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무관-128화 (128/202)

귀환무관 128화

검첨이 손운산의 가슴에 닿는 순간, 강력한 반탄력이 검신을 타고 백서휘에게 흘러 들어갔다.

백서휘는 뼈가 울리고 내장이 진탕되는 충격을 느끼며 뒤로 몸을 날렸다.

기회라고 생각한 손운산은 그를 쫓아가며 주먹과 발차기를 연속해서 날렸다.

백서휘는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면서도 신들린 솜씨로 공격을 막아냈다.

‘독령! 내상을 치료해!’

독령은 단전에 있는 내공을 이용해 내상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백서휘는 방어에 집중하며 몸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오길 기다렸다.

‘이 자식 지치지도 않나.’

상황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분노에 자극을 받은 용의 피가 왼쪽 눈을 향해 치달았다.

외쪽 눈에서 느껴지는 작열통을 이 악물고 참았다.

격통이 얼른 지나가길 원했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백서휘의 왼쪽 눈동자가 홍옥빛이 되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초근접전을 치르고 있기에 손운산은 백서휘의 변화를 금방 알아차렸다.

불안감을 느낀 그는 백서휘의 눈동자가 홍옥빛으로 완전히 변하자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개자식, 넌 죽었어!’

왼쪽 눈에 열기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내상도 완전히 치유되었다.

몸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왔으니 이제 반격의 서막을 올려야 할 때였다.

백서휘는 지금까지 받은 것을 모두 돌려줄 생각으로 돌진했다.

동술(動術)이 두려웠던 손운산은 뒤로 몸을 날렸다.

‘죽일 듯이 덤빌 때는 언제고 갑자기 왜 거리를 벌리는 거지?’

어쩌려고 손운산이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리를 벌리면 유리한 건 이쪽이었다.

백서휘는 손운산이 가리라 예상되는 경로에 힘껏 검을 던졌다.

의념의 끈으로 강하게 이어진 검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쐐애애애액!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손운산은 뒤를 돌아봤다.

진작에 추락했어야 할 검이 허공에 뜬 상태로 그를 추격했다.

예상치 못했던 어검술의 등장에 그는 뇌가 활동을 멈추는 것을 느꼈다.

‘가라!’

때를 놓치지 않고 백서휘는 손운산을 일검관천의 초식을 펼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흡!”

깜짝 놀란 손운산은 정신을 차리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양팔을 교차하는 것과 단전에 있던 반짝이는 것들이 양팔로 이동하는 게 동시에 이루어졌다.

쾅!

백서휘의 검은 손운산의 양팔을 꿰뚫지 못하고 반탄력에 의해 뒤로 날아갔다.

충격이 제법 커 의념의 끈이 흔들리고 머리가 살짝 아파져 왔지만, 반탄력에 의해 내상을 입는 일은 없었다.

‘몸 안에 반짝이는 거 설마 기운인가?’

한번 더 시도해보면 확실해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백서휘가 의념을 발휘해 검을 손운산 쪽으로 다시 이동시켰다.

손운산은 방어에 유리한 자세를 취하며 그와 검 모두를 경계했다.

‘이번엔 어디를 노릴까.’

백서휘는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결정을 내렸다.

그의 검이 좀 전에 한번 실패한 가슴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날아갔다.

공격 목표를 알아차린 손운산은 반짝이는 것을 가슴으로 보냈다.

쾅!

폭음과 함께 반탄력이 백서휘의 검으로 전해져왔다.

‘실험은 성공적이네.’

반짝이는 것의 정체는 역시 기운이었다.

어렴풋하게 알던 것의 정체를 확실하게 알게 되니 이용할 방법이 떠올랐다.

백서휘는 공격과 방어를 어떤 식으로 할지 예측하거나 진기 운용법을 관찰해 무공을 훔치는 것 등이 가능할 거라 봤다.

물론 이런 방법들은 자의로 눈을 지금처럼 변하게 하는 법을 찾은 뒤에나 시도해볼 수 있으리라.

‘기운을 피해서 이기어검으로 공격하면 쉽게 이기겠는데?’

백서휘는 기운을 움직이게 유도한 다음 기운이 없는 곳을 재빨리 공격했다.

반탄력이 없는 곳들만 노리니 손운산의 몸에 상처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여긴 그는 온몸에 반탄력이 생기게 만든 후 백서휘를 향해 달려갔다.

‘기운 소모가 심해서 예상 공격 부위에만 반탄력을 만든 거 아니었나?’

이상하단 생각에 백서휘는 손운산의 단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단전을 꽉 채웠던 내공들이 빠르게 줄어갔다.

‘속전속결로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려주지.’

백서휘는 손운산에게 얄미울 정도로 거리를 주지 않았다.

단전의 기운이 절반이 안 되게 남자 손운산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반탄력을 없앴다.

“비겁한 놈! 정정당당하게 승부해라!”

“먼저 거리를 벌린 건 너야.”

“겁쟁이는 내 손자가 아니라 너였어!”

손태호를 죽였을 때 적어놓은 글이 있어 도발을 그냥 넘기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백서휘는 한숨을 쉬고는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온 검이 그의 손에 안착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반탄력의 비밀과 약점을 알고 있으니 손운산을 가지고 노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백서휘는 어검비행술로 땅에 붙듯이 날아가 검을 휘두르는 척하다가 멈추었다.

허초에 속은 손운산이 하반신에 두른 호신강기에 반탄력을 부여했다.

‘됐다!’

백서휘는 강기를 감은 왼손으로 난화만천수를 펼쳐 손운산의 명치를 때렸다.

쾅!

귀청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손운산이 마차가 세워진 곳으로 날아갔다.

콰콰콰쾅!

마차들이 부서지며 파편들이 방향을 가리지 않고 날아갔다.

겁먹은 말들이 이리저리로 도망가는 데도 사람들은 잡을 생각을 못 했다.

백서휘는 손운산에게 타격을 더 입힐 생각으로 달려갔다.

부서진 마차 잔해 속에서 손운산이 일어나 황급히 싸울 자세를 취했다.

서로 간의 거리가 3장(약 9m)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백서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뭐, 뭐야.”

“어, 어딜 간 거지?”

당황하는 무림맹 사람들과 다르게 손운산은 백서휘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좇을 수 있었다.

어느새 앞에 나타난 백서휘가 회천만일 초식을 펼쳤다.

손운산이 급히 숨을 들이켜며 양팔을 교차시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의 양팔에 기운이 머무는 게 백서휘의 눈에 들어왔다.

회천만일은 강검의 묘리가 들어간 초식이라 검에 실렸던 힘이 말도 안 되게 강력했다.

그래서 힘이 되돌아오면 아까보다 더 크게 내상을 입게 될지도 몰랐다.

‘지금 당장 검을 멈춰야 한다.’

백서휘는 내리치던 검술 동작에 강제로 제동을 걸었다.

“흐읍!”

검을 멈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손운산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고 말았다.

손운산은 경(勁)이 담긴 왼쪽 주먹을 백서휘의 우측 하복부를 향해 내질렀다.

‘독령!’

『이미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백서휘의 전신 혈도에서 나온 기시가 튀어나와서는 손운산의 상체와 왼쪽 주먹을 향해 날아갔다.

퍼버버버버벅!

기시가 적중되자 손운산의 주먹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주먹을 재빠르게 회수하며 보법을 밟아 뒤로 물러났다.

‘이미 약점도 아는 상황이고 신순도 있으니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가도 되겠어.’

백서휘는 맹렬한 기세로 손운산에게 따라붙었다.

계속 이렇게 밀리다가는 복수를 못 하게 될 거라고 손운산은 생각했다.

나이를 생각하면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봐야 했다.

굳은 결심을 한 손운산은 선천진기를 태우기 시작했다.

“흐아아앗!”

손원산이 기합 소리를 외치며 선천진기와 원심력, 경을 한꺼번에 주먹에 담아 공격했다.

백서휘는 침착하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면서 발지의천의 초식으로 손운산의 주먹을 올려 쳤다.

캉!

검은 튕겨 나갔고 손운산의 주먹은 약간의 힘만 잃고 계속해서 날아왔다.

‘미친! 중검의 묘리가 담긴 검으로 때렸는데 이런다고?’

용의 피 덕분에 중검과 강검은 일반적인 무인의 것보다 훨씬 더 위력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손운산은 그 검격을 맞았음에도 공격의 위력이 조금밖에 줄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독령은 신순을 바로 발동했다.

퍼버버버벅!

점점 위력이 줄긴 하지만 여전히 손운산의 주먹에 담긴 힘이 엄청났다.

더 많은 내공을 사용해 신순의 위력을 높인 끝에 공격을 멈출 수 있었다.

‘신순 계속 써서 손운산을 정신없게 만들어.’

독령이 신순을 멈추지 않고 계속 펼치는 동안, 백서휘는 발끝에서부터 경을 만들어 검에 담았다.

거기다 의념과 진기로 강기를 강화까지 했다.

이번 공격은 조금 전에 손운산의 일격만큼이나 강하겠단 예감이 들었다.

우우우웅!

백서휘는 검병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강검의 묘리가 담긴 회천만일의 초식을 펼쳤다.

“흐아아앗!”

기시와 싸우느라 반응이 늦은 손운산은 황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진기를 이동시키지 못해 방탄력 부여를 하지 못했다.

‘죽어라!’

백서휘는 검에 담긴 거대한 힘을 손운산에게 꽂아 넣었다.

콰아아아아앙─!

굉음이 일며 바닥에 아주 커다란 구멍이 만들어졌다.

구멍의 중심에는 손운산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계속해서 나와 땅을 적셨다.

‘이걸 맞았는데 살아있다고?’

천강무극검법의 오의만은 못해도 상당히 강한 파괴력을 지닌 공격이었다.

그런데 손운산은 내상을 입긴 했지만 백서휘의 회심의 공격을 버티는 데 성공했다.

‘저놈이 정신없을 때 그냥 끝내버려야겠어.’

백서휘는 검에 공력을 한껏 불어넣어 열 개의 검환을 만들었다.

손운산이 파르르 몸을 떨며 고개를 치켜올리고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백서휘를 바라봤다.

“잘 가라.”

백서휘는 검환들을 손운산을 향해 발사했다.

콰아아아아앙──!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자 주변에 있던 무림맹 측 사람들과 오룡단이 눈을 감았다.

이윽고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이내 충격파와 먼지가 그들을 덮쳤다.

시간이 흘러 모든 먼지가 땅에 가라앉자 사람들은 전장을 살폈다.

손운산의 시체는 소멸되어 보이지 않았고, 조금 전에 만들어냈던 구멍보다 더 큰 구멍이 땅에 만들어져 있었다.

오룡단은 이미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어 괜찮았지만, 무림맹 측 사람들은 기겁을 했다.

무림맹 측 사람들은 숫제 무신을 보듯 백서휘를 바라봤다.

가장 심한 건 우보에게 들었던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된 제갈진천이었다.

“지, 진짜였군요.”

“뭐가?”

“우보에게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으니까 말하지 마.”

대충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 것 같았던 백서휘는 민망해지기 싫어 제갈진천의 입을 다물게 했다.

“다들 이러고 있지 말고 짐이나 얼른 챙겨.”

마차가 부서지고 말도 다 사라져 모든 짐을 인력으로만 옮겨야 했다.

다행인 건 일행 모두가 무인이란 점이었다.

다들 내공을 쓸 수 있어 어렵지 않게 짐을 짊어졌다.

물론 백서휘는 맹주 대리이자 오룡단의 상관이라 짐을 옮기는 걸 면제받았다.

“가자!”

한참을 같이 걸어가던 무림맹 측 사람들과 백서휘 일행은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무림맹 측 사람들은 안의(安義) 쪽으로 걸어간다면, 백서휘 일행은 그와는 다른 방향인 구강(九江)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금만 더 가면 장사니까 힘들 내.”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걷는 일에만 집중한 덕에 장사까지 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이다!”

장사로 들어가는 문이 보이자 모두가 전력을 다해 신법을 펼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