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03화 (103/225)

# 103

푸른 하늘 (3)

김원의 등장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가 시작되었다.

화를 내고 있던 정윤기와 안형서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던 박태형도, 눈물을 흘리던 석지훈 마저 소매로 눈가를 슥 닦고는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김원의 뒤쪽으로 카메라를 든 스태프들이 우르르 따라 붙었다.

여섯 명의 카메라맨이 각자 맡은 멤버들 개인 컷을 촬영하고 추가 한 명이 전체적인 그림을 카메라에 담았다.

순식간에 널따란 숙소 거실이 북적해졌다.

오백호 실장은 거실 한편으로 카메라 앵글을 피해 자리를 잡고 멤버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모두 도욱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었다.

“이게 무슨······.”

도욱은 제자리에 선 채로 멍하니 자신에게 다가오는 케이크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갑작스러운 멤버들 간의 말다툼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던 차였다.

사과를 하면서도 자신의 사과 정도로 안형서의 마음이 풀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도욱이! 생일- 축하합니다!”

팡―! 팡―!

생일 축하 노래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르자 안형서는 목청을 뽐내며 고음으로 화음까지 넣었다.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석지훈과 박태형이 손에 쥐고 있던 종이 폭죽을 터뜨렸다.

“브라더! 해피 벌쓰데이! 얼른 초 안 끄고 뭐해?”

“소원 빌어, 소원!”

김원과 안형서가 재촉했다.

도욱은 얼떨떨한 채로 멤버들에게 밀려 초를 불었다.

‘후―’ 하고 길게 숨을 내뱉자 케이크 위에 꽂혀 흔들리던 스물두 개의 초가 한 번에 꺼졌다.

“오, 잘 분다!”

“초도 잘 부네!”

“소원 다 빌었어?”

오랜만에 신난 세 명의 형들이었다. 세 명의 형들이 틈도 주지 않고 물어보자 도욱은 멍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은 도욱의 생일이었다.

사실 도욱은 자신의 생일인지도 깜박 잊고 있었다. 삼십여 년 동안 챙겨온 생일이 아닌 새로 생긴 강도욱의 생일이 도욱은 어색했다.

도욱은 휴대폰을 열어 날짜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에게 도착한 온갖 생일축하 메시지들을 발견했다. 일적인 연락이 아니면 알림을 꺼두어서 오늘 내내 몰랐던 것이다.

부모님께는 얼른 답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멤버들이 한 명씩 도욱에게 준비한 선물이라며 선물을 내밀었다.

거실에 쌓여있던 도욱의 선물들 중에는 팬들이 준 생일 선물도 있었고, 심지어는 멤버 본인들이 준비한 선물도 있었던 것이다.

작년이나, 재작년만 해도 다른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생일을 챙기고 넘어가진 않았었다. 그저 멤버들이나 팬들의 축하 인사를 받고, 들어온 생일케이크를 쉬는 시간에 잘라 먹은 게 다였다.

“이야, 도욱이 아직도 얼떨떨한가 보네!”

선물을 받으면서도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는 도욱을 보며 안형서가 낄낄댔다.

평소 조금만 고마운 일이 있어도 깍듯하게 감사 인사를 하던 도욱과는 대비돼서 더 즐거웠다.

깍듯한 도욱도 좋았지만, 형들로서는 도욱이 조금 더 편하게 대해줬으면 싶을 때가 있었다. 이렇게 조금 멍한 채 있는 도욱을 보는 게 즐거운 이유는 그래서였다.

“몰래카메라인 거는 이제 알겠어?”

정윤기가 물었다.

도욱이 삐거덕거리는 로봇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도 카메라, 이거도 카메라, 요거까지 카메라에요.”

석지훈이 여기 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도욱에게 설명했다.

거실 TV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벽면에 붙은 시계 뒤쪽에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선물 꾸러미 중 하나는 카메라가 든 상자이기도 했다.

“아까 옷 갈아입고 나오라고 한 거 고마워하라고!”

안형서가 가슴팍을 두드리며 뿌듯해했다.

“그냥 옷을 입고 있었어야 더 리얼리티가 사는 건데. 왜 말을 해가지구.”

“그래도 우리 팀 비주얼인데 그래서야 되겠어?”

“그런가.”

정윤기와 안형서가 평소처럼 투닥댔다. 평소와 같은 멤버들의 말투에 도욱은 큰 안도를 느꼈다. 동시에 자신에게 내밀어진 선물들에 뒤늦은 고마움이 밀려들었다.

“고맙······ 습니다······.”

도욱이 한 발 늦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 멤버들이 웃었다.

“진짜 축하해 브라더!”

“축하해 도욱아.”

김원과 박태형도 다시 한 번 도욱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나저나! 김 브로 때문에 아주 망할 뻔했다고. 발연기 작렬!”

“태형이 대신 케이크로 빼길 잘했어. 안 그러면 몰카 망할 뻔.”

조금 전에 투닥거리던 안형서와 정윤기가 이번엔 한 편을 먹고는 김원에 대해 떠들었다.

“아이 톨드······. 연기 자신 없다니까······.”

“저는 연기 진짜 잘하지 않았어요?”

김원이 시무룩해하는 사이 석지훈이 끼어들며 제 자랑을 했다.

눈물까지 흘렸으니 연기 잘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을 만도 했다. 도욱을 속이느라 연기한 건데, 도욱에게 칭찬해달라는 듯 묻는 석지훈이 어떤 면에서는 웃기기도 했지만, 도욱은 끄덕였다.

“어······. 잘하더라.”

도욱의 말에 안형서가 박수를 쳤다.

“그래, 막내의 눈물 열연!”

석지훈을 칭찬하던 안형서가 도욱을 보곤 웃으며 물었다.

“아까 내가 한 말들 다 연기인 거 알지? 선물 왜 네 거가 제일 많겠어! 생일이니까지!”

이번 도욱의 생일을 맞아 팬-마케팅팀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선물이 도욱의 앞으로 도착해 있었다.

생일을 맞이해 팬들이 준비한 건 도욱 앞으로 전달된 선물뿐만이 아니었다.

도욱의 이름으로 기부 프로그램인 <세상의 사랑>에 기부된 돈도 있었다. 일천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순식간에 모인 건 역시 도욱의 인기 덕분이었다.

거기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하철 역 중 하나인 강남역 벽면에도 도욱의 얼굴이 박힌 광고가 들어 차 있었다. 도욱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하려고 팬들이 돈을 모아 내건 광고였다.

“다행이에요. 저는 진짜 형이 신경 쓰고 있는 걸까봐······.”

“무슨 소리! 나를 그런 소인배로 생각했단 말야?!”

안형서가 개구지게 웃으며 도욱의 어깨를 툭툭쳤다.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라는 소리도 덧붙였다.

“저······ 케이크 먹어도 될까요?”

그렇게 서로 떠드느라 어느새 꺼진 초가 꽂힌 케이크는 뒷전이었다. 오전에 춤 연습을 해서 배가 무척이나 고팠던 박태형의 질문에 그제야 케이크를 생각해낸 멤버들이었다.

“아, 먹어야지, 먹어야지!”

정윤기가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 바삐 케이크를 거실 식탁으로 옮겼다.

“도욱아. 네가 잘라야지······.”

박태형이 조용히 도욱에게 케이크 자르는 칼을 내밀었다. 도욱은 딸기가 잔뜩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를 반듯하게 나눴다.

“이걸로 되겠어? 치킨이랑 피자 시키자!”

“찬성입니다!”

“아이 어그리~! 원 헌드레드 퍼센트~!”

안형서의 말에 석지훈과 김원이 신나서 답했다.

멤버들 전원이 오백호 실장 쪽을 쳐다보았고,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오백호 실장은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이다.”

하는 단서도 당연하게 덧붙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도욱은 생일 몰래카메라의 상세한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몰래카메라가 나갈 방송은 ‘돌아온 K.K 방송’이었다.

회사에서는 이번 정규 3집 앨범을 앞두고 리얼리티 예능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전 처럼 회차가 긴 정식 예능까지는 아니었고 한두 회 정도 팬서비스 및 홍보 차원의 방송 기획이었다.

여기까지는 도욱을 포함한 멤버들도 알고 있었고, 회사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상태였다.

해당 기획이 방송 가능한 방송사와 프로를 찾던 중 팬-마케팅팀은 이전에도 함께 방송한 적 있었던 신윤호 PD와 연락이 닿았다.

신윤호 PD는 케이케이의 첫 단독 예능인 ‘K.K 방송’을 함께했음은 물론이고 도욱을 ‘준비하라 1999’까지 캐스팅해서 연기자로 데뷔시킨, 인연이 깊은 PD였다.

그러나 ‘준비하라 1999’의 성공으로 신윤호 PD는 보통 예능 PD가 아니었다. PD의 이름까지는 대중이 잘 알기 힘든 상황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대형 PD였다.

그런 신윤호 PD가 과연 아이돌 예능을 또 한 번, 것도 한두 회만을 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신윤호 PD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 PD를 통해 다른 잘하는 PD라도 소개받아 방송사와 방송을 타진해보려 했던 힛 엔터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하하. 저만 스타됐나요?”

바쁘실 텐데 괜찮냐는, 이제 급이 높아졌는데 아이돌 예능을 해도 되겠냐는 말을 돌려 물은 팬-마케팅팀 이대형 팀장의 말에 신원호 PD는 오히려 웃으며 되물었다.

자신이 스타 PD가 된 것을 굳이 부인하지도 않았지만, 맞는 말이었다.

거기에 올해 말에나 방송될 ‘준비하라 1999’의 시즌 2를 기획하는 중이었던 신윤호 PD는 이번 짧은 방송으로 생각에 환기도 될 것 같다고 오히려 케이케이와 함께하는 방송을 반가워 했다.

이번 프로그램명은 ‘돌아온 K.K 방송’으로 30분씩 3회 차만 특별히 방영되는 스페셜 방송이었다.

금요일 저녁 시간대로 쉽게 편성이 날 수 있었던 건 PD의 이름값과 케이케이의 이름값 모두 작용한 덕분이었다.

그 가운데 신윤호 PD는 날짜가 잘 맞아 떨어지니 첫 화를 도욱의 몰래카메라로 시작하는 게 어떠냐 방송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힛 엔터 쪽에 물어왔다.

아직 도욱이 ‘돌아온 K.K 방송’의 여부조차 모르고 있으니 절대적으로 성공할 몰래카메라였다.

진부한 아이템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쓰이는 아이템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팬-마케팅팀에서는 멤버들의 다양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정규 3집을 통해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려고 한 만큼 케이케이의 솔직한 면면을 더 노출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거기에 케이케이 멤버들의 솔직한 면들이 드러날수록 인기가 많아질 거라는, 멤버들의 인성을 믿는 팬-마케팅팀 내부의 확신도 있었다.

그렇게 도욱이 뉴욕에 있는 동안 오백호 실장과 도욱을 제외한 멤버들에게까지 ‘돌아온 K.K 방송’ 녹화 소식과 몰래카메라 계획이 알려졌다.

멤버들은 사전 연습과 촬영까지 해가며 도욱의 서프라이즈 파티 준비에 열을 올렸다.

***

그리고 힛 엔터테인먼트 팬-마케팅팀의 예상대로였다.

‘돌아온 K.K 방송’ 1화가 방송되자 모두들 케이케이의 조금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즐거워했다.

언제나 팬들에게 하트를 날리며 즐거워만 보이던 안형서가 화를 내고, 단단해 보이던 석지훈이 눈물로 열연하고, 늘 재미있는 일이라면 빠지지 않아서 남 속이는 것도 잘할 줄 알았던 김원이 자꾸만 카메라를 의식하고······.

거기에 방송 사고가 나도 당황해하는 법 없던 도욱이 당황해하는 모습까지.

팬들은 비록 연기라 하더라도 의외의 모습에 열광했다.

몰래카메라이다 보니 평소 멤버들의 말투가 고스란히 들어났고, 팬들로서는 멤버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방송에 나오면 어떻게든 사투리를 자제하려고 노력하던 정윤기의 사투리도 무척이나 생생해서 정윤기의 팬들은 일명 ‘귀르가즘’을 느꼈다.

-낮은 목소리로 사투리 쓰면서 화내는 갱상도 남자!

-나쁜 남자st... 너무 좋음...ㅠㅠㅠㅠㅠ

-형서 또 저렇게 까칠한 모습 보니까..ㅠㅠㅠㅠㅠㅠㅠ

-원이 왜 저렇게 티나는데ㅋㅋㅋㅋㅋㅋㅋ도욱이 방 들어갈 때부터 몸 동작이 어색하잖아

-근데 도욱이 방 들어가서는 왜 편집됨? 거기서 말해준 거 아님? 짜고 친거 아닐까

-뭔솔;; 도욱이 반응 봐라 저게 어케 짜고 치는 거야

-자막 좀 읽어라ㅋㅋㅋ 타이틀곡 들려주는 부분이라 다음 화에 나온대ㅋㅋㅋ

-컴백 오늘인 거 레알??? 트루???

-이 방송 보고 곧바로 컴백 무대 보다니..현기증난다..

-내가 다 떨려ㅍㅠㅠㅠ오늘 공방 간 키링들 너무 부럽다..나는 안방수니

-안방수니라서 방송 봤으니까 난 됐다!

-우황청심환 먹어야 될 것 같아 너무 기대돼

-반전남 갑자기 케이크 먹자고 하는 것도 졸귀

-하지만 무대에선 섹시하겠지

-우리 막내 역시 아역 출신bbbb

-지후니도 연기 시켜죠라 죠!!

-근데 도욱이 진짜 착하다..

-사과하는 모습... 자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가짜인 거 아는데도 당황한 얼굴 보니까 맘찢

-도욱마리휴지단..지금 갈기갈기휴지단임..

-찢겨진 이 맘 어케 보상

-곧 케이케이 무대니까..무대보고 보상받자!!!

-강도욱 당황한 와중에도 잘생ㅇㅇ

-저 얼굴로 미안해하면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한다ㅠㅠ;;

팬페이지는 물론이고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건 역시 도욱이 사과하는 장면이었다.

모두들 잘나가는데 거만한 기색 하나 없는 도욱의 인성을 입을 모아 칭찬했다.

‘돌아온 K.K 방송’이 끝난 후, TBN의 다음 방송은 TBN 자체 음악방송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케이케이는 3집 앨범의 첫 컴백 무대를 가지게 될 예정이었다. 뮤직비디오도 음원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채 티저만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팬들이나 케이케이를 기다리는 대중들의 기대가 최고조에 이르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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