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무한전직-124화 (124/332)

# 124

잠시 후.

파바밧.

세 사람은 함께 빠르게 숲 속을 이동하고 있었다.

레온은 연신 주변을 샅샅이 살피며 신속하게 뛰고 있었고.

나머지 두 아이들은.

“꽈, 꽉 붙잡으세요. 만타 님.”

레온이 소환한 케로베로의 등에 매달려 가고 있었다.

안나가 덜덜 떨면서 이야기하자, 만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각자 케로와 베로의 머리를 꼭 부여잡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

그걸 본 레온은 위험한 상황을 잠시나마 잊고 순간 피식하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애들 안 떨어뜨리게 조심해, 케로베로.”

레온의 말에 케로베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이들이 또 앞뒤로 흔들렸다.

한데 레온이 이렇듯 케로베로를 소환하는 결정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의 남은 인장 경험치가 이제 위험 수위까지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피르호크야 날아서 가면 금방 도착할 테니, 약간은 마음을 놓으며 소환하려 했다.

하지만 분명히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릴 케로베로는 사정이 또 달랐던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

그럼에도 그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아이들의 걸음이 너무 느렸기 때문이었다.

그 아장아장 걷는 속도라면 아마도 이틀은 꼬박 새워야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지금 레온은 케로베로를 아이들의 이동 수단으로 써먹은 지 한참이 지나가고 있건만 그다지 걱정이 없어 보였다.

그때 레온이 한숨을 푹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휴, 그래도 다행이지. 경험치 바의 변동이 없다니.’

처음 소환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선가 인장의 경험치의 변동이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그는 소환수를 순수하게 이동 목적으로 사용한 것과 장착형 스켈레톤으로 만들며 케로베로의 전투 능력이 사라진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까 하고 예측했다.

‘뭐, 아무튼 나에게야 그나마 다행인 일이지.’

그렇게 세 사람은 다시 한참을 이동해 들어갔다.

레온이 워낙 길을 잘 선택해서 이동해서일까, 신기하게도 아직 다른 암살자들은 만난 적이 없었다.

운 좋게 몬스터들도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급박한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토막 같은 여유 시간이 생겨났다.

그러자.

‘오호, 이때 좀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면 되겠군!’

이때다 싶었던 레온은 안나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던지려 했다.

한데 그때.

‘끄응.’

순간 가장 묻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고는, 당장이라도 말하려 입가를 씰룩이던 레온은 이내 침음을 삼켰다.

그러곤 그대로 그 질문들을 속으로 꾹 참았다.

그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때가 아니야.’

라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가 묻고 싶은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본 드래곤에 영혼을 집어넣는 방법을 혹시 아니?’였으며.

두 번째는 ‘혹시 샤먼들 중에 뛰어난 천재였다가 뒤통수 친 쓰레기 혹시 없니?’라는 것이었다.

전자의 질문의 목적은 말 그대로 본 드래곤을 움직일 비전을 아는지에 대한 것이었고.

후자의 질문의 목적은 샤먼의 역사 중에 있을 인장의 전 주인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는 앞서 말했듯, 그 질문들을 묻고 싶은 욕구를 억눌렀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저런 질문들을 했다가는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오해를 살 위험이 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실대로 말을 해 준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지.’

그도 그럴 것이, 레온이 그들을 위기에서 구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비전이나 치부가 되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건네줄 정도의 친밀한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지금은 안나와 만타에게 자신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해 놓는 것이 더욱 나을 듯싶었다.

한데 누군가는 의문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만타는 예비 제사장이니 그렇다고 치지만, 안나는 고작 시종에 불과한데 왜 그녀까지 신경을 써야 하냐는 것 말이었다.

그러나 현재 만타의 모습을 보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헤에.’

만타는 케로의 머리를 꼭 끌어안은 채,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레온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대체 무엇이 본모습인지 모르겠군. 어떨 때 보면 엄청난 능력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또 어떨 때는 그냥 바보 같단 말이지.’

그의 인장에서 파크를 꺼내 버릴 정도니, 분명 뛰어난 능력을 지닌 존재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이 약간 부족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안나가 챙겨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만타가 그런 안나를 믿고 의지하는 것 같았기에, 확실한 신뢰를 위해선 그녀까지도 신경을 써야 했다.

‘휴, 그럼 일단 다른 것들을 물어볼까.’

레온은 내심 차오르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른 것들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영령이 대체 뭐죠? 그리고 만타 님은 어떻게 제 영령을 봉인에서 풀어 주신 겁니까?”

그러자 안나가 살짝 머뭇거리다가, 이내 이 정도는 대답을 해 주어도 되겠다 싶었는지 설명을 해 주었다.

“자연 자체에서 기원하는 정순한 영혼들이 정령이라면, 영령은 사람, 동물, 몬스터 등과 같은 살아 있는 존재에게서 기원하는 격이 높은 영혼을 의미합니다.”

‘호오.’

격이 높은 영혼이라는 단어에 레온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일반적으로 정령계에는 정령들만이 산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영령들도 함께 살고 있지요.”

안나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정리해 주었다.

“쉽게 정리하여 말하자면, 샤먼이 사용하는 힘의 원천이 영령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레온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에는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만타 님은 태양 마을에서 유일하게 영안靈眼을 지닌 분입니다. 영안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레온 님의 영령을 해방을 시킨 것은 만타 님의 영안에 새겨진 힘 중 하나입니다.”

만타의 그 신묘했던 눈빛이 영안인 모양이었다.

‘쩝, 뭔지 좀 말해 주지.’

인장에서 파크를 빼낸 힘의 정체가 가장 궁금했던 레온은 영안에 대해서 자세히 말을 해 주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일단 다음 기회로 넘겼다.

그러곤 마지막 질문을 덧붙였다.

“어, 그러면 샤먼은 영령과 함께 싸우는 직업인 거네요?”

파크의 힘을 떠올림과 동시에 영령이 샤먼이 사용하는 힘의 근원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정리한 답이었다.

하지만 안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해야겠군요. 샤먼은 영령과 계약을 해, 그 영령이 지닌 영기를 사용할 뿐입니다. 직접적으로 영령과 함께 싸우는 일은 없습니다.”

‘뭐지?’

그녀의 말에 레온은 의아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파크의 능력을 보아도 ‘영기’를 빌려준다는 말은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영력’이라는 힘을 지니고 있었고, 그중에 ‘아이템 빙의’라는 능력을 통해 자신과 함께 싸울 수 있었다.

이 말은 하나를 의미했다.

‘……역시 파크는 평범한 영령은 아니야.’

파크는 어떤 비밀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는 것 말이다.

그렇게 대충 정리가 되자, 레온의 얼굴에 화색이 맴돌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이들을 구해 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오른팔에 잠들어 있던 샤먼으로 전직할 수 있는 단서를 획득한 것이었다.

안나가 말해 준 영령과는 조금 다르기는 하나, 아무튼 파크가 샤먼이 사용하는 힘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레온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제 남은 경험치는 49퍼센트. 이걸 모두 파크를 이용하는 것으로 사용해야 해.’

파크를 사용하는 것이 곧 샤먼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빨리 힘을 사용해 보려는 것이었다.

레온은 이제 말을 줄이고, 파크의 상태 창을 다시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이 상황에 쓸 만한 효과들이 있는지, 파악해 갔다.

‘와, 근데 진짜 다양하네.’

모든 종류의 아이템에 특수 효과를 부여한다는 것은 정말 사실이었다.

장비뿐만 아니라, 재료나 소모성 아이템까지도 모두 빙의 했을 때의 특수 효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레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흥미로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어디다가 써야 할지 모르겠는 쓰레기 같은 특수 효과도 있었던 반면, 어떤 것은 정말 요긴하게 사용할 효과들도 많았다.

레온은

‘이게 좋겠군.’

스윽.

순간 레온이 품에서 꺼내 든 것을 보고 안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레온의 손에 평범해 보이는 체력 포션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건 작은 사이즈의 저레벨용 체력 포션으로, 이제 회복 효과가 너무 낮아 쓸모가 없어져 그의 인벤토리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던 물건이었다.

그러나 레온은 그것을 한 손에 든 채, 처음으로 파크의 영력을 사용해 보였다.

“파크, 아이템 빙의. ‘체력 포션’.”

레온의 말이 끝나자, 레온의 어깨에 얌전히 앉아 있던 파크의 형상이 꽃보라처럼 흩날렸다.

샤아아아.

스르르륵.

그러더니, 레온의 손에 있던 물약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러자 붉었던 물약의 색이 주황빛으로 뒤바뀌었다.

레온은 그 물약을 바라보며.

‘……파크가 들어간 걸 마신다는 게 조금은 께름칙한데.’

마치 자신이 인간을 먹는 거인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꿀꺽. 꿀꺽.

그는 경험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번에 포션을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어엇!’

한데 그렇게 물약을 들이키고 난 후, 레온은 깜짝 놀랐다.

우웅!

스아아!

전신에 알 수 없는 힘이 감돌더니, 이내 자신의 두 눈에 파스라도 붙인 것처럼 싸한 느낌이 감돌았기 때문이었다.

한데 점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오오!’

마치 올빼미의 눈을 지닌 것처럼,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밤이 내려앉은 숲속이 야간 투시경을 쓴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이템 빙의]

체력 포션(소) : 30분간 야간 시력을 비약적으로 높여 준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파크의 힘이 녹아든 포션의 효과였다.

‘와, 이거 대박인데?’

레온은 신기한 나머지 연신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감탄을 토해 냈다.

한데 그러다가.

‘……저건!’

시야가 닿은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레온이 멈칫하며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스윽.

그러곤 슬며시 한쪽 팔을 들어 이동하던 케로베로 또한 제지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세웠다.

그에 안나와 만타가 무슨 일인지 놀라 레온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레온은 검지를 펴 입술에 가져다 대어 있었다.

당연히 목소리를 줄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레온이 그런 포즈를 취할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그들의 적이 나타난 것이리라.

레온이 차갑게 얼굴을 굳히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하긴, 여기까지 너무 조용히 왔지.’

레온의 시야가 닿았던 멀리 떨어진 곳에, 아까 그가 처치했던 이들과 동일한 복장을 하고 있는 암살대들이 흩어진 채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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