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8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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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다음 집으로 들어서자 강유혁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고용인들은 숙소로 사용하는 별관으로 돌아갔을 시간이라 집안은 고요했다. 현관에 신발이 없는 걸 보니 아빠도 집에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잠깐 얘기 좀 해.”

평소처럼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강유혁이 날 붙잡았다.

아빠가 없는 자리에서 우리가 말을 섞는 건 회사 한정으로, 그것도 지극히 사무적인 내용뿐이었다. 집에서 이렇게 말을 하는 건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무슨 얘기.”

낮에 회사에 왔던 수혁이가 걸려 무표정으로 대꾸했다.

“앉아 봐.”

됐다고 거절하려다 앉는 편이 재킷으로 아래를 가릴 수 있을 것 같아 3인용 소파 가운데에 앉았다.

1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강유혁이 날 빤히 바라봤다.

“짧게 해. 나 피곤해.”

“낮에 회사에서 온 사람.”

“뭐?”

수혁이 얘기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내 목소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동생이야?”

“그래서, 뭐?”

“오메가라고 들었는데?”

“오메가가 뭐 어때서?”

수혁이가 오메가라고 무시하려는 건가 싶어 발끈했다.

“하, 걔가 오메가라고?”

강유혁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쳤다. 일부러 비꼬는 것 같았다.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잖아, 오메가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걔가 아니라 형이겠지, 너보다 세 살이나 많아.”

“오늘 처음 얼굴 봤는데 형 소리가 나오겠어?”

또다시 관자놀이가 콕콕 쑤셨다. 이러다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

“할 얘기가 그거면 올라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가려는데 강유혁이 내 손목을 꽉 붙잡았다.

“아버지는 너랑 걔랑 만나는 사인 거 모르는 거 같던데.”

“…그래서?”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어.”

1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강유혁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제 엄마를 닮아 진한 갈색머리에 색소가 연한 갈색 눈동자를 갖고 있었고, 얼굴 생김새는 아빠를 닮아 있었다.

언뜻 보면 나보다는 수혁이와 많이 닮아서 둘이 나란히 놓고 보면 형제라는 걸 알아 볼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뭐가 궁금한데?”

이쯤 되자 아빠한테 말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도 들었다.

이젠 다 귀찮다. 수혁이도 화났고, 몸은 엉망이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상황에서 강유혁 깽판이 추가 된다 해도 별로 놀랄 일이 아니었다.

“가끔 아침에 들어올 때마다 냄새가 났거든.”

강유혁이 내 손목을 당겨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걸 보고 손목을 뿌리쳤다.

“어디서 싸구려 오메가라도 만나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헛소리하지 마,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몸을 돌리는데 이번엔 어깨가 붙잡혔다. 강유혁이 억센 아귀힘으로 내 몸을 뒤로 잡아당기더니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누굴 만나고 다니든 상관없지, 우성 알파 자식을 만들든, 사오든 알 바 아닌데.”

축축한 숨이 닿은 부분에 소름이 돋아났다. 수혁이랑 낮에 그런 짓을 했기 때문에 오메가 페로몬이 짙어졌을 게 분명했다.

수혁이를 만나고 다닌 다는 건 아빠한테 말해도 되지만 오메가가 됐다는 건 알리고 싶지 않았다.

팔을 움직여 강유혁의 배를 팔꿈치로 찍어버리자 달라붙었던 몸이 떨어졌다.

“윽!”

짧은 신음과 함께 강유혁이 낮은 소파 테이블 위에 주저앉았다. 쾅 소리가 나서 돌아보자 강유혁이 손바닥으로 배를 문질렀다.

“뭐 하는 짓이야? 돌았어?”

“돌은 게 아니라 궁금한 거야.”

“뭐가?”

“내가 처음에 왔을 때는 분명 알파였는데, 지금은 왜 오메가 냄새가 나는지. 단순히 굴러서 그런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과 동시에 강유혁이 나를 붙잡아 당겼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강유혁한테 엎어지려는 찰나 강유혁이 몸을 피했다.

테이블에 얼굴을 부딪칠 것 같아 손으로 지탱하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유혁이 손바닥으로 내 등을 꽉 눌렀다.

“놔!”

팔꿈치를 휘둘렀지만 이번에는 강유혁이 잽싸게 피했다.

“똑같은 수법에 당할 리가 없잖아.”

강유혁이 내 복부를 더듬어 내려가더니 버클 위에서 손을 움직였다.

“확인만 해본다고, 나 오메가 본 적 없거든, 아, 정확히는 몸을 본 적이 없지. 엄마가 워낙 싫어했거든, 내가 페로몬에 민감한 체질이기도 하니까 오메가랑 꼬이면 안 된다고 해서.”

절그럭거리면서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자 머리가 패닉에 빠졌다. 강유혁이 말한 엄마라는 사람이 집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긴장한 탓에 흘러나온 페로몬이 짙어지는 걸 나도 느꼈다. 강유혁이 코를 벌름거렸다.

페로몬을 억눌렀다. 지금 상황에서 강유혁이 페로몬을 제대로 맡아서 발정이라도 하면 곤란했다.

“걱정 마, 아버지는 접대 때문에 늦고 엄마는 별장에 무슨 모임 때문에 가서 오늘은 안 오니까.”

“미친, 당장 안 비켜?”

발로 걷어차려 했지만 낮은 테이블에 엎드린 자세로 등이 눌려서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싫어, 확인만 한다니까.”

얄미운 대답과 함께 강유혁이 바지를 훌렁 벗겨버리는 바람에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씨발, 안 비켜? 이거 진짜 변태 새끼 아냐?!”

허리를 뒤틀며 악을 쓰는데 강유혁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집에서 안 미친 사람이 어디 있어? 그리고 누가 누구 보고 변태래? 노팬티로 회사 다니는 취미가 있었어?”

혼자 지껄이던 강유혁이 내 엉덩이를 꽉 움켜잡았다.

“아니면, 아까 걔랑 회사에서 떡이라도 쳤나? 그래서, 이렇게 냄새도 진하고?”

엉덩이를 벌리듯 한쪽으로 잡아당긴 강유혁의 손가락이 가운데를 파고들었다.

“개자식아, 하지 말라고!”

미친 듯이 악을 쓰는데 강유혁은 태연했다.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몇 번 문지르자 젖는 게 느껴졌다.

“하하, 진짜 오메가였구나. 그래서 이렇게 달달한 냄새가 나는 거였어.”

짐작은 했지만 설마 진짜일 줄은 몰랐다는 듯이 강유혁이 중얼거렸다.

“미친, 확인했으면 떨어져.”

“…확인만 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 보자 강유혁이 내 등을 꽉 누른 채 한 손으로 제 바지 버클을 풀었다.

“젖은 구멍이 눈앞에 있으니까 확실히 남자여도 동하네, 오메가라서 그런가.”

강유혁이 킥킥거리며 성기를 끄집어냈다. 아직 제대로 발기하지 않은 성기를 강유혁이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흔들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오메가 페로몬을 더 많이 맡아서 반쯤 억지로 흥분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성욕이 일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내게 굴욕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뭣보다 강유혁은 페로몬에 민감한 것에 비하면 발기가 늦었다. 정자가 약하다더니 불능이었어?

“서니까 걱정하지 마.”

내 시선을 느낀 강유혁이 능청을 떨었다. 실제로 강유혁의 성기는 느리지만 착실하게 발기하고 있었다.

“미친, 세울 필요 없어.”

강유혁이 반쯤 발기한 성기 끝을 엉덩이 사이에 문질렀다. 성기에는 제대로 힘이 안 들어가는데 상체를 누르고 있는 힘은 너무 강했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무슨, 미친 소리를 하려고.”

“너랑 나 사이에서 애가 생겨도 되는 거 아닌가? 이런 미친 집안에서 핏줄만 이어지면 되는 거잖아, 강씨 핏줄을 가진 우성 알파, 그거면 되는 거 아냐?”

“꺼, 져.”

내가 속으로만 했던 생각이 강유혁의 입에서 소리가 되어 나오자 까무러칠 것 같이 징그럽게 느껴졌다.

“너랑 나 사이에 우성만 나오면 이 집에서 쫓겨날까 봐, 너나 나나 걱정 안 해도 되는 거 아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내가 강유혁이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역겨웠다.

“내 페로몬은 어때?”

강유혁이 페로몬을 푼 것인지 끈적한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 들었다. 알파의 페로몬인 건 알겠지만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직 완벽하게 오메가가 된 게 아니라 그런지 알파 페로몬이 무조건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수혁이 페로몬은 처음부터 너무 좋았는데, 그땐 내가 알파고 수혁이가 오메가여서 그랬던 걸까.

잠깐 딴 생각에 빠진 사이 제법 탱탱해진 성기가 엉덩이 사이를 가르려는 게 느껴졌다.

“하, 하지 마!”

그 순간 억지로 누르고 있던 페로몬이 터져 버렸다.

“읍.”

냄새에 놀란 강유혁이 멈칫한 사이에 몸을 밀어내고 테이블 위를 굴렀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고 문이 열리면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런 상황은 누가 봐도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바지를 끌어 올렸지만 버클을 채우기 전에 거실에 아빠가 등장했다.

“뭐 하는 거냐?”

아빠가 거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나와 강유혁을 향해 물었다. 아빠는 두 아들 하의가 엉망인 것을 보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가 천천히 얼굴을 구겼다.

“…이게 무슨 냄새야?”

아빠의 시선은 냄새의 근원인 나를 똑바로 향했다. 곧이어 아빠의 얼굴이 야차처럼 일그러지면서 강한 페로몬이 뿜어져 나왔다.

배신감에 분노하기라도 한 것인지 조절이 안 된 페로몬은 내가 이제까지 맡아 본 페로몬 중에서도 가장 강했다.

강유혁한테 아무 반응을 안 보이고 축 늘어져 있던 성기가 단숨에 고개를 쳐들었고 엉덩이 사이가 축축해졌다.

몸이, 알파 페로몬에 완벽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아빠의 눈이 충혈된 것처럼 빨갛게 변했다. 도망치듯 몸을 움직이자 아빠가 나를 붙잡았다.

“오메가…?”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느껴졌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알아차린 몸에서 또다시 페로몬이 터져 나왔다.

뭉쳐져 있던 것이 터진 것처럼 강한 냄새가 거실에 번졌고 그대로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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