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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11화 (311/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11화

마법사 곤둘보르는 자신의 눈앞에 떡 하니 존재하는 기억 속의 모습에 뱀 앞의 개구리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눈앞의 여성은 뭇 남성들이라면 한눈에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곤둘보르는 전혀 그렇게 볼 수 없었다.

굳이 표현하면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귀도 저보다는 예쁘게 볼 수 있으리라.

곤둘보르에게 있어서 케이라의 모습은 악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스승님?”

“나 말인가?”

정작 곤둘보르가 발작하듯 외친 말에 당황한 것은 링우그와 유현이었다.

“그, 그 목소리!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어!”

곤둘보르는 손발을 덜덜 떨었다. 다 늙은 노인이 두려움에 질려 저렇게까지 하니 보통 처량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반응에 유현은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꼈다. 저 모습은 케이라의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본 사람이나 할 법한 반응이었다.

“아.”

링우그는 그제야 무언가 떠올렸는지 손뼉을 딱 하고 쳤다.

“누나. 아무래도 곤둘보르 할아버지는 누나에 대해서 모르는 거 같아요.”

“나에 대해서? 여기 사람들은 다 아는 거 아니었어?”

유현 전에 가르디안에 온 텔러들이 몇이나 있었단 말인가. 적게 잡아도 두 자릿수는 넘어간다. 그런데 곤둘보르가 그것을 모를 수가 있다고?

“애초에 할아버지는 여기서 벗어나지 않거든요.”

돌아오는 대답이라는 것도 가관이었다.

“마법사가, 뭐 원래 그렇잖아요. 어디 골방 구석에서 자신만의 아지트를 짓고 틀어박히고, 혼자 몇십 년 동안이나 조용히 지내는 사람들. 곤둘보르 할아버지도 그런 부류거든요. 게다가 누나가 특이한 것도 있어요.”

“내가 특이해서 그렇다고?”

“애초에 이곳, 본부에 온 건 누나가 최초거든요.”

유현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유현의 전 텔러들은 자신이 직접 나가서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장비를 지급받기 위해 본부에 찾아올 이유도 없었다.

벨라의 말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대부분 전임자는 여관에서 묵기만 했고, 그게 아니면 레안의 거주지에 쳐들어가서 난동을 피웠다고 한다.

첨탑의 아래, 본부까지 온 것은 유현이 최초.

그리고, 자신의 공방에만 틀어박혀 아티팩트를 제작하거나 마법진의 보수 작업을 맡은 곤둘보르는 밖에 나돌아다니지 않기에 소식을 몰랐던 것이다.

워낙 성격도 제멋대로라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없거니와, 다른 사람들도 굳이 곤둘보르에게 이 소식을 전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곤둘보르의 입장에서는 32년 전 사라졌다고 생각한 스승님이 떡하니 살아서 돌아온 셈이었다.

‘그런 것치고는 반응이 심각해 보이는데.’

겨우 서 있다 할 정도지 사실상 선 채로 기절한 꼴에 가까웠다. 실제로 곤둘보르는 유현을 보는 것이 두려운지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떨었다.

저 반응을 보면 아무래도 진짜 케이라에게 무슨 꼴을 겪었던 것이 틀림없으리라.

하아.

유현이 한숨을 내쉬자 곤둘보르가 몸을 크게 떨었다.

“안 잡아먹으니까 겁먹지 마세요.”

“스, 스승님?”

“애초에 저는 당신의 스승이 아닙니다. 사연이 있어서 이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진짜가 아니라는 거죠.”

“그, 그게 무슨…….”

곤둘보르는 그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아무리 봐도 악몽 속에 나올 법한 스승의 모습과 닮았는데, 자신이 스승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곤둘보르는 혹시라도 스승님이 자신을 골리기 위해 일부러 저러는 게 아닐까 했지만, 그녀의 성격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32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어도 그녀의 성격이 바뀔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정말로 눈앞의 케이라는 자신의 스승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드, 들어와라.”

곤둘보르는 애써 강한 말을 썼지만, 여전히 유현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공방 안쪽은 청소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는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어질러져 있었다. 곳곳에 널려있는 온갖 아티팩트와 실험관, 약초들.

이런 환경에서 저런 물건들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이후 링우그에게 자초지종을 다 듣게 된 곤둘보르는 믿기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러니까…… 눈앞의 이분이, 정말로 내 스승님이 아니라고?”

“네. 그렇다니까요. 저희가 거짓말을 해서 뭣 하겠어요.”

“허어. 세상에. 이전부터 온갖 기묘한 존재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이런 모습을 한 텔러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정말입니다.”

“믿습니다. 믿고말고요. 애초에 그 모습을 하고, 그런 말투를 사용하는 스승님이라니. 꿈에서도 떠올리지 못할 겁니다. 차라리 스승님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라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 있지.”

“그런데 스승님이요? 곤둘보르 할아버지, 케이라 씨의 제자였어요?”

“옛날 일이다, 이놈아!”

곤둘보르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기도 싫은지 링우그에게 눈을 부라렸다.

“……애초에 내가 룬마법을 누구에게 배웠다고 생각하는 거냐. 위대한 다섯 자매, 그중에서도 가장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케이라 스승님께 받은 거다. 그분은 룬마법의 대가셨으니까.”

“와! 정말 멋지네요!”

“멋지기는 개뿔이.”

곤둘보르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다가 유현의 눈치를 살폈다.

스승님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위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는 모를 거다. 내가 룬마법을 가르침 받을 때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 정말, 정말로 끔찍한 세월이었어. 나는 그때의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떠올릴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그, 그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스승님은, 룬마법에 관해서는 한 치의 타협도 하지 않으셨지. 거의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그 사상이, 나를 얼마나 괴롭게 만들었는지 알기는 하냐? 하루 24시간이 그렇게 부족한 건 처음이었다.”

“아니, 저야 당연히 모르죠. 지금 처음 듣는 건데.”

“그럼, 이제부터 알아 둬!”

정리하자면 곤둘보르는 케이라의 밑에서 룬마법을 배웠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혹독하고 괴로워서 스승의 모습만 보면 발작하는 트라우마가 생기고 만 것이다.

“……물론 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고, 또 가르디안에서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데 일조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그 기억이라는 것이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케이라는 어떤 분이었습니까?”

그렇게 물어본 것은 유현이었다.

곤둘보르 입장에서는 케이라의 모습을 한 사람이, 본인 입으로 케이라가 어땠냐고 묻는 기상천외한 상황이었다.

이내 저것은 겉모습만 같지 진짜 스승이 아니라고 스스로 세뇌하듯 중얼거리고는, 숨기는 것 없이 대답했다.

“냉철하고 이지적이며 강한 분이셨습니다. 심지어 위대한 다섯 자매 중에서도 맏언니라서 그런지 자애롭기도 했죠.”

“할아버지는 자애로운데, 그렇게 겁을 드셨어요?”

“그 자애롭다는 기준은 룬마법을 가르칠 때는 통용되지 않았다니까!”

곤둘보르는 케이라가 룬마법을 가르칠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잔혹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무튼 그가 한 말을 정리하면, 룬마법을 가르칠 때를 제외하면 케이라는 냉철하고 사려심이 깊으며 모두의 귀감이 되는 여자라는 소리였다.

“애초에 신의 사도라 할 수 있는 위대한 다섯 자매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과는 급이 달랐던 거지.”

“위대한 다섯 자매를 자주 언급하셨는데, 대체 그 위대한 다섯 자매가 뭐죠?”

이번에는 유현이 물었다.

어느 정도 유현의 모습에 적응이 된 곤둘보르는 이제 크게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신의 사도입니다. 정확히는, 새로운 신을 인도하기 위한 대행자에 가깝죠.”

“새로운 신?”

“음. 그러니까 저희 세계는 본래 하나의 신이 존재합니다. 다른 세상의 말로는, 성령이라고 했던가요? 보통 성령들은 영원불멸의 존재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저희 세상의 성령은 달랐습니다.”

“달랐다면 어떤 부분이?”

“보통 성령은 영원히 산다고 알려졌는데, 저희 세계의 신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힘을 다음 세대에 넘기고자 했죠.”

“힘을, 넘긴다고요?”

성령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었지만, 유현은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성령은 분명히 아주 오래 사는 존재들이 맞다. 굳이 따지면 수명이라고 할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죽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이 세상의 성령은, 모종의 이유로 죽어 가게 됐던 거고 자신의 힘을 새로운 후계자에게 맡기려고 했던 것 같다.

“힘을 이어받기 위한 후계자들을 추스르며 그들을 직접 가르치는 자들. 그게 바로 위대한 다섯 자매입니다.”

각 다섯 자매는 후보를 한 명씩 선택한다.

그렇게 5명의 후보를 고르고, 그들을 열심히 가르치며 최후의 한 명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위대한 다섯 자매는 신의 사도라 불렸으며, 새로운 신의 탄생을 알리는 자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유현의 의체의 주인, 케이라가 바로 그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그 다섯 자매는 어떻게 된 거죠?”

“……그건 저도 모릅니다. 다만 32년 전, 세상을 집어삼킨 동토의 저주가 퍼지고 나서 그것을 해결하러 나가셨다는 소문만 얼핏 들었을 뿐이죠.”

그런데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위대한 다섯 자매도 결국에는 동토의 저주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내가 이 의체를 얻게 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지?’

다섯 자매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이 세상에 유배를 오게 된 텔러들은 하나같이 케이라의 모습을 취했다.

‘케이라. 그녀가 시스템과 모종의 계약을 한 거야.’

동토의 저주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면 이 세상은 멸망하게 된다.

거기서 케이라가 무언가 시스템을 통해 거래를 한 것이다.

‘시스템은 이 세계에서 시화를 선보이라고 했지. 그러면서 텔러들에게 케이라의 의체를 씌웠어. 케이라는 동토의 저주를 막으려다 실패했고. 그렇다는 건…… 이 의체를 지닌 이상 내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목표는 하나라는 거겠지.’

동토의 저주의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세계 그 자체를 얼려 버린 이 거대한 저주의 원인을 찾는 거야 그렇다 쳐도, 위대한 다섯 자매마저 실패했다고 알려진 저주를 해결해야 한다니.

유현은 그제야 자신의 육신을 구성하는 이 이야기라는 것이.

케이라가 최후의 최후에 이 세상에 남긴 자신의 마지막 파편이었다는 걸 알았다.

‘레안은 그걸 알고 있나?’

모른다면 전해 줘야 하는 걸까. 유현은 조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제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한 대답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끄응. 그 무서운 스승님의 모습으로 감사 인사를 받다니. 이것도 오래 살고 볼 일인가.”

곤둘보르는 허리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링우그. 장비 챙겨라. 애초에 날 찾아온 것도, 탐색꾼으로 쓸 장비를 받을 생각이었지?”

“아, 네.”

“안 그래도 새로 수선한 것이 있다. 그걸 가져가. 크기는, 아마 딱 맞을 거다. 무기랑 주머니도 챙겨 가는 거 잊지 말고.”

곤둘보르는 자신이 해 줄 것은 이게 전부니, 오늘은 피곤하니 이만 돌아가 달라고 유현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어차피 유현도 장비를 받으러 올 생각이었고, 그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의도치 않았던 일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덕분에 좋은 장비를 얻었네.”

“에이. 뭘요. 그냥 당연히 도와야 할 일이었는데요.”

“그래도 네가 아니었으면 더 힘들고 오래 걸렸겠지. 나한테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이렇게 오늘 하루 안에 다 끝낸 것만 해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야.”

“그렇게 따지면 저도 뭐, 누나 덕분에 할아버지한테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서로 도움이 된 거로 치죠. 그래서 누나는 이제 어쩌시게요?”

“어쩌다니. 내가 뭣 때문에 이걸 받으러 왔다고 생각하는데?”

“어, 그러면 언제 나가시려고요?”

그 질문에 돌아온 유현의 대답은, 링우그를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내일 바로.”

* * *

다음 날 아침.

유현은 여관에서 나와 바깥을 살폈다. 이곳은 아침이나 밤이나 밤낮의 구분이 가지 않았다. 빛이 통하지 않는 얼음 산 안쪽에 지어진 도시는 햇빛을 볼 수가 없었다.

바깥에 있더라도 쉼 없이 몰아치는 눈 폭풍 때문에 태양을 볼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으리라.

그래서일까.

빛이 닿지 않는 도시의 아침은 여전히 무겁고 우울했다.

피부에 닿는 공기는 따뜻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오늘도 그저 죽지 못해서 필사적으로 살아 가고 있었다.

“저건.”

“어제의…….”

유현이 지나갈 때마다 그를 알아본 가르드인들은 유현을 흘겨보거나 혹은 시선을 피했다.

프리첸을 쓰러뜨린 것이 득이 되었는지, 지난날과 같은 적의는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렇다 해도 마이너스였던 호감이 겨우 0에 가까워졌을 뿐이었다.

‘그다음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늘 내가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달렸겠지.’

약속된 시간에 광장으로 나오자, 그곳에는 가죽갑옷을 차려입고 무기를 점검하는 탐색꾼들이 보였다.

그들은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유현에게 잠시 시선을 줬을 뿐, 그 이상 뭘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때마침 유현이 도착한 이후, 탐색꾼들을 이끄는 리더인 레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안은 유현을 발견하고는, 설마 정말로 이곳에 참여할 줄 몰랐는지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유현이 손을 살짝 흔들어 주었지만, 레안은 일부러 그것을 무시했다.

“다 모였나?”

“예. 전부 모였습니다.”

“빠진 인원은…… 그런가. 그들의 유품은 잘 챙겨 줬겠지?”

“언제나처럼.”

라히얀의 말에 레안은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누이 말하지만, 우리들의 최우선은 본인의 안전이다. 동토의 저주가 대체 어떤 이유로 퍼졌는지 알아내는 것보다도 나는 대원들의 목숨이 더 소중하다. 그러니 부디 무리하지 말고, 오늘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예!”

“걱정 마십쇼!”

대원들이 모두 힘차게 소리쳤다.

“그래. 그러면 가지.”

레안의 말에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유현도 그 뒤를 따랐다.

성벽을 경계로 한 마법진을 넘어가는 순간 온기가 사라지고 한기가 밀려왔다.

탐색꾼들은 좁은 얼음길을 걸었다. 들어올 때보다도 나갈 때의 길은 더욱 좁고, 울퉁불퉁하게 느껴졌다.

그 구불구불한 얼음길을, 사람들이 줄지어 걸었다.

죽음이 도사리는 바깥에 나가게 됐음에도 그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내딛는 한 발이 무거울지언정 그들은 결코 멈추는 일이 없었다.

이제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탐사.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장대한 여정이, 부디 오늘은 끝나기를 기도하며.

그들은 새하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깥에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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