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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서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었다.
나보다 색소가 연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눈썹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어렸을 때부터 형이 자는지 안 자는지 확인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이렇게 눈썹을 문질러도 반응이 없으면 형은 깊게 잠든 것이다. 그러면 천천히 감상해도 된다.
감긴 눈 끝에 달린 숱이 많은 속눈썹, 둥근 코끝, 인중 아래 자리 잡은 붉은 입술.
형은 다른 건 색소가 다 연했는데 유독 입술만은 붉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형의 입술이 붉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이 입술에 닿고 싶었다. 손으로 만지거나 뺨에 받는 뽀뽀가 아니라 입술을 마주 대고 싶었다.
설마 오늘 이런 일이 이렇게 벌어질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형은 늘 나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이런 퍼펙트한 졸업 선물이라니.
방문을 열기 전부터 집에 감도는 달달한 냄새에 발끝이 저릿했다.
직감적으로 형의 냄새라는 걸 알았다.
냄새를 맡은 순간 형이 졸업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걱정과 화가 쑥 내려갔다.
형은 올해로 스물일곱, 오메가로 발현했다면 상당히 늦은 발현이었다.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어쩔 줄 몰라 하다 졸업식을 놓친 것이 분명하다. 그 와중에 알파 페로몬을 그대로 맡았으니 오메가가 당연히 발정할 수밖에.
형이 베타여서 내 페로몬을 맡을 수 없던 게 늘 아쉬웠다. 내가 발정 시키고 싶은 사람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맡지도 못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온 집안에 페로몬을 묻혀 놨었는데, 그게 이런 효과를 발휘할 줄은 몰랐다.
들어오지 말라는 말을 무시하고 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혼자 앓은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침대 근처에 떨어진 정장과 넥타이, 이불 밖으로 비죽 튀어나온 양말 신은 발, 엉덩이에 걸친 속옷 틈으로 흘러나온 좆.
형은 이불로 가리려고 했지만 제대로 가려지지 않아서 다 보였다. 형의 좆은 분홍색이었다. 자위 말고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을 테니 당연했다.
형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바라봤고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드디어 신이 내게 기회를 준 것이다.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지만 나는 형에게서 늘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랐다.
형이 오메가라면, 형이 내 오메가라면.
형제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우리 관계를 묶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형은 나의 처음을 모조리 지켜봤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형이 모르는 것도 있다.
내 첫 몽정은 형이었다.
내 첫 자위 대상도 형이었다. 잠든 형의 얼굴을 보면서 무식하게 좆을 흔들었다.
죄책감? 그런 건 없었다. 그냥 당연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형과 섹스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