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100화 슬레이브 배틀
한 달이나 걸린다고 했던 훈련 기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
으으으.....
나는 훈련 종료 선언이 뜰 때까지 삼각목마에 올라가 있다가 정식 훈련 기간이 끝나면서 블룸이 풀어줬다.
내가 듀크와 로라를 상대할 때를 빼고는 항상 거기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목마가 설치된 이후로 2주의 대부분은 목마 위에서 지낸 셈이다.
나는 두툼하게 부어 오른 보지를 조심스럽게 마사지하며 몸을 풀었다. 아직도 몸 안에 찌릿찌릿한 전기가 흐르는 기분이었다.
나는 블룸이 기대했던 대로 지구력을 엄청나게 올렸고, 민첩은 로라의 총알을 피하면서 적당히 올릴 수 있었다.
듀크는 내가 코치를 해준 덕분에 블룸이 평소 훈련을 시켜줄 때보다 훨씬 높은 능력치를 얻을 수 있었다.
로라 또한 섬광탄을 썼던 첫 번째 배틀을 제외하고는 잘 제대로 맞추지도 못했기 때문에, 약이 잔뜩 올라서 죽기 살기로 훈련을 했고, 평소보다 높은 능력치를 가진 채로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듀크와는 꽤 친해졌지만, 로라와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다.
“다 니 덕분이야.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많이 올라갈 수 있겠어. 고마워.”
블룸이 나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자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잔뜩 예민해진 사타구니를 그의 손에 얹으며 그에게 기댔다.
“노예로서 할 일을 한 건 뿐인데요 뭘.....흐응....”
그가 칭찬의 의미로 내 보지를 비벼줬고, 나는 허리를 움찔거리며 좋아했다.
시합은 총 네 번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각각의 시합 후에는 이틀 정도 조정기간이 주어졌다.
이 조정 기간에는 기존 훈련 기간보다 몇 배는 높은 효율로 더 훈련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이틀씩 세 번 훈련 기간이 더 남은 것이다.
블룸이 이미 대진표를 받아 왔었고, 내일 바로 시합이 시작됐다.
그가 선수들을 모두 훈련장에 모아놓고 대략적인 작전을 짰다.
“저는 안 나가요?”
내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블룸이 나는 아예 빼버리고 듀크와 로라만으로 작전을 짰기 때문이다.
그럼 그 동안 난 왜 이런 개고생을 한 거지.
“너는 비밀 병기야. 가급적이면 결승전까지 니 전력을 숨겨두고 싶기 때문에 이런 약팀을 상대로는 나설 필요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에게 준 역할에 대해 이미 들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바로 수긍했다.
“너 같은 건 필요 없어. 지금 나보다 강한 사람을 없을 테니까. 이번엔 확실히 우승할 수 있겠어.”
로라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듀크도 그녀의 말에 동감하듯 자신의 능력치를 뿌듯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블룸이 나에게 스킬을 줬다. 슬레이브 배틀에서만 쓸 수 있는 스킬이었다.
<방어력 증가(패시브)>
<대쉬>
<달라붙기>
공격스킬은 하나도 없는 방어 일변도의 스킬이었다. 하지만 내 역할에 딱 맞는 스킬들이었고, 어떻게 사용할지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슬레이브 배틀을 시작되었습니다!”
정규 배틀장으로 가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관객으로 와 있었다. 우리 팀을 비롯한 16개의 팀들이 경기장에 정렬했고, 그 중에는 팬을 가지고 있는 팀도 있어서 평범한 스포츠 경기장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사회자가 한 팀 한 팀 소개할 때마다 각 팀의 관계자나 팬들이 환호를 했고, 어쩐지 정말 제대로 된 스포츠 경기에 참가한 기분이 돼서 떨리기 시작했다.
“꺄아아!”
“바이슨님! 여기 좀 봐주세요!”
그리고 바이슨이라는 마스터의 팀을 소개할 때가 되자 여자들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환호했다.
“히야~ 역시 작년 우승팀답습니다. 엄청난 성원이군요. 과연 이번에도 우승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소개합니다. 붉은 깃발의 바이슨 팀!”
“꺄아아!”
사회자의 말과 함께 엄청난 환호소리에 보답하든 바이슨이라는 작자가 손을 들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 도시에 처음 들어왔을 때 본 퍼레이드 행렬의 주인공이었던 그 남자였다.
바이슨의 선수들도 유명한지 나머지 세 명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는 소리도 꽤 있었다.
이런 걸 보면 사실상 스포츠 투기장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시끄럽기도 해라....붉은 깃발은 또 뭐야 촌스럽게.
로라의 표정을 보니 나처럼 언짢아하고 있었다. 이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나보다.
그리고 블룸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에는 예의상의 박수소리만 들리고 말았다.
이 자식 여러 번 참가했다더니 인기는 전혀 없구만.
하지만 이번 대회가 끝난 뒤로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개막 행사가 끝난 뒤 우리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오늘부터 바로 시합이 시작됐고, 우리 순서는 세 번째였다.
나는 블룸의 옆에 앉아서 그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그는 잔뜩 긴장해서 덜덜덜 떨고 있었다.
대회 참가 경험은 몇 번 있었다고 들었는데, 본인이 싸우는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떠는 걸까.
계속 그가 진정을 못하고 덜덜 떨길래, 나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바지를 열었다.
그리고 완전히 기가 죽어 있는 자지를 손으로 잘 쓰다듬어서 세워줬다.
“라유....”
“주인님 너무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 나는 그의 자지를 입으로 빨아주며 격려해줬다. 조금씩 그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와아아!!”
내가 한참 그의 자지를 빨아주고 있을 때 밖에서 환호성이 들려왔고, 블룸이 흠칫 놀랐다. 그리고 다시 덜덜 떨기 시작했고, 기껏 세워놨던 자지가 죽어 버렸다.
나는 그냥 포기하고, 시합 상황을 중계해주는 스크린을 봤다.
그리고 나는 블룸이 왜 그렇게 긴장해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피범벅....
패배한 마스터가 빨갛게 피범벅이 돼서 바닥에 쓰러져 있고, 사람들이 그걸 보고 환호하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의 심장이 있던 자리가 동그랗게 도려내진 것처럼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저게 패배한 마스터의 말로야. 물론 어차피 리스폰하니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듀크가 옆에서 설명해줬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내가 멍하게 스크린을 보고 있는 사이, 블룸의 자지는 완전히 쪼그라들어 있었다.
“흐흐....괜찮아....이미 몇 번 당해봤으니까....죽는 건 괜찮은데, 심장이 도려내질 때 그 감각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흐으.....”
그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고, 긴장을 숨기지 못하고 다리를 달달 떨었다.
그 어느 때보다 작아 보이는 사내. 약해 빠진 사내는 쓸모없지만, 또 다시 저렇게 비참하게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도전하러 온 그 용기는 높이 사줄 만했다.
첫 번째 패배자의 시체가 소멸한 뒤 남은 핏자국을 물걸레로 대충 슥슥 닦아내고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됐다.
“정말 제가 안 나가도 되겠어요?”
내가 물었다.
“흐으....괜찮아....벌써 니가 나가야 할 정도면, 그 다음부터도 가망이 없다는 말이니까.”
덜컹!
“히익!”
대기실 문이 열리자 블룸이 화들짝 놀라며 이상한 비명 소리를 냈다.
대회 운영 요원들이 몇 명 들어왔다.
“마스터 블룸? 다음 시합 준비 하십시오.”
그들이 작은 손가방을 들고 블룸에게로 접근했다. 그리고 블룸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진행 요원들이 가방에서 꺼낸 손바닥만한 원판 같은 걸 블룸의 심장이 있는 곳에 붙이고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경기에서 패배하면 저 기계가 마스터의 심장을 도려내 버리는 것이다.
우욱.....
그 기계가 설치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얼굴이 찡그려지며 그의 몸을 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선수들은 패배하더라도 특별한 패널티가 없었다.
이미 한 달 동안 마스터의 명령을 들으며 훈련에 임하는 것 자체를 패널티의 일종이라고 보는 거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스터도 그러한 리스크를 안으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죄다 마스터만 되려고 할 테니, 이런 장치를 한 거겠지.
그리고 아까 심장이 있던 자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올 때 들려온 관객들의 환호 소리를 떠올렸다.
싸움과 피는 광기를 부른다. 역시 평범한 대회가 아니었다.
휴우....그럼 차라리 다행이겠네.
사실 내가 맡은 역할이 실제로 실행 가능 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중간에 심판이 제지하기라도 하면 블룸은 사실상 나를 빼고 나머지 두 명으로 대회를 진행해야 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 꼴을 보니 큰 문제없어 보였다.
“와아!!”
드디어 두 번째 시합도 결착이 났다.
아직은 조무래기들이 많이 섞여있다 보니 선수가 세 명이나 돼도 시합이 빠르게 끝났다. 개막식 이후에 바로 시합을 시작한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됐다.
“가자 마스터.”
듀크가 잔뜩 긴장해 있는 블룸의 어깨를 잡고 격려해줬다.
“후우...가야지....첫 시합은 낙승이 뚜렷한데 이렇게 겁먹을 필요 없지....”
그가 용기를 겨우 긁어모은 뒤에 아직 바들바들 떨면서 일어났다.
경기장으로 통하는 복도를 걷자 어쩐지 오랜만에 투기장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됐다.
집으로 돌아간 뒤에는 오랜만에 투기장에나 다시 가볼까.
우리가 경기장에 입장하자마자 기분 좋은 환호 소리가 쏟아졌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함성과 환호 소리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물론 투사로서 듣는 함성을 말하는 것이다. 육변기로서 듣는 거 말고.
“휘익~! 맨 뒤에 있는 언니 내 스타일이다!”
나를 처음 보는 남자들로부터도 환호성이 들려 왔다.
<삐익, 선수 등록 완료>
중앙에 배틀장이 있고, 그 뒤편에 마스터 자리에 블룸이 섰다. 그리고 그 뒤 선수 대기열에 나와 로라가 섰다.
첫 번째는 듀크였고, 그는 배틀장으로 들어가자마자 관객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퍼포먼스를 했다.
이미 그를 알고 있던 몇 명의 팬이 그를 보며 낄낄대며 조롱하고 응원했다.
“야, 내가 다 끝내도 너무 아쉬워하지 마.”
듀크가 로라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히히덕댔다.
“멍청아 앞이나 봐.”
그러는 사이 이미 시합이 시작됐고, 자신한테서 완전히 고개를 돌려버린 듀크에게 화난 상대가 검을 들고 인정사정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뻑!
그러나 도리어 듀크의 건틀렛이 상대의 면상에 정타로 꽂혔다.
으으 저건 아프겠는데.
“하하하! 뭐야! 왜 이렇게 싱거워!”
상대가 얼굴을 맞고 주춤한 사이 듀크가 그를 계속 공격해서 곤죽으로 만들어 놨다.
“하하! 다음 놈!”
기어이 한 대도 맞지 않고 듀크가 상대 체력을 0으로 만들어 놔 버렸다.
“주인님! 동작이 너무 커요!”
나는 손을 입에 모으고 잘 들리도록 그에게 소리쳤다.
첫 번째 상대는 허를 찔린 탓에 쉽게 무너진 감이 있다. 그리고 아마 탐색용 선수였을 테니 두 번째나 세 번째 선수는 훨씬 강할 것이다.
“걱정 마! 이까짓 놈들 쯤이야!”
그리고 두 번째 선수가 배틀장 중앙 공중에 생성됐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선수가 바뀌어서 새 선수가 진입하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이미 가뿐하게 첫 번째 선수를 제압해서 기운이 넘치는 듀크가 새로 들어온 상대 선수가 땅에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낚아채서 올라타버렸다.
“뭐야! 어서 반항해 보라구!”
그리고 듀크는 상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연거푸 내리 꽂았고, 상대 두 번째 선수도 아무것도 못 해본 채 피곤죽이 돼서 퇴장했다.
상대 마스터는 이미 포기한 듯,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의 심장에 설치된 기계가 있는 부분을 손으로 긁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틀장에 진입하는 선수도 마스터와 똑같이 절망스러운 표정이었다.
“자아! 그럼 배운 걸 써볼까.”
의외로 듀크는 기분을 진정시키고 내가 코치해줬던 대로 싸움을 이끌어 가기 시작했다. 안정적으로 시합을 이기기 위해 두 명을 박살내두고, 새로운 전투 방식의 훈련 성과도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상대는 대검 전사였고, 듀크처럼 완력형 근접 공격수였다. 듀크의 성장을 확인하기 딱 좋은 상대였다.
쿵! 쿵!
듀크는 마치 패리를 하는 것처럼 상대의 대검을 주먹으로 이리 처내며 피했다. 굳이 쳐낼 필요 없이 피하면 될 텐데, 자신의 새로운 전투 방식과, 그를 상대로 당황스러워하는 상대의 반응을 즐기는 것 같았다.
빡!
그리고 마침내 듀크의 큰 공격이 들어갔다. 상대가 주춤거리며 휘청거리는데도, 듀크는 몰아붙이지 않았다.
자잘한 공격을 깔아두고, 기회를 잡아서 큰 공격을 꽂아 넣는 정석적인 움직임을 실전에서 충분히 테스트한 뒤, 샌드백이자 장난감으로 전락해 버린 상대를 끝내줬다.
그리고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 마스터의 심장이 뽑혀 나가는 게 보였고, 나는 비위가 상해 고개를 돌려 버렸다.
단순히 사람을 베어버리는 것과, 심장만 뽑혀서 날아가는 건 역겨움의 차원이 달랐다.
결국 듀크는 세 명을 모두 상대하면서 한 대도 맞지 않았고, 사람들의 엄청난 함성 속에서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