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92화 (92/271)

92화. 쓸모없는 자, 쓸모 있는 자 (1).

“호칭 확인.”

기여도에 따른 추가 보상을 확인하자마자 이번에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호칭 확인에 들어갔다.

[호칭 : 4주년 이벤트 우승자.

-4주년 이벤트에서 1등을 한 59명의 결사대에게 주어지는 호칭입니다.

: 생명력 5만 증가.

: 마나량 5만 증가.

: 모든 스탯포인트 100씩 증가.

-4주년 특별 경험치의 가호 : 몬스터 처치시 경험치 5% 추가 획득.

-4주년 특별 골덴링의 가호 : 몬스터 처치시 골덴링 5% 추가 획득.]

호칭을 확인하자마자 든 생각은 하나였다.

바로 애매하다는 것.

그만큼 생명력 5만과 마나량 5만은 거의 페널티라고 볼 수 있는 ‘하락하지 않는 자.’라는 호칭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였다.

모든 스탯포인트 100씩 증가도.

더욱이 얼마 전 얻은 ‘성공적인 첫 걸음.’이라는 호칭이 생명력과 마나량 10만 증가에 모든 스탯포인트 300씩 증가였기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아쉬움을 상쇄해주는 옵션이 2개가 있긴 했다.

바로 경험치 5%와 골덴링 5% 증가.

‘흠...’

잠시 그 2개가 어떤 효율을 보일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솔직히 골덴링 5% 추가 획득은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됐다.

그만큼 이미 수중에 갖고 있는 골덴링도 어마어마했고 앞으로도 굳이 사냥을 통해 악착같이 골덴링을 수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만 해도 무려 10억 골덴링을 획득하기도 했고.

여하튼 골덴링 5% 추가 획득은 확실히 성에 차지 않지만 다른 하나는 확실히 마음에 들었다.

분명 5%는 높은 수치라 부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향후 계속될 레벨업을 생각하면 남들보다 못해도 몇 발자국은 앞서나가게 해줄 옵션이니까.

그래서 만약 5%의 경험치 증가라도 없었다면 4주년 이벤트 우승자라는 호칭에 크게 실망을 할 뻔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위안은 됐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변의 반응으로 보아 내가 너무 배가 불렀던 것 같았다.

“크으. 1037레벨에 처음으로 호칭을 얻다니!”

“그리고 체력 5만과 생명력 5만, 모든 스탯포인트도 100씩이면 충분히 중급 수준의 호칭은 되지!”

“거기에 일반적인 호칭에는 없는 경험치와 골덴링 5% 증가도 붙어 있다고.”

보유한 것만으로도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호칭.

그만큼 호칭을 단 하나라도 보유한 자는 극소수였다.

그렇기에 아빠는 물론이고 형과 누나가 있는 자리에서 처음 5개의 호칭을 공개하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던 것이고.

더욱이 현재는 이 호칭과 얼마 전 얻은 성공적인 첫 걸음이라는 호칭을 포함해 총 7개를 보유한 상황.

절로 뿌듯함이 느껴졌다.

각 호칭의 성능차는 있을지언정 어쨌든 보유했다는 것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니까.

더군다나 5개의 호칭을 보유하자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며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받았던 기억도 있고.

여하튼 4주년 이벤트 우승자라는 호칭에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던 방금 전과 달리 이번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확인하는 찰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콕 찍어 말한 59명.

이 4주년 이벤트 우승자라는 호칭뿐만 아니라 2만개의 코인, 10억 골덴링 그리고 5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에서도 정확히 59명이었다.

즉, 철저하게 보상에서 배제된 연보라.

물론 제물을 바치라는 메시지에서 제물이 된 자는 그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다고 언급이 되어 있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 4주년 이벤트 전체에서 연보라가 한 역할이 가볍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나만 눈치 챈 것 같지는 않았다.

순간 언제 떠들썩하고 왁자지껄했냐는 듯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때 이곳에서 유일하게 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 입을 열었다.

바로 미래의 연정환 회장이.

“하하. 모두 저희 보라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라가 이 자리에는 없지만 분명 대한민국의 우승에 일조를 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보라 때문에 침울해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정환 회장은 넉넉한 미소를 띠며 말을 했고 아직 할 말이 더 있다는 듯이 입을 계속 열었다.

“그나저나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 계신 분들을 모두 초대하여 우승 만찬이라도 열고 싶지만 각각 소속된 길드에서 대들보 같은 분들이시라 함부로 거동을 못하니 아쉽지만 그 부분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미래 길드의 수장으로써 한마디만 하자면 여기까지 오

는데 분명 보라도 큰 역할을 했지만 더 큰 역할을 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아시란테님. 아마 아무도 반박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 길드인 길드장인 제가 제안을 하건데 이제는 확실히 대한민국 전체의 대들보로 거듭난 아시란테님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모든 길

드가 어느 정도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후에도 이와 같은 국가 간의 대결이 없으란 법이 없으니까요.”

미래의 연정환 회장이 나를 언급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표면적으로 대유에 잘 있는 나를 대뜸 대유 소속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전체의 대들보로 지칭할 줄도 몰랐고.

그리고 그때 연정환 회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한쪽에서 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옳은 말씀입니다. 분명 80라운드 아니, 70라운드 이후부터는 아시란테님이 없다면 여기까지 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아시란테님에게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보상을 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다만 보라에게도 무언가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보라가 한 행동도 훌륭했으니까요.”

대성의 김정한 회장의 말.

분명 누구나 눈치 챌 만큼 속보이는 말이었지만 구산도 명진, 대유도 딱히 반박을 하지 않았고 결국 그렇게 결정이 났다.

나와 연보라에게 특별히 보답을 하기로.

그리고 그 순간 메시지가 울렸다.

[4주년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루돈의 경기장 내에 있는 각 구역의 유저들은 10초 뒤에 전부 자신의 구역으로 이동됩니다.]

우선 나로서는 1등도 했고 기여도에 따른 잔여 스탯포인트 400개의 추가 보상까지 얻었기에 만족스럽게 그 메시지를 쳐다봤다.

미국 뉴욕.

“.......”

“.......”

“.......”

1등을 놓친 홀드렛지 수뇌부 회의실 내에는 침묵만이 자리했다.

물론 2등을 했고 나름대로 쏠쏠한 2등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서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2등 보상이 좋은 만큼 1등 보상이 더 좋은 것은 자명한 일이니까.

특히나 코인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리고 그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5명의 최고 간부 중에 한명이 입을 열었다.

“1등이 어디라고?”

“그게...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 내가 아는 그 싸우스 코리아?(South Korea)”

“네...”

정보부 수장 어스틴의 답변에 회의실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는 생전 처음 듣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붙어 있냐는 의문 섞인 말이 새어나오기도 했고.

그만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온 1등에 한마디씩 내뱉느라 웅성웅성 대는 회의실.

“다들 조용히 해라!”

하지만 최고 간부 5인의 자리에서 터져 나온 일갈에 곧 침묵이 자리했다.

그리고 회의실에 침묵이 자리하자 최고 간부 중에 한명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어떻게 한국이 1등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 내가 알기로 분명 한국은 아예 순위권 명단에도 없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홀드렛지는 자체적으로 4주년 이벤트의 순위권에 이름을 올릴 국가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물론 예상이 많이 엇나가긴 했다.

홀드렛지도 32라운드에서 발생한 제물과 68라운드에서 발생한 그 제물의 역습은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까.

다만 그것보다 더 예상치 못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1등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런 회의를 열고 있는 것이고.

여하튼 5인의 최고 간부의 질문에 정보부 수장 어스틴이 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아직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 현장의 목격자가 60명 아니, 59명이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겠습니다.”

“빠르게 될까? 대한민국 그쪽도 최대한 정보를 밖으로 돌리지 않으려 할 텐데.”

“돈이든 명예든 아니면 협박이든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흠.”

“큼.”

정보수 수장 어스틴의 답변에 5인의 최고 간부들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침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닦달하지는 않았다.

이제 4주년 이벤트가 종료된 지 겨우 10분밖에 흐르지 않았으니까.

그 뒤로 한참을 더 회의가 진행됐다.

그만큼 4주년 이벤트는 끝났지만 여전히 그 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루돈의 경기장에서 튕겨진 후에 거창한 해산식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한차례 악수를 나누고 각 길드별로 헤어졌을 뿐.

그리고 표면상 나는 대유 길드이기에 우선 대유 길드원과 함께 움직였다가 곧바로 헤어졌다.

그들처럼 로그아웃을 하고 휴식을 취하기에는 지금 당장 할 일이 있었으니까.

바로 사냥.

50%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하는 기간은 정확히 30일이었다.

그래서 헤어지자마자 곧장 망자의 무덤으로 움직였지만 그곳에는 이미 넓게 분포되어 사냥중인 대유 길드원들이 있었다.

나를 위한 8개의 몰이팀 마저.

물론 이해는 됐다.

50%의 추가 경험치면 2마리의 몬스터만 잡아도 평상시 3마리의 몬스터를 잡은 효과가 되는 거니까.

즉, 평소 사냥에 관심이 없던 자도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순간 이들을 쫓아내고 열심히 사냥중인 8개의 몰이 팀으로 하여금 강제로 몬스터를 몰아오게 만들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악역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더욱이 슬슬 새로운 사냥터를 구할 시기도 됐고.

그만큼 4주년 이벤트 시작 전 마지막으로 망자의 무덤에서 사냥을 한 후 레벨은 단 1도 오르지 않았지만 잔여 스탯포인트는 무려 900개가 증가했다.

당연히 그것은 전부 지력에 투자됐고 동반 성장으로 체력 900과 정신력 450도 함께 증가했다.

거기에 호칭으로 인한 모든 스탯포인트 100씩 증가도 있고.

이 모든 것을 따졌을 때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확실히 망자의 무덤은 내 수준에는 너무나 쉬운 사냥터로 전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발길을 붙잡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몬스터 몰이팀.

다른 것을 다 떠나 시간 대비, 노동력 대비 효율이 좋았다.

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해야 할 정도로.

물론 나에게 굳이 몰이 팀이 없어도 몰이 팀이 있는 효과를 낼 비기가 있긴 했다.

바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

‘그럼 거기가 좋긴 한데.’

대유의 서대영 회장이 더 이상 나를 위한 지원을 종료하겠다는 선언 이후 몇 개의 사냥터를 알아봤다.

그리고 그중에서 꽤나 나에게는 괜찮은 사냥터를 발견했다.

더욱이 명진 소유이기도 했고.

곧장 석인수 실장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분명 100% 버려진 사냥터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혹여나 경험치 50%의 증가 때문에 사냥을 하는 명진 길드원이 있을까봐 혹시나 해서.

그만큼 그곳에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유감없이 사용할 생각이다.

내 최후의 비기로 끝까지 숨기고 싶지만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꽁꽁 싸매고만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이동.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로 이동합니다.]

그렇게 다음 사냥터를 정했다.

800~900레벨 사이에 강력한 물리 공격력은 기본이고 너무나 날쌔서 제대로 공격을 집어넣기도 힘든 스밀로돈 서식지로.

그리고 다른 것을 다 떠나 날쌔다는 그 점이 나에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녀석들을 빨리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어서 오십시오. 아시란테님. 이렇게 명진에 먼저 연락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밀로돈 서식지에는 이미 석인수 실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뒤쪽으로 5명의 인원을 데리고.

그리고 당연하지만 서로 모르는 척 연기 중이었다.

이미 석인수 실장의 말로 저 뒤의 5명이 믿을만한 자라는 것은 알지만 혹시나라는 것이 있으니까.

우선 나도 석인수 실장을 모르는 사이인 척 대답을 했다.

“네. 제 부탁을 이렇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뭘요. 오히려 먼저 저희 쪽에 손을 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하지만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서슴없이 써가며 사냥을 할 생각이다.

50%의 경험치 추가 획득할 수 있는 30일을 최대한 활용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저 5명은 그런 나를 위해 스밀로돈 서식지의 출입구를 봉쇄하는 몫이고.

물론 그간 저들은 사냥을 못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그 제약을 상쇄할 정도의 보상을 주기로 했다.

여하튼 그렇게 석인수 실장과 악수를 하고 스밀로돈 서식지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뜻밖의 인물의 귓속말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바로 연보라의 귓속말.

[kali : 뭐해?]

[lumen : 사냥.]

[kali : 열심히네.]

[lumen : 30일간은 열심히 해야지. 그나저나 이야기는 들었어. 많이 아쉽겠지만 그래도 힘내.]

연보라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게 다였다.

[kali : 아. 들었구나?]

[lumen : 어.]

내 대답에 한동안 연보라의 귓속말이 없었다.

그래서 연보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구나 싶어서 다시 스밀로돈 서식지 안으로 들어갈 찰나 귓속말이 아닌 메시지가 울렸다.

[kali님이 호칭 ‘쓸모없는 자.’, ‘쓸모 있는 자.’에 대한 정보를 보내셨습니다.]

[호칭 : 쓸모없는 자.

-300일 기간 한정 호칭. (남은 시간 299일 17시간 44분)

-4주년 이벤트에서 제물로 선택된 자만이 획득 가능한 호칭이다.

-또한 쓸모없는 자를 쓸모 있는 자로 탈바꿈 할 기회를 주는 호칭이기도 하다.]

분명 이름만으로는 쓸모없는 자는 정말 안 좋은 느낌을 들게 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고 거기서 변경 가능한 쓸모 있는 자는 나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성능을 보였다.

< 쓸모없는 자, 쓸모 있는 자 (1). > 끝

< 쓸모없는 자, 쓸모 있는 자 (2).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