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
126.
걸인각성(乞人覺醒) - 거지의 깨달음 6
뜻을 이루다
제1장 전설의 기인, 전설의 무공
500년 전의 일이었다.
강호에 무공을 창안함에 있어 광적으로 사로잡힌 한 무림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
제천신군(帝天神君) 오뇌무(吳腦懋)!
오뇌무, 그는 일평생을 무공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사는 날 동안 참으로 여러 종류의 무공들을 창안하기에 이르렀다.
지법이나 장법, 권법, 각법, 검법, 창법, 내공 운용 등 그 방면도 다양하기 그지없었다.
그것들 중 오뇌무가 가장 몰두한 부분은 단연 내공의 운용이었다.
내공이야말로 펼치는 무공의 근간을 이룬다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뿌리가 튼튼하여 힘을 보내면 가지가 튼튼해지고 열매가 풍성해지듯 무림인들의 발전도 내공에 비례하여 다른 부분은 그에 따라 순조롭게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뇌무는 그의 머리카락이 백발이 될 때까지 많은 무공을 창안하였지만 진정으로 ‘바로 이것이다’라는 것을 얻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수없이 많은 무공을 연구하고 또 버리면서 갖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버린 것들 또한 그의 머리와 가슴으로부터 우러난 뜻을 따라 만들어졌지만 70세에 이를 때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무공은 없었다.
제천신군 오뇌무는 산과 바다를 다니며 자연을 벗삼아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그런 세월을 넘어 오뇌무는 나이 팔십 세가 되어갈 즈음 비로소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심법을 창안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작품이었다.
또한 수 없는 나날 동안 무공에 미쳐 방황하던 시간들의 보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심법의 이름을 이렇게 칭했다.
우사신공(牛蛇神功).
어떤 무공일지라도 창안이 되면 그 이름이 정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이름 속에는 마땅히 무공의 대표되는 뜻이나 이치가 담겨져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보자.
태극의 묘를 운용해 창안된 것이라 하여 무당파에는 태극진경이란 심법이 있다. 소림사의 달마역근경의 경우는 소림의 개파조사라 불리는 달마가 몸을 보하고 단련시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하여 그렇게 칭해지게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제천신군 오뇌무가 일생일대의 걸작을 가리켜 칭하길 ‘우사신공’이라 한 것도 깨달음의 한뜻을 내포하고 있음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강호의 누구라 할지라도 신공의 이름이 우사신공이라고 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을 터였다.
우사(牛蛇)란 소와 뱀을 가리키기에 그 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혹여 어떤 이들은 섣부른 생각에 단정하길 별 대수롭지 않은 무공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범인(凡人)들은 이런 식으로 중얼거리지 않을까.
‘소와 뱀과 무공이 도대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소와 뱀이 나온 걸 보니 어쭙잖은 애들 장난 같은 것이 분명할 거라고.’
그럼 어찌하여 오뇌무는 필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심법의 이름을 우사신공이라 칭하게 되었을까?
과거 오뇌무는 우사신공을 완성한 후 크게 외친 바 있는데 그의 음성 속에서 어느 정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오뇌무, 드디어 신공을 창안하였노라. 이 신공의 이름은 우사신공이라 칭하겠다. 정파인에게는 정도 최고의 심법으로, 사파인에게는 사도 최고의 심법으로 남으리라.”
오뇌무의 광기 어린 외침!
무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자라면 이런 외침을 듣고 분명 피식 웃으며 말할 것이다.
-늙은이가 무공에 미쳐 살더니만 끝내 정신이 돌아버리고 말았군. 늙어도 곱게 늙어야지. 쯧쯧.
그만큼 오뇌무의 말은 무공의 기본적인 이치와 상반(相反)되는 말이었다.
본시 내공이라 함은 무공을 이루는 기본이다.
정파의 무공이 광명정대하고 사파의 무공이 패도적이며 살기가 넘쳐 남은 근간을 이루는 내공심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정파의 내공심법들은 대부분이 순수한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데 주력한다.
정파의 정종심법은 수련 기간이 매우 길고 험난하다. 하지만 본 궤도에 들어서게 되면 그때부터는 매우 안정적이 되거나 초절정고수의 반열에 들기도 쉬워진다 할 수 있다.
반대로 사파의 심법은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사파에서는 오로지 강함을 추구한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더 강자가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힘으로 권위를 이루는 집단의 특성상 사파는 어느 누구보다 자신이 더 빨리 고수가 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정파보다 성취는 빠르지만 그에 따른 폐단도 만만치 않게 되는 것이다.
그 폐단 중 가장 많은 것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게 되어 주화입마에 빠지는 경우이다. 또 그 뒤를 잇는 폐단은 어느 정도까지는 빠르게 나아가나 궁극의 초절정고수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근본 정파는 순수의 정화를 깨우치게 하고 사파는 파괴적인 힘을 추구하기에 가르침의 출발 자체가 어긋나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氣)의 수련이 마음의 공부라 하지만 가르침 자체가 어긋나 버리면 운용자의 심성도 탁한 기운에 의해 순수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한 이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오뇌무의 외침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오뇌무의 외침은 진실이었다. 이 문제를 좀 더 이해함에 있어서는 오뇌무가 산천을 떠돌며 깨달은 한 가지 이치를 알아야만 한다.
그의 깨달음인즉,
- 물(水)이란 무엇인가?
물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동물, 그리고 식물 등 생명을 가진 모든 것에 그 생명을 유지시키는 필수적인 공급원이라 할 수 있다.
물이 공급됨으로 인해 사람은 성장하고 유지하며 동물은 그 종족을 보존하고 번식한다. 또한 식물은 그 물로 인해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물이 살아 있는 것에 공급되었을 때는 생명을 유지시키고 그 존재를 더욱 찬란하게 만들게 된다.
하지만 물이 죽어 있는 것들, 즉 생명이 끊어진 상태의 그 무엇에 공급될 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때는 살리거나 번식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더욱 썩어가도록 가속시킬 뿐이다.
또 다른 방면에서 물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물이 소에게 공급되면 소는 유익한 우유를 만들게 된다.
반면 뱀이 물을 마시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뱀은 그 물로 독을 만들게 됨이니 하나의 물이 어디에 공급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렇듯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어떤 심성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지는 법이다. 어떤 이는 유익한 것을 더욱 유익하게 만드는 그릇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유익한 것을 악으로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이 물에 대한 이치 속에서 오뇌무는 우사신공을 만든 것이다.
우사신공은 그가 광소를 터뜨려도 될 만큼 아주 특이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마음에 절대 선을 이룬 자에게는 지상 최고의 정도심법으로 힘을 부여하고 마음에 절대 악을 이룬 자에게는 마의 극을 이루는 신공의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마치 소와 뱀이 물을 마시고 각기 우유와 독처럼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우사신공에는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그건 너무도 치명적인 신공의 단점이었다.
그건 바로 신공을 창안한 오뇌무조차도 다 익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비록 신공을 완성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총 7단계의 과정 중 3단계까지밖에 이르지 못한 채 포기하고 말았다.
그것은 우사신공이 정신과 극도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선과 악이 교차하는 상태에서 어느 한쪽으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완벽하게 선을 이루지도 못했고 마음이 완벽하게 악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혼란에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면 몸이 견뎌낼 수 없음을 알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훗날 절대 선을 이룬 자나 절대 악을 이룬 자가 있다면 그 성취를 이루어주길 바라고 비급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제2장 우사신공
지금 이곳은 개방 방주 노위군의 개인 연무실이다.
노위군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행공을 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그의 옆에는 낡은 책자가 한 권 놓여 있었다. 그것은 매우 낡아 조금만 세게 움켜쥐면 바스러질 것같이 오래되어 보였다.
그가 무공을 연마하는 모습은 당연 무림인으로서 습관과 같은 행동이기에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그의 옆에 놓인 낡아빠진 비급에 희미하게 적힌 글체는 어느 누가 본다 할지라도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엔 빛바랜 황금빛으로 우사신공(牛蛇神功)이라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인 오뇌무가 우사신공을 세상에 남겨두고 떠난 지 500년. 오뇌무가 남겨둔 우사신공은 흐르고 흘러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되었는데 지금에 이르러선 뜻밖에도 개방 방주 노위군의 수중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노위군이 우사신공과 연관을 맺게 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그가 우사신공을 얻게 된 것은 철저히 혈곡의 배려 때문이었다. 지난날 혈곡에서 파견 나온 곡함이 개방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그는 내공심법을 부탁한 바 있었는데 혈곡에선 고심 끝에 우사신공을 내놓은 것이었다.
혈곡에서 전설의 우사신공을 군소리 없이 노위군에게 건넨 건 짐짓 순수한 뜻으로 비춰지지만 실제로 그 속에는 그들 나름대로 숨은 뜻이 있었다.
혈곡이 우사신공을 얻게 된 것은 100여 년 전이었는데 당시 혈곡의 곡주였던 구마선은 뛸 듯이 기뻐하며 우사신공을 연마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신공을 연마한 지 3년 만에 주화입마에 빠져 스스로 자결하고 말았다.
당시만 해도 혈곡에서는 이 사건을 우사신공의 문제로 생각지 않고 개인의 자질과 성취의 미숙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 후로 우사신공을 익히려 하다가 후대 곡주와 몇몇 곡 내 의 초고수들이 미치광이처럼 폭주한 후에서야 그들은 비로소 우사신공에 무언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금제를 걸어 아무도 익히지 못하도록 했다.
그 후로도 몇몇이 호기심에 못 이겨 우사신공을 연마해 보려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일 뿐이었다. 그로 인해 우사신공은 혈곡의 비밀함에 담겨져 있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노위군이 내공심법을 요구해 오자 심사가 뒤틀린 곡주 단천우가 우사신공을 넘겨준 것이다.
그것은 독약을 준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노위군은 전설의 기인 오뇌무가 남긴 우사신공이 그저 기쁘기만 했다. 노위군은 내공의 부족에 목말라 하고 있었기에 혈곡에서 말해 준 주의 사항조차 크게 염려되지 않았고 하루빨리 익히고만 싶을 따름이었다.
“이 한 가지를 주의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오. 우사신공을 익히려 한다면 반드시 삶에 있어서 마음을 절대적으로 한쪽으로만 품어야 한다는 것이오.”
혈곡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익히면 익힐수록 만족스러웠다. 노위군은 우사신공을 익혀가며 혈곡이 괜히 엄살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말하면 더 대단해 보이더란 말이냐.’
그도 창안한 오뇌무조차 우사신공을 온전히 연성하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위군은 비천신공을 깨우칠 비기를 알지 못했고 초절정고수가 되는 데 마음이 뺏겨 또 다른 길을 기다리거나 선택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는 처음에 우사신공을 받아 들고 약 보름 동안 세심히 살폈다.
하루 이틀 훑어보던 그의 눈동자는 기쁨으로 일렁였고 가슴은 세차게 두근거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놓을지도 모른다는 흥분이 온몸을 휘감은 것이다.
그가 본 우사신공은 자신에게 이렇게 공언하고 있었다.
천하제일의 무공과 천하제일인이 되게 해주마!!
그건 노위군에게 무한한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노위군은 우사신공을 본격적으로 익히기 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선택해야만 했다. 지극히 순수한 선으로 마음을 정할 것인지, 아니면 절대적 사악함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우사신공은 어느 땐 선하고 어느 땐 사악해선 익힐 수 없었다. 선함 중에 악이 개입되어선 안 되었고 악함 중에 선함이 넘나들어선 반드시 주화입마를 당하고 만다.
그런 결정에서 노위군은 망설이지 않았다.
-절대적 사악으로 익히리라.
아마도 이러한 결정은 어쩌면 노위군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선택할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마음속으로 사악함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에 절대 선을 이룬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또한 언뜻 생각할 때는 악함 가운데 선한 뜻을 품지 않음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간과할 수 없는 건 그런 자신감을 품었던 혈곡의 곡주들이 번번이 주화입마를 당하고 죽어갔다는 점이다.
그만큼 어느 것 하나에 절대적인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노위군은 자신의 선택이 매우 현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사신공을 익힘에 있어 마치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힘을 얻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더욱 수련의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늘 미움과 분노와 파괴적 망상을 떠올렸다. 그럴 때면 망상이 강하게 떠오를수록 신공의 성취는 빨라지고 내공은 더해져만 갔다.
그러던 차에 넉 달이 지날 즈음 노위군은 문득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과연 선함을 떠올리면 몸에 이상 반응이 올까?’
물론 악한 생각을 품으면 품을수록 더욱 신공의 힘을 얻었기에 반대의 경우도 당연지사라 생각해야 했지만 한번 궁금증이 일어나자 자꾸만 그것이 수백 배로 증폭되어 나타났다.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어슴푸레한 과거를 떠올렸다.
골목의 한쪽 귀퉁이에 배고픔으로 눈을 희번덕거리는 아이가 보였다.
그 아이는 며칠을 굶었는지 몰골이 어떤 말로 표헌하기 힘들 정도였다. 만약 저대로 둔다면 영양실조로 죽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아이를 거들떠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어린 소년의 몸 앞에 한 사람이 바짝 다가왔다.
소년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햇빛을 등지고 있어 얼굴이 보이질 않았다.
‘누굴까?’
고개를 약간 옆으로 젖혀 바라보니 따스한 얼굴을 한 중년의 거지였다.
“나랑 함께 가지 않겠느냐?”
중년 거지가 손을 뻗었다.
“어디로요? 밥도 주나요?”
“하하하, 밥뿐이겠느냐? 너를 강하게 만들어주마.”
거지 소년이 가냘픈 손을 들자 중년 거지가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조용히 사람들 사이를 뚫고 사라졌다.
노위군이 눈을 번쩍 떴다.
‘아… 사부!’
그가 본 건 자신이 어릴 적 처음 사부를 만났던 장면이었다.
사부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아니, 아버지였다.
사부를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의 삶은 그 이후로 없었을지도 몰랐다.
사부를 떠올리던 노위군이 한차례 격하게 온몸을 떨었다.
“으아악!”
고통에 찬 신음이 새어 나왔고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머리엔 수많은 과거가 소용돌이치듯 휘몰아쳤고 단전으로부터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며 한 사발 정도나 되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것이로구나.’
여차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바로 이런 상황으로 인해 여태껏 누구도 우사신공을 완전히 연마할 수 없었던 것이다.
노위군은 즉시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온갖 사악한 생각을 떠올린 채 광기를 번득거리며 다시금 기를 안정시키려 애썼다.
“으아악! 사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가 죽은 건 그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사부고 뭐고 다 필요없어∼.”
그렇게 악한 마음을 외부로 드러내며 약 일 식경(30분) 정도가 지나게 되자 노위군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나마 회상이 짧았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다면 더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노위군은 눈에 혈광을 발하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내겐 아름다운 추억 따윈 없다! 다 죽여 버리고 말 테다! 모두 다 죽여 버릴 테다. 사부도 필요 없어. 사부가 아니어도 난 성공할 수 있었어. 그 따위 도움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그는 마음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인민이나 정을 품지 않겠다. 천하제일이 되기 위해서 오직 사악한 것만 보고 생각해 주마. 그래, 악마가 되어주겠어!’
그의 마음에 살의, 미움, 분노, 위선, 불신 등이 가득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