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7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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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오늘 볼 수 있어?]

[미안, 오늘도 야근해야 할 거 같아]

수혁이를 만나러 안 간 지 삼 주, 계속되는 연락에 만날 수 없다고 거절할 핑계도 이제 다 떨어져 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 만나러 갈 수는 없다. 오늘 아침 페로몬을 확인했을 때 수치는 4%.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페로몬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섹스하면 단박에 페로몬 수치가 높아지고 말 거다.

얼굴만 보고 섹스를 안 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수혁이와 관련되면 내 의지는 습자지보다 못해져서, 수혁이가 몸으로 부딪쳐 오면 분명 거절하지 못할 거다.

그렇게 몸을 섞다가 내 페로몬이 터져서 수혁이가 알아채면 그땐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러니 수혁이가 서운해 하더라도 그냥 피할 수밖에 없다.

“팀장님, 식사하러 가시죠.”

부하 직원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드실래요?”

“아무거나 상관없어.”

“설렁탕? 칼국수?”

엘리베이터에 타서 메뉴를 정하는 팀원들의 얘기를 감흥 없이 들었다. 입맛이 없어서 뭘 먹어도 손에 안 잡혔다.

띵, 6층에 멈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강유혁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마주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강유혁이 기획팀 팀장으로 발령 받았을 때는 정말 고까웠었다. 물론 나도 입사 자체는 낙하산이었지만 강유혁은 나보다 어렸다. 그런데 팀장이라니.

“점심?”

“어, 너는.”

부하 직원들을 의식해서 날을 세우지 않고 담담하게 대꾸했다.

“나도 지금.”

“혼자?”

“아니 마 팀장이랑 1층에서 만나기로 했어.”

대화는 거기서 끊어졌다. 더 궁금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옆에 있는 강유혁이 또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가 나는 걸까, 아니다. 아침에 확인했을 땐 겨우 4%였다. 아무리 예민하다고 해도 그 정도 냄새를 알아차릴 리가.

긴장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릴 것 같아 엘리베이터 숫자판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좁은 상자에서 탈출해서 크게 숨을 내쉬고 나서야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그러니까 강지혁 팀장님 뵈러 왔다고요.”

로비를 지나가는데 안내 데스크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 싶어 고개를 돌린 순간 눈이 크게 떠졌다.

화사한 갈색머리, 하늘색 셔츠와 베이지색 슬랙스를 입고 있는 훤칠한 남자는 내가 너무너무 잘 아는 그 얼굴이었다.

“방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사적인 이유예요, 전화 걸어 달라니까요.”

“수혁아.”

생각이 정리되기 전에 입 밖으로 부르고 말았다. 수혁이는 물론이고 뒤에 오던 부하 직원들과 강유혁의 시선도 나한테 향하는 게 느껴졌다.

“난 따로 먹을게, 너 여길 어떻게 왔어?”

팀원들에게 말하고는 수혁이 팔목을 붙잡고 회사 밖으로 끌어당겼다. 강유혁한테 수혁이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누구?”

막 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강유혁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얼굴에 난감함이 번진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수혁이가 강유혁의 손을 밀어냈다.

“회사 분이세요? 저 지혁이 형 동생이에요.”

수혁이가 동생이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둘이 얼굴을 본 적이 있나? 내 기억이 맞다면 없을 거다.

강유혁은 엄마 장례식이 끝난 다음에 왔고, 장례식 이후에 수혁인 별채에 틀어박혀 있었으니까.

“그거 특이한 인연이네요, 저도 강 팀장 동생인데.”

수혁이를 향해 강유혁이 도발하듯 대꾸했다.

“둘이 뭐 하는 거야? 마 팀장 기다리잖아 가 봐, 넌 이리 오고.”

둘에게 차례로 말한 뒤 수혁이를 데리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강유혁은 날 형으로 생각하지도 않을 거다, 근데 이제 와서 갑자기 웬 동생?

“형, 어디 가는 거야?”

“왜 온 거야?”

순식간에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위가 경련할 것 같아 뾰족하게 말을 뱉었다.

“내가 오면 안 되는 데야?”

“여기 회사야, 너 집에서 나갈 때 엮이지 않는다고 했으면 눈에 안 띄는 게 좋잖아.”

“그래서, 나 피한 거야?”

“뭐?”

심장이 움찔움찔 떨렸다. 피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까 걔, 강유혁이지?”

아니라고 해봐야 믿을 리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걔랑 형, 동생 하느라 나한테 안 왔던 거야?”

낮은 목소리였지만 수혁이가 화났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큰 소리로 화를 내기 전에 수혁이 팔을 잡아당겨 건물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 거 아냐.”

“뭐가 그런 게 아냐? 형 동생이라고 말하는 거 형도 들었잖아.”

“네가 그런 태도를 보이니까, 그런 거지.”

수혁이가 계속 말해보라는 듯 턱을 까딱였다.

“걔 나한테 형이라고 부른 적 한 번도 없어, 아까도 강 팀장이라고 하는 거 들었잖아.”

안색을 살피며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자 딱딱하게 굳어있던 수혁이 얼굴이 살짝 풀어졌다.

“근데 진짜 갑자기 무슨 일이야?”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물었다. 강유혁이 아빠한테 말해서 괜한 불똥이 튈까 봐 걱정이 앞섰다.

“형이 너무 바쁜 거 같아서, 내가 얼굴 보러 왔어. 살이 좀 빠진 거 같네.”

수혁이가 손바닥으로 내 뺨을 부드럽게 건드렸다.

“괜찮아.”

닿은 손길에 놀라서 나도 모르게 수혁이 손을 뿌리쳤다. 탁, 손등을 내리치는 큰 소리에 수혁이는 물론이고 나 역시 놀랐다.

“아, 아니. 갑자기 만지니까 좀 놀라서―”

허둥지둥 변명을 뱉었지만 수혁이 얼굴은 딱딱하게 굳은 다음이었다. 수혁이는 아까보다 더 화가 나 보였다.

“만지니까 놀랐다고? 이제 와서?”

수혁이가 몸을 가까이해서 뒷걸음질 치자 등에 딱딱한 벽이 닿았다. 수혁이가 얼굴을 가까이하고 날 빤히 바라보았다.

“형은, 거짓말쟁이야.”

변명할 새도 없이 수혁이가 쭈그리고 앉더니 내 바지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에 눈이 팽팽 돌았다.

“하지, 잠깐, 여기서 이러지, 마.”

아무리 사람이 없는 곳이라지만 하늘이 보이는 야외였다. 누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바지를 까 보일 수는 없었다.

“사람들 안 오는 곳이니까 이쪽으로 온 거 아냐? 나를 숨기고 싶어서.”

내 행동쯤은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중얼거린 수혁이가 속옷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숨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야.”

“형 말은 믿을 수가 없어.”

축 늘어진 성기가 허공에서 달랑거린 것도 잠시 이내 뜨거운 점막 안으로 성기가 사라졌다.

“읏, 하지 마, 진짜, 제발….”

아, 나는 언제부터 동생한테 이렇게 애원하는 형이 된 걸까.

어깨를 밀며 필사적으로 부탁하자 수혁이가 눈동자만 들어 올려 날 바라봤다. 새까만 눈동자에 심장이 다 바들바들 떨렸다.

“넣지는 않을게.”

입에 물었던 성기를 뱉어내고 수혁이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안 돼.”

“아까 걔랑 했어?”

“뭐? 그럴 리가 없잖아.”

“형 동생이랑 하는 거 좋아하잖아, 걔랑 하느라 나 피한 거 아냐?”

수혁이가 키스라도 하는 것처럼 귀두 끝을 입술로 꾹 눌렀다.

“진짜,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확인만 하게 해줘, 입으로 빨아보면 알 수 있을 거 같으니까.”

그걸 입으로 빤다고 알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머릿속에서는 생각했지만 성기는 이미 발기한 다음이었다.

“아흣, 빨리, 해….”

결국 수혁이의 조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입을 손등으로 막았다.

츄릅 소리와 함께 타액이 가득한 입안이 성기 기둥을 빨면서 수혁이 머리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결 좋은 머리칼이 사타구니를 건드리며 음모에 엉키듯이 달라붙자 발끝이 찌르르 울렸다.

신발 속에서 발가락이 곱아들고 무릎에서 힘이 빠져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수혁이 혓바닥이 기둥을 건드리고 다시 요도구를 자극했다.

“으읍.”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하아, 읏.”

양 볼을 홀쭉하게 만들어 성기를 강하게 압박한 채 수혁이가 추삽질을 하는 것처럼 고개를 움직였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아 몸이 덜덜 떨려 수혁이 머리칼 사이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가 귀를 만지작거렸다.

수혁이가 입술로 쭈욱 성기를 핥아주자 전신이 오므라들면서 정액이 주르륵 쏟아졌다.

“아, 흐으….”

참지 못한 신음을 뱉어내고 몽롱한 시선으로 수혁이를 바라봤다. 성기에서 입술을 뗀 수혁이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입에 들어있는 것을 꿀꺽 삼켰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목울대가 움직이는 그 선정적인 모습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동시에 엉덩이 사이에서 무언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원래 내 몸에서는, 알파의 몸에서는 나올 리 없는 애액이 분명했다. 눈물까지 나올 것 같아 수혁이를 밀어내고 빠르게 바지를 정리했다.

“이제 됐지? 앞으로 여기 오지 마.”

“형―”

수혁이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도망치듯 움직였다.

화장실로 뛰어 들어와 아래를 벗어 보자 엉덩이 사이에 고인 액이 팬티에 떨어져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성기를 빨리자 뒤가 젖었다. 흥분했다는 증거로 엉덩이가 사이가 젖는 건 오메가의 몸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어쩌면 내 몸은 훨씬 더 전부터 애액을 쏟아냈던 거 아닐까.

수혁이가 젤을 부어서 젖은 건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 애액이었다면.

입이 바짝 마르고 명치가 따끔거리고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스트레스가 밀려오는 게 느껴져 몸이 다 난리였다.

변화가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누구한테도 말할 수가 없다. 내가 오메가가 됐다는 걸 알면 집안이 난리 나는 건 물론이고, 수혁이한테까지 버림받을 거다.

수혁이는 오메가다. 그래서 알파인 나를 안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훤히 예상되는 결과였다.

몇 번의 헛기침과 마른세수로 얼굴을 겨우 정돈하고 팬티를 벗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애액으로 젖은 팬티를 입고 있으면 냄새가 나는 게 아닐까 싶은 충동에 한 일이었다.

하지만 바지만 입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허전한 아래가 신경 쓰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혹시 누군가 알아차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장실도 못 가고 부하 직원들이 모두 퇴근할 때까지 멍한 정신으로 자리만 지켰다.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정신이 피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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