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4주년 이벤트 종료.
[등장하는 kali의 외형을 한 몬스터의 능력은 kali가 제물이 되기 전에 가진 원한과 복수심에 따라 증가합니다.
-원한과 복수의 수치는 최소 0에서 최대 100까지의 수치로 표시됩니다.
-제물이 되기 직전에 가진 kali의 원한과 복수심은 3.7입니다.
-kali의 능력이 3.7배 강해집니다.]
“.......”
“.......”
“.......”
그렇게 길다고 할 수는 없는 메시지.
하지만 그 메시지가 뜻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할 머저리는 이 자리에 없었다.
말인즉슨 만약에 자의적으로 연보라가 제물이 되지 않고 혹여나 32라운드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강제로 제물로 바쳤다면 원래의 능력에서 최대 100배까지 증가된 능력을 가진 몬스터가 등장했을 수도 있다는 거니까.
더욱이 말이 100배지 지금의 내가 이벤트 기간 한정이지만 받고 있는 버프가 30% 전투력 증가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전과 확연히 다른 능력을 선보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100배 아니, 그것의 절반이 50배만 강해져도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선보이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물론 갖고 있는 기본 능력의 총량에 따라 천차만별의 위력을 자랑하겠지만.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곳에 있는 몇몇을 빼고는 대부분은 1000레벨이 넘어선 자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레벨에 50배만 강해져도 어쩌면 나도 제대로 반항 한번 못하고 휩쓸리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가령 1~3만 마리가 살고 있는 꿀벌 둥지에 고작 10마리 내외의 장수말벌만 출동해도 그 1~3만 마리의 꿀벌을 손쉽게 전멸 시키듯이.
여하튼 3.7배의 능력을 갖고 몬스터로 등장한 연보라 아니, kali.
그런 kali를 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최대 100에 비하면 3.7의 원한이 그리 커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냥 제물이 되고 싶지는 않았나 보네요.”
“.......”
“.......”
안타깝게 내 말에 아무도 호응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기대하지도 않았고.
우선 뒤로 빠졌다.
연보라는 미래의 몫이니까.
더욱이 현재 14명의 미래라면 아무리 전보다 3.7배로 강한 상태라지만 충분히 상대할 여력이 있고.
그렇게 나를 필두로 이번 차례였던 대성&구산까지 뒤로 빠지자 명진도 빠졌고 곧 미래 스스로 몬스터로 등장한 연보라를 상대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위력을 보여준 연보라가 쓰러짐과 동시에 연보라와 함께 등장한 제단도 저절로 박살이 나며 68라운드가 종료됐다.
그 순간 대성의 김정한 회장이 나지막했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입을 열었다.
“확실히 미래에 빚을 졌군. 그리고 어쩌면 우리 대한민국이 생각보다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이 가능하겠어. 이런 함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국가는 어쩌면 무력을 이용해 손쉽게 제물을 정했을지도 모르니까.”
대성의 김정한 회장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미래 더 정확히는 연정환 회장에게 쏠렸다.
확실히 연보라와 미래의 공이 컸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나름대로 난공불락의 라운드가 될 가능성이 있는 68라운드를 무사히 마쳤고 그와 함께 메시지가 울렸다.
[68라운드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차후 진행되는 69라운드부터는 한층 더 강력해진 몬스터들이 출몰합니다.]
50라운드 때도 이와 같은 메시지가 울렸고 실제로 난이도가 확 증가했다.
29명의 명진&미래 연합은 겨우 버텨냈고 20명의 대성&구산 연합은 도중에 내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그렇기에 이번에도 난이도가 확 오를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그나마 버텨내던 명진&미래 연합마저도 내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상황.
하지만 모두가 머뭇거렸다.
방금 전까지 서먹서먹한 것을 떠나 상대방의 위기에 도움을 주지 않을 정도로 불편한 모습을 보인 것이 명진&미래 연합과 대성&구산 연합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힘을 합쳐야지 않겠습니까?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큰일을 망칠 순 없지요.”
그간 조용히 상황만 주시했던 미래의 연정환 회장의 말.
그 말에 모두들 살짝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연정환 회장만이 이 서먹한 분위기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장본인이기도 했고.
물론 대성의 김정한 회장이 했던 말이 주요하기도 했다.
바로 확실히 미래에 빚을 졌다는 말.
여하튼 김정한 회장의 그 말과 연정환 회장이 그 전의 일을 개의치 않겠다는 말로 분명 대성을 아니꼽게 쳐다봤던 미래 소속의 유저들까지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리고 69라운드부터는 59명 모두 힘을 합쳐 끝까지 잘해보자는 결론이 났고 그 결론에 나로서는 조금 씁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성&구산을 상대로 얌체같이 기여도를 빼먹던 행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으니까.
하지만 그때 미래의 연정환 회장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시란테님은 방금 전까지 보였던 적극적인 움직임을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설마 벌써 지치신 것은 아니시겠죠?”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연정환 회장의 그 말에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치기는요. 아직 몸을 제대로 풀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전과 달리 냉랭함이 사라진 분위기 속에서 69라운드를 시작했다.
53번 구역(대한민국)이 전과 달리 합심하여 열심히 69라운드를 진행하는 사이.
실제로 김정한 회장이 언급한 일이 루돈의 경기장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거기에는 일본을 포함해 이번 이벤트에 순위권을 노렸던 나름대로 ‘Revival Legend’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던 중국, 영국, 브라질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만큼 배려와 양보, 타협이 아닌 손쉽게 권위와 무력을 통해 강제로 만든 제물.
최소한 그들은 제물이 될 자에게 차후 적절한 보상이라도 제시해야 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그러지 않아도 되는 위치라고 생각을 했기에.
그래서 결국 68라운드에서 쓸모없다고 판단해 가차 없이 버리시다 피했던 자에게 수모 아닌 수모를 겪으며 전부 전멸을 면치 못했고.
여하튼 인과응보라면 인과응보라 할 수 있는 상황을 몇몇 아니, 상당한 국가들이 경험을 했다.
물론 거기까지도 가지 못하고 제물 자체를 올리지 못해 전원 탈락한 국가들도 많았지만.
77라운드.
여전히 할만은 했다.
하지만 속속 지치는 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현재 몇 개의 국가가 남았고 경쟁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더욱더 손쉽게 지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를 할 수는 없기에 지친 자들을 뒤로 보내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하고 나머지는 영광의 탑을 최대한 막아섰다.
당연히 나는 최전방을 지켰고.
처음에는 그런 나를 조금 아니꼽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
로테이션을 종료하고 59명이 함께 움직이자 강력함을 예고하고 등장했던 몬스터들을 충분히 상대할만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 다음 라운드 진출을 허락할 생각이 없는지 매 라운드를 진행할 때마다 그전과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만들 정도의 몬스터들이 출몰했고 70라운드부터는 확실히 부담감을 크게 느낄 정도의 몬스터가 등장했다.
즉, 기여도 따위를 신경 쓰기에는 당장 눈앞에 닥친 몬스터도 버거운 상황.
그러자 언제 나에게 아니꼬운 시선을 보냈냐는 듯이 오히려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말까지 새어나왔다.
내가 제대로 날뛸 수 있게끔 자리까지 변경해 가며.
얄미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행태들.
물론 극소수였다.
어차피 이런 상황은 내가 원하던 바이기도 했고.
그래서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이곳저곳 움직이며 몬스터를 착실히 줄여갔다.
그리고 그렇게 77라운드를 막아서는 와중.
하나의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현재 총 10개의 구역이 생존해 있습니다.
-현 시간부터 탈락하는 순서대로 차등적이 보상이 주어집니다.]
“오!”
“와아아아!”
“우선 10등은 했다!”
목표로 했던 순위권 내에 진입을 한 상황.
그제야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한껏 치솟았다.
그리고 그때 한쪽에서 꽤나 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 메시지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고작 순위권의 끄트머리의 10등이 아니다! 더욱이 차등적인 보상도 주어진다고 했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네!”
“알겠습니다!”
확실히 존재감을 인정받은 연정환 회장이기에 그 외침에 미래뿐만 아니라 명진, 대성, 구산 대유 할 것 없이 대부분이 한목소리고 크게 대답했다.
그리고 확실히 주도권이 미래에게 넘어갔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명진이나 대성, 구산, 대유의 각 회장들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여하튼 그 77라운드에 10개의 구역이 남았다는 메시지에 한껏 기세를 끌어 올려 78, 79, 80 그리고 83라운드까지 완벽하게 몬스터를 틀어막았다.
당연히 거기까지 가는데 내 역할이 지대했고.
물론 아쉽게도 거기까지 가는데 10개의 구역이 남았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다른 메시지는 울리지 않았다.
가령 9개 혹은 8개의 구역이 남았다는 메시지 같은 것이.
하지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나의 구역이 실패할 때마다 메시지로 몇 개의 구역이 남았는지 알려준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꾸역꾸역 몬스터를 막아내며 87라운드에 다다랐고 그때 메시지 하나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현재 총 3개의 구역이 생존해 있습니다.]
어디어디 남았는지 공개가 되지는 않았지만 최소 3등은 확보한 상황.
하지만 전처럼 큰 함성은 터져 나오지 않았다.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라도 쉬는데 쓰기에도 부족했으니까.
여하튼 큰 함성만 없다 뿐이지 최소 3등은 확보했다는 사실에 모두들 젖 먹던 힘까지 쏟아냈고 결국 91라운드를 넘어 92라운드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또다시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최종 하나의 구역만 생존해 있습니다.]
“와아아아!”
“1... 1등이다!”
“우리가 1등을 했어!”
91라운드를 버텨내고 92라운드를 기다리는 상황.
즉, 우리는 여전히 라운드를 진행 중이기에 메시지가 말한 하나의 구역은 우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순간 악착같이 버티던 자들이 드러누우며 함성을 질러댔다.
나조차도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만큼 90, 91라운드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렇게 함성을 내지르는 사이 메시지가 더 울렸다.
질질 끌 생각이 없다는 듯이.
[4주년 이벤트에서 1등을 한 53번 구역(대한민국)의 총 59명의 결사대에게는 아래와 같은 보상이 주어집니다.
-모두에게 기본 2,000개의 코인 외에 추가적으로 20,000개의 코인이 더 주어집니다.
-모두에게 10억 골덴링이 주어집니다.
-모두에게 잔여 스탯포인트 500개씩 주어집니다.
-모두에게 ‘4주년 이벤트 우승자’라는 호칭이 주어집니다.]
“코... 코인이 2만개?”
“거기다 10억 골덴링에 잔여 스탯포인트가 무려 500개야!”
“그것보다 호칭이라고! 호칭!”
“크윽. 1000레벨이 넘어서야 드디어 호칭을 하나 획득하다니!”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일 정도의 보상은 아니다.
멀리 찾을 필요도 없이 바로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를 가져오라는 몽트의 퀘스트에서 이정도의 보상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덜 기쁜 것은 아니었다.
잔여 스탯포인트 500개면 동반 성장 때문에 1250개로 뻥튀기가 되는 거고 호칭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그리고 그때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4주년 이벤트에 1등을 한 53번 구역에 속한 모든 유저에게는 아래와 같은 보상이 주어집니다.
-레벨에 따라 100~500개의 코인이 차등적으로 지급됩니다.
-레벨에 따라 10만~100만 골덴링이 차등적으로 지급됩니다.
-53번 구역은 30일간 경험치 획득량이 50% 증가합니다.
-53번 구역은 30일간 골덴링 드랍량이 50% 증가합니다.]
애초에 메시지로 밝혔던 1등한 구역에 대한 모든 유저에게 주어지는 보상.
특히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50%의 경험치 획득량 증가.
그래서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이 이벤트가 끝나면 쉬기는커녕 곧장 사냥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에도 찾기 어려운 기회니까.
여하튼 모두 만세삼창을 부르며 기쁨을 만끽하는 사이 나 혼자 마냥 즐거움을 만끽하기는 못했다.
분명 기대한 것이 있었고 그래서 악착같이 움직였으니까.
얌체 같은 행동도 서슴없이 할 정도로.
바로 기여도에 따른 추가 보상.
물론 그런 보상이 있다는 언급 자체는 없었다.
하지만 400레벨 정기 퀘스트인 ‘스콜피온 킹을 저지하라.’에서 많은 기여도를 회득했다며 잔여 스탯포인트라는 추가적인 보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에 그것에 의거에 움직였다.
그래서 추가적인 보상을 주지 않는다고 어디에 하소연 할 방도도 없고.
못내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모두에게 들리는 메시지가 아닌 나 혼자에게만.
[개인이 획득 가능한 최대 기여도 수치를 넘어섰습니다.
-추가적인 보상으로 4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씨익.
그제야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강함의 원천은 이렇게 남이 얻지 못한 것을 나 혼자만 얻음으로써 쌓였으니까.
그리고 잔여 스탯포인트 400개의 추가 획득은 거의 본 보상의 500개에 맞먹는 수치이고.
< 4주년 이벤트 종료. > 끝
< 쓸모없는 자, 쓸모 있는 자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