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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쉬웠다.
나는 매일 같이 동생을 만나러 갔다. 내 장난감을 다 줘도 아깝지 않아서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갔다.
분수가 있는 정원에서 몇 시간이고 놀았는데 엄마는 내가 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줬다.
우리가 노는 걸 그냥 말없이 지켜보다가 비가 오는 날에는 별채에 들어오라고 말을 해주는, 상냥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같이 자랐다. 먹는 게 비슷해서 그런지 성장 속도도 비슷했다.
키를 비롯한 모든 게 수혁이는 나와 닮아서, 그게 또 역시 내 동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했다.
여덟 살,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수혁이는 계속 집에 있었다.
집안의 수치라고 여겨지는 오메가를 집밖에 나돌아 다니게 할 수 없다는 게 집안 어른들의 생각이었다.
아무리 엄마한테 배운다지만 그걸로 충분할 리 없었다. 그게 너무 신경이 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학교에 갔다가 과외가 끝나면 매일 수혁이한테 갔다.
중학교 들어갈 무렵에는 혼자 할 수 있다는 핑계로 과외도 그만뒀다.
그즈음에는 별채에 드나든다는 걸 눈치챈 고용인들이 많아서, 내가 별채에 드나든다는 걸 아빠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나는 그게 암묵적인 인정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안 건, 그 뒤로도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어쨌든 나는 집안에서 그렇게나 귀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알파였으니까 기대를 무너트리지 않기 위해 많이 공부했고 많이 배웠다. 그리고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을 수혁이한테 알려줬다.
책을 읽고, 같이 공부했다. 동생은 똑똑했다. 오메가는 우매하다고 배웠던 것을 산산조각 낼 정도로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 아니, 스물 이상을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수혁이가 내 숙제를 다 해줬다.
열다섯, 영원히 그 분수대 정원 너머 별채에 있을 것 같던 수혁이 삶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형, 나 학교에 가.’
‘…어?’
‘엄마가 언제까지 집에 있을 수 없다고, 가라고 했어.’
오메가가 나가는 걸 할아버지들이 허락했을 리가 없을 텐데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면, 우리는 모르는 어른들만의 거래가 있던 거 아닐까.
사실 그런 것보다는 당장 수혁이가 학교에 가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어울린다는 걸 쉽게 상상할 수가 없었다.
‘너 페로몬 괜찮아? 냄새 나는 거 같은데.’
‘약 먹으면 괜찮을 거라고 했어.’
‘어, 응, 좋겠네….’
목에서 쥐어짜 낸 말은 그게 전부였다.
알 수 없는 질투심과 소유욕이 치밀어 올라서 간신히 말했다.
나만의 새장에 갇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짜증났지만, 나는 수혁이보다 형이니까 꾹 참았다.
수혁이가 아무리 밖에 돌아다녀도 내가 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니까, 그걸로 괜찮다고 마음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