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부재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이었다.
여름에 걸맞지 않은 어두컴컴한 하늘, 그 와중에 계절감을 과시하는 눅진한 습기가 가득하여 불쾌감을 자아냈다.
실로 장례식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날씨였다.
라스페가 소유의 들판에 모인 수백의 사람들도 아마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이거 참, 시장판도 아니고. 귀족가의 장례에 평민들까지 떼 지어 몰려와선.”
“그러게 말입니다. 제국민들을 죄다 한자리에 모아 둔 것 같군요.”
넓은 들판에는 제국의 내로라하는 권력자들, 그들 아래에서 부를 영위하는 귀족들과 상인, 학자와 예술가들. 그리고 가난한 평민들까지 모인 진귀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모두 사흘 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작가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었다.
“한데 어째서 관을 미리 옮겨 두지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설마 공작께서 시신 없는 장례를 치르시려는 심산이실까요?”
“게다가 라스페가에선 대체 누구의 장례를 치르겠다는 건지 알려 주지도 않았으니, 저는 누가 죽었다는 건지 짐작도 되지 않는군요.”
“장례 치를 시신도, 조문 받을 주인도 아직 나타나질 않으니……. 이렇게나 해괴한 장례식은 처음입니다.”
장례 전날 미리 관을 안치한 뒤 손님을 맞이하는 게 제국의 관습이었지만, 라스페 공작가에서는 관이 있어야 할 자리를 비워 둔 채 조문객을 맞이했다. 다들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 이제야 오는가 본데?”
오랜 기다림 끝에 모습을 드러낸 건 금으로 치장한 진녹색 관이었다. 호기심이 동해 장례식을 찾아온 평민들이 가장 먼저 아름다운 목관을 구경하는 영광을 누렸다.
하나 태어나서 한 번 보기도 힘든 진귀한 구경거리에 감탄하기도 잠시,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관이 안치될 평원 중앙에서 행렬을 구경하던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관이 얼마나 더 나오는 거야?”
목관을 어깨에 멘 공작가의 병사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인파를 뚫고 줄지어 평원 중앙으로 향하는 관은 무려 여덟 개였다.
가장 크고 화려한 진녹색의 관이 받침대 위에 가로로 배치되었고, 그 아래에 네 개의 관이 세로로 나란히 자리 잡았다.
나머지 세 개의 관이 마찬가지로 세로로 방향을 틀어 자리하니, 여덟 개의 관이 평원에 넓게 펼쳐졌다. 마치 작은 공동묘지처럼 보였다.
관이 도착한 뒤에도 행렬은 계속되었다. 흐린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갑옷을 입은 수십의 기사들, 그리고 푸른색과 진녹색 예복으로 치장한 귀족가의 가신들이 열을 지어 평원에 모여들었다.
열 살 남짓 된 아이들 수십 명까지 커다란 꽃바구니를 들고선 행렬에 섞여 있어, 신년에 열리는 축제 행렬을 연상케 했다. 다들 자신들이 장례식에 참석했다는 걸 잊은 채 푸른색과 녹색이 어우러지는 화려한 행렬에 온 시선을 빼앗겼다.
“……한데 푸른색으로 치장한 이들은 라스페 공작가 사람들일 텐데, 다른 사람들은 뭐지? 제국에 진녹색을 상징으로 가지는 가문이 있던가?”
젊은 귀족 하나가 끊임없는 행렬을 보다 의문을 표했다. 누군가 어리숙한 의문에 답을 해 주기 전 새로운 행렬이 시작되었다.
호위 기사들에게 에워싸인 채 나타난 건 푸른빛 예복을 입은 라스페 공작이었다. 그를 처음 목도한 평민들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그를 본 귀족들까지 젊은 공작의 외양에 숨죽여 감탄했다.
스물둘, 아직 또래들은 젖살이 남아 있을 나이였다. 그러나 공작의 얼굴에는 날카로운 인상과 더불어 장례식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자리할 뿐이었다.
그리고…….
“맙소사.”
에드문트 라스페와 함께 등장한 사람을 발견한 귀족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라스페 공작과 나란히 걸어오는 귀족은, 분명 그의 사촌 누이……. 무려 10년 동안 영지 밖에 나오지 않아 죽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벨레노아 백작이었다.
* * *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에 좌중이 술렁였다. 언어가 아닌, 그저 놀라움에 한 마디씩 뱉어 낸 소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벨레노아 백작과 라스페 공작이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들의 면면에 비친 건 경악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웠다.
공작이 언젠가 벨레노아 백작을 전면에 내세워 황위에 야욕을 드러낼 거라는 건 너무나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년 전 공작 부부가 사고로 죽은 이후 벨레노아 백작은 모습을 감추었으며, 공작은 대외적인 장소에서 단 한 번도 제 사촌 누이에 관한 언급을 꺼내지 않아 왔다.
당연히 에드문트의 의도적인 방치와 외면이었고, 그가 원하는 대로 벨레노아 백작이라는 사람은 천천히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잊혔다.
하여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공작이 벨레노아 백작과 함께 등장한 장소가 하필 여덟 개의 관 앞이라는 점마저도.
“관을 열도록.”
명령은 벨레노아 백작의 입에서 나왔지만, 그와 동시에 관 앞으로 사열한 이들은 모두 라스페가의 기사들이었다.
이는 모두 벨레노아 백작이 1황자가 남긴 유일한 자식으로서, 마땅히 에드문트보다 높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 황족임을 과시하는 행위였다.
에드문트는 백작의 명령에 따라 가장 끝에 놓인 세 개의 관이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먼저 양옆에 놓인 관을 열자, 너른 들판에 짙은 꽃향기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의 시신이 등장하길 기대한 사람들은 양쪽에 나란히 둔 관 속을 확인하고선 당혹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땅히 있어야 할 죽은 자의 육신 대신, 그 안을 가득 채운 건…….
“왼쪽 관에 든 건 검이고……. 오른쪽 관에 있는 건, 설마 방패인가? 게다가 저렇게 많은 꽃이라니.”
수십의 검과 방패가 든 관에 짙푸른 꽃이 빈틈을 메우고 있었다. 마치 검과 방패를 시신으로 안치해 둔 것만 같았다.
“죽은 기사들과 병사들의 유품을 넣어 둔 거군.”
연로한 귀족 한 명이 아주 오래된 귀족가의 풍습을 알아보고 아는 체를 했다.
그의 말대로 전장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특히 시신을 남기지 못한 기사와 병사들의 장례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제국에서 전쟁이 끊긴 지 벌써 수십 년이 지난 탓에 잊혔던 풍습이었다.
그리고, 그 고아한 풍습을 떠올린 사람은 바로 엘리아였다.
<검을 넣은 왼쪽 관은 높은 신분을 상징하는 푸른 수국으로 가득 채워. 그리고 병사를 기릴 오른쪽 관에는 패랭이꽃, 접시꽃……. 이름 모를 작은 들꽃을 섞어 속을 채우게 해.>
나흘 전 엘리아가 지시한 대로 공작가에서는 관 안에 죽은 공작가의 기사들을 상징하는 검, 그리고 병사들을 상징할 방패를 채운 뒤 남은 공간을 푸른 꽃으로 장식했다. 향유까지 부어 둔 덕분에 바람을 타고 꽃향기가 사방에 가득 흩어졌다.
“계속 열도록.”
이번에는 에드문트가 관을 열라는 지시를 내렸다. 네 명의 기사가 신속하게 가운데에 놓인 관을 열어젖혔다.
푸른색으로 칠한 목제 덮개가 열리자, 드디어 장례식에 마땅히 있어야 할 시신이 등장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남자의 시신을 약품 처리한 뒤 화장을 짙게 올린 덕분에 생전의 모습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리하여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시신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공작가의 집사, 클라우스의 시신이었다.
<가장 왼쪽 관에는 기사, 라스페가의 충신으로 널 지키다 살해된 사람들을. 오른쪽은 병사들…… 이름 하나 남기지 못하고 스러진 수십의 충성을.>
<하면 가운데는.>
<집사의 시신을 안치해. 그리하여 죽은 그가 네게 중요한 사람이었음을 알려. 에드문트 라스페가 소중한 사람을 잃었음을 짐작게 해.>
엘리아는 죽은 집사가 공작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했음을 만인의 앞에서 인정받길 원했다.
<에드문트, 제국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장례식을 열어. 수백의 사람들을 불러 모아 네가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음을 알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고선 그 모든 책임을 크라우제 후작에게 지워. 그를 악으로 몰아세워.>
동시에, 엘리아는 집사의 죽음을 이용하고 싶어 했다. 그건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매정하다고 손가락질 받을 만한 행위였지만, 엘리아는 적어도 에드문트를 아끼고 사랑한 집사는 이해해 줄 거라 여겼다.
전부 라스페가를 위해, 그리고 에드문트를 위한 일이었으니까.
<권력 투쟁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 버려. 크라우제 후작의 손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 그 복수를 할 것을 모두의 앞에서 선언해. 하여 세상 모든 이들이 당신을 동정하고 응원하게 만들어. 맨발로 땅을 일구는 가난한 소작농들조차 라스페가 정의이고 크라우제가 악인이라 믿게 해.>
에드문트는 기꺼이 엘리아의 뜻에 따랐다.
<엘리. 네가 원한다면, 그리고 바란다면. 장례식에서 라스페가가 더 많은 걸 보여 주도록 할게.>
그리고 에드문트는 엘리아를 위해 그 이상을 해 보이고자 했다. 자신에 의해 영지에서 칩거해야 했던 사촌 누이를 불러들였고, 거짓으로 덮어 두었던 억울한 죽음을 전부 드러내고자 했다.
“나머지 관도, 모두 열도록.”
에드문트는 남은 다섯의 관 앞에서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앞선 관들과 달리, 기사들은 쇠로 된 기다란 도구를 이용해 관을 열기 시작했다.
나무 관이 벌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관 덮개가 열리고 마침내 하나둘씩 내부가 드러났다.
안을 채운 건, 값비싼 옷과 보석으로 치장한 유골이었다.
로앙 백작 부부와 라스페 공작 부부, 그리고 벨레노아 백작의 부친인 1황자의 유해…….
이미 장례를 치러 봉인됐던 자들이 만인의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장례 준비가 모두 끝났다.
행렬에 섞여 들어왔던 서른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아이들의 합창이 자아낸 영면을 기원하는 장송곡이 장례의 시작을 알렸다.
벨레노아 백작과 에드문트가 아이들의 곁에 다가가 바구니에 든 꽃을 들었다. 이파리를 살려 다듬은 푸른 꽃을 각자의 손에 들고 여덟의 관 앞으로 향했다.
벨레노아 백작은 아버지의 유골 위에, 에드문트는 죽은 집사의 가슴 위에 꽃 한 송이를 놓고 묵념했다.
이어 인파의 틈에서 로앙 백작이 나오더니 푸른 꽃 두 송이를 쥐었다. 그는 10년 동안 사고로 죽은 사람 취급받아야만 했던 부모에게 속죄의 의미로 꽃을 바쳤다.
그리고 외젠과 에드문트가, 함께 벨레노아 백작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그들을 관조하던 세 가문의 가신들, 이어 이미 라스페 공작에게 충성을 맹세한 귀족들이 무릎을 꿇었다.
벨레노아 백작의 음성이 스스로 몸을 낮춘 자들을 향해, 그리고 무지하여 복속될 줄 모르는 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부친을 살해하고 그분이 가졌어야 할 황제의 자리를 약탈한 죄. 그분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던 라스페 공작 부부와 로앙 백작 부부마저 살해한 죄. 그들의 자식까지 해치기 위해 수많은 공작가의 가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로 크라우제 후작을 고발할지니. 나 레오노르 벨레노아는 반드시 그가 지금까지 저지른 악행에 대한 대가를 받아 내겠노라.”
엄숙한 선언에 섞인 폭로에 좌중이 침묵했다.
“약탈…… 살해당했다고?”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참석한 장례식이, 크라우제 후작에게 살해당한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기리는 자리였음을 깨달았다.
또한, 명민한 자들은 이제 제국 중앙 권력을 둘러싼 정세가 뒤바뀔 것을 알게 되었다.
빈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자들의 투쟁이, 순식간에 부모를 살해한 후작을 향한 자식들의 복수로 변모했으니 이제 누구도 그들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 없으리라.
라스페 공작을 지지하는 귀족들이 앞다투어 나와 여덟 개의 관에 꽃을 바쳤다. 누군가는 이름 없는 병사들을 상징하는 방패 위에, 또 누군가는 황제가 되었어야 했던 1황자의 유골 위에 푸른 꽃을 바치고 벨레노아 백작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눈치를 살피던 중립파의 귀족 중에서도 관 앞에 나서는 이들이 등장했다. 심지어 호기심에 찾아왔던 후작 일파의 귀족 몇 명이 함께 나와선 벨레노아 백작의 발치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뒤늦게 크라우제의 악랄함을 알게 되었으니, 그간의 무지함이 부끄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참담한 심경으로 진정한 황위의 주인 앞에 속죄 드립니다.”
어제의 적이, 군중 심리에 휘말려 오늘의 아군으로 거듭나는 광경에 벨레노아 백작이 기껍게 웃어 주었다.
귀족들의 차례가 끝나자, 이어 영광된 자리에 초대받은 평민 상단주들, 그리고 유명한 예술가들이 한 송이 꽃을 바치기 위해 긴 줄에 합류했다.
밤이 되어서야 장례가 모두 끝났다.
그러나 공작의 약혼자인 엘리아 로앙은 장례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들판에 모인 수백의 사람 중 오직 에드문트만이 엘리아의 부재를 자각했다.
장례가 모두 끝났음에도, 에드문트는 쉬이 평원을 떠나지 못했다.
어린 엘리아가 흘렸던 눈물을 먹고 자랐을, 푸른 들판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 *
“공작님, 벨레노아 백작님께서는 먼저 수도에 새로 마련한 저택으로 향하셨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한스.”
여덟 개의 관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텅 빈 들판에 에드문트만이 남았다.
“시릴 보좌관이 수도 상황을 보고해 왔습니다. 이미 전역에 오늘 장례식 이야기가 퍼져, 후작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 크라우제 후작이 엘리아와 에드문트의 예상대로 수도로 숨어들어 와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해 댔다.
<비열한 동부의 귀족들이 라스페 공작과 결탁하여 나를 음해하고 감금하였으니, 재판을 통해 이 누명을 벗고 보상을 받아 내겠다.>
후작의 뻔뻔한 태도는, 이미 그가 동부 귀족들의 자녀를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려 했다는 소문에 의구심을 가지게 할 정도였다.
에드문트와 엘리아는 재판을 들먹이는 크라우제 후작을 상대하는 대신 후작이 자행한 악랄한 죄를 모두 폭로하는 쪽으로 대응하고자 했다.
그리고, 열흘 동안 준비한 대응은 장례식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
“엘리아 님께서도 소식을 들으시면 기뻐하실 겁니다.”
그러나 정작 크라우제 후작을 상대할 계책을 떠올린 엘리아는 자신의 계획이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나보다는 벨레노아 백작님과 함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에드문트는 엘리아의 판단에 동의했다.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약혼자보다는 벨레노아 백작을 세워 장례식의 의도를 확고히 하는 쪽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에드문트는 망설였다. 엘리아는 자신이 빠진 자리를 벨레노아 백작이 채우는 걸 보며 박탈감을 느낄지도 몰랐다.
무엇보다도 그는 엘리아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엘리, 나는 네가 있어 주길 바라.>
에드문트는 용기를 내어 말하고, 애원하고, 부탁했다.
<……네가, 내 곁에 있어 주길 바라.>
엘리아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열흘 전, 데이지와 함께 수도를 떠났다.
에드문트가 그의 이전 생을 전부 고백한 지 며칠 뒤의 일이었다.
<여행을 갈 생각이야.>
엘리아는 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공작가에서 짐을 챙겼다.
어디에 가는 건지 알리지 않았고, 돌아오겠다는 말조차 없었다.
그는 이번에도 떠나는 엘리아를 붙잡지 못한 채 보내 주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