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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무관-86화 (86/202)

귀환무관 86화

백서휘는 무관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남궁유운과 임철우가 삿대질하며 고함을 지르는 걸 보게 됐다.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둘의 싸움을 말리지 않고 구경하기만 했다.

그 구경꾼 안엔 몇 번 보지 못한 구양진 사범과 처음 시작부터 함께한 장우량 학사도 있었다.

‘굴러온 돌이랑 박힌 돌. 이거 다 끝난 얘기 아니었나?’

들려오는 소식이 없어서 사이가 좋아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남궁유운 쪽이 밀린다고 들었는데…….’

멀리서 기감으로 살피니 유소화의 말이 맞았다.

임철우 쪽이 확실히 더 강했다.

“네깟놈이 무슨 사범이야!”

“네깟놈? 이 꼰대가 뭐라는 거야. 나는 관주님이 음악과 그림을 가르치라고 ‘직접’ 데려온 사람이야!”

남궁유운은 백서휘가 가진 권위의 힘을 빌리기 위해 ‘직접’에 강세를 주어 말했다.

“그래서 음악과 그림은 가르쳐봤나?”

“당신도 관원이 없어서 못 가르치는 건 똑같잖아.”

“너 같은 쓰레기랑 다르게 나는 십팔반무예와 승마술을 가르친 경력이 있어. 아마 우리 둘 중 택하라면 관주는 날 택할걸?”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학무관의 기본은 무공과 학문을 가르쳐 관원이 ‘입신양명(立身揚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림과 음악으로는 그러기가 힘들뿐더러, 사회적 대접도 무과에 급제하는 쪽이 훨씬 좋았다.

“쓰레기? 곧 있으면 관짝에 누워야 할 노인보다는 낫지. 암!”

“뭐? 이 자식이!”

임철우가 들고 있던 편곤으로 남궁유운을 치려고 했다.

“왜 치려고? 쳐봐! 내가 진짜 도륙을 내줄 테니까.”

“가문만 믿고 망나니짓하는 애송이가 허세는…….”

남궁유운은 더는 못 참겠는지 검을 뽑아들었다.

“오늘 그냥 끝장을 보자.”

“그래, 끝장을 보자.”

남궁유운의 입은 움직이지 않은 데다 말소리가 임철우의 뒤에서 들렸다.

임철우는 뒤를 잡혔다는 생각에 놀라 휙하고 몸을 돌렸다.

“다, 당신은…….”

“뭘 그렇게 놀라 상관 처음 봐? 오며 가며 봤잖아? 아! 코찔찔이 애들처럼 싸우다 들켜서 반응이 이런 건가?”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걸 아는지 남궁유운과 임철우가 입을 다물었다.

“무기 들고 치니 마니. 참 잘하는 짓이야. 그렇지?”

“먼저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 이쪽이오.”

“뭐? 이 노인네가 미쳤나? 먼저 시비 건 쪽은 그쪽이잖아! 호부견자(虎父犬子)라느니, 근본이 없다느니 별별 말을 쏟아 내놓고 인제 와서 내가 시비를 걸었다고?”

“언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이젠 모른 척? 관주님! 전 진짜 억울합니다. 관주님과의 계약 기간 동안은 진짜 조용히 그림 그리고 악기 연주나 하며 살려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 매병 걸린 노인네가…….”

“둘 다 입 다물고 따라와. 거리에서 이게 무슨 짓이야? 그것도 학무관의 관복을 입고.”

남궁유운과 임철우는 백서휘를 따라 학무관의 연무장으로 갔다.

“여긴 왜 오신 건지?”

남궁유운이 딱딱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도 오래 같이 지냈다고 그는 백서휘가 어떤 의도와 어떤 행동을 할지 짐작하고 있었다.

“자, 이제 너희 둘에게 선택권을 줄 거야. 하나, 여기서 화해하고 다시는 싸우지 않는 것. 둘, 생사결을 해서 누구 하나가 죽고 모든 걸 끝내는 것. 셋, 나랑 비무를 해서 너희들이 나한테 지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한테 체벌을 받는 것.”

“보기는 그게 전부요?”

“그렇다면?”

“왜 내가 비무에서 이기는 경우는 말하지 않는 거요?”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럼 관주 당신에게 너무 유리한 조건 아니오?”

“원하는 게 있나 봐?”

“만복상단의 대방만큼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도 돈이 좀 있다고 들었소.”

“맞아, 돈 좀 있지.”

“그 돈에서 일부 떼어내 날 주시오.”

“얼마나 떼어낼까? 아! 비율을 정해서 떼는 건 쩨쩨하니까 노인네가 날 이기면 내 전 재산을 줄게. 대신 지면 잘못할 때 나한테 체벌을 무조건 받아야 하고, 내 말을 무조건 따라야 돼. 어때?”

“좋소.”

“자, 남궁유운.”

“네?”

“너도 조건 정해.”

“저는 관주님이랑 안 싸울 건데요.”

“자꾸 재미없게 굴지 마.”

백서휘가 히죽 웃으며 말하자 남궁유운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때 임철우가 남궁유운을 비웃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겁쟁이.”

“……할게요. 하겠습니다. 근데 조건을 변경했으면 합니다.”

“어떤 식으로?”

“관주님 공격을 세 초식 이상 버티면 계약 기간 조금만 깎아주십시오.”

“그러지. 뭐.”

남궁유운이 긴장된 얼굴로 검을 뽑아 들었다.

임철우는 덜덜 떠는 그를 비웃었다.

“준비 안 하고 뭐 하고 있어?”

“둘이서 그쪽을 공격하란 말이오?”

“그럼 혼자서 날 상대하려고 했단 말이야?”

“허허, 좋소. 후회하지 마시오.”

임철우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편곤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제 진짜로 덤벼!”

남궁유운과 임철우가 백서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앗!”

“흐앗!”

“둘 다 죽음의 공포를 느껴 본 적 없지?”

임철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남궁유운이 얼굴을 굳히며 백서휘의 공격을 대비했다.

서로 다른 반응.

그렇지만 결과는 같았다.

“으억!”

“크헉!”

남궁유운과 임철우 모두 입에서 피화살을 뿌리며 연무장 끝까지 날아갔다.

‘와! 조금만 더 강했으면 죽였을지도 모르겠는데…….’

백서휘는 식겁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전보다 힘이 세졌단 걸 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약하게 때렸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속을 진탕되게 만들었다.

생각 없이 힘을 썼다면 두 사람의 내장을 터뜨려 죽였을 수도 있었다.

‘수련을 좀 해야겠어.’

백서휘는 하나의 일로 두세 가지의 목적을 동시에 이루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두세 가지의 목적을 이룰 생각이었다.

‘낼 수 있는 최대치의 힘과 최소치의 힘은 악록산에서 알게 됐으니 이젠 이놈들 혼내면서 힘 조절하는 법을 익혀야겠다.’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자가 고수였다.

무공 자체에 휘둘리는 건 그 힘이 아무리 강해도 하수에 불과했다.

‘남궁유운과 임철우를 이용해서 다시 힘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법을 체득해야겠어.’

두 사람은 너무 강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은 상대였다.

덕분에 힘을 통제하는 법을 익히기 좋았다.

그때 임철우가 굳은 얼굴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보이지도 않았다.’

만전의 상태였어도 반응하지 못했을 만큼 백서휘는 빨랐다.

금의위에서 제일 강한 대영반과의 대련에서도 느끼지 못한 격차가 지금 백서휘에게서 느껴졌다.

남궁유운이 왜 세 초식 이상 버티는 것으로 조건을 삼았는지 그도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진짜 관짝에 들어가고 싶은 거 아니면 제대로 해. 그래도 관주님은 못 이기겠지만…….”

남궁유운이 말을 마치고는 피가 섞인 침을 땅에 뱉었다.

임철우는 대꾸하지 않고 편곤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간다!”

백서휘는 두 사람이 대비할 수 있도록 예고부터 먼저 했다.

남궁유운은 맞았을 때 고통이 덜한 자세를, 임철우는 방어를 넘어 반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자세를 취했다.

확실히 자신에게 몇 번 맞아본 놈과 맞아보지 못한 놈은 차이가 났다.

백서휘는 두 사람의 앞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품었다.

그와 동시에 기운과 몸이 움직여 그가 뜻한 바를 이루었다.

‘너무 빨랐나?’

슬쩍 보니 두 사람은 바로 앞에 자신이 온 것을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보다 빨리 움직인 탓이었다.

‘조금 전보다 힘을 빼서 친다.’

백서휘는 눈곱보다 작은 기운을 무릎과 손바닥에 담았다.

그다음 무릎으로 임철우의 복부를 가격하고 남궁유운의 가슴 언저리를 손바닥으로 밀쳐냈다.

두 사람이 백서휘가 앞에 나타났다는 걸 인식했을 때는 이미 공격을 당한 후였다.

“크헉!”

“끄윽!”

내상을 입힐 만큼 강한 공격과 뒷걸음질하지 않을 만큼 약한 공격이 어느 정도면 가능한지 감을 잡았다.

‘이제 통제가 어느 정도 되네.’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일까?

장난기가 돌았다.

두 사람을 놀려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해보자.’

백서휘는 이전처럼 예고를 해 두 사람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었다.

“간다!”

경지가 높아진 후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 구천현현보를 밟았다.

너무 빠른 나머지 그의 뒤로 잔상조차 남지 않았다.

짜악! 짜악!

백서휘는 두 사람의 뺨을 때리고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윽!”

“으악! 뭐지?”

분명 가만히 있었는데 뺨이 아파져 왔다.

두 사람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을 때 반대편 뺨을 맞았다.

짝! 짝!

“윽!”

“도대체 뭐야 이건……. 설마, 소림의 백보신권?”

서로 간의 거리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남궁유운이 아는 한 소림의 백보신권(百步神拳)뿐이었다.

“관주님 혹시 소림의 제자였습니까?”

“소림의 제자면 이렇게 머리를 풍성하게 가질 수 있었겠냐?”

“그럼 어떻게 그렇게 멀리서 때리실 수 있는 겁니까? 백보신권이 아니면 불가능할 거리 아닙니까.”

“난 가까이서 때렸는데?”

“예? 그게 무슨…….”

“조금 느리게 보여줄 테니까 잘 봐.”

갑자기 백서휘가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사실을 인식하자마자 남궁유운의 뇌는 방어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판단을 몸에 내리려고 했다.

짜작! 짜짝!

백서휘는 두 사람이 ‘생각’을 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나타나서 양쪽 뺨을 툭툭 쳤다.

“이렇게!”

“방어를……. 억!”

남궁유운은 방어 자세를 뒤늦게 취한 다음 통증이 느껴지는 양쪽 뺨에 손을 가져갔다.

그 모습이 백서휘에겐 꽤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못 봤어? 다시 한번 보여줄까?”

“모, 못 봤습니다.”

“더 느리게 보여줘야 하나…….”

백서휘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철우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지금 백서휘는 마음을 놓은 상태인데다 거리까지 가까웠다.

공격을 성공 못 시키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다.

임철우는 살기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짤막한 검을 뽑으려 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손을 붙잡더니 강제로 검을 다시 집어넣게 했다.

“재밌는 시도였어.”

“어, 어떻게?”

바로 옆에 있었는데 백서휘가 움직이는 걸 감지조차 하지 못했다.

손이 잡히고 뒤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가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길 수 없다. 아니, 생채기 하나 낼 자신이 없어.’

너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니 패배감도 들지 않았다.

그저 수십 년간의 무공 공부가 헛된 것 같아 허탈할 뿐이었다.

임철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졌소.”

“패배를 인정하면…….”

“알고 있소. 이제부터는 잘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체벌을 받고, 당신 말을 무조건 따르겠소.”

“좋아, 그럼 그쪽은 저기서 쉬고 있어. 일단 이놈을 마저 혼내야 하니까.”

백서휘가 시선을 남궁유운 쪽으로 돌리며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였다.

“저, 저도 항복입니다!”

“정말?”

“네.”

“이거 재미없게 됐네.”

백서휘가 살짝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남궁유운이 눈치를 살살 보며 질문을 던졌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게 맞는 거겠죠?”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잘못하면 체벌 받고 내 말 무조건 듣는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그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니까 질문에 대답해주시죠.”

“약속은 지켜야지.”

“남아일언(男兒一言)?”

“중천금(重千金).”

“약속 지키시죠.”

“무슨 약……. 아, 세 초식 이상 버티면 계약 기간을 줄여준다는 거 때문에 이러는 거야?”

“네.”

“얼마나 줄여줄까?”

“9년을 줄여…….”

백서휘의 표정이 악귀와 같이 변하려 하자 눈치를 보던 남궁유운은 황급히 줄여준다는 기간을 줄였다.

“준다면 굉장히 감사하겠지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네요. 그냥 딱 1년만…….”

1년 역시도 너무 많은 건지 백서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남궁유운은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줄이는 것도 너무 긴 것 같으니 3개월만 줄여주시면 합니다.”

“좋아, 3개월을 줄여주지.”

“감사합니다.”

“이제 다 해결된 것 같네. 다들 돌아가 봐.”

두 사람이 인사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문제는……. 잠깐만, 박힌 돌이랑 굴러온 돌 문제가 남궁유운과 임철우만이 엮인 게 아니잖아?’

백서휘는 잘 가고 있던 두 사람을 멈춰 세우고 다시 돌아오게 하였다.

두 사람이 똥이라도 씹은 것처럼 인상을 마구 쓰며 걸어왔다.

“장 학사님이랑 구 사범한테 전해. 이제부터 파벌 싸움하면 친분이고 지랄이고 관계없이 죽는다고. 알았어?”

“……네.”

“가봐.”

백서휘는 두 사람을 보내고 무관으로 돌아왔다.

‘이제 해결해야 할 일이 뭐가 남았지?’

가족의 안위 문제는 술법을 담은 도구를 주는 거로 해결했다.

파벌 문제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누나네 집이 문제네. 설계야 제갈세가에 의뢰한다 치고. 짓는 건 홍 씨 부자한테 도움을 받으면 될 테고 문제는 기관인데……. 우 노괴한테 부탁해야 하나?’

주변에 능력 있는 자들이 많아서 설계만 끝내면 짓는 건 금방 할 것 같았다.

‘제갈세가에 의뢰를 맡긴 동안엔 학무관을 열어도 되는지 최종 점검을 좀 해봐야겠다.’

관원들을 위해 만든 시설도 사용해보고, 사범들의 수업도 들어보면서 점검을 한 후, 만복상단의 도움을 받아 중원 전역에 홍보물을 뿌리면 되리라.

‘이거 말고 할 일이 더 있나? 아! 가장 중요한 걸 빼먹을 뻔했군.’

백서휘의 몸에서 유형화된 살기가 피어올랐다.

주변에 있는 물건들과 창문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어떻게 복수할까? 그놈들이 속한 곳 이름은 도대체 뭐지? 그놈들 무공의 연원은……’

백서휘의 머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축융이 했던 말이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정목안, 귀금양, 유토장, 성일마, 장월록, 익화사, 진수인…….”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다 보니 떠오르는 게 있었다.

“3원 28수…….”

3원 28수는 주나라 시절부터 내려오는 별자리 체계였다.

그중 정목안, 귀금양, 유토장, 성일마, 장월록, 익화사, 진수인은 28수 중에서 주작 7수에 속했다.

“그 적발을 한 년이 그들의 대장이었지? 그렇다면 그년이 주작이겠군.”

주작이 존재한다면 청룡, 백호, 현무 모두가 있을 수 있고, 그들 위로 올라가면 가장 위에는 그들을 통제하는 자미원, 태미원(太微垣), 천시원(天市垣)이 있을 터였다.

그리고 자미원의 주인인 상제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놈들은 어디 숨어 있을까?”

백서휘는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했다.

“3원 28수는 주나라에서 만든 별자리 체계니까……. 주나라 수도였던 곳들을 뒤지면 되겠지.”

백서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쪽 구석에 있는 갑옷을 정성스럽게 손질했다.

주작(축융)과 같은 강자가 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만큼 준비를 단단히 해야만 했다.

‘경지가 올랐어도 조심해야지.’

백서휘는 혁대의 주머니에 있는 물건들을 확인했다.

유격전을 할 때 좋은 물건들부터 다쳤을 때 유용한 것까지 전부 다 제대로 있었다.

백서휘는 피풍의를 위에 입고 삿갓까지 눌러쓰니 준비는 모두 끝났다.

‘가자.’

백서휘는 장사를 빠져나와 섬서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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