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 불청객 (1)
“…….”
“…….”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들이 거론됐기 때문에?
아니었다. 그보다는 말을 꺼낸 이의 분위기가 어딘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맞았다.
에단을 포함한 모두는 잠시 말을 아낀 채 금발 청년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봤다.
물론 계속해서 침묵이 이어진 건 아니었다.
살짝 시선을 위쪽으로 한 채 생각에 잠겨 있던 아이른이, 아니 아론이 다시 사람들과 눈을 맞췄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농담입니다.”
“아.”
“사실 잘 모르겠어요. 10대 검사라고 알려진 분들…… 그 정도 말고는 아는 바가 없어서요.”
“뭐야. 그냥 한 말이었어?”
“그냥 한 말은 아니고, 그래도 미래를 이끌어 갈 용사들이 나오는 대회잖아요. 그리고 제 또래이기도 하니까, 자연스레 젊은 쪽 검사들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에이, 40~50대면 마스터들 사이에선 충분히 젊지. 20~30대는 어리다 못해 애송이 수준이고.”
“그건 키난 말이 맞긴 한데…… 너 지금 마스터들 보고 애송이라고 한 거냐?”
“아니,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다시금 왁자지껄 수다를 이어 가는 에단과 키난 레예스, 조반니.
금발의 청년은 그런 그들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고, 가끔 질문도 던지며 대화에 녹아들었다.
꽤 오래 여행을 다녔던 그였지만, 베테랑 용병들의 견문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실제로 남부의 3대 검사니, 동부의 자존심이니 하는 이들은 이름만 들었지 자세히는 모르는 이들이었다.
‘린제이 가문 외의 검술명가들도 잘 몰랐었고. 캄린 레이라…….’
토론이 끝나고, 잠자리에 드는 아이른의 머릿속에 몇몇 인물에 대한 정보가 자리했다.
다른 이들도 흥미로웠지만, 유독 둘이 기억에 남았다.
레이 가문의 2인자, 캄린 레이.
남부의 신성, 이나시오 카라한.
오랜만에 생겨난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호승심이 불씨를 피워 낼 때였다.
“농담 아니었지?”
“예?”
“네 녀석 친구들 이름 말한 거 말이야.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던 거 아니야? 진짜로 마지막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 것 같은데…….”
“……음, 그건 아니에요.”
정말이었다. 용사의 제전에 참가하는 이들과 전부 붙어 본 것도 아니고, 검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어찌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아이른이 친구들을 언급한 것은, 모험가들에게 말한 것처럼 응원의 의미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주 허무맹랑한 말을 한 거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긴 하지.’
아이른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일리아 린제이가 바람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고, 브랫 로이드가 물결처럼 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주디스의 얼굴도 떠올랐다. 2년 넘게 못 보고 있는 그녀였지만, 마지막에 경험했던 강렬한 불꽃은 여전히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데일 듯이 뜨거웠던, 그 압도적인 열기가.
‘……얼마나 더 강해졌을지, 감도 안 와.’
“그래도, 기대되긴 하네요.”
불카누스를 바라보며, 아이른이 나직이 말했다.
역시 그랬다.
캄린 레이와 이나시오 카라한처럼 못 만나 본 이들도 좋지만, 그보다는 친구들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