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부(1) (4/9)

2부(1)

아직 이른 새벽이었다.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김산은 유난스럽게 울리는 알람에 눈을 비비적거렸다. 전날 무리한 몸은 수면을 요구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머리는 잘 알고 있었다. 일어나서 이삭과 이탁의 밥을 챙겨줘야 했다. 김산은 자신이 밥을 굶는 한은 있어도 애들 밥을 절대 굶기는 일은 없었다. 18살, 무엇이든 잘 먹을 나이였다.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는 학교에서 정상 수업을 듣고, 남은 시간은 학원과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집에 오는 시간은 보통 오후 9시, 늦으면 12시였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아침밖에 없으니 김산은 아침에 더더욱 헌신적이었다. 이삭과 이탁이 자신이 챙겨주는 밥을 먹으면서 짧지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다.

몇 분간 누워서 눈을 깜박거리며 천장을 보던 김산은 몸을 일으켰다. 몸에서 뿌드득 소리가 났다. 한창인 아이들과 달리 자신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었다. 꽤 오래 일한 경호원 업체에서 직급이 오르면서 해야 할 일은 늘어났다. 신입 때는 내 일만 잘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젠 내 일 뿐만 아니라 밑에 애들 일까지 봐줘야 하는 처지였다. 그것뿐만 아니라 잦은 술자리와 회식, 집안일에 치여 몸 편하게 쉬는 날이 없었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이삭과 이탁이 너무 반듯하게 자라주어서 행복했다. 어딜 내놓아도 흠잡을 데 없는 아이들이었다. 자기 아버지를 닮아 선량하고 예쁘게 생긴 얼굴과 180cm가 넘어가는 장신, 모델처럼 긴 팔다리, 선한 인품. 아이들은 명작 같았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 예쁘다고 하지만, 이삭과 이탁은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예쁘고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데 둘 다 공부를 잘 했다. 이삭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고, 이탁은 전교 20등 밖으로 밀려나 본 적 없었다. 운동도 잘해서 체육 선생님이 진지하게 운동시켜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최희서가 주고 간 돈이 넉넉했기에, 김산은 아이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운동선수에 별 관심이 없었다. 꿈이 뭐냐고 묻자, 이삭은 천사 같은 웃음을 지으며 김산의 손을 잡았다.

“좋은 사람 만나서 애 낳고 잘 사는 거요. 그게 제 꿈이에요.”

“좋아하는 사람은 있고?”

김산이 묻자 옆에서 밥 먹으면서 게임을 하던 이탁이 거들었다.

“짝사랑 오래 했어, 형.”

그 말에 이삭이 참지 않고 이탁의 팔뚝을 팔꿈치로 때렸다. 난데없이 얻어맞은 이탁은 소리도 못 내고 끙끙거렸다. 형에게 반격하는 것보다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 중요한 듯, 눈으로 흘겨볼 뿐 손은 열심히 화면을 누르고 있었다.

“게임 끝나면 죽었어.”

“밥이나 먹어라, 김이탁.”

이삭이 째려보며 잔소리하자 이탁은 ‘아예에에에에. 착한 동생은 형 말 들어야죠오오오.’ 하면서 일부러 이삭을 약 올렸다. 그걸 보던 김산은 이탁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뺏었다. 아빠에게 휴대전화를 뺏긴 이탁은 절망한 얼굴로 김산을 보며 울먹거렸다.

“조금만 더 하면 레벨 업인데.”

“누가 밥 먹으면서 게임하래? 얼른 밥 먹어. 그다음에 게임 해. 설마 이탁이 너, 학교에서도 여전히 게임하는 거 아니지?”

길어지는 김산의 잔소리에 이탁이 애교를 부렸다.

“이번에 수학 잘 봤잖아. 그걸로 봐주면 안 돼? 맨날 공부하느라 힘들었단 말이야. 나 아빠한테 예쁨 받으려고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수학 한 개 틀렸는데. 안 기특해? 안 예뻐?”

이탁이 눈에 별을 박은 듯,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그걸 본 김산은 그만 웃고 말았다. 키는 아빠보다 큰 주제에 알맹이는 여전히 아이 같았다. 하지만 밥 먹을 때 휴대전화를 가지고 노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이탁에게 순순히 휴대전화를 줄 생각은 없었다. 김산이 휴대전화를 주지 않자, 시무룩해진 이탁은 밥을 먹었다. 대체로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넘어가는 편이었지만, 안 될 때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는 편이라 아이들은 금방 수긍하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애교로 무마하려던 이탁도 아빠의 눈빛에 밥을 퍼먹었다. 거의 욱여넣듯이 밥을 다 먹은 이탁이 잽싸게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났다. 아이들의 그릇을 치우는데, 이삭이 일어나서 도와주었다. 무뚝뚝한 얼굴로 그릇을 정리하던 이삭은 앞치마까지 착용했다. 고무장갑을 드는 이삭에게 괜찮다고 말해봤지만 이삭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 힘드시잖아요. 제가 할게요.”

“학교 가야지.”

김산이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초조한 김산과 달리 번듯하게 교복을 다 입은 이삭은 여유로운 얼굴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아직 시간 있어요.”

아이는 수세미에 주방세제를 묻혔다. 능숙하게 그릇을 닦는 이삭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옆모습이 정말 예뻤다. 마치 드라마에서 보던 여주인공의 첫 등장 장면 같았다. 살짝 내리깐 눈이 매우 고혹적이었다. 최희서를 닮은 속눈썹은 풍성하고 길어서, 성냥개비가 여러 개 올라갈 것 같았다. 정말 예쁘고 잘 생긴 아들의 옆모습을 뿌듯한 얼굴로 지켜보던 김산은 손을 뻗어 아들의 뺨을 만졌다. 이삭은 간지러운 듯 싱그럽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김산은 귀를 적시는 웃음소리가 귀여워서 아들의 뺨을 꼬집었다.

“우리 아들, 결혼하면 사랑 많이 받을 거 같아.”

“그래요?”

웃는 낯으로 대꾸한 이삭은 아빠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울림이 있는 목소리 때문일까. 이삭의 되물음이 귀에 여태 남아있었다.

“좋은 아빠 될 거 같아요?”

유리구슬을 박은 듯, 투명한 갈색 눈이 흥미로움에 반짝거렸다. 김산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럼.”

이삭은 말없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설거지를 끝낸 이삭은 뒷정리까지 말끔하게 했다. 18살, 부쩍 어른이 된 것 같은 나이였다. 김산은 화장실에서 티격태격하는 두 아들을 보며 흐뭇함과 동시에 벌써부터 외로워지는 걸 느꼈다. 아이들이 떠나면 나는 어떻게 살까. 아이들이 떠나면 내가 살 수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김산은 애써 고개를 저어 잡념을 지웠다. 18살인 아이들에게 이런 집착이라니. 아빠로서 좋지 않은 태도였다.

“피곤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냉수를 나누어 마신 김산은 계란을 꺼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찜을 할 생각이었다. 계란찜에 명란젓을 넣을까, 새우젓을 넣을까. 그는 냉장고를 열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의 손이 닿은 것은 명란젓이었다. 졸린 눈을 깜박거리며 명란젓이 들어간 계란찜을 안쳤다. 냉장고를 뒤적거려 아이들에게 먹일 한약을 꺼내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탁이 졸린 얼굴로 눈을 비비적거리며 나오고 있었다. 오늘도 상의를 입고 자지 않았는지 맨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계속 운동을 하는 터라 이탁의 몸은 운동선수 못지않게 좋았다. 입을 땐 날씬해 보였으나, 막상 벗으면 우람하고 단단한 몸이 드러났다. 가벼운 동작에도 근육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렸다. 빛을 받아 음영이 지는 몸을 지그시 지켜보던 김산은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가는 이탁을 잡았다. 아빠에게 잡힌 이탁이 아빠를 보며 웃었다.

“아빠, 안녕.”

“감기 걸리는데 왜 옷 벗고 잤어. 옷 입고 자라니까.”

아이의 맨살을 만지작거리며 잔소리했다. 멍하니 아빠를 지켜보던 이탁은 코알라처럼 아빠에게 엉겨 붙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를 안아주었다. 군살이 없는 몸을 안으면 돌처럼 딱딱하고 단단했다. 아이 때는 말랑하고 부드러웠는데. 자신보다 한참 작았던 이탁을 떠올리던 김산은 천천히 아이를 떼어놓았다. 이탁은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눈을 감고 있었다. 손을 들어 뺨을 어루만졌다. 아이가 눈을 감은 채, 손바닥의 오목한 부분에 뺨을 댔다. 이탁은 그 상태로 눈을 천천히 떴다. 호박색에 가까운 맑은 갈색 눈이 진중하게 빛나더니 서서히 접히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내에서 소년으로 돌아가는 듯, 찬란한 변화였다.

“아빠 손 좋아. 차가워.”

“이쪽도 만져줄까?”

김산이 다른 손으로 뺨을 만져주었다. 아이가 응응, 거리며 뺨을 비벼왔다. 계란찜 하기 위해 손을 씻느라 차가워졌는데 이탁은 그것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이가 잠 깰 때까지 만져주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또 들렸다.

“잘 잤어?”

상의를 벗고 자는 이탁과 달리 옷을 챙겨 입은 이삭이 나와 있었다. 이탁과 별다른 바 없는 얼굴로 나온 이삭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는 아빠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동생을 한심하다는 듯이 보았다. 이삭은 착한 아들의 얼굴을 한 채 말했다.

“아빠도 잘 주무셨어요?”

“그럼. 얼른 씻고 나와. 너 좋아하는 명란 계란찜 해놨어.”

명란 계란찜이라는 말에 이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고개를 숙여 아빠 목덜미에 고개를 숙였다. 목 여린 살에 아이의 이마가 닿았다.

“아빠, 난 새우젓이 좋다니까.”

예상한 대로 이탁이 투덜거렸다. 김산은 단단한 근육으로 잘 짜인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어릴 때부터 그러더니, 커가면서 입맛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입맛을 맞춰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김산은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음식을 해주는 편이었다. 오늘은 이삭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줄 날이었다. 김산은 자신보다 널찍한 등을 안아주었다. 이탁도 두꺼운 팔로 아빠의 허리를 감았다. 누가 보면 연인 사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진하고 애틋한 스킨십이었다. 아빠가 안아주는 게 그토록 좋았는지 이탁은 강아지같이 순박하게 웃었다.

“아빠, 나 있잖아….”

이탁이 덩치에 맞지 않게 꼬물거리며 무언가 말하는데 화장실에서 “아!” 하는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걸 들은 김산은 반사적으로 이탁을 떼어놓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보인 것은 턱을 감싸 쥐고 있는 이삭이었다. 한 손에 들린 면도기, 사라지다만 거품을 보자 대충 예상이 됐다. 잠결에 면도를 하다가 턱이 벤 모양이었다. 김산은 화장실로 들어가 이삭의 손목을 잡고 내렸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다. 흉터도 없고, 여드름도 나지 않던 피부에 실금 같은 붉은 상처가 생기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릴 때 큰 사고를 당해서 여러 번 수술을 받아야 했던 이삭이라, 몸 건강이나 상처에 있어서 이탁보다 신경이 쓰였다. 이삭도 자신의 피부에 상처가 생기는 게 신경 쓰였는지 김산에게 얼굴을 바짝 갖다 대며 물었다.

“심해요?”

“아니. 괜찮아.”

이삭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에 남아있는 피곤을 읽은 김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삭의 어깨를 잡았다. 이삭이 피곤이 덕지덕지 묻은 눈을 깜박였다.

“많이 피곤해?”

“…조금요.”

김산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하던 이삭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반쯤 내리깐 모습이 고뇌에 차 보였다. 이삭은 결정을 내렸는지, 담담한 눈으로 김산을 뚫어지게 보았다. 이삭이 면도기를 슥 내밀었다.

“나 너무 피곤한데 면도 좀 해주시면 안 돼요?”

“많이 졸려?”

“오늘 두 시간밖에 못 자서….”

이삭이 인상을 찡그리며 관자놀이 부근을 꾹꾹 눌렀다. 아빠와 이삭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탁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형, 내가 해줄까?”

이탁의 개입에 이삭이 반쯤 내리떴던 눈을 슬며시 올렸다. 얼핏 보면 담담해 보이는 갈색 눈이었으나 밑바닥부터 감도는 살의에 이탁은 두 눈을 반달처럼 접었다.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게 매끄러운 웃음을 보인 이탁이 말했다.

“나 면도 잘 해.”

“내가 너한테 맡기느니 내가 한다.”

이삭이 무덤덤한 어조지만 신경질적으로 얘기했다. 둘 얘기를 듣던 김산은 피식 웃고 말았다. 덩치는 컸어도 어렸을 때처럼 싸우는 애들이 귀여웠다. 김산은 피곤함에 눈을 못 뜨는 이삭 앞에 섰다. 쉐이빙 폼을 좀 더 짜서 이삭의 날렵한 턱에 묻혀주었다. 이삭은 아빠의 의도를 알아채고 얌전히 서 있었다. 김산은 눈을 내리뜨고서 아이의 턱에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면도를 해주었다. 이삭은 피부에 닿는 아빠의 숨결에 긴장한 듯, 숨 쉬는 걸 멈추었다. 이삭의 눈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빠의 입술이었다. 각질이 일어나긴 했지만 예쁜 입술이었다. 선이 선명하고, 색이 붉은 입술을 본 이삭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삭이 움찔거리자 김산은 풋풋한 웃음을 보여주며 속삭였다.

“가만히 있어야지.”

가슴을 저릿하게 울리는 아빠의 말에 이삭은 세면대를 꽉 잡았다. 순식간에 아들의 턱과 인중에 난 수염을 꼼꼼하게 면도해주었다. 김산은 후련한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딱딱하고 온기를 가진 무언가에 부딪혔다. 고개를 돌렸다. 이탁이 삐딱한 자세로 서 있었다. 김산이 왜 그러느냐고, 묻기 전에 이탁은 쉐이빙 폼을 가져가 쭉 짜더니 자기 턱에 덕지덕지 발랐다.

이탁은 대뜸 자기 얼굴을 가리키더니 아빠에게 말했다.

“나도 해줘.”

“넌 네가 할 수 있잖아.”

얼굴을 꼼꼼하게 씻은 이삭이 말했다. 이탁은 형을 물끄러미 보았다. 둘은 거울을 통해 서로를 모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탁이 산뜻한 미소를 머금고서 입을 열었다.

“형, 공부 잘 하는 거 거짓말이지?”

“왜 시비야.”

이삭이 짜증을 부렸다. 이탁이 손을 뻗었다. 아빠를 가운데에 두고 이탁이 이삭의 어깨를 잡았다. 미묘하게 대치상태가 된 아이들 사이에서, 김산은 면도기를 들고 서 있었다. 말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고, 무시할 정도로 무난하지도 않았다. 난감한 상황에 김산이 눈치를 살피는데 이탁이 입을 열었다.

“약속 잊었어?”

약속이란 한마디에 이삭이 움직임을 멈췄다. 이삭은 이탁을 고요한 눈으로 보았다. 김산은 두 아이들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에 고개를 갸웃했다. 약속이라니. 도대체 무슨 약속을 말하는 것일까. 김산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나가려는 이삭을 붙잡았다. 아빠에게 잡힌 이삭이 무심한 얼굴로 눈을 돌렸다.

“약속이 뭔데?”

아빠의 물음에 이삭은 더할 나위 없이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만의 비밀이에요, 아빠.”

이삭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 있던 이탁이 아빠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도 곧 알게 될 거야. 걱정 마.”

도저히 감 잡을 수 없는 얘기에 김산은 미간을 찌푸렸다. 애들이 자기를 두고,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는 게 답답하고 조금 미웠다. 그러나 이탁이 덩치 큰 몸으로 애교를 부리며 면도해달라고 매달리자, 아쉬움의 농도가 옅어졌다.

얼떨결에 이삭과 이탁의 면도를 해주고 말았다. 귀찮다는 느낌은 없었다. 아이들에게 면도를 알려주던 때로 돌아간 것 같은 즐거움이 있었다. 이삭은 따로 방으로 불러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밴드까지 붙여주었다. 이삭은 커다란 강아지처럼 다소곳하게 앉아 치료를 받았다. 이삭과 이탁이 방에서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동안, 김산은 아침 식사 준비를 서둘렀다. 영양을 생각한 현미밥에 미역국, 이삭이 좋아하는 명란 계란찜, 김, 김치, 멸치볶음이 준비되었다. 원래 요리를 못 하는 편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먹이지 않기 위해 줄곧 노력해온 덕분에 요리 솜씨가 많이 늘었다. 예쁜 그릇에 옹기종기 모인 음식들을 보자 어깨가 절로 으쓱였다. 김산이 밥 먹으라는 소리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아서 나와 착석했다. 일반적인 하얀 셔츠에 줄무늬가 있는 남색 넥타이를 매고, 부들부들한 재질의 니트 조끼를 입은 것에 불과했지만 이삭과 이탁이 입자 모델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잘 먹겠습니다.”

두 아이가 웃으면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 김산이 수저를 들었다. 그제야 애들도 수저를 들었다. 잘 익은 명란계란찜을 한 수저 가득 푼 이삭이 입을 부리처럼 모아 후후, 식혔다. 입을 닫고 오물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조용히 식사를 이어가는 도중 이탁이 휴대전화로 무언가를 보는 게 보였다. 매일 뭐라 해도 고쳐지지 않는 이탁의 버릇에 김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탁이 아빠의 매서운 눈빛을 눈치채고 멈칫했다. 아이의 머뭇거림에 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있었다. 이탁은 말없이 김산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주었다. 실시간 뉴스에 최희서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최희서뿐만 아니라 첫째 최희, 둘째 최희지, 셋째 최희연까지 나와 울고 있었다.

[대규모 마약 사업가로 유명한 최강주의 장례식이 XX 대학병원에서….]

“최강주 죽었대요.”

옆에서 밥을 묵묵히 먹고 있던 이삭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김산도 별 감정은 없었다. 오히려 최강주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자 가슴이 놓였다. 최강주가 나타나서 애들을 데려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잠재되어 있었다. 최강주의 성정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최강주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죽었으니 이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김산은 안도감에 숨을 내쉬었다. 반찬을 집어 먹던 이삭과 이탁은 아빠의 눈치를 살폈다. 김산은 이탁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가져가 3분짜리 뉴스를 유심히 보았다. 막내아들인 최희서는 딸로 추정되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옆에는 아내이자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강도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단출한 검은 정장에 머리를 하나로 묶었을 뿐인데도 미모가 빛을 발하는 강도윤이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최희서는 강도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딸을 안고 걸어가던 최희서는 슬픔을 못 이긴 듯, 주저앉아서 흐느꼈다. 풍채가 좋은 미중년인 최희가 옆에서 최희서를 다독였다. 자신을 날카롭게 째려보던 최희의 눈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유순하게 변한 걸 보자 놀라웠다. 최희가 저런 눈빛을 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뉴스를 다 본 김산은 이탁에게 휴대전화를 넘겨주었다. 일이 워낙 바빠 뉴스를 볼 시간이 없어서 최강주가 죽은 줄도 몰랐다.

“이제 그 사람이랑 연락 안 해요?”

이삭이 물었다. 김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이탁이 최희서의 아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애도 불쌍하다. 또라이를 아빠로 둬서.”

또라이라는 말에 김산은 마시고 있던 물을 뿜었다. 하루도 안 되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최희서가 또라이라는 걸 아이들은 확실히 안 모양이다. 이삭은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는 김산에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이삭이 주는 휴지로 물이 흥건한 턱과 입술을 닦았다. 이삭은 그릇을 정리하며 태연하게 덧붙였다.

“보통 또라이가 아니야. 또라이라는 말도 아까워.”

“으음, 맞아. 우리한테 했던 거 생각하면….”

기침이 멎은 김산이 고개를 들었다. 이탁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탁은 아빠를 보며 싱긋 웃더니, 끊었던 말을 이었다.

“참 대단해. 여러모로.”

고개를 숙이며 키득거리는 이탁을 본 이삭이 한마디 거들었다.

“입 조심해.”

형의 살벌한 조언에도 이탁은 웃음기가 여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탁도 형처럼 빈 그릇을 정리하고 일어났다. 김산의 그릇도 이탁이 챙겨서 싱크대에 갖다 놓았다. 물을 마시는 김산의 등 뒤로 온 이탁은 아빠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이탁이 다정한 목소리로 발랄하게 말했다.

“우린 그 사람 신경 안 써.”

혹시나 아이들이 최희서를 원망하거나, 조금은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이 있었다. 소처럼 검고 큰 눈에 스민 걱정을 알아챈 듯, 이탁은 아빠의 등에 달라붙어 어른스럽게 김산을 달랬다. 이탁은 아빠의 드러난 목을 번들거리는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아빠밖에 없어.”

“그래? 고맙네.”

착한 아들이라며 김산은 이탁의 손등을 토닥거렸다. 기분이 좋아진 이탁은 아빠를 꼭 끌어안았다. 이탁은 아빠의 체취를 마음껏 맡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고된 하루가 끝났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누군가 김산의 팔을 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같이 일한 동료 고수혁이 서 있었다. 고수혁 뒤로는 김산과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료가 있었다. 덩치가 좋은 녀석 둘이 복도를 메우고 있으니 분위기가 살벌하게 느껴졌다.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은 김산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수혁을 바라보았다. 김산을 따라서 선글라스를 벗은 고수혁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맥주 한잔하지?”

“집에….”

“딱 한 잔.”

아이들 때문에 되도록 술자리를 피하는 김산을 알고서 고수혁이 검지를 치켜 올렸다. 김산이 못 믿겠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고수혁 옆에 있던 양우주가 나섰다.

“한 잔. 정말 한 잔이야.”

“그 한 잔이 맥주 삼천은 아니겠지.”

전에도 맥주 한잔하자고 불러놓고, 보란 듯이 맥주 3000짜리를 세 개 주문했던 놈들이었다. 1차로 맥주, 2차로 소주, 3차로 다시 맥주를 달리고 나서 집에 갔을 때가 새벽 4시였다. 당연히 아이들은 화가 나서 김산이 오자마자 온갖 잔소리를 퍼부었다. 김산은 술에 취해서 흐느적거리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자신이 술을 먹고 온 날이면, 이삭과 이탁은 아빠가 올 때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아직도 어린아이들이 아빠가 올 때까지 자지 않겠다고 현관문 앞에서 버티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술을 깼을 때, 아이들이 매서운 눈으로 째려보던 것도. 등 뒤가 서늘할 정도로 노려보는 시선에 김산은 쩔쩔매며 빌었다. 다시는 술 마시지 않겠다, 아빠가 술 마시면 용돈 줄게, 등등의 말로 회유했다. 겨우 아이들의 마음을 돌렸던 기억이 난 김산은 고수혁의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고수혁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너 진짜 이러기야? 나 오늘 헤어졌다고!”

“그래?”

근데 뭐 어쩌라고. 심드렁한 말투로 중얼거린 김산을 보며 고수혁이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얼굴을 가리고서 고수혁은 흑흑, 억지로 우는 척했다.

“나 상처받았어. 애들만 신경 쓰고. 왜 나한텐 이렇게 매정한 거야.”

“애들은 애들이고, 너는 너고.”

비교할 걸 비교하라는 식으로 김산이 냉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방관자처럼 대화를 듣고 있던 양우주가 나섰다. 김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양우주가 다가와 김산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양우주의 근육질 몸에 갇힌 김산은 덤덤한 얼굴로 양우주를 올려다보았다. 수염으로 풍성한 턱을 매만지며 양우주가 말했다.

“오늘은 가주라. 저 녀석 애인이 바람피웠어. 결혼까지 하려 했는데 양다리 걸쳤지 뭐야.”

“…음.”

김산이 고민에 빠지자 양우주가 쐐기를 박았다.

“수혁이가 저래 보여도 속 여린 놈인 거 알잖아. 우리한테 얘기도 잘 안 하고…. 자기도 오죽 답답했으면 우리한테 술 마시자고 했겠냐. 네 성격 뻔히 아는 놈인데.”

양우주의 말을 듣자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고수혁과 술을 마시지 않은 지 몇 년이나 흘렀다. 회식 때 가볍게 마시는 술자리가 아니면 아이들 때문에 마시지 않았다. 자신을 배려해서 술 마시자는 소리도 하지 않았던 고수혁이었다. 그걸 떠올리자 자신이 정말 무심했다는 게 느껴졌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김산은 고수혁 옆으로 다가갔다. 시무룩한 얼굴로 서 있는 고수혁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한잔해. 가자.”

“정말?”

고수혁의 얼굴에 꽃이 폈다. 그 모습을 본 김산이 피식 웃으며 등을 세게 때렸다. 이들 중에서 가장 날렵한 몸을 가진 김산이었지만 손은 누구보다 매운 편이었다. 그 손에 얻어맞은 고수혁이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등을 숙였다. 자신이 너무 세게 때린 걸 알아채고 김산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갑작스레 잡힌 술자리에 김산은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문자를 남겼다.

[아빠 오늘 술. 일찍 간다.]

김산 성격다운 짤막한 문자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를 본 이삭이 전화를 했다. 옆에 이탁도 있는 듯,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렸다. 김산은 술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고수혁과 양우주에게 먼저 들어가 보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용케 알아들은 고수혁과 양우주가 들어갔다. 저녁 7시, 술집 근처는 술을 마시러 온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김산은 조용한 곳을 찾아 벽에 기댔다.

“수혁 아저씨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꼭 마셔야 해요?]

이삭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불퉁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담배 연기를 내뿜은 김산은 연인을 대하듯, 달콤한 어조로 달랬다.

“한 잔만 마시고 갈게.”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 되잖아요.]

맞는 말이라 부인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애들 돌보느라 술을 자제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술과 담배는 늘어났다. 얘기할 가족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던 김산에게 술과 담배가 친구이자 애인이었다. 그것마저 못한다면, 자신은 정말 버티지 못했으리라. 무심한 얼굴로 세상을 보며 담배를 피웠다. 금세 한 대를 다 피운 김산은 바닥에 담배를 던져 구둣발로 밟았다. 그는 발을 서서히 떼어내며 말했다.

“일찍 갈게.”

김산의 단호한 어투에 이삭은 말이 없었다.

[기다릴게.]

이삭을 대신해서 이탁이 김산에게 말했다. 어떨 땐 이삭보다 어른스러운 이탁이었다. 김산은 술집으로 걸어가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많이 안 마실 거야. 걱정 마.”

전화를 끊고서, 술집 문을 열었다. 고수혁과 양우주가 맥주와 소주를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고수혁이 기다렸다는 듯 소주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김산은 소주를 단숨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술을 자제하느라 맥주만 고수했던 터라, 간만에 마시는 소주가 달콤하고 맛있었다. 김산은 소주를 연달아 두 잔을 마셨다. 안주로 나온 연어 회를 고추냉이 푼 간장에 살짝 담갔다. 매운 기를 뺀 양파에 싸서 입에 넣었다. 고소하고 적당히 느끼한 맛이 입에 퍼졌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맛보지 못했던 음주였다. 고수혁과 양우주는 김산이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연거푸 술을 따라주었다. 맥주, 소주가 테이블에 쌓여갔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고수혁과 달리 소주를 세 병이나 마신 김산의 얼굴은 덤덤했다. 양우주는 김산을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다.

“이렇게 술을 좋아하는데 애들 때문에 술을 안 마셔? 너도 대단하다.”

“애들이 싫어하니까.”

간단하게 대답한 김산은 맥주에 소주를 탔다. 젓가락으로 흔들어 섞은 후, 홀짝거렸다. 맥주의 밍밍한 맛을 소주가 보완해줘서 맛있었다. 그새 불은 어묵을 하나 꺼내 그릇에 담아 식혔다.

“그러고 보니 애들이 몇 살이랬지?”

양우주가 오징어를 씹으며 물었다. 김산은 소맥을 반 이상 들이킨 다음, 작게 기침을 했다. 뜨끈한 어묵탕을 한 입 먹으니 차가워졌던 입안이 금세 따뜻해졌다.

“18살.”

“공부는 잘 하고?”

공부 얘기에 김산은 흐뭇한 얼굴로 웃었다. 평상시에도 잘 안 웃는 김산은 애들 얘기만 나와야 웃었다. 드디어 잘생긴 얼굴에 은은하게 떠오른 미소에 고수혁과 양우주가 마주 보며 웃었다. 김산은 나른한 자세로 턱을 괸 채, 입을 열었다. 고수혁과 양우주를 보고 있었지만 김산의 눈은 집에 있는 아이들을 보는 듯 다정함으로 넘실거렸다.

“우리 첫째는 늘 전교 1등이야. 못하는 게 없어. 이탁이도 형 못지않게 잘 해. 거기다가 성격도 엄청 좋아. 한 번도 속 썩인 적이 없어. 학교에서는 늘 개근상, 학력 우수상, 이런 거 받아와. 키도 커, 얼굴도 잘생겨. 진짜 내 애들이지만 기특하다니까.”

줄줄이 이어지는 애들 자랑에 고수혁과 양우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김산의 애들 자랑은 끝나지가 않았다. 술에 취하면 꼭 나오는 버릇이었다. 아들바보로 유명한 김산답게 아이들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조용히 들어주던 양우주는 갑자기 솟아오른 궁금증에 고개를 갸웃했다.

“애들 여자 친구는 있고?”

여자 친구 이야기에 김산은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은 단 한 번도 아이들의 여자 친구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최희서를 닮아 예쁘고 잘 생긴 애들이니 여자 친구가 있을 법한데, 늘 친구들 얘기만 하고 여자 친구나 연애 얘기는 하지 않았다. 혹시 자신에게 숨기는 게 아닐까. 그러나 애들 성격을 짐작해본다면, 숨길 이유가 없었다. 아이들은 사소한 것까지 얘기했다.

김산은 술기운에 늘어지는 몸에 힘을 줬다. 어느새 셋이서 비운 소주병이 12병이었다. 한 명이서 평균 4병을 먹은 셈이었다. 거기다가 맥주도 6병을 비웠으니 취하고도 남았다. 김산은 남은 소맥을 비우고서, 멍한 얼굴로 말했다.

“여자 친구 얘기를 한 적이 없어.”

“정말?”

고수혁이 놀랍다는 듯 대답했다.

“없는 건 아닐걸. 너희 아들들 꽤 생겼던데, 여자 친구가 없겠어?”

양우주는 술에 취한 와중에도 또박또박 잘 얘기했다. 김산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늘어지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니까. 우리 애들이 보통 잘 생긴 게 아니잖아.”

“어휴, 그놈의 아들자랑….”

양우주가 투덜거리자 옆에 있던 고수혁이 소주를 한 병 더 시키며 넌지시 말했다.

“근데 김산 아들 진짜 잘 생겼어. 내가 봤거든. 눈 돌아가게 잘 생겼던데.”

“나도 알아.”

양우주가 딸꾹질을 하더니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니까 왜 여자 친구가 없냐고.”

왜 우리 애들한테 여자 친구가 없을까. 김산은 술로 어질거리는 머리로 생각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고수혁과 양우주는 여자 친구가 없다는 얘기에 낄낄거리며 이번 기회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김산은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과 헤어졌다. 어느새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김산은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시트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 술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대로 눈을 감고 있으면 잠이 올 것 같아 눈을 부릅뜨고 버텼다. 그러던 중, 진동이 느껴졌다. 재킷 주머니를 뒤적거려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삭♡]

“응.”

전화를 받았는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혹시 전화가 끊겼나 싶어 액정을 확인했다. 통화 중이 맞았다. 김산은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왜 그래.”

발음이 뭉개져 이상하게 들렸다.

[아빠, 어디세요.]

이삭의 말투는 정중했지만 그 안에 화가 들어있었다. 아이들을 낳고 키운 사람이니 잘 알고 있었다. 분명히 일찍 간다고 말했는데. 센터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이들과 하지 말라 그랬는데… 술기운에도 아이들을 향한 미안함에 김산은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다. 뜸을 들이던 김산은 화를 참는 이삭에게 겨우 말했다.

“미안해.”

[…미안해요?]

아이가 비웃는 게 들렸다. 옆에서 이탁이 낮은 어조로 중얼거리는 게 들렸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머리를 굴리는데 이삭이 차분하게 말했다.

[어디세요. 저희가 나가서 기다릴게요.]

“여기…? 거의 다 왔어. 아파트 보인다.”

[앞에 있을게요.]

전화가 끊겼다. 김산은 한숨을 늘어지게 내쉬며 눈을 감았다.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기사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애들한테 지고 사나 봐, 총각?”

“…그런 편이죠.”

김산이 피식 웃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기사는 김산의 얼굴을 힐끔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도드라져 잘 보였다. 술에 취해 몽롱하게 변한 얼굴은 편해 보였다. 기사는 핸들을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애들은 아빠가 엄해야 돼. 그래야 안 대들거든.”

“그런가요?”

나직이 웃은 김산은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채찍처럼 사납게 들어왔다. 찬바람을 맞고 있으니 술이 깨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얼마나 걱정했을까. 약속도 못 지키는 나쁜 아빠가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을 만나면, 미안하다고 다시 말해줘야지. 속으로 다짐했다. 아파트 단지 앞에 세워달라고 부탁한 김산은 기사에게 돈을 쥐여주었다. 술에 취했어도 비틀거리는 걸음 없이 단지 안으로 걸어갔다. 어두운 밤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아래를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저 멀리서 덩치가 좋은 소년 둘이 보였다. 아이들을 발견한 김산은 우뚝 섰다. 아이들은 김산을 보고서 뛰듯이 걸어왔다. 이탁이 달려들어 안겼다. 술에 취한 김산이 비틀거렸으나 중심을 잡고 섰다. 그는 자신보다 덩치가 좋은 이탁이 안기는데도, 밀어내는 법 없이 웃으면서 안아주었다.

“우리 아가들, 아빠 기다렸어?”

김산이 아이들의 뺨을 만져주며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아가라는 애칭에 기분이 풀렸는지 이탁은 해맑게 웃었고, 이삭은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아빠를 잠깐 노려보았다. 김산은 이삭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이삭은 아빠의 손길이 싫지만은 않은지 얌전히 있었다. 김산은 이삭을 안아주었다. 아빠 품에 안긴 이삭이 주춤거리더니 두 팔을 벌려 아빠의 상체를 꽉 안았다. 김산은 이삭의 품에 안긴 채 소리 내서 웃었다.

“하하, 아들 품 좋다. 따뜻해.”

“이게 좋아요, 아빠?”

이삭이 은밀하게 속삭였다.

“응, 좋아. 우리 아들 좋아.”

김산이 술에 취해 신나서 얘기했다. 그게 좋았는지 이삭이 짧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이탁이 다가와, 이삭과 아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탁은 포옹을 넘어서 아빠 입술에 쪽, 하고 키스했다. 키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부딪침이었다. 김산은 부드럽게 마찰하는 입술이 좋아, 이탁의 뒤통수를 눌러 찐하게 뽀뽀했다. 이탁의 눈에 순간 이채가 서렸다. 이탁도 입술이 떨어지는 게 싫었는지 허리를 강하게 안고 놓지 않았다. 집요하게 달라붙는 입술에 김산은 고개를 비틀며 헐떡였다. 박치기처럼 달라붙는 입술이 아팠다. 이탁은 아빠가 피하자 상처받았는지 울먹거리며 김산의 목덜미에 고개를 숙였다.

“왜 피해?”

아이가 급기야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았다.

“나랑 뽀뽀하는 거 싫어?”

목소리가 너무 애달프다. 상처 입은 연약한 짐승의 얼굴로, 눈물을 한 방울 뚝 흘리자 가슴이 아파서 참을 수 없었다. 평상 시리면 이 녀석이 왜 갑자기 우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다그쳤을 테지만 술에 취한 김산의 눈에는 아이가 큰 상처를 입고 흐느끼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너무 모질게 대한 거 같았다. 김산은 우두커니 서서 아이 얼굴을 바라보다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탁의 눈엔 이미 눈물이 사라졌지만, 김산은 둔해진 감각 때문에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아파서….”

김산이 중얼거렸다.

“아파서 그랬어. 미안해.”

“…그럼 안 아프게 하면, 안 피할 거야?”

이탁이 아빠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애교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의 힘이 원래 이렇게 좋았나? 내가 힘을 못 쓸 정도로? 무심히 그런 생각을 하던 김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술에 취하니 이상한 생각이 다 든다. 아들에게 애인처럼 안긴 김산은 몸을 비틀었다. 주변을 살피던 이삭은 이탁의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무슨 말을 속삭이는지 김산은 듣지 못했다. 단지, 아이들이 서둘러 자신을 엘리베이터로 데려갔다는 걸 눈치챘을 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꾸벅꾸벅 조는 김산을 이탁이 잡아주었다. 이삭은 잠든 김산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하얗게 질린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삭과 이탁은 김산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현관문이 소리 없이 닫혔다. 이삭은 아빠의 재킷을 벗기고 넥타이를 풀었다. 잠든 김산의 얼굴을 감상하던 이삭이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말캉한 것이 서로 맞닿았다. 각자의 온기가 얇은 표피를 통해 전달되었다.

추웁, 하고 이삭이 아빠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어설프지만 부드러운 키스였다. 이삭의 속눈썹이 긴장으로 파르르 떨렸다. 이탁이 아빠의 허리를 부둥켜안은 채 바닥에 앉았다. 김산의 반항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뒤에는 이탁이, 앞에는 이삭에게 둘러싸인 김산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쉽게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눈앞에 이삭이 있고, 뒤에서 이탁이 자신을 안고 있다는 것밖에 알지 못했다. 김산의 검은 눈이 어리숙하게 텅 비어있었다.

“아빠, 아파?”

이탁이 뒤에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김산은 입술을 장난감처럼 물고 빠는 이삭을 내버려 두었다. 연약한 입술은 빨아들이는 힘에 부풀어 올랐다. 고개를 틀어가며 김산의 입술을 탐하던 이삭이 고개를 뗐다. 타액으로 범벅이 된 입술을 닦아주었다. 정중한 손길에 김산은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뽀뽀한 거야?”

“응.”

이삭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뒤에 있던 이탁이 아빠의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 아주 살짝 따끔했다.

“안 아프게 하면 된다며.”

“왜 하는데?”

김산은 정말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탁이 손을 움직여 김산이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건강한 유백색 피부를 음란하게 매만지는 손길에 김산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삭은 고개를 숙이는 아빠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초점이 흐려진 아빠의 눈을 응시하며 이삭은 싱긋 웃었다. 아이의 웃음이 너무 선해서 김산은 자기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우리 아들, 너무 예쁘다.”

“그래요?”

이삭이 턱을 괴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김산은 이삭이 꽃받침을 하고 방긋 웃는 게 귀여워서 고개를 내밀었다. 이삭은 아빠의 얼굴을 감싸 쥐고 쪼듯이 키스했다. 쪽쪽 거리는 키스에 김산은 간지러운지 고개를 움츠렸다. 이삭은 아빠의 얼굴을 강제로 들어 올린 후, 붉어진 얼굴을 빤히 보며 중얼거렸다.

“아빠, 뽀뽀하는 거 어때요? 좋아요?”

“응, 좋아.”

정확히 말하면 그 행위에 담긴 애정이 좋았다.

“그럼 더 해줄까요?”

김산은 눈을 멍하니 깜박였다. 팔을 풀고 싶은데 뒤에서 강하게 죄어오는 이탁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김산이 상체를 들썩이자 이탁이 더욱 바짝 안아왔다. 이탁은 아빠의 어깨에 턱을 올리더니 야릇한 시선을 보냈다. 의도가 선명한 시선에 김산은 미간을 찡그렸다. 늘 선량하고 부드럽던 이탁의 얼굴이 유독 거칠어 보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을 깔아뭉갤 것 같은 시선에 김산은 마른 침을 삼켰다. 아빠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걸 황홀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이삭이 이탁을 보며 말했다.

“지금은 안 돼.”

“왜?”

이탁이 성난 얼굴로 물었다. 이삭은 손을 내밀어 이탁의 어깨를 꽉 잡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술 취한 상태에서 하면 무슨 소용이야.”

할 말을 잃은 이탁이 입을 다물었다. 이삭이 서늘한 얼굴에 한가득 웃음을 띠며 덧붙였다.

“그 새끼 잊게 해주려면 이 정도로 안 돼. 너도 알잖아.”

이삭은 그 짧은 사이에, 기절하듯 잠든 아빠의 머리를 매만졌다. 이탁은 아빠를 잡은 팔을 풀었다. 쓰러지려는 아빠의 상체를 잽싸게 안아 올렸다. 술에 취한 남자를 아무렇지 않게 안았다. 이탁은 아빠를 침대에 내려주었다. 색색거리며 잠든 아빠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 손끝으로 슬슬 아빠의 뺨을 매만졌다. 손가락은 좀 더 대범하게 내려와 벌어진 입술에 닿았다. 자신의 입술이 닿았던 부근을 열심히 문지르던 이탁은 아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영상 너무 많이 봐서 질려, 아빠.”

어리광을 듣고 있던 이삭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질리면 보지 마.”

“에이, 형도 참. 농담인 거 몰라?”

장난스럽게 웃은 이탁은 몸을 일으켰다. 떨어진 이불을 올려 아빠 몸에 덮어주었다. 마지막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었다. 이탁은 형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야릇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입술 맛있어. 그치?”

“어.”

동생의 팔을 매정하게 밀친 이삭은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너무 맛있어서 문제지.”

*

머리가 지독하게 아팠다. 머리뿐만 아니라 속도 뒤집혀서 울렁거렸다. 소주와 맥주, 소맥을 진탕 마신 대가는 혹독했다. 김산은 올라오는 구역질을 눌러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숙취 음료를 마셔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를 해보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김산은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머리를 붙잡으며 거실로 나갔다.

두 아들은 곤히 자고 있을 시간이었으나 이삭이 앞치마를 두른 채 부엌에 서 있었다. 김산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거리며 냉장고로 걸어갔다. 목이 사막처럼 마른 상태라 물을 마시려던 찰나, 이삭은 아빠가 일어난 걸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하얗게 질린 얼굴과 까치집으로 변한 머리, 거뭇하게 일어난 수염, 꾀죄죄한 옷차림을 한 김산과 대비될 정도로 이삭은 말끔했다. 교복을 입은 이삭이 앞치마를 입고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서양저택을 관리하는 집사 같았다. 아들의 맑은 갈색 눈이 슬며시 접혔다. 빛 가루가 반짝반짝 부서져 내려 이삭의 전신에 내려앉았다. 아들은 유독 기분이 좋은지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말했다.

“일어나셨어요?”

“응. 근데 뭐 끓이는 거야?”

김산은 물병을 꺼내 이삭의 옆으로 왔다. 이삭이 끓이는 건 달걀을 푼 북엇국이었다. 이삭은 미리 잘라놓은 파를 국에 넣으며 조곤조곤 얘기했다.

“어제 아빠 술 드시고 오신다 했을 때, 저희가 나가서 사 왔어요. 아빠 혼자 해장하는 거 힘들잖아요. 시켜먹는 건, 몸에도 안 좋고.”

이삭이 기특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김산은 어른답지 못한 꼴을 보인 자신이 부끄러워 헛기침했다. 그는 물 잔에 냉수를 따르고 벌컥벌컥 마셨다. 숙취로 인해 메말랐던 목이 물을 마시자 살 것 같았다. 술을 마시는 건 좋았으나 그다음 날이 너무 힘들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숙취에 김산은 살짝 울적해졌다. 아직 아이들은 한창인데, 자신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늙어가다니. 작은 그릇에 국물을 담아 간을 보던 이삭은 멍하니 서 있는 김산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프세요?”

이삭이 물었다. 김산은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볼을 긁적거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아니. 그냥, 좀 생각하느라.”

이삭이 빙그레 웃었다. 이삭은 김산의 어깨를 잡고, 식탁에 앉혔다. 이삭은 흑미밥과 북엇국, 볶음 김치를 김산 앞에 내놓았다. 김산이 고맙다고 얘기하자 이삭은 그저 웃고 말았다. 앞치마를 벗은 이삭은 아직도 잠든 이탁의 방으로 걸어갔다. 이삭은 아빠를 다정하게 대할 때와 다르게 방문을 발로 세게 두들겼다. 이불에서 뒤척거리던 이탁이 신경질적으로 노려보았으나 이삭은 짧게 조소를 날렸다. 바지만 입고 나타난 이탁은 사과를 통째로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이삭은 아빠와 똑같은 식단으로 차분하게 밥을 먹었다. 사과만 먹는 이탁이 걱정되어 김산은 당이 적은 두유를 건네주었다. 두유를 단숨에 다 빨아 마신 이탁은 개운한 듯, 숨을 내뱉었다.

이삭이 끓여준 북엇국은 적당히 칼칼하고 개운했다. 밖에서 파는 것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었다. 아이에게 칭찬의 의미로 웃어주었다. 이삭이 기분 좋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이탁이 식탁을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톡, 토도독. 고의적으로 낸 소음에 고개를 돌리니 이탁이 순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빠, 어제 기억나는 거 없어?”

이탁의 물음에 김산은 눈을 깜박거렸다. 혹시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가슴이 철렁여서 서둘러 어젯밤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택시를 타고 집에 온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김산은 진지하게 숟가락을 내려놓고 고민에 빠졌다. 여태까지 술 먹고 와서 잘못을 저지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과거가 청렴하다고 해서, 현재까지 청렴한 건 아니었다. 김산이 골똘히 생각에 잠긴 걸 보고 이삭과 이탁은 서로 바라보았다. 둘은 은밀하게 히죽 웃었다. 곧 이삭은 무표정으로 변했고 이탁은 더욱 능글맞게 웃었다.

“잘못한 거 없어, 아빠.”

“다행이다. 난 큰 잘못 저지른 줄 알았어.”

김산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쌀밥을 퍼서 국에 말았다. 이삭이 정성껏 차려준 밥을 묵묵히 먹는데, 어제저녁 동료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김산은 수저를 내려놓고 두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빠의 진지한 시선에 두 아들은 의아한 듯 눈을 깜박거렸다. 어릴 때와 변함없는 순진무구한 모습에 김산은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너희 여자 친구는 없어?”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두 아들은 말이 없었다. 이삭이 후루룩 국을 마시는 소리만 들렸다. 이탁은 팔짱을 끼고 김산을 보며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았다. 입술에 묻은 두유와 과즙을 핥아먹은 이탁은 턱을 괸 채 김산을 보며 나른하게 말했다.

“있을 거 같아?”

이탁은 스무고개를 하듯 되물었다. 옆에서 빈 그릇을 정리하던 이삭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여자 친구 없어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치고 들어온 형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나 별 반항 없이 사과를 들고 일어나 싱크대로 걸어갔다.

“왜? 충분히 있을 거 같은데.”

싱크대에 있던 이탁이 몸을 빙글 돌려 김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 공부만 하느라 여자 친구 사귈 시간이 없어.”

“이탁이 말이 맞아요. 저희 공부하느라 바빠요.”

이탁은 고생하는 아빠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남자답게 커다란 손이 어깨를 만져줄 때마다 시원해서 절로 나른한 숨이 나왔다. 이탁은 김산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손을 좀 더 아래로 내려 팔뚝을 주물러주었다. 군살 없는 날씬한 팔을 의도를 숨기고서 어루만졌다. 손바닥에 감기는 근육의 느낌이 탄탄해서 좋았다.

이탁은 선이 고운 아빠의 목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핥았다. 동생의 탐욕스러운 시선을 감지한 이삭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표창 같이 달려드는 시선에도 이탁은 굴하지 않고 히죽 웃었다. 이탁은 보란 듯이 아빠 목에 팔을 두르고, 안겨 붙었다. 이삭의 눈에 천천히 살의가 깃들었다.

“아빠, 우리가 여자 친구 사귀었으면 좋겠어? 여자 친구 사귀고, 결혼도 하고, 애도 가졌으면 좋겠어?”

“당연하지.”

그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자식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게 평범한 부모들의 소원이었다. 김산은 애교 있게 안겨 오는 이탁의 손등을 만져주었다. 아빠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던 이탁은 제법 진중한 얼굴로 아빠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형과 눈이 마주친 이탁이 살포시 눈웃음을 지었다. 마치 선전포고를 보내는 것 같은 미소에 이삭은 입가를 살짝 가린 채, 웃었다.

“아빠 있잖아. 나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탁이 속닥거렸다. 이삭은 뻔히 보이는 수작에 대놓고 비웃었다. 김산은 놀란 토끼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탁은 그것이 재밌었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이탁은 궁금증으로 반짝거리는 아빠의 눈을 직시하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근데 그 사람도 날 엄청 좋아해.”

가슴이 쿵쾅거렸다. 남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짜릿한 기분이었다. 김산이 궁금해서 고개를 아예 돌리자, 이삭은 더 해보라는 듯 피식 웃었다. 형의 노골적인 조롱에 이탁은 용기를 얻었다. 이탁은 뒤에서 아빠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직 고백은 못 할 거 같아.”

“할 수 있으면 하지. 그 사람도 널 좋아한다며.”

김산이 안타까움에 아이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아이를 달래주려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끈끈하게 엉겨 붙었다. 김산의 시선이 얼굴에 닿자 아이는 간지러운지 몸을 움츠렸다. 아이는 나무에 달라붙은 매미처럼 꼭 붙은 상태로 들릴 듯, 말 듯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안 된대.”

또다시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이탁을 보았다. 가만히 있던 이삭이 말을 건넸다.

“아빠, 전화 왔어요.”

방에서 벨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김산이 몸을 일으켜 방으로 사라졌다. 아빠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탁은 아빠의 그릇들을 정리했다. 싱크대에 놓고, 상의를 입지 않은 상체에 앞치마를 둘렀다. 기이한 동생의 행동에 이삭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맨몸인데 그냥 하지?”

“물이 차가워서 싫어.”

이탁이 덤덤하게 말하며 고무장갑을 꼈다. 덩치가 좋은 녀석이 트레이닝 바지만 입고, 맨살이 드러난 상체에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낀 걸 보자 웃기기만 했다. 아빠가 늘 챙겨주는 약을 꺼내서 먹은 이삭은 전화를 받는 김산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기억 못 하는데 왜 이렇게 화나지.”

쏴아아, 하고 쏟아지는 물소리에도 용케 형의 말을 들은 이탁이 웃었다.

“기억 못 하니까 더 좋던데, 나는.”

뽀득뽀득 소리가 나게 접시를 닦으며 이탁이 말했다.

“벌써부터 겁먹으면 안 되잖아. 안 그래?”

“알아.”

이탁이 눈을 돌려 이삭을 보았다.

“아직 시간은 많다니까 그러네.”

조급해하지 말라는 듯, 여유롭게 말한 이탁이 형을 보며 눈웃음을 선량하게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이삭은 고개를 숙인 채, 짧게 웃었다.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거실에 울려 퍼졌다. 이삭의 웃음소리에 김산이 통화를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삭이 턱을 괸 채로, 예쁜 얼굴로 방긋 웃었다. 그 미소에 김산도 기분이 좋아 웃어줬다.

*

11월 중순, 아이들이 대학 입시 시험을 치렀다. 이삭과 이탁 둘 다 수도권 명문대에 진학할 성적을 받아왔다. 김산은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아이들을 보고 기쁨에 눈물을 글썽였다. 여태 잘 커 준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아이들은 눈시울이 붉어진 김산을 보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아이들의 최종성적은 가채점성적과 다르지 않았다. 둘 다 원하던 대학에 떡하니 붙었다. 최종성적 나온 날, 김산은 최희서가 준 돈을 보관하던 통장이 있는 서랍을 열었다. 아이들의 학자금과 용돈의 용도로 남겨둔 통장을 꺼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생물학적 아버지가 주고 간 돈이라고 밝히자, 아이들은 생각보다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삭은 생물학적 아버지인 최희서가 준 돈 액수를 확인하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 돈이면 아빠 일 안 해도 되겠는데요?”

“그건 너희들 돈이야. 내가 번 건, 생활비지.”

김산이 덤덤하게 설명해주었다. 옆에서 토끼 모양으로 깎은 사과를 먹던 이탁이 고개를 돌려 액수를 확인했다. 돈을 본 이탁이 눈웃음을 살살 짓더니 아빠에게 묘한 말을 남겼다.

“이 돈이면 평생 집에서 놀아도 되겠다.”

“대학 안 가려고?”

김산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이탁이 어깨를 으쓱였다. 토끼 귀 부분을 냉큼 입에 다 넣은 이탁이 우물거리며 덧붙였다.

“대학 가야지. 아빠가 원하니까.”

“대학 가기 싫었던 거야?”

아이에게 부담을 준 거 같아서 노심초사하며 물었다. 이탁은 짧게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한 이탁이 몸을 일으켰다. 나른한 듯 기지개를 쭉 켠 이탁이 김산을 보며 말했다.

“대학도 내가 가고 싶은 거였고, 연애도 내가 하고 싶은 거고…. 다 내 의사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김산은 소리 없이 중얼거리며 이삭이 깎아주는 사과를 먹었다. 앙증맞게 토끼 모양으로 사과를 깎던 이삭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아빠를 응시했다. 이삭의 눈빛 공격에 김산이 웃었다. 이삭이 신이 나서 조잘거렸다.

“아빠, 졸업식 꼭 오셔야 해요. 애들한테 아빠 자랑 엄청 했어요.”

“당연히 가야지. 그날 휴가 냈어.”

김산이 뿌듯한 마음으로 자랑하듯 말했다. 두 아들이 활짝 웃었다. 김산은 그날 미리 휴가를 냈다.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들 졸업식이나 중요한 행사는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늘 정장을 입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애들을 보러 갔다.

이번에도 김산은 무난한 겨울용 회색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맸다. 검은색 롱코트를 걸친 뒤, 왁스로 머리를 넘겼다. 잘 쓰지 않는 향수까지 뿌렸다. 이삭과 이탁이 용돈을 모아 사준 시계까지 착용했다. 전신거울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은 김산은 서둘러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쌀알 같은 눈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지상을 포근히 덮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산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숙였다. 졸업식이라 사진을 찍는다고 코트를 입혀 보내서, 혹시나 아이들이 춥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핫팩이라도 쥐여 보낼 걸 그랬나.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던 김산은 재킷 안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냈다.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매캐한 담배 맛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었다. 담배를 피우는 동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천천히 걸어갔다.

[제15회 XX고등학교 졸업식]

드디어 아이들이 19살에서 20살이 된다. 성인이 되어 캠퍼스를 누빌 아이들을 떠오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힘들게 버틴 보람이 있었다. 최희서와 얽혀서 고되고, 마음이 울적한 날도 많았지만 잘 커 준 아이들을 보니 그런 것도 싹 사라졌다. 고생 끝의 행복이 너무 달콤해서,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산은 학교 앞에서 꽃다발 두 개를 샀다. 아이들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붉은 꽃이었다. 김산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보기 드문 미남자가 롱코트를 입고, 꽃다발을 든 채 학교를 누비자 사람들의 시선이 김산에게 꽂혔다. 여학생들은 김산의 우아한 자태에 깜짝 놀라 볼을 붉혔다. 남자들도 걸음을 멈추고 잘 차려입은 김산을 돌아볼 정도였다. 사실 김산의 옷차림 자체가 화려한 건 아니었다. 무난한 옷차림이었으나 얼굴이 워낙 잘 생겨 옷차림도 화사하게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정작 김산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안은 채, 먼저 이삭의 반으로 갔다. 모든 교실이 학부모를 포함한 가족들로 북적거렸다. 인파를 파헤치고 1반으로 들어간 김산은 이삭의 뒷모습을 보고 웃었다. 이삭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빠 왔어^^]

아빠의 문자에 이삭이 뒤돌아보았다.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아빠를 보고 이삭이 환하게 웃었다. 이삭이 손을 방방 흔들었다. 20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반응에 김산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다음은 이탁의 반으로 향했다. 이탁도 이삭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두 아이를 동시에 챙겨주고 싶으나 반이 달라 그럴 수 없었다. 김산은 둘에게 복도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남긴 후, 발을 까닥거리며 서 있었다. 복도까지 온기가 훈훈하게 돌지 않아 발과 손끝이 시려 왔다.

다행히 졸업식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학생과 가족들이 폭포수처럼 우수수 쏟아졌다. 김산은 그 사이에서 별처럼 반짝거리는 두 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키도 크고, 얼굴도 훤칠한 녀석들이라 형광등을 켠 것처럼 딱 보인 것이다. 아이들도 늠름한 자태로 서 있는 김산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아빠!”

김산은 이삭과 이탁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꽃다발을 받은 이삭과 이탁이 동시에 꽃냄새를 맡더니, 감동한 얼굴로 수줍게 웃었다.

“고마워요.”

“아빠, 고마워.”

김산은 장성한 두 아들을 양팔을 벌려 꼭 안아주었다. 아빠 품에 안긴 아이들도 아빠의 등에 팔을 둘렀다. 부둥켜안던 부자는 서서히 떨어졌다. 셋은 지나가는 이삭의 친구에게 부탁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눈이 휘날리는 운동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나서, 세 사람은 예약해둔 고급 중식집으로 들어갔다. 김산은 코트를 벗어서 의자에 걸친 후 답답한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이삭은 뜨거운 차를 홀짝거리며 마셨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어, 김산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아까 친구들이 아빠 엄청 잘 생겼다고, 부럽다고 그랬어요.”

이삭이 신이 난 어조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김산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이탁도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으로 나온 단무지를 집었다,

“맞아. 아빠 젊다고 부럽대. 형인 줄 알았다 하더라고.”

굉장히 듣기 좋은 칭찬이었다.

“농담도 심하네.”

김산은 몇 달 만에 소리 내서 웃었다. 듣기 좋은 아빠의 웃음소리에 두 아들은 홀린 사람처럼 눈을 깜박거렸다. 악마에게 정신을 뺏긴 사람처럼 아빠를 보던 이탁이 정신을 차리고 입안을 차로 적셨다. 입에 쌉싸름하게 감기는 차를 음미했다. 일렁거리는 수면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던 이탁은 입술을 달싹였다. 밝던 갈색 눈이 흐릿해지더니, 점점 짙어졌다. 짧은 순간, 수면을 통해 얼굴을 보던 이탁이 고개를 들어 번듯하게 생긴 김산을 보았다.

“아빠, 나 슬슬 고백하려고.”

고백이라는 말에 김산은 눈을 갸름하게 떴다.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떠올린 김산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잘 해보라는 식으로 웃어넘겼다. 이탁이 용기를 얻은 듯 턱을 괴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냥 직진하기로 했어.”

“강압적으로 하지 마.”

김산의 아빠다운 훈계에 이삭과 이탁은 손을 멈칫했다. 막 나온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식탁에 올라왔다. 김산은 먼저 작은 접시에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덜어주었다. 양념이 잘 버무려진 면을 들어 올린 김산이 아이들 눈을 진중하게 보며 말했다.

“강압적인 건 안 돼. 알았어?”

“그 사람은 다 받아줄 거야.”

이탁은 아빠가 준 새우 완탕을 숟가락으로 푸면서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다. 김산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는데도, 이탁은 보란 듯이 입술 끝을 비틀며 웃어 보였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날 엄청 좋아하거든.”

“…흠. 불안한데.”

이탁은 김산의 불안을 가볍게 무시했다. 이탁은 식은 완탕을 입에 넣기 전, 아빠의 무심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 사람은 절대로 나 못 버려.”

무슨 이유에서 절대 못 버린다고 장담하는 걸까. 의문이 밀려들었지만 김산은 입을 다물었다.

*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아이들 생일에 김산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졌다. 무엇을 사줘야 아이들이 좋아할까. 매해 아이들에게 원하는 걸 물어봤지만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원래부터 물욕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주로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 아이들은 아빠와 같이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다. 어렸을 때는 스케이트장이나 놀이공원을 놀러 다녔다. 좀 더 커서는 여행을 선호했다. 아이들과 계곡이나 바다, 혹은 소박한 펜션으로 여행 갔던 때를 떠올렸다. 작년에는 아이들이 바빠서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김산은 휴대전화로 통장잔고를 확인했다. 월급 전이라 통장이 비어있었다. 절망감에 담배를 물었다. 집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 필터를 문 채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

최희서가 준 돈을 써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아이들을 위해 남겨놓은 돈이니, 이럴 때 써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서랍에서 통장을 꺼냈다. 학자금과 용돈 통장, 결혼자금 통장, 그리고 여분의 비상금 통장이 있었다. 김산은 비상금 통장 액수를 확인했다. 넉넉했다. 그는 은행을 가기 위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선선한 5월이라 헐렁한 하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마침 공강이라 집에서 쉬고 있던 이삭이 고개를 들었다. 아빠가 외출 준비를 한 걸 유심히 보더니 벌떡 일어나 쪼르르 달려왔다.

“어디 가세요?”

“돈 찾으러.”

이삭이 아빠 손에 달린 담배를 뺏어갔다. 김산은 쓰게 웃었다. 어릴 때나 커서나, 한결같이 아빠가 담배 피우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이삭은 식탁 위에 있던 막대사탕을 까서 아빠 입에 넣어주었다. 김산은 딸기 우유 맛 사탕을 입에 굴리며 이삭을 보았다. 이삭이 자기도 데려가 달라는 듯,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보통 크면 아빠와 어딜 가는 걸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이삭과 이탁은 정반대였다. 어딜 가든 따라가고 싶어 했다. 김산은 자신과 눈 위치가 비슷한 이삭을 물끄러미 보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아빠랑 은행갈까?”

“갈래요.”

이삭이 기다렸다는 듯 눈부시게 웃었다. 김산은 어서 옷 입고 오라며, 이삭의 등을 가볍게 두들겼다. 이삭은 곧장 방으로 갔다. 몇 분 만에 옷을 갈아입은 이삭이 스냅백을 눌러쓰며 다가왔다. 21살다운 풋풋한 옷차림이었다. 김산은 아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이삭은 아빠의 눈빛이 좋은지 빙그레 웃었다.

은행은 도보로 20분이 걸렸다. 이삭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은행까지 걸어가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대화는 이삭이 과외 하는 애들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이삭은 아빠에게 용돈을 받아 쓸 수 없다며 대학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과외를 시작했다. 이탁은 과외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손목 상한다며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탁 또한 용돈을 받아쓰기 싫다며 꿋꿋이 알바를 했다.

“아빠, 점심 먹고 갈래요?”

이삭이 아빠 팔을 붙잡았다. 이삭이 가리킨 곳은 동네에 새로 생긴 고깃집이었다. 대낮부터 고기를 먹자는 말에 머뭇했다. 아이가 정말 먹고 싶어 하는 거 같아 마지못해 들어갔다. 고깃집은 사람이 꽤 있었다. 김산과 이삭은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뭐 먹을래.”

김산이 메뉴판을 건네주며 물었다. 이삭은 아빠 얼굴을 힐끔 보더니 웃으면서 얘기했다.

“오늘은 제가 살게요.”

자신만만한 얼굴로 얘기하는 이삭을 물끄러미 보던 김산은 피식 웃었다. 그는 두 개의 잔에 물을 반쯤 따라 이삭과 자신 앞에 놓았다. 미지근한 물을 나눠 마시던 김산이 말했다.

“됐어.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저 돈 많이 벌었어요. 보여드릴까요?”

“여자 친구랑 나중에 맛있는 거 사 먹어.”

“저 여자 친구 없을 거고, 앞으로도 필요 없어요.”

이삭은 딱 잘라 얘기하곤 싱글벙글 웃었다. 너무 단호하게 얘기해서 김산은 입을 다물었다.

“저 여자 친구 없으니까, 아빠 사드릴게요. 오늘 아빠랑 데이트하는 거잖아요.”

부자간의 대화를 듣던 종업원은 놀랍다는 얼굴로 김산을 보며 물었다.

“어머, 애 아빠였어요? 난 너무 젊어 보여서 형이랑 동생인 줄 알았네.”

종업원의 진담 섞인 농담에 이삭은 어깨를 으쓱였다. 젊은 아빠가 자랑스러운 듯, 테이블에 올라온 아빠 손을 꼭 잡으며 이삭이 조곤조곤 얘기했다.

“아빠 맞아요. 우리 아빠 잘생겼죠?”

종업원이 시선이 닿자 김산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얼굴 얘기는 언제 들어도 부담스러웠다. 그만하라는 듯 이삭을 봤지만, 이삭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러네. 근데 총각도 잘생겼어. 어휴, 어쩜 이렇게 피부가 좋아?”

“아빠 닮아서 좋아요.”

무뚝뚝하고 무심한 성격인 김산과 달리 이삭은 예의 바르면서 사교성도 좋았다. 어딜 내놓아도 흠잡을 데 없는 모습에 김산은 슬쩍 웃었다. 이삭은 주도권을 잡고서 고기를 주문했다. 종업원은 총각이 귀여워서 서비스를 준다며, 콜라 두 캔을 가지고 왔다. 이삭은 특유의 애교 어린 눈웃음을 보여주었다. 종업원이 기분 좋았는지 입가를 가리며 호호, 하고 웃었다. 이삭은 아빠에게 먼저 음료수를 따라주었다. 그다음, 자신의 잔에 음료수를 따르며 이삭이 눈을 들어 올려 아빠를 보았다. 김산은 턱을 괸 채, 무료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최근에 머리를 짧게 깎은 터라 김산의 귀와 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36살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뽀얀 피부였다. 한 입 베어 먹으면 단맛이 날 것 같은 탐스러운 피부였다. 이삭은 물을 삼키면서, 음습한 감정도 내리눌렀다.

김산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저 아이들도 쌍둥이인지, 얼굴이 비슷했다. 이란성 쌍둥이인가.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여자애와 어린이용 스냅백을 쓴 남자애가 아빠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었다. 김산은 고개를 돌려 이삭을 보았다. 나온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던 이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형 같은 아들의 얼굴을 보던 김산은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귀엽지?”

김산의 목소리에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귀엽네요.”

김산은 아빠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도 저런 때가 있었어. 그때가 진짜 귀여웠는데.”

어릴 때 이삭과 이탁은 하늘에서 내려온 아기천사 그 자체였다. 김산 손을 잡고 걸어가면, 안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맑은 갈색 눈을 반짝거리며 ‘아빠.’하고 부르며 안겨 올 때면 사람들은 부러움에 찬 눈으로 보았다. 그럴 때면 김산은 기분이 좋아서 어깨가 절로 으쓱거렸다. 과거를 회상하는 아빠를 보던 이삭이 볼을 부루퉁하게 부풀리며 투덜거렸다. 어렸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귀여운 애교에 김산은 입가를 가리고서 웃었다.

“지금은 안 귀여워요?”

예상한 말이었다. 김산은 아들의 손에서 집게를 뺏어가 직접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이삭과 이탁이 아빠를 도와 집안일을 도와주긴 했지만, 고기 굽는 것만큼은 김산이 했다. 이삭과 이탁은 고기를 심각하게 못 구웠다. 이삭이 자기가 하겠다며 손을 뻗었지만 김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구워야 맛있어.”

냉철한 눈빛에 이삭이 입을 다물고 얌전히 아빠가 구워주는 고기를 기다렸다. 반박할 수 없었다. 김산이 구워준 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아빠, 나 지금 안 귀여워요?”

이삭이 다시 물었다. 익은 고기를 가위로 자르면서 눈을 힐끔 들어 올렸다. 김산은 제일 잘 구워진 고기를 이삭 쪽으로 밀어주었다.

“귀엽지. 근데 옛날이 더 귀여웠다고.”

“아, 너무해.”

이삭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삭은 아빠가 준 고기를 상추에 쌌다. 고기는 꼭 채소와 같이 먹으라는 아빠의 지침 때문에 자연스럽게 따르게 됐다. 고기 두 개와 쌀밥, 쌈장, 파를 넣은 쌈을 아빠 입에 가져다주었다. 김산이 피식 웃으며 쌈을 받아먹었다. 이삭은 볼이 볼록해진 아빠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맛있어요?”

김산이 쌈을 씹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쌈을 다 먹은 김산은 새로운 고기를 불판에 올리며 이삭에게 말했다.

“너희 생일 다가오는데, 여행이나 갈까?”

여행이란 말에 이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번엔 해외여행 어때요, 아빠?”

“해외?”

“네.”

비상금 통장에는 해외여행을 가고도 많이 남을 액수가 있었다.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그 말을 듣자 설레기도 했다. 아이들과 해외여행이라. 생각만 해도 좋았다. 올해도 아이들과의 추억으로 앨범을 장식하게 될 것 같았다.

“아빠 일 때문에 멀리는 못 가.”

“근처로 가요. 비행기 타고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이삭은 예전에 생각해둔 것처럼 김산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자신과 이탁이 돈을 열심히 모았다며, 부족하다면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에 김산은 고개를 저었다. 최희서가 주고 간 돈으로 가도 괜찮았다. 김산이 구워준 고기로 쌈을 싼 이삭이 아빠 입에 갖다 댔다. 김산이 너 먹으라며 됐다고 했지만 아이는 팔을 쭉 뻗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래놓고는 아이가 아, 하라며 입을 벌렸다. 김산이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렸다. 아이가 쌈을 쏙 넣어주었다. 쌈을 소리 안 나게 씹어 먹은 김산은 그새 탄산이 빠진 콜라를 마셨다. 너무 달았다. 인상을 쓰며 콜라를 내려놓았다.

“해외여행은 갑자기 왜 가자는 거야?”

김산이 물었다. 된장찌개에 밥을 먹고 있던 이삭이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말했다.

“이번 아니면 못 갈 거 같아서요.”

모호한 말이었다. 왜 이번이 아니면 못 간다는 걸까. 생각에 빠진 김산은 아, 하고 나지막한 탄성을 뱉어냈다. 주변 동료들의 자식들을 보면, 아이들이 장성해서 결혼하기 전에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아이들이 커서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하면 부모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적어졌다.

“하긴… 너희 대학 다니고, 취업 준비하면 못 가겠다.”

“그렇죠.”

이삭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산은 미래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웃었다.

“나중에 결혼하면 같이 못가겠네. 새로운 가족 생기면, 걔네하고 다녀야 하니까.”

새로운 가족이란 말에 이삭이 눈을 살며시 접었다. 부드러운 눈웃음이었다.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달콤한 눈빛에 김산은 우리 아들 참 잘생겼다, 라고 문득 생각했다.

“새로운 가족 갖고 싶어요?”

“너희 닮은 아이들이 보고 싶지. 예쁠 거 같아. 너희 닮아서.”

김산은 고기를 뒤집느라 이채가 서린 이삭의 눈을 보지 못했다. 김산은 육즙이 줄줄 흐르는 고기를 가위로 자르며, 아무 생각 없이 덧붙였다.

“너희가 자리 잡으면 아빠는 시골에 내려갈까 해. 거기서 농사나 지으면서 소박하게 살려고. 농사지으면, 너희가 결혼하고 나서 재료를 줄 수도 있잖아.”

“…시골이요?”

아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눈빛에 서렸던 이채가 조금 다른 감정으로 물들어 기묘하게 빛났다. 그러나 주변이 시끄러워, 김산은 똑바로 듣지 못하고 흘리듯 들으며 대답했다.

“응.”

“알아보신 데 있으신 거예요?”

“응.”

“아빠, 시골 가지 말아요.”

이삭의 요구에 김산은 짧게 웃었다. 이삭은 아빠를 위한 쌈을 싸면서 제법 든든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가 돈 열심히 벌게요. 아빠는 집에서 쉬세요.”

“아직 대학생이면서.”

김산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가 건네주는 쌈을 받아먹었다. 이삭은 자신이 싸준 쌈을 잘 먹는 아빠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고기를 다 구웠다. 김산은 이번에 항정살 2인분을 주문했다. 덤으로 물냉면도 주문했다. 이삭은 고기를 먹은 후, 꼭 물냉면을 먹는 습관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너무나 잘 아는 아빠의 태도에 이삭은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인형 같은 얼굴에 은근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삭은 휴대전화를 만지는 아빠를 빤히 보며 물었다.

“아빠는 딸이 좋아요, 아들이 좋아요?”

“다 좋은데.”

“난 딸이 좋아요.”

김산이 고개를 들었다. 이삭이 기다렸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딸 키우고 싶어요.”

“딸이든, 아들이든 낳아서 잘 키우면 되는 거지.”

아빠가 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말에 이삭은 고개를 숙인 채 키득거렸다.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입가를 손등으로 슬며시 가리고 웃던 이삭은 아빠를 보며 덧붙였다.

“딸 갖고 싶어요, 아빠.”

이삭이 딸 욕심이 많구나. 남자들만 있는 집에서 자라서 그런가. 무심히 그런 생각을 하던 김산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 그래도 아들 낳았다고 차별하지 말고. 예쁘게 잘 키워야 해.”

“네.”

예의 바르게 웃은 이삭이 연거푸 대답했다.

“그럴게요.”

*

아이들 생일을 기념하여 해외로 2박 3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열심히 아이들 사진을 찍어온 김산은 사진관에 들렀다. 아이들 사진을 출력했다. 아이들 사진을 앨범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김산은 연도별로 정리한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 뭉클한 감정에 젖었다. 바다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 얼굴을 쓰다듬었다. 사진 속 아이들은 너무 작고 여렸다. 만지면 부서질까, 잘못하면 다칠까 조마조마하며 키운 보석 같은 아이들이었다.

그랬던 아이들이 장성해서 자신보다 커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중학교 때도 한없이 가녀린 아이들이라 여자아이라고 오해받았는데, 어느 순간 쑥쑥 컸다. 키도 컸고, 어깨도 넓어졌고, 운동을 거듭하자 근육도 생겨났다. 이탁은 모델 제안을 받을 정도로 몸이 좋았다. 이삭도 이탁과 비슷한 몸이었지만, 좀 더 여린 느낌이 남아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이목구비는 비슷했으나 눈빛이나 웃는 모습, 말하는 투가 확실히 달랐다. 키도 이탁이 조금 컸다. 그래 봤자 3cm 차이라 고만고만해 보였다. 이국적인 해변을 배경으로 찍은 두 아들 사진을 보며 웃었다. 휴대전화에도 똑같은 사진이 있었다. 배경화면도 이것이었다.

사진을 감상하는데 문이 열렸다. 뒤를 돌아보니 이삭과 이탁이 서 있었다. 이삭과 이탁은 아빠 옆으로 다가와 사진을 보았다.

“우와. 아빠 예쁘게 잘 나왔다.”

바다를 배경으로 뒤를 돌아보는 김산을 보고 이탁이 말했다. 김산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사진은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탁이 그 사진을 집어 들었다. 마음에 들었는지 뚫어지게 보다가 몰래 챙겼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이삭이 이탁을 노려보았다. 이탁이 보란 듯이 혀를 삐죽 내밀었다. 이삭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어 올렸으나 이탁은 얄밉게 혀를 더 내밀었다. 메롱. 유치하게 입모양으로 말한 이탁이 사진을 자기 엉덩이 밑에 깔아두었다. 이삭은 사진을 정리하는 아빠 옆에 앉아, 자기 몫으로 챙길 사진을 골라냈다.

하지만 김산을 피사체로 한 사진은 거의 없었다. 김산이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느라 정작 자기 사진은 별로 안 찍었기 때문이다.

“이거 잘 나왔다.”

김산이 헤엄치는 아들들 사진을 앨범에 꽂아 넣었다. 이삭과 이탁은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물에 홀딱 젖은 생쥐 꼴인데 뭐가 그리 예쁜지 아빠는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가 정말 예뻤다. 은은한 조명이 깔린 방에서 그윽하게 웃는 아빠가 예뻐서 이삭은 자기도 모르게 아빠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이성으로 간신히 붙잡고 있었는데. 아빠가 너무 예뻐서, 제멋대로 발기하는 성기를 머리로 누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성인이 되었으니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이삭아?”

아빠가 이삭을 불렀다. 겨우 정신 차린 이삭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탁이 매서운 시선을 보냈다. 이삭은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고, 아빠를 따라 사진을 정리했다. 이탁은 형을 경계하는 것처럼 아빠 옆으로 와서 사진을 보았다. 김산은 사진을 정리하던 도중 이삭과 이탁 가운데에 나란히 앉은 여성을 보고 살짝 웃었다. 이국의 여성은 이삭과 이탁을 보고 매우 잘생겼다며 좋아했었다. 한 장 찍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하기에, 두 장의 사진을 찍었다. 하나는 여성의 카메라로, 다른 건 김산의 카메라로 찍었다.

아이들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김산은 사진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잘 어울린다.”

“응?”

아빠가 나온 사진을 뒤적거리는 이탁이 되물었다. 김산은 이탁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여자랑 잘 어울린다고.”

“그럼 뭐해. 이미 여기로 왔는데.”

이탁이 무심하게 중얼거리며 아빠 어깨에 얼굴을 댔다. 그리고 눈만 올려 아빠를 보더니 웃었다.

“난 아빠만 있으면 돼.”

아이 같은 이탁의 말에 김산은 웃고만 말았다. 이탁은 아빠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 시선이 얼마나 뜨거운지, 볼에 구멍이 날 거 같았다. 이탁과 아빠 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읽은 이삭이 갑자기 아빠에게 파고들었다. 이탁이 얼떨결에 밀려났다. 이삭이 거칠게 안긴 바람에 김산은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가 부딪쳐 아팠다. 김산이 인상을 살짝 찡그리자 아이는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렸다.

“이삭아.”

이삭이 머리를 푹 숙인 채, 조용히 김산을 불렀다.

“아빠.”

“응?”

이삭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김산은 눈을 깜박거렸다. 이삭의 눈이 보였다. 어둠에 잠긴 눈이 검게 보였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해 줄 거죠?”

아이의 질문은 진지했다. 김산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찰나의 순간, 고민하던 김산은 팔을 뻗어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이의 불안은 너무 깊었다. 마음을 달래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더욱 힘들어할 거 같았다. 그 근본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김산은 다만, 아이가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

“난 너희가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해줄 거야.”

설령 살인을 저지른다고 해도. 속으로 그 말을 중얼거리는데, 아이의 숨결이 목덜미에서 느껴졌다.

“…정말 우리 떠날 거예요?”

“지금은 안 떠나.”

자기들끼리만 아는 대화를 하는 부자를 보며 이탁이 토라진 듯 팔짱을 꼈다.

“아빠가 왜 떠나.”

이삭이 아빠에게 안긴 채 고개를 돌렸다. 형과 눈이 마주친 이탁이 서늘한 미소를 짓더니, 형에게 쐐기를 박았다.

“아빠가 안 떠나게 하면 되잖아, 형.”

이탁의 말에 이삭이 좀 더 아빠에게 밀착했다. 두 아들의 이해할 수 없는 대화에 김산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누워있었다. 분위기가 미묘하게 가라앉은 듯했다. 이삭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숨결을 나누어 가질만한 거리까지 바짝 다가온 이삭이 선한 웃음을 보였다.

“아빠, 나 사실 선물로 갖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자세가 불편해서 일어나려 하는데 이삭이 아빠의 손목을 잡고 눌렀다.

뭐야, 이게.

김산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삭은 아빠의 입술에 쪽, 하고 키스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뽀뽀에 김산은 그만 웃고 말았다. 어렸을 때나 하던 뽀뽀였다. 겨우 뽀뽀가 하고 싶어서 이런 자세를 잡은 거였나. 이삭이 귀여워 웃고 마는데, 갑자기 이삭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라 김산은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이삭의 혀가 서툴게 움직여 아빠의 입안을 누볐다. 쪽쪽, 소리가 나게 아빠 입술을 빨았다. 젖꼭지를 빨 듯 입안에 넣고 빨아대다가 고개를 뗐다. 이탁은 어느새 일어나 아빠의 다리를 꽉 잡고 있었다.

이삭은 김산의 얼굴을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보았다. 얼마나 갖고 싶었던 얼굴이던가. 몽정이 처음 온 날, 김산은 이삭의 아래에 깔려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손으로 구멍을 벌리며 자지를 달라고 음탕하게 조르던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였다.

갖고 싶다. 아버지도, 그리고 아버지 안에 새로 생길 아이도.

“아이가 갖고 싶어요.”

이삭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에 김산은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아이는 작정한 듯, 아빠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삭은 재차 아빠의 입술에 키스했다. 포근하고 말랑한 것이 달라붙어 입술을 빨아들였다. 그만하라고 말하려 입을 벌리는데, 그 틈을 비집고 혀가 들어왔다. 축축하고 뜨거운 혀가 촉수처럼 움직여 입안을 탐닉했다. 뜨거웠다. 김산은 힘을 줘서 발버둥 쳤다.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등에 서늘한 한기가 흐르는 것이 꼭, 봐서는 안 될 걸 본 기분이었다. 김산은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 이삭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도망갈 수 없게 밀착했다. 김산은 둔탁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이삭이 발기하고 있었다.

“아빠, 제가 좋은 아빠 될 거라고 하셨죠?”

자신에게 발기하다니.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며 머리가 하얘졌다.

“놔! 놓으라고!”

김산이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이삭과 이탁은 들리지 않는 듯, 황홀한 얼굴을 하고서 아빠를 보았다. 이탁의 손이 아빠의 발목을 내리눌렀다. 이삭의 이마가 아빠의 이마에 닿았다. 이삭은 아빠의 모든 것을 모조리 앗아갈 것 같은 눈으로 내려다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우리 아이를 낳아줘요.”

애 아빠가 누군지는 상관없으니까. 그 말을 속으로 삼키며 이삭이 웃었다.

김산이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벌렸다. 숨이 멎어갔다. 가슴을 둔기로 맞은 듯 아파왔다. 충격으로 몸이 벌벌 떨리는데, 다리를 잡고 벌리던 이탁이 진지하게 말했다.

“좋은 가족이 될 거야, 아빠. 걱정 마.”

이탁이 드러난 김산의 맨살에 키스했다. 낙인을 찍듯, 여러 번 쪽쪽 거리며 키스한 이탁이 싱긋 웃었다.

“이제 고백할 때가 됐네.”

멍하니 이탁의 말을 곱씹는데 이삭의 입술이 닿았다. 살을 뜯어 먹을 것처럼 게걸스럽게 입술을 탐하는 이삭을 보며, 김산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감지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사랑해, 아빠.”

이삭인지, 이탁인지 모를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자신이 낳아서, 키운 아이들이 자신에게 흥분하고 있었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봐도 이삭의 눈에 이글거리는 욕망이나, 자신의 발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이탁을 보았을 때, 김산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이었다. 겪어보지 못한 낯선 공포가 전신에 드리웠다. 가슴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김산의 눈에 점차 퍼져가는 충격에도 이성을 잡았다. 그는 주먹을 슬그머니 쥐었다. 아빠가 움직이지 못하게끔 제압하려 하던 이삭은, 갑자기 힘이 들어가는 아빠의 팔에 얼굴을 굳혔다. 아빠가 이삭의 얼굴을 주먹으로 힘껏 후려쳤다. 뼈와 뼈가 맞닿는 소리가 방에 크게 울려 퍼졌다. 방심한 사이 얼굴을 얻어맞은 이삭의 몸이 바닥에 뒹굴었다. 이삭은 머리에 울리는 충격에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이탁은 형이 쓰러지자 당황했다. 김산은 단숨에 일어나 이탁의 머리를 발로 후려갈겼다. 이탁이 처참한 몰골로 나자빠졌다. 아이들도 만만치 않은 골격과 힘의 소유자였으나, 아빠가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에 방심한 것이었다.

도망가야 한다. 어서 이곳을 도망가야 한다.

오로지 그 생각으로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걸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이삭이 빠르게 다가와 아빠의 발목을 잡고 당겼다. 아, 하는 사이에 김산의 몸이 앞으로 무너졌다.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김산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이삭은 흐르는 코피를 닦지도 않고, 아빠의 허리에 올라탔다. 엎드려 있는 김산이 눈만 겨우 돌려 이삭을 보았다. 머리가 심각하게 띵하고 울리고 있어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빠.”

머리가 지독하게 아파서 멍한데, 그 와중에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이삭이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파 보였다. 김산은 제 새끼 코에서 흐르는 피에 몸을 굳혔다. 왜 아이가 피를 흘리고 있을까.

“나 아파요.”

아이가 중얼거리며 창백하게 느껴지는 목덜미에 입술을 댔다. 김산이 멍한 눈을 깜박이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여린 피부에 닿는 아들의 입술은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적당히 예열된 숨이 나와 피부를 예민하게 자극했다.

김산은 정신을 살짝 놓은 듯 눈을 느리게 굴리더니, 미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아이들에게 강제로 범해지려는 위기에 처해, 본능적으로 아이들을 때리고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결국 김산은 아이들의 아빠였다. 아이들이 아픈 모습을 보자 절로 가슴이 시리고 저리며, 아이들 걱정부터 들었다. 아빠가 자신을 걱정하는 걸 들은 이삭은 가슴이 아프기보다 기뻤다. 아빠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내 걱정이구나. 이삭은 몸을 일으켜 이쪽으로 걸어오는 이탁에게 말했다.

“끈.”

김산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어서 진행해야 했다. 이탁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커튼을 묶을 때 쓰는 끈을 발견했다. 빠르게 풀어서 이삭에게 건넸다. 김산의 손목을 등 뒤에 대고 교차해서 묶어버렸다. 처음 묶어보는 거라 살이 쓸릴 정도로 세게 묶어버렸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김산은 머리가 심하게 울려서 미간을 찌푸리며 헐떡거렸다. 이마가 정통으로 바닥에 떨어져, 머리가 충격을 전부 흡수했더니 쉽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구역질을 할 거 같았다. 똑바로 누워 편안하게 쉬고 싶었다.

김산은 바지를 벗기는 음험한 손길에 어깨를 움츠렸다. 피부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김산은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아주 약하게 저었다.

“안 돼….”

바닥에 뺨을 댄 김산이 눈을 떴다. 옆에 앉은 이탁이 보였다. 이탁은 구세주의 발등에 키스를 하는 성직자처럼, 경건하고 성스러운 태도로 아빠의 뺨에 키스했다. 꽃잎처럼 살며시 내려앉은 입술이 느껴졌다. 부드럽고 포근한, 온기를 머금은 입술이 김산의 입술을 농밀하게 빨았다. 뒤에선 이삭이 아빠의 바지와 속옷을 벗겼다. 이삭은 떨리는 손으로 아빠의 둔덕을 잡아 벌렸다. 몇 년 동안 그런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입구가 꽉 닫혀있었다.

“읏, 하지 마…!”

이탁이 연신 입술을 빨기에, 김산이 고개를 틀었다. 이탁은 굳이 쫓아오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아빠는 묶여있었다. 이탁은 느리게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다리를 쩍 벌리고 성기를 꺼낸 이탁이 아빠의 드러난 다리를 보며 자위를 시작했다. 탁, 탁, 하며 살과 성기가 마찰하는 음란한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이탁은 형을 보며 나른하게 웃었다.

“태어난 순서로 해야지.”

김산이 눈물을 터트렸다. 서글픈 울음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왜 이러냐고, 자신한테 왜 그러느냐고 울음이 말하고 있었다. 이탁은 성기를 잡은 채 일어나 아빠의 머리를 자신 쪽으로 고정했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얼굴이 처연하고 예뻤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한 얼굴이었다. 아빠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얼굴이나 몸을 봐도 흥분한 적이 없었다. 이삭과 이탁은 아빠의 얼굴과 몸, 체취에 반응했다. 마치 신이 정해준 짝처럼, 아빠를 보면 가슴이 요동쳐서 참을 수 없었다. 가끔은 가슴 통증이 심해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아빠가 안아주거나, 토닥토닥 달래주면 씻은 듯이 나았다. 물론 그것은 어릴 때 얘기였다. 성장할수록 성적 욕구가 강해져 아빠의 건전한 스킨십으로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왜 이러는 거야.”

김산이 눈을 감았다. 매달린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고였다. 가슴이 저렸다. 이탁은 아빠가 우는 걸 보더니 자조적으로 웃었다. 우는 모습이 안타까워야 정상인데, 이미 정상 범주를 벗어난 듯 마음은 기뻐서 날뛰고 있었다. 김산은 서럽게 우는 것도 예뻤다. 이탁은 당장이라도 아빠에게 쑤셔 넣고 싶은 마음을 달랬다. 예전에 형과 약속했던 대로, 태어난 순서대로 아빠를 맛보기로 했다.

“하지 마, 하지 마… 제발…!”

이삭이 젤을 발라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있었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생경한 이물감에 김산은 고개를 숙였다. 묶인 팔은 아팠고, 바닥에 부딪힌 머리는 어지러워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눈앞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구멍을 몇 번 들락거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안 돼, 안 돼….”

김산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항하려고 다리에 힘을 줬다. 조금이라도 이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탁은 아빠의 얼굴을 애틋한 손으로 만지며 말했다.

“너무 좋아서….”

김산은 아이의 난데없는 고백에 눈을 크게 떴다. 뒤에서 두텁고 미끈한 귀두가 주름을 누르고, 점막을 압박하면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말도 안 된다. 안 된다고, 여기서 멈추라고 말해야 하는데 작살이 꽂히는 듯한 통증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탁은 고통에 벌벌 떠는 아빠의 얼굴을 끌어안고서 속삭였다.

“너무 사랑해서…, 아빠. 사랑해.”

“아!”

성기가 무작정 안으로 들어왔다. 통증 때문에 몸에 힘이 빳빳하게 들어갔다. 허벅지 근육이 팽팽해졌다. 이삭은 성기를 무섭게 조이는 내부에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이탁은 형을 보며 히죽 웃었다. 이탁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아빠의 얼굴에 발기한 성기를 갖다 댔다. 입술이며 뺨에 몽둥이 같은 성기를 비비거나, 뺨을 때리듯 탁탁 쳤다. 비릿한 냄새가 코에 맺혔고, 번들거리는 쿠퍼액이 뺨에 닿았다. 김산은 거부감에 고개를 계속 비틀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차라리 기절할 수 있다면 기절하고 싶었으나, 뒤에서 밀고 올라오는 통증 때문에 기절도 하지 못했다. 끊임없는 고통이 이어졌다. 이곳이 살아있는 지옥인 것처럼 온몸이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가장 고통스러운 건, 묵직하게 아파오는 가슴이었다. 아이들에게 강간당하고 있었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성욕을 느끼고 자신과 섹스하려 하고 있었다. 뒤에서는 큰아들이, 앞에서는 작은아들이 성기로 아빠를 농락하고 있었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김산은 머리가 아득해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쉴 틈 없이 눈물을 흘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대는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탁이 웃었다. 정말 행복해 보이는 아이의 미소에 김산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이삭이 내부에 길을 들이는 바람에 더 이상 이탁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엉덩이 안이 아프고, 뜨거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아무리 젤을 발랐다 하지만, 아무런 기술도 없이 무작정 쑤셔 넣으니 고문과 다를 바 없었다.

“아빠.”

“흐윽, 우윽… 그만해, 제발…!”

김산은 아들의 가랑이에 얼굴을 처박으며 부탁했다. 그러나 아들은 발기한 성기로 아빠의 뺨을 때리며 유쾌하게 말했다.

“나 행복해.”

김산은 눈을 감고 애절하게 울고, 이탁은 행복에 눈물겨워서 웃었다.

“그만해, 제발, 제발! 부탁이야….”

“아빠.”

뒤에서 삽입을 하던 이삭이 김산의 허리를 잡고 잡아당겼다. 더 들어올 곳도 없는데, 성기가 내부를 올곧게 파헤치며 꾸욱 들어왔다. 꽉 닫혀있던 구멍이 이삭의 성기 모양대로 빠듯하게 열렸다. 주름진 입구도 펴져서 매끈해졌다. 주변이 붉게 변한 입구를 손끝으로 눌러보자 김산이 “아, 아….”하며 안쓰럽게 울었다.

이삭은 힘이 들어간 아빠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감쌌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엉덩이가 만지기 딱 좋았다. 하얀 엉덩이를 세차게 때려 붉게 물들이고 싶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내부는 천국이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진입하면 자신이 태어난 자궁으로 다시 들어갈 것 같았다. 이삭은 허리를 잡은 손을 내려 아빠의 판판한 배를 만졌다.

자신들이 있던 그 부근을 더듬었다. 이탁은 아빠의 얼굴을 들게 해, 입술에 귀두를 비볐다. 김산은 울음을 터트리며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빨아야지, 아빠. 자식 차별하기 없잖아.”

이탁의 외설스러운 명령에 김산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탁이 머리채를 휘어감아 잡아 올렸다. 억센 힘에 의해 입술이 벌어졌고, 정해진 순리처럼 성기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이탁은 고통과 분노, 경악, 체념으로 일그러진 아빠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성기를 더 깊숙하게 넣었다. 여리고 축축한 점막이 성기를 감쌌다. 혓바닥은 기둥 아래에, 부드럽고 몰캉한 목구멍은 성기 앞부분을 삼켰다. 조임은 아래보다 덜 할 테지만, 위는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이탁은 머리채를 잡아 김산의 머리를 당겼다. 성기가 입안, 그리고 목구멍 안까지 밀착했다. 고환이 턱에 닿아 뭉개졌다. 무성하고 따끔한 음모가 입술에 닿았다. 음모가 김산의 침으로 젖어 들어갔다. 김산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김산은 고통스러운지 성기를 문 채 고개를 흔들어보았지만, 이탁이 머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아 도망갈 수 없었다. 숨을 쉬고 싶었다. 김산은 점점 희박해지는 공기를 어떻게든 붙잡아보려고 노력했으나, 이탁의 성기가 짓눌러 숨을 쉴 수 없었다. 얼굴이 삽시간에 붉게 타올랐다.

“아빠…내 자지 어때?”

이탁이 성기를 반쯤 빼냈다. 이에 흉기 같은 성기가 걸렸다. 김산은 기침을 연속적으로 내뱉으며 숨을 마셨다. 김산의 눈에 맺혔던 눈물이 궤적을 그리며 떨어졌으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탁은 김산이 숨을 적당히 쉰 거로 판단한 후, 허리에 일정한 힘을 주어 처박았다. 아직 발기하기엔 일렀다. 아빠의 말랑하고 따뜻한 입안을 성기로 음미하고 싶었다. 타액으로 흠뻑 젖은 성기가 좁은 구멍을 확장시켰다. 목이 들리며 허리까지 아파왔다. 묶인 손이 힘없이 꿈틀거렸다.

“크흡!”

이탁의 성기를 따라갈 새도 없이, 이삭이 성기를 내부에 후려치듯 박아 넣었다. 내벽이 얼얼하게 아팠다. 이삭이 등에 엎드리며 속삭였다.

“아빠, 자궁에 들어갈 거 같아요.”

이삭은 성기가 정말 자궁까지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싶은 듯 배꼽 부근을 꾹꾹 눌러보았다.

“우으읍!”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탁의 성기가 목구멍에서 빠져나갔다가 재차 들어오는 바람에 말하지 못했다. 고환이 턱에 닿아 눌리는 게 느껴졌다. 타인이었다면 씹어 버릴 텐데 아들이니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아들들은 자신들의 욕망에 앞서 아빠를 범했지만, 아빠는 차마 자식들에게 상처를 줄 수 없어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미움과 증오보단,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 순위로 앞서고 있었다.

“아빠, 나 많이 컸지? 몸도 크고, 자지도 컸어. 맛있어?”

이탁의 성기가 출입을 반복했다. 귀두가 이 사이에 머물렀다가, 단숨에 목젖을 건드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입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고, 얼얼했다. 한계치까지 벌어진 입이 아팠다. 이탁은 배려 없는 펠라를 거듭했다. 타액은 음모에 고이기도 했고, 혹은 날렵한 턱을 타고 흘러 바닥에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기도 했다. 이탁은 성기를 빼내 아빠의 얼굴을 겨냥해 사정했다. 정액이 날렵한 콧날과 뺨, 입술에 방울 맺히듯 떨어졌다. 이탁은 만족한 얼굴로 흔적을 보더니, 귀두로 정액을 모아 아빠의 입에 가져가 댔다.

“자지 빨아줘.”

“…이탁아, 제발….”

김산은 고통을 간신히 인내하며 이탁을 불렀다. 곧이어 성기를 거칠게 빼내고 박는 바람에 김산은 고개를 처박아야 했다. 아들의 성기가 뺨에 닿았다. 사내 냄새가 났다. 아들의 말대로, 아들은 몸도 크고 그곳도 컸다. 생물학적 아버지인 최희서를 닮은 게 얼굴만은 아니었다. 김산의 상체가 본격적으로 흔들렸다. 이삭은 무작정 조여오기만 하는 내부에 익숙해졌는지,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성기를 느리게 움직였다. 주름 하나하나가 성기에 닿아,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삭의 성기가 배꼽 지점까지 들어오더니, 내부가 꽉 차올랐다. 엉덩이가 따끔한 것이, 아들의 음모가 닿은 것 같았다. 흔들릴 때마다 뺨이나 이마에 아들의 성기가 닿았다. 크고 두꺼운 성기였다. 저런 게 안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무서울 정도였다.

김산은 고통 어린 신음을 흘리며 아들에게 매달렸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매달려야 했다.

“이러면 안 돼…이러면, 아!”

“왜 이러면 안 돼요?”

이삭이 내부를 쿡 찌르며 물었다. 느끼지 못하는 내부를 비비는 행위는 고통을 불러일으켰다. 아들은 모든 것이 서툴렀다. 걸음마부터, 젓가락질, 언어, 샤워, 등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사소한 것들을 다 자신이 가르쳤다. 주마등처럼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산부인과에서 태어났을 때, 고개를 들었을 때, 뒤집기 시작했을 때, 길 때, 걸을 때…. 김산은 이탁의 가랑이 사이라는 것도 망각하고 거기에 얼굴을 처박고 울었다. 참을 수 없었다. 이 현실이 갑갑하고 두려웠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아이들이 이렇게 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윽!”

이삭의 성기가 점막과 함께 빠져나가더니, 내벽을 세차게 가르며 재차 진입했다. 주름을 긁으며 들어오는 성기에 김산은 몸을 떨었다. 이탁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아빠 얼굴을 바라보며 자위를 시작했다. 눈앞에서 아들이 자위하는 걸 볼 수 없어 눈을 감아버렸다.

“저희는 아빠한테만 발정해요.”

“으, 으으…! 아! 아앗!”

이삭이 성기를 박아넣는 속도가 빨라졌다. 내부가 느슨해진 덕분이었다. 이삭이 아빠의 허리를 잡고 정신없이 박아댔다. 점막이 딸려 나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점막을 안으로 구겨 넣듯 박아 넣었다. 얼마나 세게 박는지, 내벽에서 피가 나올 거 같았다. 얼얼하다 못해 헐어버릴 거 같았다. 쿨쩍, 거리는 젖은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성기와 점막이 마찰하고, 고환이 엉덩이에 부딪혀 찰싹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삭은 둔덕을 더욱 벌려 자신의 성기가 박힌 아빠의 구멍을 보았다. 붉고, 퉁퉁하게 부어오른 입구가 성기를 문 채 빠끔거리고 있었다. 틈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성기를 슬슬 빼내자 겨우 확장했던 내부가 좁아 들었다. 하지만 입구는 오므라들지 않았다. 다시 들어오는 성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벌려진 채 가만히 있었다. 반쯤 빼냈던 것을 밀어 넣자 내부가 두툼한 성기에 따라 벌어졌다. 김산이 헐떡거리며 울더니, 허리를 숙였다. 그 반동에 구멍은 성기를 문 채 움찔거렸다. 몸이 살짝 앞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검붉은 성기가 살짝 보였다. 흉흉하게 일어선 핏줄도 보였다.

예쁘게 성기를 조이는 구멍은 자신의 것이었다. 저기서 아빠의 얼굴을 보며 자위하는 동생의 것이기도 했다.

자신이 자라나고, 태어났던 배를 만지며 이삭은 성기를 미친 듯이 움직였다. 미칠 정도로 좋았다. 아빠가 너무 좋았다.

“아빠, 아빠…사랑해요.”

“아아…!”

“가지 마세요, 우리 옆에 있어요.”

그 말에 이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 뺨에 귀두를 문질렀다. 정액과 쿠퍼액이 하나가 되어 뺨에 뭉개졌다. 뺨에서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액체들이 바닥으로 느릿하게 떨어졌다.

“우리 애 낳고 행복하게 살자, 아빠.”

이삭이 허리를 꽉 잡고, 고환이 뭉개질 때까지 삽입하더니 안에 사정했다. 정액이 고이는 게 느껴졌다. 김산의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사정한 이삭의 성기가 빠져나왔다. 이삭의 성기 모양대로 확장된 구멍이 쉽게 다물리지 못하고, 금붕어 입처럼 뻐끔거렸다. 붉게 달아오른 내부가 언뜻 보였다.

이번엔 이탁이 뒤에 자리를 잡고, 정액이 흘러내리는 아빠의 구멍에 발기한 성기를 갖다 댔다. 누르는 것만으로 녹진하게 풀린 구멍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김산이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울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곱게 키운 아들들이 자신에게 발정하고 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꿈일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입안으로 들어오는 다른 아들의 성기에 절망을 느꼈다. 방금 전 자신의 안을 마음껏 누볐던 성기를 입에 머금은 채, 김산은 눈을 감아버렸다.

이삭이 정액으로 엉망이 된 아빠를 보며 아름답게 웃었다.

“오늘은 임신 못 하겠다.”

“그렇지. 아빠가 약 드시고 있으니까.”

이탁이 신음 섞인 대답을 내뱉으며 아빠 구멍에 성기를 완전히 넣었다. 무시무시한 성기가 안을 끈질기게 벌리며 들어오는 느낌에 손을 꽉 쥐었다. 발가락도 오므라들었다. 김산은 입에 가득 차 있는 이삭의 성기를 빼내고 싶었지만, 턱에 고환이 닿을 정도로 깊게 들어온 성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이탁처럼 목구멍 안까지 들어온 성기에 김산이 기침을 했다. 고통 때문인지 초점이 흐려지고, 눈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목구멍이 또 다른 성기가 된 것 같았다. 김산이 컥컥거리며 괴로워하자 이삭이 미안하다는 듯, 아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빠, 자지 좋아하죠?”

김산은 아들의 노골적인 물음에 눈을 간신히 떴다. 이삭이 아빠의 입을 성기처럼 사용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뒤에서 들어오는 성기와 앞에서 들어오는 성기가 엇박자로 움직여 죽을 맛이었다. 아래는 장기를 아예 짓누를 것처럼 들어왔고, 위는 목구멍을 강제로 벌리며 들어와 최소한의 권리인 숨까지 뺏어갔다.

김산이 눈으로 부정의 뜻을 보였다. 이삭은 입술 끝을 비틀어 웃었다. 최희서와 똑같이 생긴 얼굴로, 최희서보다 매력적인 미소를 지은 이삭이 말했다.

“우리는 알아요.”

“크흡…!”

부어올라 오동통해지고, 민감해진 입술을 음모가 뒤덮었다. 숨이 확 사라졌다. 김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흰자위가 보였다. 이삭이 아빠의 목구멍에 대고 사정했다.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이삭이 성기를 빼내자, 정액이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김산은 눈을 감은 채, 헐떡거렸다. 숨을 쉬고 싶었다.

뒤에 있던 이탁이 허리를 퍽, 쳐올렸다. 아, 하는 신음이 나오지 못했다. 순간 찌르르하고 울리는 느낌에 김산은 어깨를 비틀었다. 잘 아는 느낌이었다. 아들의 성기에 반응하고 있었다. 정신적 충격이 배가 되었다. 아들에게 뚫리고 있으면서, 아들의 성기로 느끼다니. 김산은 상체를 비틀며 반항했다. 이삭은 아까보다 격렬해진 반응을 막았다. 아빠 목을 잡아 바닥에 눌렀다.

“싫어! 싫어, 싫다고! 놔!”

김산이 어미 잃은 짐승처럼 서글프게 울며 반항했다.

“왜 싫어?”

이탁은 일부러 성기를 세게 박아 넣었다. 느끼는 부근을 찌르는 바람에 또 움찔하고 반응했다. 김산이 “흐으응.” 하고 가느다랗게 울며 고개를 숙였다. 이삭은 김산의 얼굴을 잡아 허벅지에 눕혔다. 김산의 볼이 숨이 막힐 때와는 다른 빛으로 붉게 물들어갔다. 눈을 꼭 감고, 입술을 앙다문 채 어깨를 움찔움찔 떠는 모습이 예뻤다.

이탁은 손을 내려 김산의 성기를 잡았다. 성기가 바짝 서서, 귀두가 쿠퍼액으로 흥건했다. 약간만 더 찔러주면 좋다고 질질 쌀 거 같았다.

“최희서 자지나, 우리 자지나 같은 자지인데 왜 싫어?”

김산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이삭이 손을 떼도 김산은 충격에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탁은 아빠의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 자위할 때처럼 매만졌다. 김산의 입에서 끓는 것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탁은 아빠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귀두를 억세게 잡았다. 움푹 팬 부분을 긁어주었다.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 내부에 들어온 성기를 조였다. 확실히 아파서 조이는 것과 느끼면서 조이는 건 달랐다. 이게 더 좋았다. 정신적 쾌락이 배가 되었다.

이탁은 아빠의 흥분을 알고서 일부러 자극적인 말을 내뱉었다.

“영상에선 최희서 자지 맛있게 먹던데. 아들 자지는 맛이 없어?”

“영상이 뭔지 모르실 텐데.”

이삭이 웃으며 아빠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이삭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빠 뺨에 키스하며, 귀에 속삭였다.

“걱정 마세요. 보여드릴게요.”

“시, 시, 싫어…싫어…싫어!”

김산이 계속 울면서 싫다고 매달리는데도, 이탁과 이삭은 멈추지 않았다. 이탁은 슬금슬금 앞으로 도망가려는 아빠의 허리를 붙잡아 뒤로 세게 당겼다. 내벽을 가르며 진입하는 성기, 때문에 김산은 숨을 참았다. 내벽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이탁은 고통으로 경직된 김산을 위해, 성기를 만져주었다. 말랑한 고환부터 벌떡 선 성기까지 전체로 고루 만져주니 김산의 내벽이 슬슬 풀렸다. 바짝 조이던 게 말랑해져 삽입이 더욱 쉬웠다. 이탁은 고개를 숙여 귓불을 물었다. 성기를 통해 김산의 내벽이 조였다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혀를 내밀어 음란하게 귀를 핥은 이탁이 말했다.

“아빠 안 너무 좋다. 우리가 이런 데서 큰 거야? 아,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 큰 거구나. 아무튼… 다시 아빠 안으로 들어오니까 너무 좋다. 행복해.”

그 말을 끝으로, 김산은 더 이상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김산은 정신을 놓아버리는 걸 택했다. 아빠가 기절한 걸 알았지만, 두 아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삭은 아빠의 팔을 묶은 끈을 풀었다. 이탁은 축 늘어진 아빠의 몸을 안아 올리며 사정했다. 성기를 빼내자,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탁은 정액이 흘러내리기 전에 아빠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고개가 모로 쓰러지며 고였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삭은 아빠의 다리를 벌리며 앉았다. 다리를 양쪽 어깨에 걸친 후, 발기한 성기를 흐물흐물 풀린 입구에 대고 넣었다. 김산의 입에서 희미한 신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아랫배를 매만지며 이삭이 중얼거렸다.

“임신해, 아빠.”

“임신해서 우리 애 낳아줘.”

이탁이 기절한 아빠 입술에 키스하기 전, 달콤하게 속삭였다. 이탁은 고개를 들어 흠뻑 젖은 내부에 성기를 거칠게 박아대는 형을 보았다. 형과 눈이 마주친 이탁이 물었다.

“위로도 임신할 수 있을까?”

“못 해.”

동생에겐 소름 끼치게 냉정한 이삭이 피식 웃으며 아빠의 허리를 좀 더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안에다 싸. 아빠 임신해야 돼.”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해.”

이탁이 아빠의 붉은 입술에 귀두를 비비적거렸다. 길고 풍성한 속눈썹에 매달린 눈물이 애처롭게 시트로 떨어졌다. 안쓰럽기 그지없는 아빠의 얼굴을 바라본 이탁은, 후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작 임신시킬걸. 그럼 어디 간다는 소리도 못하지.”

이탁이 조소를 날리며 힘없이 벌어진 김산의 입에 성기를 밀어 넣었다.

<2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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