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34화 (34/225)

# 34

한 번 더 Ok?! (4)

#한 번 더 Ok?! (4)

<맨투맨 컴백임박! 서준, 케이케이와 라이벌 구도 자신 있어......>

기사를 클릭하자 기사 전문이 떴다.

마치 서강준이 케이케이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발언한 듯한 기사 타이틀과 전문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다. 타이틀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서강준의 대답을 짜깁기 한 것이었다.

기자가 노리고 한 질문인 게 뻔했다.

최근 데뷔한 신인 그룹 가운데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맨투맨의 뒤로 케이케이라는 그룹이 바짝 쫓아오고 있는데, 케이케이와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다.

서강준은 우선은 부담감을 표했다. 그러나 맨투맨도 맨투맨의 색깔이 있는 만큼 이번 정규 1집 앨범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앨범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고 답변했다.

준비해온 듯 깔끔한 답이었다. 덕분에 서강준을 향한 댓글 또한 긍정적이었다.

욕이 섞인 댓글은 미끼용 타이틀을 뽑은 기자를 욕하는 댓글이었다. 제대로 안 보면 서강준이 케이케이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자만한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라고 맨투맨의 팬들이 항의 중이었다.

‘어쨌든 기자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라이벌 구도가 대충은 형성됐다는 것이겠지······.’

라이벌 구도라고는 해도 아직까진 먼저 데뷔한, 대형 기획사 아라 엔터의 아이돌 맨투맨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도욱은 짙게 썬팅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번잡한 도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곧 나올 맨투맨의 정규 1집 타이틀곡은 그들의 데뷔곡인 ‘너는 너무 예뻐’만큼이나 완벽한 곡이었다.

‘Sorry but I Love You’가 예상대로 큰 인기를 얻고, 후속곡인 ‘You’가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어주어 다행이었다. 덕분에 맨투맨의 데뷔곡 ‘너는 너무 예뻐’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도로 위 차들이 내는 클락션 소리가 이어폰 사이로 흘러 들어왔다. 서로 먼저 가기 위해 끼어들던 차들이 뒤섞였다. 어느새 도욱이 플레이했던 미완성 신곡이 끝나 있었다.

도욱은 매일같이 메인 멜로디만 나온 미완성 신곡에 음을 더하고, 붙이는 작업을 통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제 맨투맨의 정규 1집 타이틀곡, ‘나를 봐봐’를 이길 만한 곡을 준비해야 했다.

***

용감한외동의 작업실.

첫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임했던 케이케이의 타이틀곡과 데뷔 앨범이 성과를 내면서 용수철의 작업실에는 최신식의 고급 장비들이 늘어나 있었다.

또 용수철 취향에 맞춰 실내 디자인도 변화했다. 조금 더 어둡고 갱스터적인 느낌의 피규어를 비롯한 소품들이 작업실 이곳저곳에 놓이게 됐다.

용수철은 원래 살던 작업실 겸 집에서도 이사해 현재의 작업실만을 사용했다.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힛 엔터 측에서 구해준 회사 근처의 오피스텔에서는 잠만 자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작업실로 들어오는 도욱을 용수철이 반겼다.

“도욱 학생, 잘 왔어요.”

용수철과 도욱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틈나는 대로 만나며 다음 앨범과 곡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1위 축하해요!”

“다 피디님 덕분입니다.”

“덕분은, 뭐. 여하튼 후속곡으로 1위라니 대단하군요.”

도욱은 멋쩍은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용수철은 그런 도욱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방송을 끝마치고 와 메이크업을 지운 얼굴은 단정하고 깨끗했다. 막 숙소에 들러 씻고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 희고 맑은 느낌이었다.

모습은 영락없는 열아홉 소년이었다. 그러나 스물아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생각이 깊고, 놀라운 일들을 해내는 소년.

용수철은 도욱을 볼 때마다 도욱과의 인연에 감탄하게 되었다. 용수철은 자신의 재능에 대한 확신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도욱을 만나지 않았어도 언젠가 성공했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도욱을 만남으로 인해서 좀 더 빠르고, 좋은 방향으로 성공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때문에 언제나 도욱에게 고마운 마음이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도욱을 보면 작곡가로서도 좋은 자극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자신도 작곡을 배운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음악을 들어왔고, 디제잉 등을 해온 경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몇 달 배웠다는 열아홉 도욱은 언제나 용수철을 뛰어넘는 감각으로 용수철을 놀라게 했다.

“그 저번에 도욱 학생이 고민했던 부분, 수정 작업 해 보긴 했는데······.”

용수철이 장비 앞 의자에 앉아서 버튼을 조작했다.

두 사람은 한 달여에 걸쳐 공동으로 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기본 뼈대가 되는 멜로디 라인은 용수철의 것이었다.

용수철은 얼마 전 도욱이 낸, 비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니까 여러 번 듣기에는 너무 단조롭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수정 작업을 한 곡에는 다른 버전의 비트가 섞여 있었다. 가만히 들어본 도욱의 말했다.

“확실히 이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후후. 이틀 밤을 새운 보람이 있군요.”

용수철의 말에 도욱이 약간 눈썹을 구겼다. 어쩐지 용수철의 턱에 거뭇한 턱수염이 유독 눈에 띈다는 생각을 용수철을 보자마자 했던 도욱이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제가 괜히 죄송합니다.”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도욱 학생이 뭐가 죄송한가요.”

“그래도······. 아! 제가 수정해 온 부분은 이거예요.”

도욱은 작업실 데스크톱 본체에 USB를 꽂고서 파일을 옮겼다. 그리고 자신이 담아온 파일을 작업실 스피커를 통해 재생시켰다.

“······이렇게 마지막 부분 멜로디에 굴곡을 주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하고, 좀 만져봤습니다.”

“오! 이렇게 하면 곡 끝에 열라 후까시가 살겠는걸요?”

용수철은 그렇게 험상궂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특이할 만큼 차분한 어투를 사용하지만, 가끔 싼티 나는 단어들을 사용해 주변 사람들을 당황시키곤 했다.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앨범에 담을 곡에 대해 열띠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곡을 발전시켜 나갔다.

밤 열두 시가 넘도록 곡 작업이 계속되고 있을 때였다.

작업실 문이 열리며 양손 가득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권지형이 들어왔다. 도욱이 벌떡 일어서며 인사했다.

“엇,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지형 씨가 왔군요.”

“여기서 작업 중이라고 하셔서 야식 사 왔는데, 제가 두 분 방해한 건 아니죠?”

권지형의 물음에 안 그래도 출출하던 차라고 용수철이 답했다.

권지형은 작업실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 사 온 떡볶이와 순대를 늘어놓았다. 도욱은 권지형을 거들며 음료수를 세팅했다.

몬스터 앨범 준비를 하며 권지형과 용수철은 상당한 친분을 쌓은 상태였다. 몬스터가 비활동기이다 보니 권지형의 시간이 많기도 했고, 권지형의 적당히 친화력 있는 성격도 한몫했다.

“이 늦은 밤에 웬일인가요?”

“컴백이 다가올수록 잠이 안 와서요. 피디님이나 뵐 겸. 도욱 씨도 있다고 하고.”

지난번 스치듯 본 것으로 권지형은 이미 도욱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도욱이 웃으며 때마침 생각났다는 듯 A4 용지를 들고 와 사인을 요청했다.

사촌 누나가 권지형의 빅팬이고, 그러한 연유로 다른 곳이 아닌 힛 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까지 보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자 권지형이 크게 기뻐했다.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한 권지형이었지만, 누군가 자신이 좋다는 사람이 또 있다면 그건 그대로 또 좋은 것이 연예인의 마음이었다. 더욱이 도욱과 같은 대형 신인이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된 것이 자신의 덕이라 생각하자 좀 의기양양한 마음도 생겼다.

“이거, 이거. 팀장님들이나 이사님한테 말해야겠어. 강도욱을 데려온 게 다 나라고 말이야.”

권지형의 너스레에 모두들 작게 웃었다.

흔쾌히 도욱의 사촌 누나인 강서현을 향한 P.S 멘트까지 쓰며 사인을 해준 후, 권지형은 다시 푸념을 했다.

“하필 컴백 시기가 맨투맨이랑 겹치더라고······.”

말하는 권지형의 표정이 씁쓸했다. 나가서 담배라도 한 대 피우고 오고 싶은 표정이었다.

몬스터는 대한민국을 휩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돌 팬덤계에 남을 만한 큰 인기를 얻은 그룹이었다. 그러나 모든 그룹의 인기에는 오르막이 있다면, 내리막이 있는 게 당연한 진리였다.

그걸 권지형도 몸소 체험하며 느끼고 있었다. 치고 올라오는 신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때가 가까워 오고 있음을 권지형은 깨닫는 중이었다.

“완전히 겹치는 건··· 아니진 않습니까?”

“응? 그렇죠. 한 2주 정도 우리가 늦게 해요. 그렇지만 우리가 인생가요 1위를 한 번이라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딱 한 번만 해도 체면은 차리는 건데.”

권지형의 말을 들으며 도욱은 기억을 되짚으려 애썼다.

그러나 맨투맨의 ‘나를 봐봐’가 한창 잘 나갈 시기는 보명이 수능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또 더는 맨투맨의 성공을 두 눈으로 지켜보며 괴로워하지 말자고 생각하던 때이기도 했다.

때문에 몬스터가 1위를 할 수 있었는지까진 기억이 흐릿했다.

‘뭔가 몬스터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소속사에 인기 있는 엔터테이너가 많을수록 힘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같은 소속 회사인 몬스터가 잘되는 것이 도욱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용수철이 순대의 내장을 모조리 입안에 집어넣고 우물거리며 물었다.

“지형 씨, ‘달빛 사랑’ 작사 문제는 해결됐어요?”

“아, 아뇨. 빨리 가사가 나와야 녹음을 할 텐데 말이죠.”

‘달빛 사랑’은 몬스터의 앨범에 들어갈 수록곡 중 하나였다. 몬스터가 처음 시도해보는 유일한 발라드 곡이었다.

그 수록곡을 통해 몬스터는 팬들에게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를 보여줄 예정이었다. 몬스터는 의외로 멤버 전원이 발군의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무엇이 문제냐고 도욱이 묻자, 곡 자체는 너무나 좋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가사가 나오지 않아 곡 녹음이 지연되고 있다고 권지형이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도욱의 눈이 반짝였다.

도욱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김숨이었다. 김숨은 발라드 곡 작곡뿐 아니라 작사에도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발라드 쪽 감성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김숨이 가능만 하다면, 좋은 가사를 써낼 것이라는 확신이 도욱에게는 있었다. 또 언더에 있는 김숨이 대중가요 쪽으로 발걸음하게 할 기회일 수 있었다.

“제가 아는 분이 한 분 계시긴 한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정말? 일단 혹시 모르니까 소개라도 부탁해요!”

“네, 한번 연락드려 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 도욱 씨 휴대폰 번호···! 번호 교환하고,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연락해 보고, 연락 주세요.”

권지형은 좋은 가사를 찾을 수만 있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듯 들뜬 눈으로 도욱과 번호를 교환했다.

김숨이 몬스터 곡의 작사를 하게 된다면 앨범제작팀과의 협의도 있어야겠지만, 우선은 김숨의 의사와 스케줄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

새벽에서야 숙소로 돌아온 도욱은 작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좋은 곡에는 좋은 가사가 필요하지.’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무대를 꾸밀 안무도, 의상도.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다. 모든 게 전부 하나가 될 때 최고의 곡이, 무대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도욱은 잠들기 전, 침대 맡에 놓아 둔 시집들을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읽어 내려갔다.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했다. 이전의 삶에서 이미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도욱의 독서량이야 이미 충분한 것이었지만, 도욱은 무엇이든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에야 도욱은 잠에 들었다.

그리고 점심때쯤, 도욱은 오백호의 기상하라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팬-마케팅팀에서 케이케이를 본격적으로 맡게 된, 팀원 도라희가 직접 숙소로 와 있었다.

아담한 체구의 귀여운 얼굴을 한 여성이 숙소 거실에 서 있자 속옷 바람이었던 멤버들은 놀라 모두 정신없이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오백호가 그 가운데 외쳤다.

“자! 다들 기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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