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39장 (14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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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온몸이 저릿해지는 느낌과 함께 말도 못하게 된 두 개방인들은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렇게 노려본다고 능파와 능혼이 염두에 둘 위인들이 아니잖은가.

그저 그런 노려봄은 매만 벌 뿐이라 할 수 있었다. 바닥에 모로 누운 채 능파와 능혼을 노려보며 수여막과 공초환은 나름대로 각오를 다졌다.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 것일까. 이제 본격적으로 고문을 하겠지? 그래, 와라, 해보란 말이다.’

‘방주께서 우리를 보내신 것도 만에 하나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여 이처럼 고문을 받게 되더라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린 그만한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니라.’

둘은 자신만만했다. 어떤 고문이 몸에 임한다 해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마음으로 이를 악물 때 드디어 능파와 능혼이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뭔가 특별한 것은 없었다.

퍼퍼퍼퍽… 퍼퍽! 퍼퍽……!

지켜보는 제갈호와 지문환, 그리고 무요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지, 별거 아니잖아?’

‘고문은 내가 끝내주는데… 쩝쩝…….’

‘무공은 뛰어나도 고문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나 보군.’

그만큼 능파와 능혼의 움직임은 동네 양아치들이 다른 패거리를 발로 걷어붙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의문스러운 것은 맞고 있는 수여막과 공초환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왜 이러는 걸까? 우리랑 장난하자는 건가?’

‘아무리 혈을 봉쇄하여 기로써 몸을 보호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해도 우리가 이 정도로 고통스러워할 것이라 생각한단 말인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한 까닭은 발에 맞을 때마다 고통이 밀려들기보다는 도리어 근육이 풀리고 시원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발길질은 절묘하게도 뼈마디는 단 한 번도 가격하지 않고 근육을 타격했는데 뭉친 몸을 풀어주는 안마를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약 일식경(30분)에 걸쳐 근육을 풀어주는 발길질이 계속되자 수여막과 공초환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건 특별한 배려인가? 이곳에 온 다른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다른 장소에서 안마를 받고 있을까? 괜히 분위기만 살벌하게 하고 사실은 몸을 풀어주려고 하는 것이란 말인가?’

‘아무렴, 이들이 우리를 괴롭힐 일이 없잖은가. 뭔가 다른 속셈이나 계획이 있는 것이겠지. 이런 식으로 깜짝 놀래켜 줄 요량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퍼퍼퍽… 퍼퍼퍽……!

소리는 요란하게 울려 퍼졌지만 그다지 고문이라는 입장에서 바라볼 때는 전혀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뒤쪽에서 지루하게 바라보고 있던 지문환은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고문에 대해서는 자신이 나서야 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

퍼퍼퍽… 퍼퍼퍼퍽……!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신바람나는 발길질 속에 지문환이 슬그머니 능파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저… 능 장로님! 고문이라면 제가 그래도 꽤 경험이 많아 제 손에서 입을 열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한테 한번 맡겨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말에 능파는 행동을 멈추지도, 그렇다고 돌아보지도 않고서 말했다.

“대머리! 너는 잠자코 지켜보기만 해. 조금 있으면 네놈들이 해야 할 일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그 말에 지문환은 머리를 박박 긁으며 깨갱 하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하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수여막과 공초환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혹시나 했던 황당한 상상이 말 그대로 황당한 상상에 불과했음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지금 맞고 있는 것이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고문은 확실하다는 점이다.

잠시 후 능파와 능혼은 걷어차는 것을 멈추었다. 수여막과 공초환은 한숨을 내쉬며 이제 아혈을 풀어주고 본격적으로 정보를 캐물을 것이라 생각했다.

‘후후… 근육이 시원하게 풀리긴 했다만 이런 식으로 내 입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오산도 아주 큰 오산이다. 단순한 놈들 같으니라고.’

‘그래, 와라. 어쩌면 지금까지는 준비 운동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 이제부터 나의 인내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도록 하마.’

하지만 수여막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능파와 능혼은 아혈을 풀어주지도 않았고, 그 어떤 정보도 물어보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은 씨익씨익 웃으면서 발꿈치를 들고 발목을 회전시키며 발을 풀었다.

‘뭐야, 저것들 또 발길질하려고 그러나?’

‘내공을 실어 때리지 않는 것은 혹시 우리가 맞아 죽을까 염려한 터일 것이고 아까처럼 때린다고 해봤자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는 것이건만 괜한 시간 낭비 하고 있구나.’

두 사람은 능파와 능혼이 발을 푸는 동작을 보고 정말 한심한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능파와 능혼의 웃음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공포가 담겨 있음을 그들은 예측하지 못했다.

물론 예측했다고 해도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발목을 가볍게 돌려 긴장을 푼 후 능파와 능혼은 한 명씩 각기 발길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뭐 특별할 것이 없는 그저 그런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아까와 다른 것은 분명 있었다. 그건 두 가지 정도였는데 첫째는 더욱 발이 경쾌하게 움직였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로는 뼈 부러지는 소리가 타격 음에 이어 계속 들려온다는 점이었다.

퍼퍼퍽. 뚜득. 뚜득.

즉, 능파와 능혼은 발로 뼈를 자근자근 부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뼈가 어찌나 많이, 그리고 제대로 부러지는지 뼈 부러지는 소리가 무슨 가락을 이룬 것처럼 지하 고문실을 울렸다.

뼈가 한 군데만 부러져도 그 고통을 감당하기 힘든데 지금 목 언저리 아랫부분에서부터 발끝까지 죄다 부러지는 있는 판이니 수여막과 공초환은 거의 실신 일보 직전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은 아혈이 찍혀 있는 고로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는지라 간헐적으로 몸을 꿈틀거리며 입을 붕어처럼 뻐끔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

“…….”

그들의 그러한 모습은 크게 비명을 내지르는 것보다 더 보기 민망했고 더 고통스럽게 보였다.

그렇지 않은가. 사람은 너무 화가 나면 말이 나오지 않는 법이고, 너무 웃겨도 숨이 넘어가듯 웃음소리가 나지 않게 되는 법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비명이나 울음이 터져 나오지 않는 그 정적인 순간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은 모습은 번민까지 느끼게 할 지경이었다.

제갈호는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수여막과 공초환이 입을 벌리며 허우적거릴 때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는 것을 의식치 못했다. 한편 고문에 일가견이 있는 지문환과 무요는 또 다른 입장에서 입을 쩍 벌렸다.

그들은 왜 아까 발길로 걷어찼는지를 알아차린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뼈가 잘 부러지고 잘 빠져나오도록 아까는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던 게로구나. 허허… 거참…….’

고문이라면 일가견이 있다는 그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뭔가 대단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예감했다.

무요도 나름대로 감탄에 빠졌다.

‘발이 나갈 때마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나는데 대체 어쩌려는 것일까. 아예 온몸의 뼈를 가루처럼 뽀사 버릴 작정이란 말인가?’

퍼퍼퍽… 퍼퍼퍽…….

뚜드득… 뚝뚝…….

발길질은 언제 끝날지도 모를 만큼 집요하게 수여막과 공초환의 몸을 가격했고 그때마다 뼈가 부러졌다. 손가락이며 발가락까지 남아난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두 사람은 그런 가운데 그저 다른 건 몰라도 비명이라도 실컷 질러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을 품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허우적대는 것은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은 답답함을 안겨준 것이다.

뚜뜨득… 뚜뜨득…….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뼈 부러뜨리기가 끝을 맺었다. 어느새 수여막과 공초환의 입가엔 거품이 보글보글 끓어올라 있었고 눈도 절반쯤은 돌아가 있는 것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이제 뼈가 부러졌으니 뼈를 맞춰줘야겠지?”

“그럼요, 형님. 당연한 말씀 아니십니까. 하하하.”

능파와 능혼은 아주 즐겁다는 듯 서로를 보며 껄껄거렸다. 그리고 웃음을 띤 채로 능파가 지문환을 보고 말했다.

“자, 대머리와 무요는 이놈들의 뼈를 맞춰주어라. 하나라도 빠뜨리면 곤란해. 알겠지?”

지문환과 무요가 잽싸게 달려와 수여막과 공초환의 몸을 살폈다. 가까이서 바라보니 팔이 돌아가고 다리가 괴이하게 꺾인 것이 멀찌감치에서 봤던 것보다 더욱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부러뜨려 놓고 바로 뼈를 맞추라니… 거참…….’

‘이거 장난이 아니네. 정말.’

두 사람은 서둘러 뼈를 맞추기 시작했다. 뼈를 맞추는 것도 고문으로 치자면 대단한 고문이었다. 어긋난 것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니만큼 뼈가 부러진 것만큼의 고통이 다시 밀려들었다.

“…….”

“…….”

둘은 다시 입을 쩍 벌린 채 어기적거렸고 눈을 바라보니 검은 눈동자는 거의 보이지 않고 흰자위만 바들바들 떨며 드려났다.

다시 일 식경(30분) 정도가 지나 뼈가 다 맞춰졌고 꺾였던 팔과 다리며 빠진 어깨와 부러진 손가락, 발가락이 원래의 자리를 찾았다.

물론 제자리로 찾아놓은 것일 뿐 뼈가 바로 붙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만 건드려도 난리가 날 지경이었다. 정성스레 뼈가 맞춰지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자 수여막과 공초환은 한숨을 돌렸다.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이놈들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뭘 물어보려면 아혈을 풀고서 물어볼 것이지 아예 물어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뼈를 부러뜨리고 또 뼈를 정성껏 맞춰 주니 이해할 수가 없구나.’

‘이렇게 뼈를 정성스럽게 맞춘 것으로 보아 뭔가 오해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끝내려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은 그들의 작은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소망은 그저 꿈에 불과했다.

다시 능파와 능혼이 아까처럼 발목을 빙글빙글 돌리며 발을 풀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거걱! 뭐, 뭐냐?’

‘저 새끼들이 또 왜 저러는 거야. 부러뜨릴 게 뭐가 있다고…….’

수여막과 공초환은 겁먹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설마설마를 속으로 외치고 있었고 뒤편으로 물러선 지문환과 무요, 그리고 제갈호는 의문스런 시선을 던졌다.

‘왜 발을 푸는 것일까?’

지켜보는 세 명 중 고문 경험이 제일 많은 지문환은 비로소 뜻을 간파하고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헉……!”

‘계속할 생각인 게야… 계속할 생각이라구…….’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문환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능파와 능혼은 다시금 수여막과 공초환의 뼈를 향해 발을 내지르며 고스란히 다시 부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아까와 똑같은 힘을 기울인 듯했으나 지금의 고통을 어찌 처음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살짝만 건드려도 이를 악물어야만 하는 아픔이건만 그대로 다시 부러뜨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능파와 능혼의 발길질은 뼈를 부러뜨린다기보다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뼈를 다시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해야 옳았다.

퍼퍼퍽… 퍼퍽… 퍽퍽…….

“…….”

“…….”

다시금 수여막과 공초환은 그 어떤 함성과 비명보다 더 처참한 침묵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들의 얼굴은 지옥의 사자를 만나 불구덩이에 빠지는 사람들처럼 일그러졌다. 어느 정도 고통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상상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그래도… 씨발… 그래도 난… 참아내고 말겠다…….’

‘개새끼들… 무슨 말이라도… 물어보며… 쉬엄쉬엄하면 안 되냐…….’

수여막과 공초환은 나름대로 고통 중에 각오를 다졌고 능파와 능혼은 한가로운 자태(?)로 발을 놀리며 뼈를 제자리에서 이탈시켰다.

뒤쪽에 있는 세 명 중 정파인으로서 이런 광경을 처음 본 제갈호는 자신도 모르게 고통 받는 두 사람의 얼굴 표정에 동화되어 입을 쩍 벌리곤 인상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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