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40장 (41/199)

 # 40

40.

제10장 구지경외자라 불리우다

“위험해! 피해!”

“으악!”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허운 지역의 시장에서 뻗어난 길은 언제나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으로 북적거리기 일쑤인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북적거림 대신 1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제히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건 사람들 뒤로 사나운 개 한 마리가 입에 거품을 문 채 맹렬하게 쫓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개는 누런 털에 덩치가 황소만 했는데 눈이 시뻘겋게 변해 광기를 번득이는 것으로 보아 필시 광견병에 걸린 것이 분명했다. 대개 개의 광견병은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전구기(煎驅期:12시간∼2일)로 눈을 불완전하게 움직이고 흥분하기 쉬우며 잘 짖고 문다. 두 번째, 광조기(狂燥期:2∼4일)에는 짖는 목소리가 쉬고 되풀이하여 길게 짖는다. 또한 받히는 것은 무엇이나 물게 되는데 증상으로는 전신을 가볍게 떨고 아래턱의 마비가 일어나며 침을 흘리게 된다. 셋째, 마비기(痲痺期:1∼2일)에는 턱과 혀의 마비에서 하반신, 그리고 전신에 마비가 진행되어 죽게 된다. 현재 달려오고 있는 개의 증상을 보건대 두 번째 광조기에 해당하는 상태임이 틀림없었다.

“구지경외자∼ 어딨는 거야!”

“얼른 나와! 개가 미쳤단 말야!”

“도와줘! 구지경외자∼!”

사람들은 도망가면서 한결같이 구지경외자를 찾았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구지경외자만 온다면 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구지경외자가 없는 지금으로써는 도망가는 것만이 최우선이었다. 개의 덩치가 워낙 큰 데다가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리면 워낙 치명적인지라 사람들은 물리지 않으려 미친 듯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달리기를 함에 있어서는 앞서는 자가 있고 뒤처지는 자가 있게 마련이지 않는가. 자연 걸음이 느린 중년 여인들이 헐떡거리며 뒤로 처졌다. 그런 연약한 여인들을 미친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봐주고 넘어갈 리 만무했다.

크르릉.

미친개는 목표물을 발견하고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세차게 달려들었다. 침이 질질 흘러내리는 이빨의 표적은 야채를 사러 왔다가 엉겁결에 쫓기게 된 수연 아줌마의 엉덩이였다. 한 치(약 3센치)정도로 근접해 곧 있으면 옷이 찢겨지고 허연 엉덩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날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휘익-

퍽!

어디에서 날아온 것인지 주먹만 한 돌멩이가 개의 옆구리를 가격했고 그로 인해 미친개는 잠시 주춤거렸다. 개가 주춤거린 짧은 순간에 멀리서 희끗한 그림자가 번쩍거리며 날아오더니 사람들의 머리 위를 날아 미친 개 앞에 섰다. 신법이 어찌나 빠른지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의 옷차림은 언뜻 보면 백의로 보여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청, 녹, 황의 옷감을 작게 오려붙여 꿰맨 자국이 여기저기 드러났다. 머리와 수염만 봐서는 백발이 성성한 고로 60세가 넘을 것 같아 보였지만 그의 피부는 이제 40대의 중년인의 그것처럼 젊어 보였다. 무리 중에 누군가가 노인의 정체를 알아보고 외쳤다.

“저분은 개방의 섬서 분타주인 의혈신개 묵백(墨帛)님이시다.”

노인 묵백은 주위의 사람들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시인했다. 그는 올해 나이 60세로 섬서성의 모든 개방 제자를 관할하고 있는 분타주다. 이번에 허운지역으로 온 것은 이곳의 개방인들을 살펴보고자 함이었다. 그러던 중 마침 미친개가 소란을 피운 것을 멀리서 보고 일단 도달하기까지 돌을 던져 개의 동작을 멈추게 해 사람을 구하게 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노인이 개방의 고수라는 말을 듣자 도망갈 생각을 버리고 대체 이 나이 든 무림인이 어떻게 개를 처리할지 궁금하여 모여들었다.

한편 누런 털의 미친개는 흉악한 이빨을 드러내며 새로 나타난 적을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 원래 미치면 정상적일 때 충분히 아픔을 느낄 만한 것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보통 때 같았으면 옆구리의 통증을 느끼고 몸을 뺐을 테지만 지금은 단지 용기백배(勇氣百倍)할 뿐이었다. 아마도 보통 개라면 묵백 문타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도(氣道)만으로도 꼬리를 내렸으리라. 하지만 미친개는 날카롭게 눈을 번들거리며 으르렁거렸다.

으르르릉…….

마치 물을 토해내듯 침을 흘리며 으르렁거리는 것이 꼭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새끼가 바로 돌을 던져 아프게 한 놈이로구나. 짜증나는구나. 씨이∼ 내 꼭 너를 물어서 너도 병 걸리게 해주마.」

개와 묵백 사이에 묘한 긴장이 흘렀다. 당연한 결과가 예상되는 것이었지만 묵백으로서도 어느 정도는 조심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만큼 개의 덩치가 컸고, 번들거리는 눈에 실린 살기가 대단했기에 자칫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몸을 날릴 염려 때문이었다. 그 짧은 사이 사람들은 이 대결을 구경하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구지경외자는 왜 안 나타나는 거야?”

“누가 가서 구지경외자를 불러와야 되지 않겠어?”

“구지경외자가 있는데 어떻게 개가 미치게 된 거지. 참 별일도 다 있군.”

희한하게도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개와 맞서고 있는 묵백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구지경외자란 인물에게로 온통 쏠려 있었다. 섬서 분타주 묵백은 사람들의 반응에 의아했다.

‘구지경외자라구? 사람들의 말속에 절대적인 신뢰가 묻어 있는 걸로 봐선 대단한 고수인 것 같은데 이제껏 나는 강호에서 구지경외자라는 별호를 지닌 자는 들어본 적이 없지 않은가. 그는 과연 누굴까?’

그는 의문을 품었지만 일단은 미친개를 제압한 후에 알아보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묵백이 막 장력을 쏟아내려 하고, 미친 누렁이가 뒷발에 힘을 싣고 튀어 오르려 할 때였다.

“잠깐!”

뜬금없이 들려온 큰 외침에 묵백이 장력을 거두었고 심지어 제정신이 아닌 미친 누렁이조차 소리난 곳을 바라보았다. 묵백은 순간 입을 벌리고 실없이 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아직도 저런 거지가 세상에 있었나?’

그가 본 것은 젊은 거지였다. 아니, 그냥 젊은 거지라고 표현하기엔 너무나도 표현 자체가 얌전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산발한 머리는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하늘을 씨를 듯 솟아 있었고 머릿결은 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것이 쥐어짜기라도 할라치면 기름이 한 항아리에 가득 할 것만 같았다. 또한 옷은 도무지 인세에서 찾아보긴 힘든 빛깔이었는데 흑색과 회색이 묘하게 어우러진 온갖 추접함이 절절이 깃든 색상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었다.

당(唐)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인 이백(二伯)과 두보(杜甫)가 살아난다면 아마 표현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난한 차림의 거지는 뚜벅뚜벅 느린 걸음으로 개를 향해 걸었다. 그와 함께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와∼ 구지경외자다!”

“와와∼!”

“어서 와∼”

그건 가히 열광적이라고 할 만했다. 좀 전까지의 팽팽한 긴장감 같은 것은 아예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비로소 묵백은 환호 소리를 통해 구지경외자가 바로 이 추접스런 거지임을 알았다.

‘허허, 겉보기에는 고수라고 보이지 않는데 왜 저리 사람들이 열광할까?’

구지경외자가 개를 향해 걸음을 옮기자 빙 둘러선 사람들은 응원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혼 좀 내주라구!”

“구지경외자! 저 개가 나를 물 뻔했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야, 이제 안심이다.”

사람들은 일제히 구지경외자를 향해 쉴 틈 없이 말했고 그 말을 받은 구지경외자는 잠깐 멈춰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했다. 그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 자주 해본 듯했다.

그런 모습은 지금의 이 긴박한 상황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어서 묵백은 물론이거니와 정상이 아닌 미친개마저도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미친 개:크르릉… 크르릉…….

「해석:저 새낀 또 뭐야. 광견병을 물로 보는 거냐. 근데 저 새끼는 왜 저리도 더러운 거야? 이러다 내가 오히려 병 옮을 것 같은데… 아씨∼ 재수없어.」

미친개조차도 왠지 어깨를 움츠릴 정도였다.

「묵백:허허, 저 친구도… 참… 허허허…….」

묵백으로서는 그저 너털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구지경외자가 나타났으니 이젠 저 개도 끝이로군. 미쳐도 미칠 데를 골라가면서 미쳐야지. 쯧쯧, 안됐어.」

그럼 과연 이 구지경외자의 정체는 누구일까? 세상에서 개들이 두려워하고 공경할 수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강호에 개들이 두려워할 자는 많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 개들이 공경하는 마음을 품으며 따를 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구지경외자는 견왕의 길을 계승한 표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표영은 심마(心魔)에서 벗어난 후 산지 사방을 1년여 동안 유람하며 온갖 거지 생활을 체험했다. 그로세 비천진기를 연마함과 동시에 주야로 사부가 전해준 무공을 익히는 데 주력했다. 개방의 무공의 이치가 모두 걸인의 삶과 연계되어 있기에 표영은 빠른 속도로 습득해 나갈 수 있었다.

근본 만성지체는 천재적인 지능을 타고난다. 하지만 더불어 말로 다 할 수 없는 게으름을 동시에 타고나기에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 표영은 거듭되는 고난의 길로 인해 8할 정도를 게으름에서 벗어난지라 그 천재성이 드러나 무공을 이해함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표영은 1년여의 유람을 마치고 사부와 함께했던 곳 근처인 허운 지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삼 개월이 지나는 동안 모든 개들을 제압하고 뭇 개들로부터 존경과 두려움을 한 몸에 받게 된 터였다.

표영이 허운으로 온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허운 지역의 모든 개들은 견왕의 화려한 등장 앞에 조심스레 무릎을 조아렸다. 그 한 달 사이에 이 지역에서 날고 긴다는 개들, 즉 쌀집 바둑이, 사봉장원의 흰둥이, 목성화 할아버지 집의 똘똘이 등이 나름대로 반항을 해보았었다. 하지만 모두 피떡이 되어 실 끊어진 연처럼 훨훨 날아갔다. 이 사건은 개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개의 세계에서 바둑이와 흰둥이, 똘똘이는 허운 지역 삼대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터라 그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일로 인해 어떤 개도 순종치 않는 개가 없게 되었다. 허운 지역에 거주하는 개들로서는 단지 하늘만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이렇게 한탄했는데 그 내용들은 이러했다.

「하늘이시여! 왜 견왕이 이곳으로 오게끔 하셨나이까.」

「우리의 목숨은 바람 앞에 놓인 등불과도 같이 위태하나이다.」

「비나이다. 부디 견왕이 다른 곳으로 발령나도록 힘써주소서.」

「아니면 우리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주시던가요.」

얼마나 고달팠으면 개들이 기원을 다하겠는가. 그때부터 허운 지역의 사람들은 표영을 부르길 구지경외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건 공경할 경(敬), 두려워할 외(畏), 개들의 두려움과 공경의 대상이라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처음엔 어이없이 여기다가 점점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늘 어디를 가든 개들이 호위하듯이 따르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개들을 집합시켜 정신 교육을 시켰던 터라 개들은 빠릿빠릿하니 집도 잘 지키고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변해간 것이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개에 관한 한 모든 것을 구지경외자 표영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다.

언젠가 한번 포목점을 운영하는 초봉만은 특별한 경험을 한 바 있었다. 그는 자신이 키운 개가 주인을 따르기보다 거지 같은 구지경외자를 따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루는 지역의 모든 개들이 모이는 날 초봉만은 개를 묶어두고 가지 못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멍멍아, 넌 거기 갈 필요 없다. 너는 우리 집만 잘 지키면 되는 거야.”

그로선 구지경외자가 대수냐는 생각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멍멍이에겐 세상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문제였다. 이건 목숨이 달린 문제인 것이다. 멍멍이는 오직 복종만이 있을 뿐 그 어떤 변명도 견왕에게는 통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멍멍이는 목에 매달린 줄을 끊어버릴 듯 박차고 달려가다가 줄이 팽팽해지면서 캐갱 하고 멈춰 서고, 다시 달려가고 캐갱 하기를 반복하다가 끝내 목줄을 풀 수 없음을 알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런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포목점 주인 초봉만은 그 꼬락서니가 하도 어이가 없어 목줄을 풀어 줄 수밖에 없었다. 멍멍이는 주인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집합 장소로 달려갔고 초봉만은 기가 막히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

‘대체 개들이 왜 그리 구지경외자를 따르는 걸까. 허허, 참 알 수가 없군.’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기에 허운 지역의 모든 개 주인들은 개에 관한 한 구지경외자에게 맡겨놓다시피 했다. 실제로도 개들은 구지경외자가 온 후로 더욱 각각의 집에 충성을 다했고 밤마다 도둑이 들지 않도록 경계 근무에 마음을 다했기에 곧 개 주인들도 불만을 잊고 신뢰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누렁이가 광견병에 걸려 미치게 되자 제일 먼저 구지경외자 표영을 찾은 것이었고 열렬히 환호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명성과 신뢰를 얻은 표영은 미친 누렁이를 대함이 심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착잡하다. 개자식들 중에 광견병이 발병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견왕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자존심을 건드린 네놈을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표영은 느릿느릿 걸어가 미친개 앞에 떡하니 서서 장엄하게 입을 열었다.

“누렁이는 들어라.”

원래 이 미친개는 미치기 전에는 누렁이로 통하고 있던 터였다. 게다가 표영에게 온갖 아양을 다 떨던 놈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누렁이는 광견병으로 인해 지존(至尊)이 당도했음을 알아보지 못했고 단지 으르렁거리며 당장에라도 뛰어올라 물어뜯을 기세였다.

으르릉…….

「해석:뭐야, 이 자식. 죽고 싶어 환장했나.」

묵백은 구지경외자가 개에게 다가가 일장연설을 할 셈인 듯 말하자 김빠진 웃음을 날렸다.

“허허허…….”

‘이 친구 개와 이야기를 할 셈인가 보군, 거참.’

아니나 다를까. 그때부터 표영의 일장연설이 시작됐다.

“누렁이 이놈, 감히 허락도 없이 미치다니! 그게 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말인즉, 미치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꾸짖음이었지만 그것이 구지경외자 표영의 입에서 나오자 웬일인지 당연하게 느껴지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주위에 모여 구경하는 이들도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표영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표영의 말은 계속됐다.

“…미치더라도 곱게 미쳐야지, 개 주제에 사람들을 물려 하다니. 그래 가지고서야 이 시대를 이끌어갈 올바른 개가 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내가 그렇게밖에 못 가르쳤더란 말이더냐. 이 험난한 세상에서 도둑으로부터 집을 훌륭히 지켜내고 항상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고 내 그토록 신신당부 했건만 난동을 피우다니…….”

거창한 말들이 계속 이어졌지만 미친개에겐 그저 괴상한 소음으로 들릴 뿐이었다.

으르르릉…….

「해석:뒈지고 싶냐, 시끄러워 죽겠다.」

누렁이는 으르렁거리더니 어깨를 움찔함과 동시에 표영의 얼굴을 향해 솟아올랐다.

“위험해!”

“피해∼!”

“헉!”

갑작스런 누렁이의 발작에 주위 사람들의 입에서 다급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미 견치지겁을 통해 수많은 개들의 공격을 수도 없이 받아온 표영이 이런 일에 놀랄 일은 만무했다. 게다가 비천신공이 보이지 않게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였고 그 위에 개방의 무공으로 전수받아 온 표영이다.

이런 발작에 대한 대응은 코를 푸는 것보다 쉬운 것이었다. 옆으로 살짝 비껴 서며 오른손으로 허리춤에 걸린 견왕봉을 빼내 휘둘렀다.

파팍.

연속 두 번의 몽둥이질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인 누렁이의 머리와 어깨를 갈겼다.

철퍼덕.

누렁이는 아까의 사나운 기세와는 정반대로 보기 좋게 나뒹굴었다. 하지만 아픔을 느끼기엔 너무나도 미쳐 있는 상태가 심각했다. 누렁인 다시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키고 거세게 표영에게 달려들었다. 표영은 달려오는 개의 몸 위로 훌쩍 공중제비를 돌아 뒤로 내려섰다. 누렁이는 허탕을 친 후 돌아서려 했지만 그보다 표영이 뒤돌아서며 뻗은 손이 더 빨랐다.

표영은 누렁이의 뒤로 빠르게 접근해 누렁이의 뒷다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이 자식, 머리가 돌려면 제대로 돌아야 할 것 아니냐. 이 정도 가지고 되겠어. 자, 마음껏 돌아라!”

표영은 누렁이의 두 다리를 붙들고 공중에서 수레바퀴 돌리듯 빙글빙글 돌려 버렸다.

윙∼ 윙∼ 윙∼

그런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신바람이 났다. 역시 구지경외자답다며 연신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것이 가히 난리가 아니었다.

“땅 끝까지 보내 버려.”

“워워워워∼!”

“물레방아가 따로 없구먼, 허허허.”

누렁이는 빙빙빙 돌아가는 가운데 두 눈이 원심력에 의해 두꺼비처럼 불쑥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얼마나 돌렸을까? 누렁이는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와 눈이 뱅뱅 돌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표영이 외쳤다.

“솟구쳐라!”

표영이 손을 놓자 누렁이는 훨훨 날아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쉬이익-

그리 높이 올라간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보기엔 마치 그것은 폭죽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붕 솟아오른 누렁이는 정신이 어질어질한 가운데 추락하기 시작했다. 몸이 빙글빙글 돌며 떨어져 내릴 때 표영이 양팔을 활짝 펴며 크게 외쳤다.

“항문일침(肛門一針) 제광소멸(制狂消滅)!”

이 순간은 아주 짧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뭘 하려고 저런 소리를 지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항문에 침을 놓아 미침[狂]을 제거하고 소멸시킨다니. 모두들 의아해 마지않았지만 곧 그 해답은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경악성들!

“헉!”

“허거거걱! 이런…….”

“저, 절반이 넘게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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