마친 석지훈이 도욱에게 다가와 물었다. 도욱이 겨우 생각에 빠져 나와 답했다.

도욱의 답지 않게 어벙한 모습에 석지훈이 웃었다. 막내의 비웃음을 산 도욱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저 끝났어요. 누나가 불러요.”

석지훈의 말에 그제야 도욱이 뒤편의 코디를 보게 됐다. 코디는 드라이기를 콘센트에 꽂으며 도욱이 자리에 앉길 기다리고 있었다.

***

얼마 후,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지방 행사의 대기실에서 무대를 하려고 대기하고 있던 케이케이 멤버들은 오백호 실장을 통해 정규 3집 앨범의 초동 기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케이케이의 정규 3집 앨범 초동 기록은 20만 장. 가히 어마어마한 기록이었다.

“진짜예요?”

“와. 팬들 대단하다······.”

초동 20만 장 소식을 들은 멤버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팬 카페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케이케이의 팬들은 정규 3집 앨범이 나오기 전, 예약 주문 때부터 사방신화 초동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애를 썼다.

도욱의 목표가 대상이 되었듯이, 이제 케이케이의 팬들도 대상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다.

상은 가수가 받는 것이었지만, 가수가 상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게 팬들의 힘이었다. 또 상을 받으면 가수만큼 기쁜 것 또한 팬들이었다.

팬들은 대형기획사 출신이 아닌 케이케이가 대상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앨범 판매량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원 순위 쪽은 사실 걱정할 게 별로 없었다. 이미 대중성을 인정받아 케이케이가 내는 앨범마다 음원 순위는 좋았다.

거기에 이번에는 이전 음원 순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은 기록하고 있었다. 이른 바 차트의 ‘지붕을 뚫었다’는 표현이 쓰이기 좋은 경우였다.

케이케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음원이 발매되자마자 차트에 단번에 진입했고, 실제로도 좋은 노래 덕에 계속해서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하루 정도 유명 발라드 가수에게 1위를 내어주긴 했지만, 금세 1위를 탈환했다.

때문에 팬들은 음반 판매량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서로 이벤트를 해가며 한 명당 여러 장씩 앨범을 구매하고 있었다.

지난 앨범 사이에서부터 팬덤 크기 자체가 배에 가깝게 늘어 있었기 때문에 판매량이 어마어마했다.

거기에 초동 20만 장의 일등공식은 중국 쪽 팬들이었다. 얼마간의 중국 활동과 중국 쪽 SNS를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에 중국 팬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앨범 판매량의 단위가 달라진 것이다.

역시 대륙이었다. 중국 팬들이 구매해 간 앨범이 어마어마했다.

“이번에 L 면세점에서 제대로 광고 계약하자고 연락 왔어.”

“오······.”

“와우!”

오백호 실장의 말에 안형서와 김원이 환호했다.

케이케이 멤버들이 L 면세점 광고를 기다려 왔던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제대로 L 면세점 광고를 하게 되면, 인천공항 전면에 자신들의 얼굴이 걸리는 것이었다.

거대한 공항 벽면에 걸린 자신들의 사진을 보는 일을 케이케이 멤버들은 고대해왔다.

케이케이의 인기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한 달 후에 맨투맨의 컴백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전처럼 큰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케이케이는 확실하게 맨투맨의 우위에 서 있었다.

‘사방신화의 명성도 무너져 가고 있으니······ 그다음을 잇는 건 케이케이가 되겠지.’

사방신화는 내부에서의 불화가 점점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부정하던 이들도 드러나는 불화에 돌아서고 있었다.

사방신화가 내세웠던 완벽한 퍼포먼스도 연습 부족으로 점점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이다 보니 광고주들도 예전처럼 사방신화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후의 일들은 서강준 개인과 서중원 본주장의 아라 엔터를 잡는 일이겠지만······.’

도욱이 현재 생각하고 있는 건 케이케이 멤버들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었다.

그럼으로써 케이케이가 더욱 다양한 방면에서 이름을 알리는 그룹이 되기를 원했다.

멤버들에게 이런 저런 소식을 전해주고 다시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소식들을 확인하던 오백호 실장이 잠시 화면을 뚫어져라 보다가 물었다.

“어, 도욱이 너······.”

“네?”

팬들이 전해준 손편지를 읽고 있던 도욱이 답했다.

“이 사람이랑 언제 만났었어?”

오백호 실장이 도욱 쪽으로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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