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66화>
65. 전장으로 돌아오다(2)
지구인 부대가 다시 속속 합류하고 있었지만, 괜히 왔다가 털리고만 있었다.
“사…… 살려 줘.”
“오는 게 아니었어…….”
D등급이 털리는 건 당연하다고 쳐도 C등급도 저러면 어쩌라는 거지.
음…….
뭔가 수가 있어야 하는데.
들고 있는 아르테미스의 활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화살 마구 날리는 건 아주 좋았지만, 광역 스킬 느낌이라 뇌신이랑 중복되는 느낌이 있었다.
이거 다른 사람한테 대여도 되나?
어차피 역소환하면 나한테 돌아오는데.
지구인 부대 중 얼굴빛이 어두워진 강시아를 발견하고 거기로 갔다.
“시아 씨.”
“아…… 오셨어요?”
“지금 등급 어떻게 되세요?”
“C급으로 올랐는데…… 저 검은 해골 앞에선 공격이 전혀 안 통하네요.”
등급이 올랐다는 기쁨도 잠시,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 않으니 울적한 모습이다.
“이거 한번 써 보세요.”
내가 아르테미스의 활을 건네자 이를 받아 든 강시아.
내가 쏘는 걸 몇 번 본 때문인지 바로 시위에 손을 놓는다.
나 때와는 달리 머리카락처럼 아주 가는 화살 몇 발만 생겨났다.
“유도되니까 그거로 해골한테 쏴 보세요.”
“네.”
그녀가 시위를 놓자 마력 화살이 해골의 머리를 향해 날아간다.
너무나도 가는 화살이라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푹.
화살이 해골의 머리를 그대로 관통하고 사라진다.
마력이 약해서 그런가.
나 때는 화살이 적을 뚫고도 힘이 남아 주변 적을 학살했는데 그러지는 않는군.
“와! 벌써 레벨 업…….”
“이거 좀 쓰고 계세요.”
“아…… 그래도 될까요?”
“네. 지구인 레벨 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싸우다가 필요하면 역소환할게요. 언제 역소환할지 모르니 마력 최대한 빨리 쓰세요.”
“네!”
“아. 그리고 마나 떨어지면 그냥 C급 궁수들이랑 돌려 쓰세요. 마력 있는데도 태업하면 제가 페널티 준다고 해 주시고.”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피는 강시아.
그녀를 뒤로하고 다시 전장에 나서며 스킬을 둘러본다.
이제부터 스킬 레벨 업이 가능했지?
자주 쓰는 스킬인 뇌신을 레벨 업하려고 눌러 보니 SP가 30만 필요하다고 뜬다.
30만…….
엄청 많이 필요하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SP는 10만이 좀 넘었다.
영혼 중개, 능력 흡수, 영혼 약탈 이런 스킬은 레벨 업하는데 각각 10만씩 필요했다.
일단 전투가 벌어지는 일주일간은 영혼 약탈 먼저 올리자.
레벨 업을 하니 스킬의 레벨명만 바뀌었다.
[영혼 약탈 스킬 LV4]
[적을 죽일 시 영혼의 일부를 약탈하여 SP를 얻습니다. 영혼 약탈 스킬의 레벨이 5가 될 경우 상대방에게 크게 피해를 줘도 SP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
죽이지 않고도 SP 획득이 가능한 건가?
신나서 영혼 약탈을 하나 더 올리려고 했지만, 필요 SP가 갑자기 50만으로 늘었다.
아니, 갑자기 SP 소모량이 급증한 느낌인데?
스킬 레벨 업 상승이 워낙 좋긴 하지만…….
이제부턴 능력치 올릴 때 SP 쓰는 걸 아껴야겠네.
칭호도 교체했다.
[지구의 선구자(전설)]
[등급 A]
[지구인 중 최초로 B등급, 전설 등급에 도달한 이에게 주어지는 칭호.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자신의 등급이 B등급일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10%에서 20%로 늘어나니 더욱 쓸 만하군.
선구자는 내가 다 가져가야지.
사방에 마법을 뿌리며 상태창을 보았다.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중개자(강화)
수호신 - 전령의 신 헤르메스
칭호 - 케브리안의 용사
레벨 - 107
힘 ? 101, 민첩 ? 100, 마력 - 101
SP ? 4,120
추가 능력치 +26]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약탈자(강화)
수호신 - 사기의 신 로키
칭호 - 지구의 선구자(전설)
레벨 - 107
신체 - A
마력 - A
기예 - A
행운 - A
SP ? 11,084]
능력 흡수로 인해 힘과 마력이 소량 늘었지만 민첩, 기예, 행운은 아직 오르지 않은 상태.
기예, 행운이 B길래 중립 진영 추가 능력치는 거기에 투자해서 올 A로 맞췄다.
물론 A 글자의 게이지가 아주 눈곱만큼만 차올랐지만, 올 A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투자했다.
질서 진영 추가 능력치는 일단 킵해 둬야지.
딱히 능력치를 많이 투자하진 않았지만, 칭호 변경 덕인가 한층 더 강해진 느낌이 났다.
강해지는 건 좋은데 B등급 되고 나니 SP 소모가 너무 많아졌네.
영혼 중개도 빨리 재개하고 SP 얻는 스킬부터 레벨 업을 우선시해야겠어.
영혼 중개, 영혼 약탈 위주로.
스킬 레벨 업이 가능해지니 신경 쓸 게 더 늘었다.
왼손으로는 번개를 쏴 대면서 오른손으로 계속 상태창과 스킬창을 쭉쭉 둘러보았다.
영혼 거래 스킬과 함께 같이 생긴 영기 발출 스킬이 눈에 띄었다.
[영기 발출 LV1]
[SP를 소모하여 영기를 형성합니다. 사용자의 신체와 신체에 닿는 병장기에 영기를 담을 수 있습니다. SP 소모량의 10배만큼 적의 SP를 소멸시킵니다. 레벨이 상승하면 비율이 상승하며, 원거리에서도 영기 발출이 가능해집니다.]
내 SP를 소모해서 적의 SP를 갉아먹는다고?
감이 잘 안 오는데, 한번 써 봐야겠네.
여의를 적당한 대검 크기로 변환하고 영기 발출을 사용했다.
“영기 발출.”
그러자 곧 검에서 새하얗게 피어오르는 영기.
검을 감싸는 건 마나 블레이드와 비슷했지만, 검신에 머문 새하얀 빛이 일정치 않고 파동 치고 있었다.
한번 여의를 확장하면서 적을 쓸어 버릴까 했지만, 메시지 창을 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SP가 100 소모됩니다.]
아니 이거 썼다고 100이 날아가?!
심지어 오래가지도 않았다.
한 30초쯤 지나니까 금방 멎으려고 하는 영기.
위력 실험해 보려고 근처 검은 해골에게 황급히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 닿자마자 그대로 소멸하는 검은 해골.
신성력에 의해 타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세상에서 지워졌다.
[적의 SP가 소멸됩니다.]
[적의 SP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존재가 사라집니다.]
[영혼이 완전히 소멸합니다. 영혼 흡수로 SP를 얻을 수 없습니다.]
와.
적이 SP가 달리면 아예 그냥 영혼채로 사라지게 하나 보다.
이건 일반 잡 몬스터한테는 쓰기가 애매한데.
일단 SP를 얻기는커녕 잃으니…….
강한 적을 만나면 써 봐야겠다.
[지상을 돕지.]
하늘 위에 있는 적이 어느 정도 제압되자 천사가 빛의 군대를 끌고 내려왔다.
천사의 군대가 합류하자 드디어 검은 해골과 상대가 되기 시작하는 지구인들.
천사가 이끄는 성령이 지구인의 몸에 들어오면 그 지구인은 파워 업해서 공격이 통했다.
“제우스의 은총이시다…….”
“절대신의 축복에 감사드립니다.”
몇몇 신앙심 깊은 이들은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십자가 성호를 그으며 무릎 꿇고 제우스를 외치는 이들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대부분이 제우스를 찬양하네.
물론 제우스가 대장이고 12주신 중 가장 강하다지만, 그래도 다신교인데 말이야. 찬양에서 다른 신의 비중은 극히 미미한 느낌이다.
[제우스를 찬양하라.]
천사도 빛의 검을 높이 들며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고.
“와아아아!”
언데드에게 뛰어가는 사람들.
그래도 이제 검은 해골과 싸움이 되니 다행이긴 했지만, 사람들의 제우스 연호가 기억에 남았다.
저놈들이 공짜로 도와줄 리가 없는데 말이지, 뭔가 얻는 게 있으니 천사들이 저러겠지…….
“적이 더 이상 오질 않습니다.”
“하아. 오늘 정말 힘들게 막았군요.”
“천사님이 아니었으면 힘들 뻔했습니다.”
“교회를 안 가던 저를 반성하게 되더군요. 역시 신의 은총은 대단하십니다.”
“예. 저도 절을 더 자주 나가야겠어요.”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사람들.
교회와 절이 하나 되어 제우스를 찬양하네.
차라리 진실을 모르는 게 편했을지도 모르겠군.
장님들의 세계 사이에 혼자만 눈 뜬 느낌이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정리를 하고 있는 강시아에게 다가갔다.
“아. 지호 씨. 활 정말 잘 썼어요. 역소환 안 하셔서 정말 C급 궁수들은 다 시위 한 번씩 당겨 봤네요.”
“레벨 업은 좀 하셨습니까?”
“네! 대여섯 잡을 때마다 1레벨이 올랐어요. C급의 경우는 열 발 쏘면 마나가 다 닳긴 했지만. D급 궁수 분들은 많아도 화살 세 개가 한계더라고요.”
“D급도 들 수는 있었나 봐요?”
A급 무긴데 D급이 들 수 있다니 신기하네.
“네. 제가 페널티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렸는데 어차피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실험해 보겠다고 하셔서…….”
공격은 하나도 안 통하고 해골한테 다 짓밟히는데 나 같아도 그랬겠다.
어쨌든 D급 궁수의 실험 덕에 궁수들이 죄다 활 근처에 모여 화살 한 번 당기고 다음 차례로 넘기고 하는 걸 반복했다고 했다.
활 하나에 이 수백의 궁수가 매달려 돌려썼다고 생각하니 뭔가 불쌍한 느낌이네.
“아, 그리고 세계수에서 디아나 님이 의식을 치르고 있다는데, 사령대제와의 전투가 마무리되면 꼭 와 달라고 전해 달라 하셨어요.”
“저한테요? 언제요?”
“네. 바람의 정령으로 메시지를 보내셨더라고요. 음…… 한 시간 전쯤인가? 오늘이었어요.”
엘프리안이 말한 다음의 일이네.
그럼 정신을 차린 거일 수도 있겠다.
지금 가 볼까 했지만, 잠시간의 소강상태라 자리를 비우기가 애매했다.
한 번 더 막고 가야지.
나는 대지에서 위풍당당하게 떠 있는 천사에게 다가갔다.
“다음 공격은 언제라고 생각하냐? 아니 생각합니까?”
이거야 원 존대가 제대로 안 나오네. 천사의 얼굴을 가리던 빛이 번쩍했다.
[김지호 각성자. 그냥 반말하려면 반말해라. 헤르메스님이 수호신이니 내가 감수하겠다.]
“뭐 그쪽에서 그렇다면야 사양 않고. 이젠 하늘 위에 떠 있지 말고 지상에서 도와주지그래? 우리가 숫자만 많아.”
[그래. 너 이외의 다른 이는 너무 능력이 형편없군. 성령 결합을 통해 강제로 능력을 끌어 올리는 게 낫겠다. 다만 능력이 없는 자가 성령 결합을 한다면, 금방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괜찮겠는가?]
“케브리안에서 사망인 거지?”
[그렇다.]
“그럼 괜찮아. 팍팍 성령 결합해.”
어차피 죽는 거 적에게 데미지라도 입히고 죽는 게 낫지.
무력하게 쓰러지는 것보다 경험치 조금이라도 얻어야 하지 않겠어?
“근데 원래도 이렇게 상대가 안 되나? 깨라고 만들어 놓은 거 맞아?”
[신의 은총이 그대에게 집중되긴 했어도, 내가 봐도 지구 각성자들은 심하게 약하다. 데스 솔져는 영웅 등급이면 충분히 제압 가능한 언데드인데. 지구는 대신께 무슨 미움이라도 샀는가?]
“글쎄다.”
[특이한 경우군…… 흠. 적이 온다. 준비해라.]
은근 말 상대를 잘해 주는 천사와 대화했다.
궁금한 걸 더 해소하고 싶었는데 타이밍 안 좋게 적이 왔군.
천사의 검이 광채를 발하며 전장을 밝힌다.
빛이 향하는 방위는 전방.
빛으로 밝혀진 그곳에는 눈에 익숙한 적이 서 있었다.
나한테 스스로 죽었던 적.
데스나이트 킹이 다시 살아나 유령을 이끌고 걸어오고 있었다.
“암펠리안!”
[하늘에도 있다.]
천사의 지적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 로브를 입은 리치가 하늘에 서 있었다.
크기는 일반 리치보다 서너 배는 크고, 무기는 지팡이가 아닌 낫을 들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온몸이 부패한 괴조들이 떼를 지어 날고 있었다.
[하늘은 내가 맡지.]
천사가 날아오르며 성령도 일제히 뒤를 따른다.
하늘은 또 대규모 전투가 되겠군.
[김지호 씨. 아무래도 양보다는 질이 나을 것 같아서 제가 특별히 제 두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암펠리안은 회복하는 데 힘 좀 썼으니, 그거 아깝지 않게 빨리 죽어 주세요. 킬킬킬…… 죽고 실의에 빠져 있으면, 제가 근사한 위문 선물 가지고 가지요.]
허공에 울려 퍼지는 하데스의 목소리.
역시 적으로 만나면 재수 없는 놈이야.
그것보다 암펠리안이라…….
C급 때는 형편없이 깨졌는데…….
그때에 비하면 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긴 했지만 과연 어떨까.
“죽어라.”
암펠리안의 신형이 사라지며, 그대로 정수리가 따가워 온다.
오랜만의 위험 감지군.
근데 저번처럼 압도적인 느낌까지는 아니다.
충분히 상대할 만해.
그래. 어디 복수 한번 해 보자.
“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