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3화.노출과 관음, 그 순수한 욕망에 대하여 (166/371)

< 노출과 관음, 그 순수한 욕망에 대하여 >

“어, 홍아 들어와.” 

 나는 공평정대하게 홍이에게도 시간을 내주기로 했다. 

 하지만 서원이가 문지기처럼 서서 홍이를 가로막는다. 

 “할 말이 뭔데.” 

 “고민 상담.” 

 “내가 또 고민 상담 전문이지. 언니가 해줄 테니까 올라가자 돼지야.” 

 “일단 대표님한테 먼저 말씀드리고.” 

 “대표님 바쁘다니까.” 

 서원이는 홍이의 팔짱을 끼고 억지로 끌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홍이는 운동화 끈을 풀 듯 서원이의 손을 가볍게 풀어내고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야! 치사하게 힘으로 하지 마아.” 

 “진짜 힘쓰기 전에 나와.” 

 “아오, 진짜.” 

 짜증과 투정의 중간쯤으로 성질을 부리는 서원이. 

 두 사람이 티격태격은 언제나 현실 자매를 보는 것 같다. 

 홍이는 어린 동생을 대하듯 서원이를 침착하게 설득했다. 

 “나 대표님이랑 진짜 얘기만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올라가 있어.” 

 “진짜지.” 

 “응. 그리고 어차피 너랑 다른 애들한테도 얘기하려고 했던 거야.” 

 “뭔 얘긴데 그래. 심각한 거야?” 

 “나중에.” 

 다른 애들이라면 몰라도 홍이가 꼼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서원이도 잘 알고 있다. 

 잠시 홍이를 쳐다보던 서원이는 여우같은 눈빛으로 나도 한 번 흘겨본 뒤 복도로 나갔다. 

 문을 닫고 들어온 홍이가 냄새를 맡듯 들숨을 짧게 짧게 쉰다. 

 내가 물었다. 

 “왜? 안에서 무슨 냄새나?” 

 “아, 아니에요.” 

 내가 실내 공기에 익숙해져서 몰랐는데 집중해서 숨을 들이켜 보니 달달한 과일 냄새가 났다. 

 아, 내 정액 냄새구나···. 

 민망해진 나는 접대용 테이블 쪽으로 발길을 옮기며 홍이에게 손짓했다. 

 “앉아. 뭐 마실 거 줄까?” 

 “커피요. 아··· 제가 할게요. 대표님 드실래요?” 

 “어, 나도 한 잔 마셔야겠다.” 

 “뭘로 드려요.” 

 “같은 걸로 줘.” 

 “예, 앉아계세요.” 

 홍이는 어딘지 긴장된 동작으로 커피 머신이 있는 테이블 앞에 섰다. 

 6:4로 가르마 탄 흑갈색 웨이브 헤어. 

 트위드 소재의 투피스 치마 정장을 입었고 검정색 양말에 로퍼를 신었다. 

 그런데 자켓 왼쪽 주머니에 검정색 손수건 같은 게 살짝 삐져나와있다. 

 자켓 소재와 대비되는 실크 재질이라서 눈에 확 띈다. 

 행커치프를 옆 주머니에 꽂을 리는 없고···. 

 “홍아, 자켓 주머니에 뭐 삐져나왔다.” 

 “예?”하며 좌우를 살피던 녀석은 이내 그것을 발견하고는 말없이 주머니 속으로 쑤욱 집어넣었다. 

 나는 근황 토크로 가볍게 대화를 시작했다. 

 “비뮤직에서 ‘고인래퍼’ 멘토 섭외 들어왔다며.” 

 “예. 근데 못할 거 같아요.” 

 “왜? 일정이 안 맞아?” 

 “아뇨, 제가 아직 누구 멘토를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아서요. 출연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연령대도 있으시고 거의 1세대 래퍼 분들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프로그램 취지가 원래 그런 거잖아. 요즘 래퍼들이 옛날 래퍼들 프로듀싱해서 트랜디하게 바꿔주는 거. 그리고 다른 사람 가르쳐 보면 너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 그럼 할까요?” 

 “아니, 내 얘기 듣지 말고. 니가 편한 대로 해.” 

 “예. 좀 더 고민해 볼게요.” 

 고소하면서도 시큼한 커피 향이 피어오르며 정액 냄새를 지운다. 

 우리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나는 리야와 서원이에게 쪽 빨린 기운을 뜨거운 커피로 보충했다. 

 홍이가 이야기를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내가 먼저 화두를 던져주었다. 

 “고민 있다고?” 

 “아, 예···.” 

 “들어와.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됐어.” 

 “예···.” 

 홍이는 손을 녹이던 커피 잔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는데요···.” 

 “으응, 편하게 해.” 

 “제가 요즘에 좀 이상해진 거 같아서요.” 

 “어떻게?” 

 “어······.” 

 단번에 말하지 못하고 입 안에서 몇 차례 얼버무린 녀석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먼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홍이는 이내 모든 걸 내려놓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꾸 노출이 하고 싶어져요···.” 

 그래. 너 노출증 있더라. 

 녀석이 입으로 고백을 받으니 조금은 충격적이었지만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반응을 해주었다. 

 “섹시하게 보이고 싶다는 뜻이야?” 

 “넓게 보면 그런 의미인데요··· 어··· 그냥 사람들 앞에서··· 제 몸을··· 하아···.” 

 “어, 이해했어. 야하게 보이고 싶다는 거지? 일부러 슬쩍슬쩍 노출하면서.” 

 “···예······.” 

 “거기서 우월감이나 성취감 같은 것도 느끼고?” 

 “예···.” 

 “미안한데 혹시 성적으로도 흥분이 돼?” 

 “···음······ 살짝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렇구나. 언제부터 그런 거야?” 

 “제 생각에는 아마 저번 연말에 연예 시상식 끝나고부터였던 거 같아요···.” 

 내 앞에서 폴 댄스를 추던 그날이다. 

 역시 기폭제는 나였구나. 

 “나랑 같이 폴 댄스 연습실 갔을 때?” 

 “예···. 휴가 끝나고 며칠 정도는 괜찮아지나 싶더니 다시 심해졌어요.” 

 나와 하룻밤을 보낼 때부터 녀석의 노출 욕구는 꽤 심각했었다. 

 자신의 몸을 훑는 내 시선을 노골적으로 즐기며 흥분을 했었지. 

 그런데 홍이가 걱정이 되는 이유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그런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마 란이랑 비슷한 케이스인 것 같다. 

 그 노출에 대한 욕구를 내가 해소해주면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이다. 

 어렵게 말문을 연 홍이는 다소 창피할 수 있는 속마음까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제 직캠이나 단독 컷에 음담패설 댓글이 달려도 그게 싫지가 않아요.” 

 “혹시 무대에서도 의식이 돼?” 

 “예. 의상이 치마일 때는 평소보다 더 과감하게 동작을 하고 그래요. 그리고 샤워할 때 누가 제 몸을 봐줬으면 좋겠고··· 심할 때는 얼굴 안 나오게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나체 사진을?” 

 “예. 근데 아, 아직 해본 적은 없어요.” 

 아무래도 뚱뚱한 몸으로 지내던 때의 보상심리가 노출이라는 반대급부로 발산되는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2기 애들처럼 나로 인해 해결이 되는 건지, 아니면 나와는 관계없이 그냥 노출증이 생긴 건지의 문제다. 

 휴가 때 이후로 며칠 잠잠해졌다고 하는 걸 보면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확인해보자. 

 “혹시 지금도 그래?”  “예···.” 

 “나한테 니 몸을 보여주고 싶어?” 

 홍이는 수줍게 얼굴을 돌리면서 다리를 벌렸다. 

 스커트는 무릎 위로 한 뼘 정도 올라간 짧은 길이였기 때문에 속옷이 그대로 보일 수밖에 없었고, 내 눈은 자연스럽게 쩍 벌어진 치마 속으로 향했······ 아아, 아아아! 

 주머니에서 삐져나와 있던 게 그거였구나. 

 “팬티 안 입었니···?” 

 “예···.” 

 “언제부터.” 

 “여기에 내려오면서 벗었어요.” 

 “나한테 보여주려고?” 

 “예···.” 

 “내가 보면 해소가 좀 돼?” 

 다리를 완전히 수평으로 벌린 홍이는 짧게 서너 번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죠···.” 

 “그럼 니가 생각했을 때, 휴가 때 이후로 노출 욕구가 없어진 게 나랑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 

 “그런 거 같아요.” 

 홍이의 멋들어진 허벅지 사이 아치를 보니 미디엄 사이즈로 줄어들었던 고추가 자동으로 일어선다. 

 그 순간. 

 ―퍼큐! 

 문이 세차게 열렸다. 

 다행히 문을 등지고 있던 홍이가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렸다. 

 범인은 서원이었다. 혹시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나 불시에 습격한 것이다. 

 나는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서원이를 쳐다봤다. 

 마주 앉아서 대화를 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확인한 녀석은 아무 말 없이 문을 닫고 나갔다. 

 “하아, 저놈의 의심병 진짜··· 암튼.” 

 “예.” 

 “···어디까지 얘기 했지?” 

 “아··· 대표님이랑 있고 난 이후로 일주일 동안은 괜찮아졌어요.” 

 “어, 그래. 잠깐··· 홍아, 너 그럼 어제 있잖아.” 

 “예.” 

 “라방 시작할 때 니가 카메라 각도 잡았잖아.” 

 홍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눈치를 챘는지 “아아···.”하면서 신음을 흘렸다. 

 “혹시 그때 가슴골 보여준 것도 의도적으로 그런 거야?” 

 “예··· 근데요,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고요, 카메라 앞에 서니까 저도 모르게 그랬던 거 같아요.” 

 “그렇구나. 우리 홍이가 많이 대범해졌구나.” 

 “하아··· 죄송해요···.” 

 녀석은 급격히 홍무룩해지며 소심해졌다. 

 “아냐, 아냐. 그럴 수 있어. 그런 자신감 있는 모습 보기 좋아.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어때.” 

 “여기서 더 심해질 까봐 걱정돼요···.” 

 “나한테 다 풀고 가. 그럼 며칠은 괜찮아진다며.” 

 “화, 확실한 건 아닌데···.” 

 “오늘 해보면 알지. 내 앞에서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해봐.” 

 “예?” 

 “내가 최대한 음란한 시선으로 봐줄게. 아, 말이 조금 이상하구나. 나도 보고 싶다.” 

 그러자 지금까지 눈을 못 마주치고 있던 홍이가 소심하게 눈을 마주치며 되묻는다. 

 “어, 어디 보여드려요···?” 

 “마음 같아선 가슴 보고 싶은데, 한가놈 또 들어올 수 있으니까 방금 전처럼 치마 속이 괜찮겠다.” 

 “아··· 예.” 

 다시 다리를 벌린다.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허벅지와 음부 사이의 나이스한 근육 라인이 쩍 벌어졌다. 

 내추럴한 알몸 그대로를 보는 것과, 이렇게 치마 속으로 보는 내부는 느낌이 달랐다. 

 관음 욕구를 자극하는 아슬아슬한 맛이 있다고 할까? 

 물론 대음순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건 매한가지지만, 그 둘레를 치마가 감싸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순수해진다.  치마 속 대음순이나 훔쳐보는 주제에 이게 무슨 은빛이 파이즈리 하는 소리냐 싶겠지만, 나는 잠시나마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지천명이 다 돼가는 여선생님의 알 굵은 종아리에도 마음이 설레고, 고작 음악 방송에 나오는 여자 가수들을 보면서 수음을 하던 학창 시절. 

 지하철 맞은편에 앉은 여자의 치마 속이 혹여나 보일까, 안 보는 것처럼 하면서 슬쩍슬쩍 쳐다보던 그때! 

 이성의 예쁘고 멋진 몸을 보고 싶은 욕구와, 반대로 내가 가진 신체적 우월함과 매력을 어필하고 싶은 욕구는 인간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동물이 가진 기본적인 심미 본능이다. 

 연예인, 미스코리아, 보디빌더, 나아가 스포츠 선수들까지, 그들은 아름다운 신체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또한 스스로 충족하는 존재들이다. 

 추한 것을 추하다고 말하는 것은 심한 결례지만, 예쁜 것을 보고 예쁘다고 하고 멋있는 것을 멋있다고 말해주는 것은, 성격이 좋은 사람에게 성격이 좋다고, 재미있는 사람에게 위트 있다고 칭찬해주는 것과 마찬가지. 

 그렇다면 자신이 가진 신체적 매력을 노출하고 싶은 홍이도 순수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순수꾼! 

 순수쟁이! 

 순수 덩어리! 

 순수 대마왕! 

 자신의 미를 자랑하고 싶은 욕구와 타인의 미를 감상하고 싶은 욕구. 

 지금 이 순간 홍이와 나의 니즈는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지난 번 홍이와의 휴가를 통해 시선만으로도 성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홍이의 질 안에 생식기 대신 눈빛을 삽입한다는 느낌으로 집요하게 치마 속을 관찰했다. 

 음모의 가닥가닥 숫자를 셀 기세로 쳐다봤다. 

 홍이는 이번에도 역시 얼굴을 부끄럽게 붉혔지만 몸은 잔잔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쾌감이 전해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까치발을 들어서 내가 좀 더 잘 볼 수 있게 시야도 확보해주었다. 

 “기분 괜찮아?” 

 “예···.” 

 “나도 좋다. 꼬추 완전 커졌어.” 

 “아··· 죄송해요···.” 

 “응? 뭐가 죄송해.” 

 “아니, 저는 대표님이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대표님은 히, 힘드시니까···.” 

 “니가 좋으면 나도 좋은 거지 뭐. 난 신경 쓰지 마.” 

 “예······.” 

 솔직히 하고 싶다. 

 삽입 섹스가 아니라서 그런지, 서원이의 소독 오랄에 의한 현타는 짧게 치고 지나갔고 지금은 또 새로운 판이 깔린 것이다. 

 “지루하면 자세 바꿔도 돼.” 

 “아, 바, 바꿔 드려요?” 

 “그래, 바꾸자.” 

 “어떻게요?” 

 “음··· 뒤로 돌아서 엉덩이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홍이는 곧장 실행에 옮겼다. 

 소파 등받이 쪽으로 무릎을 꿇고 앉으며 치마를 엉덩이 위로 올린다. 

 그 상태에서 허리를 살짝 집어넣자 허리와 골반, 엉덩이가 완벽한 호리병 모양을 이루며 도드라졌다. 

 섹시한 것도 섹시한 거지만, 그 환상적인 피지컬을 만들기 위해 지금껏 피땀을 흘린 홍이의 근성에 절로 경외감이 들었다. 

 “홍아, 넌 진짜 대박이다···.” 

 그 말이 자극적이었는지, 홍이는 소파 목받이에 올린 팔에 이마를 묻으며 깊은 탄성을 터뜨렸다. 

 “하아아······!” 

 엉덩이는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탄력적으로 경련을 일으켰다. 

 꿀꺽. 

 절로 마른침이 삼켜지는 아찔한 자태였다.

< 노출과 관음, 그 순수한 욕망에 대하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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