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님아, 우리 그거하자 그거! >
흠칫―
미오의 딜도를 잡은 이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란이는 다행히 나를 먼저 쳐다봤다.
미오의 시선이 란이를 향해 있는 틈을 타서 나는 얼른 녀석에게 신호를 보냈다. 딜도에 관해서 모르는 척 하라는 뜻이었다. 눈치가 없는 놈은 아니었던지라 내가 고개를 저으며 검지로 입을 막자 고개를 주억이고는 바로 연기에 들어갔다.
“으응, 멀리서 볼 때는 딜도 같았는데 만져보니까 진짜 꼬추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이 참 좋다. 오빠, 잡은 김에 딸딸이 쳐줄까요?”
“아, 아니야. 괜찮아!”
옳지, 자연스럽고 좋았다.
란이가 진짜 대딸을 해줄 기세로 들이대자 오히려 퍽커인 미오가 주춤거리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란이 이건 아무리 봐도 인간계가 아니다.
일반인 란 > 퍽커 미오
다행히 라희와 지유도 란이와 나 사이의 비밀 신호를 알아차리고는 딜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복잡하게 꼬일 수 있던 미오의 딜밍아웃은 그렇게 잘 넘어갔다.
그래도 미오 녀석이 고추를 오픈하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미오가 생각보다 더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지유가 상대적으로 희망을 얻은 것이다. 표정이 많이 홀가분해졌다.
참나, 미혼모랑 음란 틱이라는 게 어디 가서 절대 꿀릴 패널티가 아닌데, 앞에 두 녀석의 하자가 거의 불치병 수준이다 보니 지유의 증상은 독감 정도로 느껴졌다.
“자, 그럼 마지막은 우리 막내 라희라희 또라희!”
란이가 진행을 맡으며 잠시 중단됐던 간증 타임이 재개됐다.
뜻밖의 희망을 얻은 지유와 라희가 교차해서 스쳐지나가며 자리를 바꿨고 미오와 란이도 착석했다.
라희가 망란이한테 소심하게 항변한다.
“저 또라이 아니에요오···.”
“아니. 언니가 그동안 쭉 지켜봤는데 너 또라이 맞아.”
라희는 못마땅한 듯 우물우물거렸지만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간증을 하는 자리는 내가 앉은 상석 소파 바로 뒤였다. 마치 내가 교주가 된 것 같은 위치다.
라희가 내 뒤에 섰다.
앞선 세 녀석들에 비하면 라희는 양반이지.
미오와 망란이가 불치병이고 지유가 독감 수준이라면 라희는 뭐 가벼운 감기 정도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저, 저는 그동안 다리 마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대표님한테 마사지를 받고 싶어서 마비가 왔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엌, 웬 진실게임?
본인 입으로 실토해버렸다!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자기 입으로 발설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야한 생각을 너무 자주합니다. 거의 하루 종일 야한 생각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란이 언니처럼 솔직하지 못하고 그런 쪽으로는 경험도 없기 때문에 풀지 못한 욕구를 작곡과 가사로 풀었습니다. 그러다가 진짜 못 참을 때가 몇 번 있었는
데 그때마다 마비가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대표님께 다리 마사지를 받은 겁니다. 그러면 답답함이 풀려서 며칠 동안은 편안했습니다.”
나는 공공연하게 알고 있던 비밀이었지만, 내가 아는 라희 성격상 그걸 자기 입으로 말을 할 거라고는 절대 생각 못했었는데···.
아마 앞선 언니들의 폭탄 고백에 쓸데없이 용기를 얻은 모양이다. 아니면 자기도 뭔가 비밀 하나를 터뜨려줘야 형평성이 맞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엄마야, 어쩐지···.”
예상대로 란이가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며 뭔가를 물으려고 한다.
라희와 나 사이의 비밀스러운 마사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녀석이었으니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럼 라희 니 대표님이랑 자고···.”
“오케이이이이, 여기까지!”
나는 란이가 병신 같은 질문을 하려는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말을 끊었다. 안 들어도 들은 것 같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대화합의 시간은 이쯤에서 마무리 지어도 되겠지.
누가 하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너덜너덜해지긴 했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가까이 갈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우리가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해도 미성년자의 인권은 지켜줘야지. 라희한테 궁금한 거는 나중에 개인적으로 물어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은빛이의 겨드랑이처럼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으려는데 란이 놈이 날카롭게 태클을 건다.
“어, 대표님은 왜 안 해요?” “뭘.”
“뭐긴요, 대표님도 우리처럼 남들 앞에서 말 못할 비밀 하나 말해야죠!”
“내가 왜?”
“와, 개 치사해! 우리 비밀은 다 들어놓고!”
난감하네.
흘끔 쳐다보니 다들 란이에게 동조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제일 먼저 말했잖아. 내가 니 욕구 풀어주는 인간 딜도 역할하고 있다고.”
“인정 못 해요. 그건 대표님만의 비밀이 아니라 제 비밀이기도 하잖아요. 대표님만의 비밀을 말해야죠.”
“나는 딱히 없는데? 어렸을 때 엄마 지갑에서 돈 빼가지고 오락실 간 것 따위는 아무도 안 궁금할 거 아니야.”
솔직한 대답이었다.
내가 뭐 애들만큼의 파급력을 지닌 비밀이 있을 리가 있나.
그러나 란이는 억울하다는 듯 펄쩍펄쩍 뛰었다.
“와, 없다고요? 그럼 제가 대신 말해도 되죠?”
“니가 내 비밀에 대해서 뭘 알고 있는데···.”
“왜 몰라요.”
앗. 이 인간 설마 교배 행위 할 때 내 취향 같은 걸 누설하는 건 아니겠지?
“대표님 저랑 8층 계단에서 섹스 했잖아요.”
흠칫!
“야야야. 라희 있는데 말 좀 가려서 해라. 그리고 그게 무슨 섹스야, 삽입도 안 했는데.”
“오랄도 섹스거든요? 뭐 꼭 넣고 흔들고 싸야만 섹슨가, 물고 빨아도 섹스지.”
아 젠장 분위기 제대로 란창 났다.
어차피 미오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녀석에게 부끄러울 건 없다. 하지만 나를 보는 라희와 지유의 눈빛에서도 왠지 존경심과 신비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건 좀 크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권위의식을 훌훌 벗어던지고 아이들처럼 자폭을 해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만 아이들의 치부를 모두 알고 있는 게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마음의 짐을 털어버렸다.
“그래. 나는 섹스가 좋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하고 싶다. 됐냐?”
내 기준에서는 상당히 용기를 낸 폭탄 발언이었는데 실망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덧붙인다.
“세상에 섹스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할 수 있으면 당연히 맨날 하는 거지 그게 뭐 비밀이라고.”
뭐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망란이의 말이었다.
“섹스는 저도 좋아하죠.”
미오다.
“저도 뭐···. 근데 가느다란 데 길기만 한 건 진짜 별로예요. 차라리 작더라도 밤꽃냄새 풀풀 풍기면서 굵고 빳빳한 게 좋아요. 조루 극혐!”
틱인지 진심인지 애매한 지유의 발언이다.
“2년이나 남았네에···.”
생략한다.
이것으로 ‘제1차 대화합의 난장’은 끝이 났다.
내 기분 탓일지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20년 지기 음낭친구보다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미오야 부탁 하나만 하자.”
“예, 말씀하세요.”
미팅이 끝난 직후 나는 예정대로 미오에게 심부름을 시켜서 자리를 비우게 만들었다. 라희, 란, 지유에게 미오의 성정체성 이상에 대해서 말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미오가 나간 뒤 란이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딜도를 떠나서 아무리 봐도 몸매 선이나 가슴 같은 게 절대 남자한테 나올 수 있는 태가 아니었거든요.”
“후타나리 좋아! 저도 남자라는 얘기 듣고 목젖부터 살펴봤는데 없으시더라고요. 보추 짱짱맨!”
지유도 뒤늦게 위화감을 씻어내서 다행이라는 표정이었고, 라희는 미오의 상태가 다소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란이가 묻는다.
“그럼 언니는 딜도를 진짜 자기 꼬추로 생각하는 거예요?”
“응. 암튼 자기가 남자라는 것에 대한 모든 변명이 준비가 돼 있어. 근데 막상 들어보면 여유증이나 딜도처럼 완전 억지야.”
“리플리 증후군 같은 건가.”
“자세한 건 상담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내가 봐도 그 쪽인 거 같아. 정신적으로 충격을 좀 받은 거 같아.”
“그럼 저희는 앞으로 그냥 여자인 척 하는 남자로 대하면 되는 거예요?” “아니지. 다른 연습생 애들도 있으니까 그냥 지금처럼 똑같이 여자로 대하면 되지.”
“아, 은근히 헷갈리네. 얼굴도 여자고 속도 여잔데 괜히 남자라는 말을 들어서···.”
후우, 지랄 맞은 미오의 교통정리도 대충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건 란, 미오, 지유 3인방과의 빠르고 꾸준한 질내사정 뿐이다.
란이랑 미오야 뭐 내 쪽에서 시간만 내면 신경 쓸 게 없지만 문제는 지유다.
얘랑은 대체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아직 감도 못 잡은 상태다. 애 엄마라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다가 아직 유대관계도 제대로 못 쌓은 상태이지 않은가.
란이나 미오처럼 성적으로 개방돼 있는 것도 아니고 라희처럼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을 하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사이비 교주처럼 틱을 고치려면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을 할 수도 없는 거고···.
“저희 이제 올라가도 돼요?”
란이가 물었다.
“어, 올라가서 연습해.”
“지유는 어떻게 해요? 저희가 데꼬 올라가서 다른 애들한테 인사시켜줘요?”
“아, 지유는 나랑 집 보러 갈 거야. 센터에서 나와서 애기랑 새로 살 집 요 앞에 구했거든.”
“아아, 애기 때문에 숙소 생활은 불편하겠구나.”
란이의 말에 지유가 대답했다.
“저랑 애기는 괜찮은데 언니들이 많이 힘드실 거예요. 진공 펠라. 요즘 어금니가 나는 시기라서 이앓이를 엄청 하거든요. 자다가도 몇 번씩 울면서 항문 섹스! 깨고 막 그래요.”
“아, 그렇구나. 근데 라희야 뭐 한 번 잠들면 안 깨고, 나도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빨만 나면 끝나는 거 아닌가?”
“저도 좋아요. 저 애기 완전 좋아하고 진짜 잘 봐요. 다리 사고 나기 전에 사촌동생들도 제가 다 봐줬어요.”
란이와 라희가 훈훈하게 포용력을 발휘했지만 숙소에서 육아를 하는 건 내 쪽에서 반대다. 아기는 좋은 것만 보고 자라야 하니까. 그리고 아기가 있으면 차후 빡빡하게 돌아갈 질내사정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
“방 이미 구했으니까 됐어. 그리고 지금 숙소는 방도 두 개 밖에 없고 좁아서 같이 살면 애기도 힘들지.”
“아, 그렇겠구나. 또라희씨, 그럼 우리는 올라가서 연습이나 합시다.”
“예에.”
“아, 맞다. 그리고 오늘 모인 네 명은 내일모레 다 같이 정신과 상담 예약돼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와, 그럼 저 섹스중독 상담 받아요?”
“뭐 그런 것뿐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같이 상담하는 거지. 악플 같은 거 받았을 때 멘탈 관리나 그런 것도 있고.”
“재밌겠다.”
“저는 다리 다쳤을 때 심리상담도 같이 받았었어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극복 같은 거요.”
“또라희 니는 언니랑 같이 섹스중독 상담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프하하핳!”
“아, 놀리지 마세요오. 그 정도는 아니에요오.”
녀석들이 상담을 받을 곳은 업키걸 아이들이 다니던 신경정신과 센터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그 자체인 지금 녀석들에 비하면 업키걸 아이들은 순한 양처럼 보이지만 녀석들 역시 한창 때는 업나니, 업친놈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했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약한 면을 가지고 있던 업나니들은 상담을 받기 전에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었다.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란이와 라희는 무슨 동네 편의점 가듯 자기들끼리 낄낄 거리고 농담까지 주고받으면서 대표실을 나섰다.
나는 지유와 함께 회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원룸을 구경했고 지유는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좋아했다.
공인중개사 아저씨가 함께라서 빈집에서의 돌발기 상황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늦은 밤 아이들의 연습이 끝난 뒤 미오에게 질내사정 2번, 란이에게 질내사정 2번을 알뜰하게 해주었다.
“아 진짜 연속 2번 하는 거 너무 좋다. 완전 사랑해요.”
“어, 그래그래.”
“으잇, 좆물 센다. 나 먼저 씻고 올게요.”
“응.”
―질컥
“아, 깜짝이야! 뭐고, 라희 니 아직 안 잤나?”
“아, 아니에요. 자다가 잠깐 물 마시러 나왔어요.”
“뭐······ 아라따. 그렇다고 해두자.”
“지, 진짜예요오! 저 방금 일어나서 나온 거예요오!”
“응, 니 바지 앞에 다 젖었다. 아주 질질 쌌네.”
“히잌!”
친애하는 판사님.
맹세컨대 저는 라희에게 절대 아무 감정도 들지 않고 그 어떤 음란한 마음도 품은 적이 없습니다.
***
<‘업키걸’ 일본 진출 이후 첫 휴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던 업키걸이 드디어 5일간의 휴가에 들어간다.
그동안 휴식을 취하라는 팬들과 회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휴식은 있었을지언정 팀으로는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던 그들이었다.
***
업키걸의 5일 휴가.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나는 하루에 한 명씩 데이트를 하기로 돼 있단다.
물론 나는 모르는 사이에 결정이 난 일이었다. 순서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첫째 날 데이트의 주인공은 알리야였다.
알댕이 [주인님아, 우리 그거하자, 그거!]
나 [그게 뭔데]
알댕이 [기분 좋은 거! 멍멍! 멍멍!]
< 주인님아, 우리 그거하자 그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