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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무-100화 (100/200)

100화. 생사 대립 (8)

퍽! 퍼벅!

단유소의 검이 강시의 몸에 닿을 때마다 그런 소리가 났다.

쉭쉭쉭―

강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단유소를 향해 빠르게 창을 찔러댔다.

그때마다 단유소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강시의 공격을 피해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단유소의 몸이 몇 번이나 창에 찔리는 줄 알았을 것이다. 단유소는 마치 창대를 타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퍽퍽퍽!

단유소의 창이 연달아서 빠르게 강시의 몸을 때렸다. 원래는 베는 동작인데 강시의 몸이 베이질 않으니, 때리는 것처럼 보였다.

단유소조차도 강시의 몸을 베지 못하고 있으니 우려가 될 법도 한데, 그 광경을 바라보는 서백풍의 표정은 여유롭기만 했다.

서백풍이 그러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단유소는 지금까지 강시를 향해 몇 차례 검을 휘둘렀다. 모두가 베는 동작이었다. 물론 완전히 베지는 못하고 상처만을 남겼지만.

중요한 건, 단유소의 검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부분만을 노렸다는 점이었다. 강시가 주로 쓰는 오른팔 위쪽이었다. 단유소는 단 한 번도 다른 곳을 공격하지 않았다. 오로지 강시의 오른팔 위쪽만을 노렸다. 마치 도끼로 나무를 베듯이.

말은 쉽지만 결코 쉬운 수법이 아니었다. 대상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그 상태에서 미세한 한 지점만을 연속으로 공격한다는 게.

그러다 보니 강시의 오른팔은 이미 덜렁거리기 시작한 상태였다.

반면에 곽승추의 인상은 살짝 구겨져 있었다. 그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아는 단유소라면 눈앞의 강시를 단칼에 벨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청성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최대한 빨리 저 강시를 처리하는 게 옳다. 그러자 마자 다른 곳을 지원하러 가야 한다. 평소의 단유소라면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던 곽승추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서백풍에게 물었다.

[아니, 상황이 다급한데 조장님은 대체 왜 시간을 끄는 겁니까?]

사실 단유소가 강시를 상대한 후로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은 아니었다. 워낙 움직임이 빨랐기에 실제로 걸린 시간은 매우 짧았다.

곽승추의 물음에 서백풍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 대꾸하지 않았다.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미소였다.

서백풍이 단유소의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때 곽승추가 다시 전음을 보냈다.

[일단 전투가 벌어진 후에는 매 순간마다 시간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분이 바로 조장님 아닙니까. 새로 나타난 저 강시가 아무리 단단해도 조장님이라면 사지 중 한 군데쯤은 단칼에 벨 수 있잖습니까. 그런데 대체 왜 저러고 계신단 말입니까.]

답답함이 가득 묻어나는 어조였다.

이에 서백풍이 여전히 단유소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채로 대꾸했다.

[나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의도를 가지고 계실 거다. 일단은 저 강시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의도일 테지. 조장님으로서도 강시를 상대해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냐.]

서백풍이 바로 전음을 이었다.

[그리고 이것도 예상일 뿐이지만 지금 저러고 계시는 것 또한 효율을 위해서일 거야.]

[저렇듯 시간을 끌고 있는 게 대체 어떤 면에서 효율이라는 말입니까?]

곽승추가 따지듯 묻자 서백풍이 여유 만만한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

[나조차도 저 강시를 쉽게 벨 수 없다는 건, 이 청성 안에서도 벨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저 강시들은 대부분 포 대협과 조장님이 처리하게 되겠지.]

[그거야 그렇겠죠. 두 분 외에는 잘해야 장문인을 포함해서 한두 명 정도 더 있겠죠. 물론 그분들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조장님이나 포 대협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그 말에 서백풍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꾸했다.

[이 밤의 전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이런 강시들이 얼마나 더 나타날지 모르고, 이들을 상대하다가 힘이 빠지면 적측에서 초고수가 등장할 수도 있다. 아마도 조장님은 그때에 대비해서 힘을 아껴두시려는 듯하다. 저 강시를 베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시려는 거겠지. 기운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아…….]

[일단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조장님의 움직임을 잘 봐둬. 우리도 참고해야 할 테니까.]

그 순간, 단유소가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방금 전까지보다 약간은 더 빠르고 강한 느낌이었다.

툭.

창을 들고 있던 강시의 한쪽 팔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강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쪽 발을 이용하여 단유소를 공격해왔다.

쉭―

단유소가 몸을 비스듬하게 젖히며 강시의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강시의 등 뒤로 이동하더니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단유소의 검이 강시의 왼팔 상박으로 향했다. 여전히 경쾌한 검술이었지만 오른팔을 잘라낼 때보다 약간은 더 강력해진 베기였다.

서걱―

검이 깨끗하게 강시의 팔을 갈랐다. 강시의 왼팔도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양쪽 팔이 모두 잘렸음에도 역시나 강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체하지 않고 빙글 돌며 또다시 한쪽 발을 이용하여 단유소의 상체를 노릴 뿐이었다.

그 순간 단유소가 땅속으로 꺼지듯 빠르게 몸을 굽혔다.

강시의 발이 단유소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갈 즈음, 단유소의 검이 움직였다. 다만 이번에는 베기가 아닌 찌르기였다. 단유소의 검극은 강시가 땅을 딛고 있는 발의 무릎으로 향하고 있었다.

푸욱.

단유소의 검이 너무도 쉽게 강시의 무릎 관절 부분을 찔렀다.

강시의 몸이 균형을 잃고 휘청거릴 때, 단유소의 검이 다른 쪽 무릎 관절을 쑤셨다.

푸욱―

그러자 강시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쿵!

양쪽 다리를 완전히 못 쓰게 되었으니 남은 것은 목뿐이었다. 이제 더 이상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시는 몸을 꿈틀거리며 움직이려 했다.

곽승추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는 얼굴이었기에 마음이 더욱 안타까웠던 것이다.

단유소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의 눈동자에도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결국 단유소의 검이 강시의 목마저도 갈랐다.

단유소가 서백풍과 곽승추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소저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 혈교가 침공했을 때 총 세 종류의 강시가 있었다더라. 황강시, 흑강시, 청강시가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단단하고 강력했다더군. 이곳에 처음 나타났던 건 흑강시, 내가 방금 처치했던 건 청강시인 모양이다.”

“아…….”

“상대해보니 후방 쪽에서의 공격에 둔감한 편이다. 그리고 아까 보니 백풍의 경우에는 너무 베기 위주로만 상대하려 하더구나. 강시니까 당연히 사지를 베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겠지. 그러다 보니 힘이 너무 들어간 듯하고.”

“아까는 제가 조급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조장님이 어떻게 하는지를 본 후에야, 제가 간과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장님.”

서백풍이 대꾸하자 단유소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무리해서 꼭 베지 않아도, 사지를 못 쓰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창을 쓰는 너 같은 경우에는 찌르기 위주의 공격이 힘을 집중시키기가 수월할 거야.”

“예, 조장님.”

그러자 단유소가 장검을 허리춤의 검집에 집어넣더니, 양쪽 종아리 옆에서 흑색의 쌍소검을 꺼내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아직 너희들만으로 청강시를 상대하기에는 위험할 듯싶다. 일단 나와 함께 다니면서 엄호를 맡도록.”

“예!”

서백풍과 곽승추가 동시에 대꾸했다.

단유소가 경공을 펼치기 위해 막 돌아서려던 찰나, 서백풍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곽승추를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

곽승추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더니 곧 체념한 표정으로 품속을 뒤졌다. 그러더니 서백풍의 손바닥 위에 뭔가를 내려놓았다.

철그렁―

한 다발의 동전 꾸러미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단유소가 째진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또 뭐야? 무슨 내기야?”

그러자 서백풍이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별거 아닙니다. 승추는 처음부터 조장님이 단칼에 저 강시의 사지 중 하나를 절단할 것이라 했고, 저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 했거든요.”

단유소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허! 아까 그 짧은 순간에 그런 내기를 했단 말이야?”

서백풍이 미소만 지어 보이자 단유소가 눈매를 찡그리며 그에게 말했다.

“너는 남의 돈 좀 적당히 빨아먹어. 계속 그런 식이면 확 압수해버리는 수가 있어.”

그러자 서백풍이 능청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

“하하. 제가 뭐 제 재산 불리려고 이러겠습니까. 나중에 다 함께 거나하게 한잔하자는…….”

서백풍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유소가 신형을 돌리더니 그대로 튀어 나갔다. 서백풍과 곽승추가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단유소가 한 구의 청강시를 상대하고 있던 시각, 반대쪽 방어선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청성의 정예 무인들이라는 청심대원들도 예닐곱 명이 있었고 청성 최고의 고수들이라는 청의위 소속의 무인들도 세 명이나 있었지만, 그들 모두가 갑자기 등장한 청강시 한 구를 막지 못하고 있었다.

청강시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검술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검기를 발출하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검술 자체의 수준이 상당했다. 그렇기에 청성의 무인들은 강시를 막기는커녕,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고 있었고 부상자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지원은 왜 아직 안 오는 거야!”

청의위 소속의 무인 한 명이 외쳤다.

신경질적인 외침 같지만 실제로는 두려움이 가득한 외침이었다. 무슨 수를 써도 도무지 저 강시의 단단한 피부에 생채기 이상의 상처를 낼 수가 없었던 탓이다.

“분명히 보고를 했는데……!”

청심대 무인의 대꾸였다. 그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사실 청강시 주변에 있는 모두가 떨고 있었다.

“보고를 했는데 왜 아무런 지원이 없냔 말이다!”

청의위 소속의 고수가 악에 받친 고함을 질렀을 때쯤, 청심대원 한 명이 청강시가 휘두른 검에 의해 큰 상처를 입었다.

“크아악!”

청심대원이 괴로움에 찬 비명을 지를 때쯤, 청강시의 검이 그의 목을 향해 빠르고 강하게 찔러 들어왔다.

이미 누구도 그를 돕기에는 늦었다. 그렇다고 해서 견제가 통하는 상대도 아니었다. 어차피 누구의 검도 저 청강시의 단단한 피부를 가를 수 없으니까.

스으으―

미세한 파공음이 들린 건 그 순간이었다.

그 직후에 벌어진 상황에 의해 청의위의 고수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인영으로 보이는 흐릿한 잔상 하나가 강시의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귀신이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청의위 고수들의 눈에도 흐릿한 잔상만 보일 정도였으니, 다른 문도들은 그게 사람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시커먼 뭔가가 강시의 옆에 나타났다는 정도만 파악했을 뿐이었다.

잔상만 남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그 인영의 주먹이 어느새 검을 들고 있는 강시의 어깨 어림으로 향하고 있었다.

빠아악!

격렬한 타격음이 들린 순간,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검을 쥔 강시의 어깨가 덜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탈골 정도가 아니라 어깨 주변의 뼈가 완전히 바스러진 것 같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그 즈음에는 이미 청강시를 그렇게 만든 인영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빠각!

또다시 격렬한 타격음이 들렸다.

이번에는 강시의 하체였다.

인영이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어느새 몸을 바닥에 낮게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강시의 몸이 휘청거렸다. 보아하니 강시의 한쪽 무릎이 완전히 꺾여 있었다. 인영의 주먹이 강시의 무릎을 때린 것이다.

청성의 문도들은 이 상황이 현실 같지 않았다.

날카로운 도검을 이용해도 타격을 줄 수 없던 저 단단한 청강시를 주먹으로 쓰러트리다니.

쿵!

강시가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질 때, 인영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태상장로님!”

누군가의 외침처럼 그는 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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