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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관-123화 (123/202)

귀환무관 123화

다음 날.

백서휘 일행은 여독을 풀며 오랜만의 휴식을 만끽했다.

노닥거리고 있는 와중에 제갈선우가 백서휘에게 물었다.

“사도련으로는 언제 떠나게 되는지 아십니까?”

“구파일방, 중소 문파에서 사도련으로 갈 사람 뽑고, 맹주 대리를 뽑으면 그때서야 일정이 잡힐 거야.”

“휴전 기간이 얼마 안 남은 거 아니었습니까?”

“얼마 안 남았지.”

“그런데 이제 와서 사람을 뽑겠다는 건…….”

“금방 뽑고 남창으로 가게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설사 늦는다고 해도 무림맹이 늑장 부려서 늦은 것이니,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니까 다들 편히 있…… 음? 두 명이 이쪽으로 오고 있네. 아무나 좀 나가서 누군지 확인 좀 해봐.”

백서휘 일행이 머무는 숙소는 무림맹 내에서도 외따로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이쪽으로 오는 건 백이면 백 숙소로 오고 있는 거라고 봐야 했다.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제갈선우는 풀어놓았던 검대를 다시 착용하고는 조심스럽게 밖을 살펴봤다.

최근에 여러 번 만났던 터라 이쪽으로 오는 자의 정체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는 자의 정체는 마두를 잡았다고 화를 내던 청룡단원이었다.

“왜 한 명이지? 관주님은 분명 두 명이라고 했는데?”

제갈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 백서휘에게 보고를 했다.

“둘이 아니라 한 명이 오고 있고, 그 한 명은 그 마두를 잡았다고 화내던 그 청룡단원입니다.”

“둘 맞아. 한 명은 한참 멀리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어.”

그때였다.

청룡단원이 문을 때려 부술 듯이 두드렸다.

대충 뭐 때문에 찾아온 건지 짐작이 되는 행동이었다.

황보정석이 대도를 챙기며 나가려고 하자 백서휘가 막았다.

“내가 나가볼 테니까 너희는 안에서 얌전히 있어.”

“한 명이 지켜보고 있는 걸 보면 저놈들한테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알아.”

“아는데 왜 가시는 겁니까?”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이러는 건지 궁금하잖아.”

백서휘가 다른 이들과 다르게 검대를 차지 않고 문으로 걸어갔다.

쾅쾅쾅!

“간다! 가!”

말소리가 들리자 청룡단원은 그제야 문을 두드리는 걸 멈추었다.

백서휘가 문을 여니 밖에는 청룡단원이 분노한 얼굴로 서 있었다.

“무슨 일로 온 거지?”

“몇 번을 생각해도…….”

“잠깐 하려던 말 좀 멈춰봐. 나도 할 얘기가 있으니까.”

청룡단원이 입을 다물고 백서휘를 쳐다봤다.

“복수의 기회를 앗아갔다느니, 사과하라느니, 내 명예를 짓밟았다느니 이런 말을 할 생각이었으면 기회를 줄 테니 하려던 말을 다른 걸로 바꿔.”

“왜 그래야 하오?”

“안 바꾸면 네가 누구든, 사문이 어디든 간에 두들겨 맞을 테니까.”

백서휘가 청룡단원을 노려보며 말해보라는 듯 손짓했다.

청룡단원은 눈알을 굴리며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사과하…….”

퍽!

백서휘의 발차기를 맞은 청룡단원이 저 멀리 날아갔다.

청룡단원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지 캑캑거렸다.

“난 분명 기회를 줬어. 그것도 여러 번이나.”

백서휘는 말을 하면서 청룡단원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청룡단원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검을 뽑아 들었다.

마음이 격동하는 것인지 그의 검첨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백서휘는 잠시 걸음을 멈춰 서서는 같잖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네가 하는 짓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지?”

청룡단원 역시 칼날 위에 목숨을 걸고 사는 무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검을 뽑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리 없었다.

“죽어도 원망하지 마라. 네가 한 선택이니까.”

백서휘가 일순간 청룡단원과 옥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퍽퍽퍽!

청룡단원이 공중에 띄워지고 격타음이 들린 후에야 옥진은 백서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어, 어떻게……?”

옥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백서휘와 청룡단원을 바라봤다.

조금 전 백서휘의 움직임은커녕 잔상조차 눈으로 잡아내지 못했다.

“사, 사술인가?”

옥진은 구파일방의 정점이자 남존무당(南尊武当)이라 일컬어지는 무당파에서도 손꼽히는 기재였다.

그런 그와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알지도 못하는 백서휘 사이에 이렇게 무력의 격차가 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사술이다! 사술이 분명해! 사술 말고는 말이 안 돼!”

설령 개방이 알려준 정보가 사실일지라도 그것이 ‘사술’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라면 백서휘를 믿어서는 안 된다.

수단과 과정이 틀려도 결과가 옳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사파의 것이니까.

“뭐가 사술이란 건데?”

옥진이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뒤에는 백서휘가 히죽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해 봐. 뭐가 사술이란 거야?”

“그, 그게…….”

옥진은 눈동자를 굴려 슬쩍 청룡단원 쪽을 봤다.

청룡단원은 팔다리가 기괴하게 꺾인 채 땅바닥에 누워 신음하고 있었다.

옥진은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계속 생각해 봤지만 지금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렇다고 백서휘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

옥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입을 꾹 다물기로 했다.

무당칠협의 제자이자 십익의 회주를 설마 두들겨 패겠냐는 심산이었다.

“말 안 하겠다 이거야? 나 참, 선택을 잘못하는 사람이 무림맹엔 왜 이리 많은 건지 모르겠네. 맞아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가?”

백서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옥진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우웩!”

옥진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은 건지 온 천하에 알려주었다.

백서휘는 몸을 뒤로 뺀 덕에 토사물에 맞지 않을 수 있었다.

“더럽게 뭐 하는 짓이야.”

“다, 당신이 갑자기 공격을…….”

“멍청한 놈. 말할 여유가 있으면 때릴 생각을 해야지. 이래서 너희들이 사도련한테 밀리는 거야.”

백서휘는 오른쪽 발로 채찍처럼 옥진의 하체를 후려쳐 균형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옥진이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자빠졌다.

일어나기 위해 버둥거리는 그의 오른손을 발로 밟았다.

“으아악!”

“병신이 되기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그래도 옥진이 움직이려 하자 백서휘는 체중을 실어 더 세게 밟았다.

“끄아아아악!”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이 병신이 되면 좌수검을 배우는 수밖에 없는데, 네 나이 돼서 그러긴 쉽지 않잖아. 그렇지?”

백서휘의 말에 옥진이 저항하는 걸 그만두고 가만히 있었다.

“조용히 대화를 나눌 상황이 드디어 만들어졌네.”

“도,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요?”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야? 일부러 이러는 거야? 설마 날 바보로 보고 이러는 건 아니지?”

“저, 정말 몰라서 그렇소.”

“날 바보로 아는 게 맞네.”

백서휘는 오른손에 올려뒀던 발을 치운 후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옥진의 머리채를 잡고 땅에 연신 처박았다.

“조금 전처럼 행동하면 손이 됐든, 눈이 됐든 더는 못 쓰게 될 줄 알아.”

“아, 알겠소.”

“자, 사술에 대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우리 중요한 것부터 얘기해 보자. 저놈 이용해서 나한테 하려던 짓이 뭔지 말해.”

“뭐, 뭔가를 하려고 한 적 없소. 저자가 다칠까 염려되어 따라 온 것뿐이오.”

“이런 상황에서까지 거짓말을 한다? 독한 새끼네.”

“저, 정말이오. 그리고 설사 내가 음모를 꾸몄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일이 없었으니 된 거 아니오.”

“아무런 일이 없으니 됐다? 너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안 그래. 나는 수작질 부리던 것들을 다 작살을 내야 마음 편히 잘 수 있거든.”

백서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살기가 은근하게 옥진의 목을 조였다.

“……자, 작살을 낸다는 건 날 죽이겠단 뜻으로 한 말이오?”

“그건 네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지. 모든 걸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살긴 하겠고, 계속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가진 것들을 하나씩 잃게 되겠지.”

“가, 가진 것이라면 뭘 말하는 것인지…….”

“눈이나 귀처럼 두 개 이상 있는 것 중에 하나쯤 없어도 삶에 딱히 지장이 없는 것들로 시작해서…….”

“무, 무슨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고작 말을 안 한 것뿐인데 그 이유로 날 병신으로 만들겠단 거요? 무당칠협(武當七俠) 중 하나의 제자이자 십익의 회주인 나를?”

“그런 거 다 따졌으면 내가 하백상 목을 안 날렸지.”

사술이라고 치부했던 것들이 어쩌면 백서휘 본신의 무력으로 이룬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옥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저, 전부 말하겠습니다. 전부 말할 테니 머리에 손도 치워 주시고, 몸 성히 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자 옥진은 말투부터 바꾸었다.

완전히 이쪽으로 승기가 넘어왔다고 생각한 백서휘는 굳히기에 들어갔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지금 너는 나한테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 그러면 이것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뭔데?”

“저, 전음으로 얘기하게 해주시면 모든 걸 시인하겠습니다.”

“음…… 좋아, 그건 허용해 주지.”

옥진은 청룡단원이 죽거나 기절할 정도로 얻어맞으면 튀어나와서 그를 데려간 후에 여론을 선동해 자신의 입지를 좁히려고 했다고 전음으로 시인했다.

“그게 구파일방의 입장이란 거지?”

“그, 그건 아닙니다.”

옥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 뭔데?”

“치, 치기 어린 생각으로 저 혼자 음모를 꾸민 것이지 다른 문파나 무당파의 공식적인 행동 방향은 아닙니다.”

“너 혼자 이런 음모를 꾸몄다?”

“예.”

“어쩐다? 보통은 이러면 확 죽여 버리는데 쓰읍! 진짜 그냥 확 죽여?”

백서휘가 살기등등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걸 들은 옥진은 바지에 오줌을 찔끔 지렸다.

“상황이 상황이니 죽여도 무당이든 어디든 항의할 것 같지는 않은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그냥 확 죽이고 끝낼까? 아니면 너희 사문까지 끌어들여서 아작을 낼까?”

“제, 제 선에서 끝내주십시오.”

졸렬해서 그렇지 옥진 역시 무인이었다.

백서휘는 속으로 살짝 감탄하며 이놈을 어찌 처리할까 고민했다.

‘넘어간 놈보다는 사주한 놈이 더 나쁜 놈이니 옥진에게 처벌을 더 강하게 하는 게 맞겠지.’

밲서휘는 사도련으로 갈 때 옥진을 데려가서 하인으로 부려먹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놈 데리고 같이 돌아가도 좋아.”

“저, 정말입니까.”

“대신, 너는 이제부터 모든 힘을 동원해서 사도련으로 가는 일행에 합류해야 돼. 알았어?”

“아, 알겠습니다.”

옥진이 청룡단원을 부축해서 다른 곳으로 가려 했다.

“아! 잠깐, 멈춰봐!”

옥진이 벌벌 떨며 몸을 돌렸다.

“아까 물어보려다 만 건데, 뭘 보고 사술이라고 한 거야?”

“그, 그게…….”

“말 안 하면 내가 궁금해서 널 때릴지도 몰라.”

“저, 저는 당신이 사술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그러면 말이 안 된다고 여겨서…….”

“크큭, 그래?”

중원 무림이든 암중단체든 불가해(不可解)한 영역의 힘을 보면 하나같이 ‘사술’이라며 욕한다.

그러한 이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이제는 사술이란 얘길 들으면 ‘당신의 무공은 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라고 들렸다.

백서휘가 배를 잡고 껄껄 웃으며 옥진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했다.

* * *

무림맹에 온 지 나흘이란 시간이 흘렀을 때, 제갈진천이 백서휘 일행이 머무는 숙소를 찾았다.

불편함을 느끼기 싫던 제갈선우는 방에서 나오지를 않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제갈진천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도련으로 가는 인선이 정해졌단 소식을 가져온 게 아니면 그대로 저 문으로 나가면 돼.”

“그럼 안 나가도 되겠군요.”

“뭐야, 진짜 정해진 거야?”

“예.”

“생각보다 빨리 정해졌네. 시간이 더 걸릴 줄 알았는데.”

“구파일방이나 중소 문파 쪽 모두가 자기들이 추천할 인물을 거의 만장일치로 뽑았기 때문에 인선이 빨리 정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됐고, 누가 일행에 합류하는 건지나 말해 봐.”

“구파일방이 추천한 인물은 무당파의 옥진입니다.”

백서휘의 한쪽 입꼬리가 부드럽게 말려 올라갔다.

“중소 문파는 누굴 추천했는데?”

“관주님과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추천했습니다.”

“나랑 친분이 있다고?”

“그자가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설마 그걸 믿고 이번 인선에 넣은 건 아니지?”

“그 이유도 물론 작용했겠지만 젊은 무인 중에서 무공이 가장 출중해서 뽑힌 게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생각나는 사람이 딱히 없는데?”

“이름을 들으면 바로 아실 거라고 했습니다.”

“이름이 뭔데?”

“한주희라고 하더군요.”

분명 어디서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 누구인지는 기억나질 않았다.

그런 속내를 꿰뚫어 본 건지 제갈진천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분의 별호는 소검후입니다.”

“소검후? 아!”

별호를 들으니 누군지 기억이 났다.

한주희는 검후 상연하의 적전제자로 어머니의 유품을 두고 자신과 거래를 했던 여자였다.

“친분 있는 분이 맞습니까?”

“한두 번 만난 거로 친분은 무슨 놈의 친분이야. 그냥 오다가다 본 사람 정도의 친분밖에 없어.”

“그렇군요.”

“맹주 대리로 가는 사람이 누군지 말해 봐.”

시원스럽게 말하던 제갈진천이 갑자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누군데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야?”

“맹주 대리는 의견이 분분해서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각 계파에서도 달랐고, 계파 안에서도 미는 인물이 달라서…….”

“그럼 정해진 게 아니잖아? 도대체 뭐 하러 이리 온 거야.”

“모두가 원하는 인물이 있긴 한데 그분이 수락할지 안 할지를 몰라서 이리로 왔습니다.”

“도대체 누구길래 그래?”

“……관주님입니다.”

“뭐가?”

“관주님이 맹주님을 대신하는 역할을 수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맹주 대리 역할을?”

“예.”

“아니, 무림맹이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외부인이 그걸 어떻게 수행해.”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맹주 대리 역할을 관주님이 맡길 원합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인이라 믿을 수 있단 건가?”

“그렇습니다.”

잠깐 생각해 본 백서휘가 곧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나는 너희 쪽 사람으로 분류된 거 아니었어?”

“개방 쪽에서 다른 문파를 설득했습니다. 오대세가 쪽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라고, 이해득실이 민감한 사람이라 지금은 오대세가 편을 드는 것뿐이라고.”

“허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오대세가 쪽을 도와주고 있지만, 이득만 더 크게 제시한다면 구파일방 쪽이나 중소 문파 쪽으로 넘어갈 생각이 있긴 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사도련주인 종리혁 때문입니다. 사실 이게 가장 큽니다.”

“종리혁이 뭐가 문제인데?”

“그가 무력시위를 할 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관주님뿐입니다.”

“그건 다른 사람도 가능은 하잖아?”

“……그게 가능한 인물이 지금 맹에 없습니다.”

“아, 그러네.”

혜공은 숭산에, 청진은 무당산에, 모용중광은 몸이 자리를 잡을 동안 움직일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종리혁과 동일 선상에서 얘기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지금 저희는 종전 협정을 성공적으로 이끌 인물이 필요합니다. 종리혁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서 협정서에 도장을 찍을 사람이 아니라.”

“흠, 그래 일단 납득은 했어. 근데 내가 맹주 대리 역할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는데?”

“거액의 돈과 함께 맹주령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기회를 한 번 드리겠습니다.”

맹주령을 발동하면 그 어떤 것보다 우선되는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중원을 지켜야 하는 백서휘의 입장에서는 괜찮은 보상이었다.

“그것뿐인가?”

“따로 더 원하는 게 있으신 겁니까?”

“나중에 내가 운영하는 무관과 협약 하나를 맺었으면 하는데…….”

백서휘가 한쪽 입꼬리를 부드럽게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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