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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123화 (123/332)

# 123

-히든 조건을 만족하여, 영령 ‘파크’가 봉인에서 해방됩니다.

아직도 요동치고 있는 자신의 오른팔을 부여잡은 채 힘겹게 시스템 메시지의 내용을 본 순간, 레온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적혀 있는 하나의 이름 때문이었다.

‘파크라고?’

앞에 붙어 있는 ‘영령’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알 수 없지만, 파크라는 이름만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어 준 이름이니까.’

그랬다. 파크는 분명 자신이 인장의 목소리에 붙여 준 이름이지 않던가.

한데 시스템 메시지에 바로 그 존재가 봉인에서 해방되었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놀랄 만도 했다.

여태껏 레온은 파크를 인장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것이 아니라 사실 봉인되어 있었던 미지의 존재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레온은 머리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순간 레온은 이 사태를 만든 주범인 만타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에 만타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한데 그때.

샤아아아.

드디어 진동이 멎어 들고 있었다.

‘휴.’

레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건!’

그와 동시에 인장에서 나온 빛이 레온의 손바닥 위에 하나로 모이더니,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었다.

빛이 일렁일 때마다, 조각이 되듯 깎여 나가며 상세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경이로운 광경에 레온이 잠시 모든 것을 잊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레온은 파크가 봉인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레온은 감탄하며, 눈으로 보이는 그 정체를 입 밖에 꺼냈다.

‘페어리?’

레온의 손바닥 위에 작은 요정이 잠들어 있었다.

마치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완전한 형상을 갖추자, 뿜어지던 빛은 어느새 사라졌다.

자신의 손바닥 위에 있는 자그마한 생명체를 이리저리 살피던 레온의 눈빛에 한 가지 감정이 담겼다.

‘……귀여워.’

그의 말처럼, 파크의 외모는 너무나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런 귀여운 생명체가 자신의 몸속에 갇혀 있었다니, 미안해질 정도였다.

레온은 손가락을 가져가, 녀석을 톡 하고 가볍게 쳤다.

그러자.

-우웅.

조금 더 재워 주고 싶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으.’

레온은 순간 무언가 빠지면 안 될 것에 빠질 뻔한 느낌을 받았다.

페어리의 목소리는 정말로 이전에 들었던 파크의 목소리와 동일했다.

하지만 인간이 간사한 것이 페어리의 외모를 보고 나자, 짹짹거리는 듣기 싫은 톤이라고 생각했던 파크의 목소리가 한없이 사랑스럽게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페어리의 말처럼 조금 더 재워 주고 싶었지만 현 상황에 그럴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레온은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톡 하고 파크를 건드렸다.

그러자 페어리가 그의 손바닥 위에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흐암, 누구냐. 왜 깨우냐.

그러곤 비몽사몽인 채로 연신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가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레온과 눈이 마주쳤다.

-어라? 새 주인?

녀석의 말을 듣는 순간 레온은 속으로 정확히 답을 내렸다.

‘이 녀석, 정말로 파크구나.’

이 페어리는 분명 자신이 이름을 붙였던 인장의 목소리가 맞았던 것이다.

“그래, 파크야.”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파크가 자신의 새로운 신체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원래도 커다란 눈을 더 커다랗게 떴다.

-여기는 어디냐? 이 몸은 뭐냐?

‘뭐지?’

레온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녀석의 태도가 한눈에도 자신의 변화에 대한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해방’이라는 말은, 인장에 갇히기 전 녀석의 형체가 저것이었다는 것일 터인데.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만타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군.’

레온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파크는 날개를 펼쳐 손바닥을 벗어나 하늘을 날아다니며 감탄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우와! 밖에 나왔다! 새 주인이 몸을 줬다!

사실 자신이 준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기에 레온은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녀석은 완전히 들뜬 상태로 녀석은 자유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때, 띠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다시 한 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유 영령 목록 탭이 활성화됩니다.

-영령 ‘파크’가 목록에 추가됩니다.

‘보유 영령 목록’이라는 새로운 탭이 활성화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읽으며, 레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이런 탭은 들어 본 적이 없어!’

어디에서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새로운 탭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설이 스쳤다.

그건 바로.

‘혹시 이거 샤먼만이 지닌 탭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샤먼인 만타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그런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순간 레온이 두 눈 속에 탐구욕을 번뜩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직접 알아보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

일단 기본적인 느낌은 ‘보유 소환수 목록’ 탭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그는 바로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파크, 상세 정보.”

소환수의 정보를 확인할 때처럼, 똑같이 시도해 본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띠링.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새로운 상태 창이 떠오르고 있었다.

[파크]

등급 : 하급 영령 / 성장 가능

창생의 인장에 갇혀 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영령.

분명 영기의 양은 하급 영령 수준이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보유 영력 :

1. 아이템 빙의

파크는 보유자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아이템에 깃들 수 있습니다.

파크가 아이템에 깃드는 경우, 그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특별한 효과가 추가됩니다.

-하루 최대 사용 횟수 5/5

적용 가능 아이템

1)투구

2)목걸이

3)활

4)검

5)신발

6)포션

7)…….

(……중략……)

‘오오!’

이내 레온이 감탄을 토해 냈다.

아이템에 깃들어 새로운 효과를 부여한다는 파크의 능력이 그의 마음에 쏙 든 탓이었다.

보유 영력 시스템 창에는 현재 레온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아이템의 이름이 끝없이 나열되고 있었다.

한데 그 하나하나에 모두 다른 효과가 부여된다니,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한데 그때.

‘어라, 잠깐만.’

레온이 무슨 이유에선가 멈칫했다.

그의 머릿속에 바람의 정령왕이 꺼냈었던 이야기가 떠오르고 있었다.

‘응? 네가 정령술사가 아니라고? 분명 강력한 영의 기운이 느껴지는……!’

‘네, 네가 어떻게 그분을 지니고 있는 거지?’

……설마.

레온은 묘한 눈빛이 되어 해맑게 웃으며 꿀벌처럼 날아다니고 있는 파크를 쳐다보았다.

그랬다. 정령왕이 두려움에 떨었던 존재가 파크인 것인가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든 것이었다.

하지만.

‘에이, 설마.’

이내 레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렇게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아이가 정령왕을 벌벌 떨게 만든 존재라는 것이 아직 와닿지 않는 것이었다.

‘뭐, 만약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레온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곧장 파크를 불렀다.

“이리 와, 파크야.”

그의 말이 끝나자, 잔뜩 신이 난 듯한 파크가 그의 어깨에 올라타며 한마디를 건넸다.

-헤헤, 새 주인 최고다.

‘크윽.’

그에 레온은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이 녀석,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데 그때, 레온의 귓전에 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을 할 수 있는 영령이라니. 본 적이 없어.”

레온이 고개를 돌리자, 안나가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레온의 어깨에 있는 파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온은 그제야 자신이 잠시 파크에 정신이 팔려 둘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곧장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생각지 못한 일로 지체되었군요.”

그러자 안나가 손사래를 치며 이어 말했다.

“죄송하다니요. 별말씀을요. ……한데 같은 길을 걷는 분이셨다니 놀랐습니다.”

‘응?’

같은 길을 걷는 분이라는 말에 레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레온이 정체를 숨긴 샤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에 레온은 씨익, 하고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 전 아직 샤먼이 아닙니다. 곧 될 거지만요.”

“네?”

인장의 존재를 알 리 없는 안나는 레온의 대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한데 그러다가 문득 그녀는 하늘을 슬쩍 바라보더니 이내 안색이 파리해져, 레온에게 말을 꺼냈다.

“……이제 슬슬 출발하죠. 여기서 더 시간이 지체되면 위험한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아, 네.”

레온은 곧장 대답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영령이 무엇인지, 만타는 어떻게 인장에 봉인되어 있던 자신의 영령을 깨울 수 있었던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쩝, 조금만 있다가 물어보지 뭐.’

하지만 그는 안나의 말처럼 조금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지금 그들이 암살의 위협에 쫓기고 있는 몸인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가 보실까요?”

레온은 여유가 넘쳤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호위 퀘스트를 어떻게 클리어할지도 이미 생각해 놓은 뒤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호위 퀘스트의 클리어는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레온이 안나와 만타에게 말을 건넸다.

“두 분 고소공포증은 없으시죠?”

그랬다. 그는 피르호크에 둘을 태워서 곧장 직행으로 이동하려 한 것이었다.

숲 안에는 바깥처럼 비행형 몬스터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처음 숲에 진입하였을 때 레온이 피르호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어느 마을로 갈지 고민 중이었기도 했고, 있었던 곳이 나무와 수풀이 마치 그물처럼 엉킨 곳이라 날갯짓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문제가 없지!’

이곳은 레온이 흑뢰 강림을 사용한 탓에 넓은 공터로 변해 있었던 것이었다.

이곳에서 그가 받은 지도로 보며, 하늘로 가면 금방 갈 수 있으리라.

‘본 네크로맨서가 이렇게도 스마트한 직업입니다!’

스스로가 짜 놓은 완벽한 이동 계획에 레온은 속으로 싱글벙글이었다.

하지만 그런 레온의 얼굴이 구겨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신만만하게 설명한 그의 계획을 들은 안나가 태클을 건 탓이었다.

레온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안나에게 말을 건넸다.

“……비행은 안 된다고요?”

그러자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아까 자신이 보았던 허공을 가리키며 설명하였다.

‘저놈들은?’

그러자 거기에는 새 몇 마리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저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매들은 일반 매가 아닙니다.”

그랬다. 저 매들은 암살자들이 부리는 일종의 패밀리어였던 것이었다.

피르호크를 타고 이동하는 순간, 저들은 바로 그들의 위치를 암살자들에게 알릴 것이라 말을 하였다.

레온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끄응, 놈들에게 격추할 만한 원거리 공격 무기가 있을지도 모르고. 힘들겠군.’

자신은 혼자라면 잘 피하고 마을에 도착할 자신이 있었으나, 아이 두 명을 챙기면서 해낼 자신은 없었다.

레온은 다시금 머리를 굴렸다.

하늘이 안 된다면, 땅 속으로?

‘끄응, 그럼 너클즈로 땅을 파서…….’

한데 레온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클즈는 1인용이었던 것이었다.

‘하아, 설마?’

그러자 레온이 속에서 조금씩 차오르는 불안한 감정을 얼굴에 그대로 띠우고 말했다.

“그렇다는 건……?”

왜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는지.

그러자 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네. 어떻게든 암살자들의 포위망을 회피하며 걸어서 이동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레온의 얼굴이 한껏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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