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B등급’ OR ‘A등급’.
“쏟아지는 우박!”
후두둑. 후두두둑.
아이스 필드 위의 늪지 괴물들을 향해 요 근래 하던 대로 쏟아지는 우박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죽지 않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몇몇 늪지 괴물들에게는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나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를 날려줬다.
그러면 끝.
따로 더 많은 공격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그 다음에는?
당연히.
“아이스 필드.”
사방에 아이스 필드를 새로 깔면서 다른 늪지 괴물들을 공격했다.
고작 2~3시간의 연속된 사냥에 지치기에는 체력이 너무 높았고 그리고 이렇게 스킬을 남발함에도 마나량은 언제나 80% 이상을 유지했기에.
그리고 그때 귓속말이 울렸다.
당연히 상대방은 내 아이디를 알고 있는 유일한 누나.
[초절정미녀 : 동생아, 지금 대화 가능해?]
[lumen : 응. 가능해.]
물론 눈앞에는 아이스 필드를 박차며 나에게 달려드는 늪지 괴물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아이스 웨폰.”
[2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였습니다.
-3강화 튼튼한 장검에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그동안 의도하지 않았다.
힘과 민첩을.
하지만 연이어 호칭들을 획득하면서 모든 스탯포인트가 100씩 혹은 200씩 쌓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이번에 크진 않지만 그래도 3강화 스콜피온 킹의 반지와 귀걸이까지 착용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힘과 민첩이 각각 870에 달했다.
물론 전문적인 여타 다른 물리 계열에 비하면 낮은 수치인 것은 맞다.
하지만 나의 5000이 넘는 지력에 기반한 2레벨 아이스 웨폰과 870의 힘과 민첩이면 충분했다.
퍽! 퍽!
늪지 괴물들의 머리통을 후려치기에는.
[초절정미녀 : 뭐야? 사냥중이야?]
[lumen : 아냐, 이야기해도 돼.]
[초절정미녀 : 그래. 우선 가화 길드를 알아봤는데 네가 처음에 언급했던 개척자들의 도시를 장악한 터줏대감이더라고.]
[lumen : 세력은?]
물론 세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컸다면 누나가 모를 리가 없으니까.
[초절정미녀 : 별로. 그저 그런 소규모 길드.]
[lumen : 그런데 한 지역을 장악한 터줏대감이라고?]
[초절정미녀 : 그게 개척자들의 도시가 워낙 외진 곳이니까. 너야말로 뭐 때문에 거기까지 간 거야? 주변 사냥터도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 없던데.]
그래서 왔다.
매력적이지 않기에 사람이 적고 그만큼 몬스터도 많기에.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기에 둘러댔다.
[lumen : 어쩌다 보니까는 여기까지 오게 됐어.]
[초절정미녀 : 그래? 그나저나 운도 좋아. 어쩌다 가는 곳에서 퀘스트까지 받고. 하여튼 누나가 어떻게 가화 길드라는 곳에 압박 좀 넣어 줄까? 명진의 이름이면 당장 가화 길드를 해체시킬 수도 있어.]
[lumen : 아냐. 나중에. 내가 해보고 힘들다 싶으면 다시 연락 할게.]
[초절정미녀 : 알았어. 그럼 누나 간다.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꼭 말하고.]
[lumen : 어.]
누나와 그렇게 귓속말을 종료했다.
“흠. 썩 별 볼일 없는 길드란 말이지.”
솔직히 별 볼일 있는 길드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별 볼일 있어도 내 뒤에 배경이 되어 주는 길드가 더 대단할 테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 가화 길드가 대성이나 구산 혹은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다른 거대 길드의 산하 조직이거나 동맹 관계에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했다.
그럼 일이 복잡해지니까.
그런데 누나의 말로 확인한 별 볼일 없는 길드.
그래서 우선 마음은 놓였다.
“좋아. 그럼 우선 200레벨은 찍고 봐야겠네.”
물론 그 퀘스트를 무작정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대가.
대가를 보고 움직일 생각이다.
누나가 무조건 하라고 했지만 별 대단치 않은 대가로 NPC가 사주하는 싸움을 덜컥 받아들일 생각은 없기에.
그래서 우선 열심히 휘둘렀다.
퍽! 퍽!
2레벨 아이스 웨폰이 씌워진 +3 튼튼한 장검을.
“크허억!”
“크엑!”
휘두를 때마다 비명을 내지르며 뭉텅이로 늪을 토해내는 늪지 괴물들.
그 모습에 생각보다 아이스 웨폰의 위력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주력은 원거리에서 사용하는 마법.
그래서 지근거리까지 다가선 늪지 괴물들의 공격들이 간간이 내 몸에 박혀들었다.
하지만 체력과 생명력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피하거나 막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분명 체력과 생명력이 가장 낮아야 하는 마법사 계열 임에도 불구하고.
“후. 원래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호칭.
동반 성장을 설정할 때 호칭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무려 4개나 얻을 줄을 몰랐기에.
그래서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 낮은 생명력으로 고생한 것이 떠올라 체력을 최우선적으로 삼았다.
특히나 죽으면 경험치 손실은 그렇다 쳐도 24시간의 접속 불가라는 페널티.
그렇기에 그 당시에는 더욱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1차, 2차는 상관없었지만 3차는 실수로라도 한번 죽으면 만렙 달성은 요원한 일이 되어버리기에.
여하튼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른 쪽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바로 내가 얻은 얼음황제의 수호검으로.
“그래서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얻은 건가?”
생명력도 생명력이지만 거의 5000에 달하는 체력.
그리고 이 체력은 일정 구간에 멈춰서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끝없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어지간한 근접 물리 계열? 아니, 탱커 그것도 소문난 탱커보다 더.
즉, 의도치는 않았지만 근거리에서 어지간한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나도 똑같이 공격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바로 상대적으로 낮은 힘과 민첩.
아무리 3레벨 맥스인 아이스 웨폰이 있다지만 그래도 조금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얼음황제의 수호검 자체에 붙은 3레벨 아이스 웨폰.
그래서 나중에 업그레이드할 내 3레벨 아이스 웨폰과 합쳐지면 총 6레벨의 아이스 웨폰이 된다.
원래 아이스 웨폰이라는 마법 자체가 3레벨 맥스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당연이 아이스 웨폰은 아이스 계열의 마법.
적용된다.
특성 ‘아이스 맨’이.
“허. 이러다가 나 스스로 마음을 접은 마검사가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짧은 한탄과 함께 아이스 필드와 쏟아지는 우박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그때가 되면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난 마법을 주력으로 하는 마법사기에.
물론 지력뿐만 아니라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생명력과 마나가 그 누구보다 뛰어난.
3일 뒤.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퍽! 퍽! 퍽!
“키헤엑!”
“크엑!”
3일간 주구장창 이곳 질척이는 늪지대에서 사냥만 했다.
정해놓은 일과표에서 단 1분의 오차가 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그럼에도 전혀 질리지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점차 강해진다는 것이 눈에 보이기에 한없이 재미있을 뿐.
하지만 그게 남의 눈에는 다르게 비친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나를 확인한 질척이는 늪지대의 세이프티 존을 지키는 가화 길드원이 마치 괴물 보듯이 쳐다봤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들락날락 거렸기에.
그 와중에 나에게 7만 골덴링에 쓰레기 같은 장화를 팔아 놓은 그자의 말은 가관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형씨한테 7만 골덴링에 장화를 판 것은 우리 쪽 손해 같아. 이렇게 뻔질나게 드나들 줄 알았다면 못해도 20만 골덴링은 받아야 했었는데... 그만큼 요새 형씨 때문에 몬스터 씨가 말랐다는 소문이 돌아.]
웃기지도 않는 말.
특히나 마지막 말에는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는 이제 말까지 놓았다.
마치 내가 제 친구인양.
그래서 3일 만에 200레벨 달성이라는 목표가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그자의 입구멍에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를 먹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에 그냥 씨익 웃어만 줬다.
아직 200레벨 달성을 위해서는 7레벨이 남았기에.
그리고 그렇게 점심과 저녁 그리고 잠깐의 휴식을 위한 3번의 짧은 로그아웃을 제외하고 정확히 새벽 1시가 되기 직전에 목표로 하던 7번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흐흐흐.”
결국 해냈다는 뿌듯함에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0레벨 달성으로 스킬포인트 3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 습득을 위한 잔여 스킬포인트 3개.
“상태창 확인.”
[이름 : lumen
레벨 : 200
죽인 횟수 : 11,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3개.
생명력 : 1,052,000(now) / 1,052,000(max)
마나 : 807,000(now) / 807,000(max)
힘 : 870 민첩 : 870 체력 4920
정신력 : 2860 지력 : 5087
잔여 스탯포인트 : 260
잔여 스킬포인트 : 3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4일 전이 174레벨이었다.
그리고 일요일의 경영자 모임을 가장한 특별 회동에 참석하느라 그때를 제외하면 약 3일 만에 26레벨을 올렸다.
“와...”
그나저나 상태창을 볼 때마다 어김없이 감탄이 흘러나왔다.
내 상태창이지만 아름다워도 너무 아름다웠기에.
그래서 한참을 들여다보다 정신을 차리고 26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남김없이 지력에 투자했다.
휘익.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약속한 시간도 됐고 결정을 내릴 시간도 됐기에.
물론 그 결정은 아직 유동적이었고.
질척이는 늪지대 세이프티 존 출입구.
“여어. 오늘은 좀 이르네.”
역시나 나를 보자마자 반말로 지껄이는 가화 길드원.
그 모습에 슬쩍 고개만 까딱거려 응대할 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리고 정확히 3일 전에 키한나와 마주했던 그 구석진 곳으로 움직였다.
저벅저벅.
그다지 크지 않은 질척이는 늪지대의 세이프티 존이기에 그 구석진 자리에 이미 누군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당연히 그 누구는 노예 신분으로 이곳 개척자들의 도시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키한나라는 NPC였고.
“안녕하세요. 아시란테님.”
곧장 내가 알려준 가명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오는 키한나.
나도 똑같이 대답했다.
“네. 반갑습니다. 그나저나 칼 같으시네요.”
정확히 몇 분의 오차도 없는 3일째인 오늘 키한나는 모습을 드러냈다.
“저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니까요.”
“좋아요. 그럼 한번 들어보죠.”
어차피 승낙 할지 말지는 내 소관.
팔짱을 끼며 키한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물론 말 대신에 메시지가 울렸지만.
[퀘스트 ‘살테 일족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라.’
-전쟁의 패배로 노예로 전락한 북방 민족 중의 하나인 살테 일족.
승리한 왕은 살테 일족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바로 외지고 험해 그 누구도 찾지 않는 땅을 개척하여 번듯한 도시로 만들 것을.
그리하면 살테 일족에게 드리워진 노예라는 낙인을 철회해 주기로 제안을 하였다.
후손의 미래를 걱정한 살테 일족은 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외진 곳으로 이동하여 개척자들의 도시를 만들었다.
그들의 피와 땀으로.
하지만 어느 정도 도시의 형태를 만들고 크진 않지만 근처에 개척자들의 도시가 알려질 무렵 일단의 무리가 들이닥쳐 살테 일족이 고생하며 만들 도시를 무단으로 강탈하였다.
더욱이 자신들 외에는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으며 그나마 이곳을 아는 자들도 더 이상 찾지 않는 유령 도시로 만들었다.
그래서 살테 일족은 원한다.
무단으로 점거한 가화 길드를 이 개척자들의 도시에서 쫓아내 주기를.
-B등급 퀘스트 : 가화 길드를 쫓아내고 개척자들의 도시를 살테 일족에게 돌려준다.
-보상.
: 850만 골덴링.
: 상당량의 경험치.
: 코인 500개.
: 잔여 스탯포인트 50개.
-A등급 퀘스트 : 가화 길드를 쫓아내고 살테 일족을 도와 개척자들의 도시를 융성시켜 번듯한 이름을 가진 도시로 만든다. (개척자들의 도시가 융성해져도 왕으로부터 번듯한 이름을 받지 못하면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보상.
: 2500만 골덴링.
: 상당량의 경험치.
: 코인 1500개.
: 잔여 스탯포인트 300개.
: 귀함에서 전설 등급 사이의 악세사리 1종이 나오는 랜덤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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