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5화.너네 엄마 진짜 쩔었는데 (138/371)

< 너네 엄마 진짜 쩔었는데 >

―와썹, 뮨댕쓰. 

 “어, 리야야. 너 어디야?” 

 ―최존변기 언니쓰랑 밥 먹고 있어. 와이? 

 “미안한데 부탁 하나만 하자.” 

 ―우리 사이에 부탁은 무슨 부탁이야. 명령해주세요. 

 “너 혹시 선루프라고 알아? 빅토리 호텔 밑에 있는 클럽인데···.” 

 ―알지. 

 “거기로 응급차 한 대만 보내줄 수 있어?” 

 ―왜! 뮨댕쓰 어디 다친 것이야! 

 ―뭐? 대표님 다치셨대? 

 “아니, 나 말고 딴 사람. 우리 연습생인데··· 암튼 자세한 얘기는 톡으로 보낼 테니까 일단 차부터 보내줘.” 

 ―헬리콥터 보낼까? 

 “아니아니, 강남 한복판에 무슨 헬리콥터야.” 

 ―호텔 옥상에 착륙장 있냐고 물어봐. 아니다. 내가 알아볼게. 

 “아니아니, 그냥 차 보내달라고.” 

 ―명령해줘. 

 “아 진짜···.” 

 ―헐리업. 

 “알댕이, 당장 응급차 보내.” 

 ―멍멍! 

 장난스럽게 받아치기는 했지만, 속에 100년 묵은 너구리를 품고 있는 리야는 내게 일반 구급차를 부르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는 걸 눈치 챘다. 목소리를 낮추며 묻는다. 

 ―몇 프라이빗 상황이야? 

 “음··· 꽉 찬 5프라이빗. 드럭.” 

 ―끼에엑···. 알았어. 

 리야와 통화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응급차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정규율은 리야의 담당 병원으로 조용히 이송됐다. 

 차마 119는 부를 수 없었다. 물뽕이라 불리는 GHB 부작용이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마약류이기 때문에 경찰조사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물론 강제로 당한 거지만 사건 장소에 제희까지 나타난 이상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비밀리에 해결해야했다. 

 병원에는 제희가 보호자 자격으로 함께 갔고, 나는 클럽 측과 얘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에 남았다. 

 제희의 짤막한 정보에 따르면, 정규율은 10년차 연습생답게 웬만한 회사는 다 돌았고 제희와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플랜엘 데뷔 전에 6개월 정도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한다. 

 고여도 보통 고인 게 아니다. 

 같은 연습생 출신이던 제희가 플랜엘로서 가요계에 한 획을 긋고 해체를 할 동안 정규율은 여전히 연습생 신분으로 남아있던 것이다. 

 시간 관계상 무슨 이유로 지금까지 데뷔를 못했는지는 듣지 못했다. 

 녀석에 대한 궁금증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나는 뉴5호기에게 물뽕을 먹였던 세 명의 남자들과 그들의 룸에서 잠시 대기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두 개의 차 키가 있었는데 각각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였다. 그들이 차고 있는 손목시계도 벤츠 S클래스 한 대 가격의 초고가 브랜드였다. 

 지체 높은 도련님들이 질 떨어지게 굳이 이런 곳에서 일반 여자들한테 최음제를 먹일 리는 없고. 대체 정체가 뭘까. 

 룸 안에는 그들과 나 외에도 뒤늦게 나타나 상황을 수습 중인 VIP룸 담당자가 있었다. 래퍼들이 즐겨 입는 스트릿 브랜드로 차려입은 30대 초반의 땅딸막한 남자였다. 

 그가 나와 졸부들을 향해 쩔쩔매며 말한다. 

 “저희 대표님 지금 내려오시는 중이라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덩치안경남이 짜증스럽게 대꾸한다. 

 “너네 장사를 왜 이렇게 아마추어처럼 하냐.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티내는 거야? 이럴 거면 오라고 하지를 말든가. 씨발, 한 번만 와달라고 지랄을 해서 와줬더니 이게 뭐야. 내가 이런 대접 받아야 돼? 이래놓고 술값도 따박따박 받을 거지?”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미친놈들이 지네가 잘못을 해놓고 계속 적반하장이다. 

 나는 말이 안 통하는 인간들한테 감정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지켜보고 있다가 담당자에게 물었다. 

 “직책이 어떻게 되세요?” 

 “예, VIP인포 담당 강정민 이사입니다. 여기···.” 

 “아, 명함은 됐습니다. 여기 대표님이 마사루 씨 맞죠?” 

 “예, 맞습니다.” 

 “그럼 지금 마사루 대표님이 오고 있는 거예요?” 

 “예, 그렇습니다.” 

 대표가 직접 오는 걸 보니 지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아마 적당히 중재를 하려고 할 텐데, 그나마 나 정도 되는 사람이니까 이런 자리까지 만들어진 거지, 만약 일반인이 이런 일에 휘말렸다면 사태를 파악을 틈도 없이 흐지부지 넘어갔을 것이다. 

 정규율은 약이 아니라 술에 취한 걸로 적당히 입막음 했을 테고. 

 그렇게 생각하니 섬뜩하다.  ―떢떢 

 왔구나. 

 내가 진짜 정신이 어떻게 된 건지 그 어느 때보다 음탕하기 그지없는 노크소리였다. 

 클럽 대표는 과연 얼마만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할지 흥미로워지기까지 한다. 

 벌떡 일어선 강정민이 문을 열려고 하는데···. 

 ―FUCK! 

 “악!” 

 문이 먼저 박진감 넘치게 안쪽으로 열리면서 그의 손목을 꺾어버렸다. 

 문고리를 돌린 뒤 발로 찬 것 같았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 두 명이 룸으로 들어왔다. 

 아니, 잠깐만. 

 이 사람들이 왜 여기에···. 

 “아들 여기 있니! 마이썬, 동선아!” 

 호들갑스럽게 소리치며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는 건 성귀남씨였고. 

 “한국남자는 항상 옳다.” 

 그의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 붙어서 묵직한 저음으로 중얼거린 건 미라클 존슨 The 블랙 아나콘다였다. 

 “어?” 

 “미스터 킴?” 

 성귀남과 존슨이 나를 동시에 발견했다. 

 “뮨 대표님 여기서 뭐해요? 이제는 레이드도 직접 뛰어요?” 

 “아뇨, 그게 아니라···.” 

 근데 뭐지. 

 방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3인방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중의 리더 격이자 상석에 앉아 있던 덩치안경남은 구석 쪽으로 슬금슬금 도망치기까지 했다. 눈빛에는 분노가 일렁이고 있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성귀남은 나의 존재보다 안경남이 더 중요한 듯 보였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면서 그에게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아들, 한국에 왔으면 아빠한테 먼저 연락을 해야지. 응?” 

 아들이라고···. 

 그들의 세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성귀남이 나머지 두 사람에게 경고한다. 

 “너네도 오랜만이다? 음경 찌꺼기들은 나가 있어. 뚫리기 싫으면.” 

 “예? 아,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들은 테이블 위에 있는 소지품을 챙기지도 않고 황송하다는 듯 튀었다. 

 그들 역시도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번에는 존슨이 강정민 이사에게 묻는다. 

 “헤이, 후아유?” 

 “예··· 저는 VIP 인포 담당자입니다.” 

 “그렇다면 즉시 퇴장한다. 당신의 보스와는 얘기가 끝났으니 그냥 가면 된다. 퇴장이 늦을 시에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예, 예. 그럼···.” 

 굉장하네···. 

 결국 다 나갔다. 

 느낌이 왔다. 

 성귀남이 아들이라고 하는 저 놈은 반인족 뭐 그딴 거에 얽힌 것 같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이 자리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겠지···. 

 “아들아, 이건 한 병에 얼마나 하니?” 

 성귀남이 샴페인 병을 들며 묻자 그의 아들은 그것을 던질 줄 알았던지 반사적으로 팔을 올리며 얼굴을 막았다. 자기도 머쓱한지 버럭 화를 낸다. 

 “너 이 씨발새끼! 너, 너···!” 

 “어허, 아버지한테 씨발새끼가 뭐니 천박하게.” 

 “오지 마!” 

 “너의 어머님이자 나의 성기 파트너인 오윤숙 여사님은 잘 계시지?” 

 “닥쳐 이 씨발놈아.” 

 “후우, 언제 한 번 만나 뵙고 생식기 세레나데를 해야 되는데 시간이 없다, 시간이. 너 같은 혼종들이 너무 많아져서 말이야.” 

 “조용히 하라고!” 

 “너네 엄마 진짜 쩔었는데···.” 

 아··· 넷상에서나 보던 패드립을 현실고막으로 들을 줄이야···.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충 짐작은 되는데 더 이상 상상하기 싫다. 

 나는 존슨에게 물었다. 

 “여긴 무슨 일로···.” 

 “미스터 킴이 생각하고 계신 바로 그것입니다.” 

 “아···.” 

 내 생각이 맞았다. 

 그럼 뭐··· 나는 손 안 대고 사정하는 거지. 

 “저 사람, 방금 전에 저희 연습생한테도 최음제 먹여서 병원에 실려갔어요.” 

 “저런···.” 

 “아들아, 아직도 그런 천박한 짓을 하고 다니는구나. 아빠는 너에게 실망했다.” 

 “귀남. 이제 미스터 킴 모시고 나가라. 나의 시간이다.” 

 그렇군요. 그 시간이군요. 

 언젠가 김석원(요나와 란이의 전 소속사 대표)과 보냈던 그 시간이다. 

 존슨의 허벅지 사이가 험상궂게 부풀어 있다. 굳이 보려고 한 건 아닌데 워낙 굉장해서 티가 났다. 

 성귀남이 내게 나가자고 눈짓을 보낸다. 

 그의 아들은 처절하게 외쳤다. 

 “야, 나가지마! 나가지마! 차라리 죽여, 이 개새끼들아!” 

 “코리안 가이즈 아 얼웨이즈 퍽킹 롸잇.”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을 나갔다. 

 닫힌 문 너머에서는 우당탕탕 소란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끔찍한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 

 “잘 지내셨어요?” 

 “예, 귀남 씨도 잘 지내셨어요?” 

 “저야 뭐 보시다시피 꾸준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고생하시네요.” 

 “대표님이 더 고생하시죠 뭐.” 

 우리는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에서 벗어나 밖에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정규율에게 약을 먹인 남자의 정체를 알려줬다. 

 “아까 그 인간 누군지 아세요?” 

 “아뇨, 방금 처음 봤어요.” 

 “천상그룹 넷째 아들이에요.” 

 “아, 진짜요? 돈은 좀 있구나 생각했었는데 그쪽 부류인지는 전혀 몰랐어요. 근데 천상그룹 아들이 왜 이렇게 싼티 나게 놀아요? 그 정도면 굳이 이런데 안 와도 되지 않아요?” 

 “원래 쓰레기예요. 약 먹이고 강제로 하는 도착증 있거든요. 저 새끼한테 그런 식으로 당한 연예인도 한두 명이 아니에요.” 

 “아···.” 

 “이번에 아주 끝장을 내야죠.” 

 “예···.” 

 “근데 가보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연습생 병원에 실려 갔다면서요.” 

 그는 내가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먼저 자리를 피할 기회를 줬다. 

 “예, 가봐야죠.” 

 “종종 연락드리고 싶은데 선경 누나가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해서 참고 있습니다, 하하.” 

 “아, 매일 고맙다고 연락들을 주시니까 제가 좀 부담스러워서요. 근데 귀찮다고는 안 했는데···.” 

 “제가 지어낸 말입니다, 하하하.” 

 “아, 예···” 

 “차 가지고 오셨어요?” 

 “아뇨, 콜때기···.” 

 “아아, 그럼 저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아, 제가 전에 추천해드렸던 사이트 들어가 보셨어요? 섹피아.” 

 “예, 짬 날 때마다 계속 보고 있어요. 원래 야설 잘 안 봤는데 재밌던데요?” 

 “그쵸. 야설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니까요. 요즘 무료 중에는 그거 재밌더라고요. ‘가임기 첫날에 데이트가 열렸다’랑 ‘말단병사에서 포주까지’. 혹시 보셨어요?” 

 “제가 무료는 잘 안 보는데 귀남씨 추천이니 믿고 보겠습니다.” 

 “굿좝. 최동선한테는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라고 할까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몇 마디 나눠봤는데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사과도 진심으로 할 것 같지도 않던데요.” 

 “그건 그렇죠. 그럼 저희가 알아서 참교육하고 새사람으로 갱생시키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저희 연습생한테 물어보고 연락드릴게요.”  “예, 그렇게 하세요. 직접 만나는 게 불편하면 사과하는 거 찍어서 동영상으로 보내드릴까요?” 

 “아, 그게 좋겠네요.” 

*** 

 ―질으륵 

 “어, 뮨 대표님 오셨다. 어떻게 됐어요?” 

 제희는 정규율 앞이라서 그런지 예전처럼 존칭을 썼다. 

 나는 일단 정규율의 상태부터 살폈다. 

 녀석은 위세척을 끝낸 뒤 1인실에서 수액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담당 의사를 만나고 왔는데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 

 내가 병실로 들어오자 일어서려 한다. 

 “아니에요, 그냥 누워 있어요.” 

 “감사합니다.” 

 “좀 괜찮아요?” 

 “대표님과 제희 선배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두 분 아니었으면 저 진짜 어떻게 됐을지··· 너무 끔찍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약에 취했던 눈빛이랑 혀도 완전히 풀렸다. 

 제희는 녀석이 우리 연습생이 아니라는 것을 들은 것 같았다. 

 둘이서 얘기를 나누라는 뉘앙스를 보이며 자리를 비워준다. 

 “저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예.” 

 제희가 나간 뒤 뉴5기와의 정식적인 첫 대화가 시작됐다.

< 너네 엄마 진짜 쩔었는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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