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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관-164화 (164/202)

귀환무관 164화

‘저놈은……?’

쫓아가 죽이려다 실패한 놈이 오행의 속성으로 이루어진 인간들 사이에 있었다.

‘불 속성 주술사랑 같이 있는 걸 보면 나머지는 다른 속성의 주술사인가 보네.’

백서휘는 하나하나 찾아가 죽일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옆에 있는 친구들을 데려오려고 그렇게 꽁지 빠지게 도망갔던 거냐?”

“꼬, 꽁지 빠지게 도망갔다니! 그 무슨 망발이냐!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불 속성 주술사가 격렬하게 반발했다.

백서휘는 그 모습이 우스워서 피식 웃고 말았다.

“도망간 게 아니면 뭔데?”

“……자, 작전상 후퇴를 했을 뿐이다.”

“그게 도망간 거 아닌가?”

“다르다! 달라! 그리고 네놈도 다른 놈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

불 속성 주술사는 노발대발하며 백서휘에게 삿대질했다.

“그래도 난 누구랑 다르게 도망가지는 않았거든.”

“이이이익! 죽어라!”

불 속성 주술사의 손에서 떨어져 나온 파란색 불덩이가 백서휘를 향해 날아갔다.

“나한테 술법이 안 통한다는 사실을 벌써 잊은 거야?”

백서휘는 부분 용인화를 빠르게 발동해 왼쪽 눈을 용안으로 바꾸었다.

그다음 검강이 깃든 검으로 경천신뢰 표식을 펼쳤다.

주술의 구성요소가 단번에 잘려 나가자 불덩이가 소멸해 버렸다.

불 속성 주술사를 제외한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형의 말이 사실이었군.”

“그러게.”

주술사들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할 자세를 취했다.

그들의 기세가 바뀌자 백서휘 일행 역시 검을 고쳐 잡았다.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데 갑자기 땅에서 흙으로 이루어진 손이 올라왔다.

기감이 뛰어난 백서휘는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종리혁과 모용중광은 그러지 못했다.

둘은 생전 처음 당하는 공격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불덩이와 커다란 물방울이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뒤에 있던 백서휘가 앞으로 튀어나와서는 빠르게 검을 두 번 휘둘렀다.

그러자 두 개의 술법이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했다.

‘저놈들 원하는 대로 끌려가면 안 돼.’

백서휘가 구천현현보를 밟아 주술사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주술사들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왜 가만히 있지?’

의문은 금방 풀렸다.

갑자기 금 속성 주술사가 튀어나와서는 백서휘를 향해 검 모양의 팔을 뻗었다.

쐐애애액!

백서휘가 본능적으로 경천신뢰의 초식을 펼쳤다.

그가 휘두른 검과 금 속성 주술사의 팔이 맞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카아아앙!

백서휘는 뒤로 살짝 물러나며 용안으로 상대의 몸을 확인했다.

‘구조가 이제껏 경험했던 술법들이랑은 완전히 달라. 다른 놈도 이런가?’

눈동자를 굴려 슬쩍 다른 주술사를 봤다.

금 속성 주술사와 오행의 속성만 다르고 나머지 구조는 비슷했다.

‘단번에 소멸시키는 건 힘들 것 같은데.’

여태 봤던 술법은 비물질적인 요소로만 이루어져 있어 쉽게 소멸시킬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온몸이 오행의 속성으로 변하는 술법은 ‘몸’이란 물질적 요소와 비물질적인 요소가 결합한 구조라 소멸시키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겠지.’

백서휘는 검병을 강하게 움켜쥐고 금 속성 주술사를 노려봤다.

금 속성 주술사는 살짝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놈 가만두지 않겠다!”

어느새 술법을 푼 종리혁과 모용중광이 불 속성 주술사를 향해 달려갔다.

금 속성 주술사가 백서휘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불 속성 주술사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겐 안 되지.’

백서휘는 금 속성 주술사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자신 같은 고수를 뒤에 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 들었다.

금 속성 주술사가 인상을 쓰며 뒤를 돌아보더니 팔을 쭉 내뻗었다.

말도 안 되게 길어진 팔이 백서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무인들에게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방식의 공격.

백서휘는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구천현현보를 밟아 옆으로 피했다.

금 속성 주술사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옆으로 허리를 돌렸다.

길어졌던 팔이 허리와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며 백서휘를 노렸다.

백서휘는 제자리에서 도약해 공격을 피한 후 금 속성 주술사를 향해 검을 쏘아 보냈다.

금 속성 주술사는 뻗었던 팔을 급히 회수해 사선으로 교차시켰다.

콰아아앙!

“으으윽!”

검에 담긴 힘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금 속성 주술사가 뒷걸음질 쳤다.

‘돌아와!’

백서휘는 검에 의념을 보내며 금 속성 주술사를 향해 달려갔다.

검이 빠른 속도로 날아와 그의 손에 안착했다.

‘정신 못 차리게 해주지.’

백서휘는 거리가 좁혀지기 무섭게 회천만일의 초식을 펼쳤다.

금 속성 주술사가 뒤늦게 몸을 날려 피하려고 했지만, 검날이 닿는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콰아아아앙!

강검의 묘리가 담긴 초식답게 위력이 엄청났다.

금 속성 주술사의 몸에 거미줄 같은 실금이 생겨났다.

“어, 어떻게…….”

백서휘는 완전히 끝낼 생각으로 검에 강환을 만들어 금 속성 주술사를 향해 날렸다.

쿠우웅!

갑자기 땅이 꺼지더니 금 속성 주술사가 그 속으로 사라졌다.

황당하단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다 토 속성 주술사 옆에 금 속성 주술사가 서 있는 걸 보게 됐다.

‘저건 또 뭔……!’

목 속성 주술사가 금 속성 주술사의 몸에 손을 얹자 실금이 생겼던 부위가 회복되었다.

‘가지가지 하는군.’

다시 공격하려고 하는데 바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짙은 안개가 갑자기 생겨났다.

백서휘는 당황하지 않고 기감을 극한까지 발휘했다.

‘지형이 바뀌고 있잖아?’

어떤 곳은 땅이 언덕처럼 크게 솟아오르고, 어떤 곳은 땅이 꺼지며 조금 전까지 없던 절벽이 만들어졌다.

구구구궁! 쿵!

주술사들과 자신과의 거리가 다시 멀어졌다.

모용중광과 종리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야 이기어검이 있어서 공격할 수 있지만, 저 인간들은…….’

모용중광과 종리혁은 이제 살아남는 데 주력해야만 했다.

‘둘의 지원은 이제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겠군. 제기랄, 이래서 주술사들이 짜증 난다니까.’

자기 멋대로 판을 짰다가, 불리하다 싶으면 판을 바꾸었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환장할 만한 일이었다.

‘진정하자.’

어떤 수법을 쓸지 모르기 때문에 주술사들을 상대할 때는 차가운 이성을 유지해야만 했다.

“후~”

심호흡하며 평정을 되찾은 백서휘는 주술사들을 향해 검을 날렸다.

견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기 위해서였다.

쐐애애애액!

콰아앙!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의념이 담긴 검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있었다.

‘금 속성 주술사가 몸을 방패처럼 만들어 다른 주술사들을 보호했나 보네.’

자신이 재차 공격하려고 하니 주술사들이 밟고 있는 땅이 꺼졌다.

잠시 후,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 나타나서 불덩이와 커다란 물방울을 모용중광과 종리혁에게 날렸다.

몸을 날려 피하려는 모용중광과 종리혁의 발목을 억센 풀이 붙잡았다.

“제, 제기랄! 이건 또 뭐야!”

“주술인 것 같소.”

백서휘는 어검술로 검을 움직여 모용중광과 종리혁을 공격하는 술법의 구성요소를 베어버렸다.

‘내가 공격하려고 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지.’

아니나 다를까.

검을 날리는 시늉을 하자마자 땅이 푹 꺼지면서 주술사들이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이후로도 십수 번 정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모용중광과 종리혁의 몸에 상처가 늘어났고 자신은 점점 지쳐 갔다.

‘이래서는 안 돼.’

주술사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자신은 괜찮아도 모용중광과 종리혁 둘 중 하나는 죽을지도 몰랐다.

‘정파와 사파 사이의 균형 문제를 떠나서 당장 아군이 줄어드는 건 좋지 않아.’

확실하게 끝장낼 생각에 강환을 쓰는 걸 계속 미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그게 문제였던 것 같았다.

처음부터 초강수를 뒀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어.’

백서휘는 손에 쥔 검에 진기를 한껏 불어넣었다.

그러자 포도송이처럼 동글동글한 강환 수십 개가 검신을 에워쌌다.

『강환을 쓸 거니까 충격에 대비해.』

두 사람에게 전음으로 통보한 백서휘는 제자리에서 도약한 후 땅을 향해 수십 개의 강환을 쏘아 보냈다.

강환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 땅을 때렸다.

콰아아아앙──!

눈을 멀게 할 만큼 강한 섬광이 주위로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버섯 모양의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후우웅!

충격파와 먼지가 백서휘와 모용중광, 종리혁을 덮쳤다.

세 사람은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안 죽었군.’

먼지가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어떤 상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감에는 주술사들이 살아 있는 게 잡혔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사방을 뒤덮었던 먼지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이윽고 커다랗게 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 속성 주술사는 화염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았고, 물 속성 주술사는 피를 토하고 있었다.

이 둘이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거였다.

목 속성 주술사는 자기 상태도 좋지 않으면서 빈사 상태인 나머지 둘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타격이 꽤 있어서 다행이군.’

백서휘가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동안, 주술사들이 빠르게 대화를 나누었다.

“다들 남은 선천진기가 얼마나 되는지 말해봐.”

화 속성 주술사가 사제들의 면면을 살피며 말했다.

“얼마 안 됩니다.”

“저도 별로 없습니다.”

“저도…….”

“저는 조금 있으면 끝이에요.”

네 명의 주술사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마지막 수를 쓰는 수밖에 없겠구나.”

“마지막 수라면 설마 오행둔갑술의 오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걸 말하는 거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저놈은 데려가야지.”

목 속성 주술사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왜? 저놈과 같이 죽는다는 게 맘에 들지 않아?”

“오의를 쓰게 되면 인간으로 죽을 수 없잖아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똑같아.”

“……그러네요. 죽는 것 같군요.”

“혹시 반대하는 사람 있어? 있다면 여기서 멈출게.”

다들 결의에 가득한 표정으로 없다고 대답했다.

“오의를 펼치자.”

“예!”

주술사들이 오행의 속성으로 변한 이후 처음으로 진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단 걸 느낀 백서휘는 강환을 만드는 걸 취소하고 바로 검을 쏘아 보냈다.

그 순간, 반투명한 막이 다섯 주술사 주위에 생기더니 그의 공격을 막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검을 회수하며 다섯 주술사의 변화를 예의주시했다.

갑자기 그들에게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윽!”

빛이 사그라지고 조심스럽게 눈을 뜨니, 온몸이 기(氣)로 이루어진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저건 원영신(元嬰神)?!’

원영신은 육신을 초월해 기로 몸을 이루는 경지였다.

‘그런 경지를 나보다 하수가 올라갈 수 있을 리 없잖아!’

믿기지 않았던 백서휘는 용안으로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자세히 살펴봤다.

‘역시 정상적인 방법으로 원영신을 이룬 게 아니었어.’

정체불명의 무언가에게서 기가 밖으로 자꾸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건 기를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는 거라고 봐야 했다.

‘기로 몸을 이뤘길래 당연히 원영신인 줄 알았는데.’

완전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안도하던 백서휘의 머릿속을 문득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잠깐만. 그러면 저들의 몸은 완전히 비물질적 요소로 변한 거잖아.’

백서휘의 한쪽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놈들이 악수를 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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