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651화 (651/670)

# 651

귀환 마교관

651화(외전 24)

쩌엉!

고막을 찢을 듯한 금속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인근 숲에서 머물러 있던 새떼가 푸드덕 날아올랐다.

쩌정! 쩌엉!

사비란은 네 사람의 도검을 연신 피하면서도 어지럽게 검을 내질러 갔다.

그야말로 나비 한 마리가 검우(劍雨)를 피해 날아다니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가 검을 휘두를 때만큼은 유성이 떨어져 내리는 듯한 강맹함이 있었다.

백화단은 물론, 섬검목가와 흑천도가의 무인들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보았다.

특히 단리혁은 돌처럼 굳어서 꿈쩍도 하지 못했다.

‘강하다…!’

비무를 펼치는 다섯 사람은 정말로 강했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까지 강한 줄 몰랐다.

물론 부모님과 부모님의 동료들에 대한 명성은 어렸을 때부터 지겹게 들어 왔다.

모든 사람들이 칭송했고, 저잣거리에만 나가도 대우가 달랐으니까.

하지만 부모님의 무공에 대해서, 혹은 그 동료들의 무공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원래 가까이에 있을 때는 더 모르는 법이다.

오히려 주변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엇나간 경우가 많았다.

부모님에 대한 반발심도 컸다.

한데 이런 격전을 보니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마치 대련이 아니라 실전을 보는 것만 같았다.

자칫 한눈을 팔게 되면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한데도 다섯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검을 마구잡이로 뿌려댔다.

특히 네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는 사비란.

정말이지 그녀는 이 세상의 여인이 아닌 것만 같았다.

검이나 도를 가지고는 그녀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분명히 검이 몸을 베고, 도가 팔을 잘라내는데도 그녀는 멀쩡했다.

그만큼 유연하고 빠른 움직임 때문이다.

마치 베인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몸은 칼날에 스치지도 않았다.

“제법이구나!”

석탄강이 소리치며 사슬낫을 날렸다.

촤르르르륵! 꽈다앙!

사슬낫이 처박히면서 바닥이 분화구처럼 움푹 파였다.

흙과 모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투타타타탕!

파편 하나하나가 비수처럼 날아들었다.

‘일파열신겸(一破裂神鎌)’이라는 초식이었는데, 사슬낫을 사용하는 석탄강이 창안한 독문무공이었다.

적을 향해서 뻗어 나간 사슬낫이 목표한 상대를 가격하지 못했을 때, 그 주변을 타격해서 파편으로 이차 공격을 가하는 기술이었다.

이때, 사슬을 타고 뻗어 나간 강기가 파편 하나하나에 덧씌워지면서 수십, 수백 자루의 비수를 날린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

때문에 주변에서 구경하던 자들 역시 반사적으로 호신강기를 끌어올리면서 파편들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한데, 사비란의 대처는 조금 달랐다.

그녀는 신속하게 보법을 밟으면서 몸을 팽이처럼 회전하더니.

취리리리리릿!

그녀가 든 연검이 온몸을 감싸며 똬리를 틀 듯했다.

분명 석탄강이 알려 준 ‘적륜낭(積輪鋃)’이라는 초식이었는데, 실제로는 사슬로 몸을 감아서 보호하는 방식이었다.

앞서 복면인과 싸울 때, 그가 사용했던 방어술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연검이 유연하다고 해도 적륜낭을 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검의 길이 때문이다.

한데 그녀의 검이 거짓말처럼 길고 두꺼워지면서 훨씬 넓은 면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녀가 만들어낸 것은 강기의 일종이었다.

분명 적륜낭과 비슷하지만 명백히 다른 무공.

어쨌거나 그녀가 그렇게 적륜낭으로 날아드는 파편들을 모두 막아내자, 유송령이 기합성을 내지르며 거신도를 휘둘러 왔다.

정말이지 제자에 대한 정이 있긴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매섭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하앗!”

쒸에에에엣!

과연 유송령 역시 그녀만의 도법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분명 횡으로 베어 들어오는 거신도가 일직선으로 강맹하게 날아들었는데, 어느 순간에 파도를 넘는 잉어마냥 꿈틀대며 방향이 급변하는 것이 아닌가?

거신도의 강맹함과 그녀만의 유연성이 만들어낸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흑리도천파(黑鯉倒千波).

경공술 중 ‘금리도천파(金鯉倒千波)’라는 이름에서 따온 그녀만의 도법이었다.

금리도천파는 몸을 잉어처럼 튕겨 내는 것이 특징이지만, 유송령이 사용하는 도법인 흑리도천파는 칼날이 잉어처럼 휜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앗!”

지켜보던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비명처럼 소리쳤다.

꿈틀대며 날아가는 도신이 영락없이 사비란의 목을 베어 버릴 것만 같았기에.

하지만 사비란은 그 순간 그림자처럼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일 장 밖으로 물러서서는 연검을 그대로 뻗었다.

퀴리리리릿!

연검의 강기가 뱀처럼 날아들면서 유송령의 발 앞을 찍었다.

콱!

한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마치 강기를 잡아 끌 듯이 그녀의 몸이 훅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흡사 사슬낫을 박아 넣고 그것을 당기는 것과 동시에 몸이 날아드는 것만 같았다.

곧이어.

슈까아아앙!

그녀의 몸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면서 유송령의 거신도를 가격했다.

“크읏!”

그 강맹함에 유송령이 미간을 팍 구기고는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요상한 검법을 쓰는구나!”

목단화가 앙칼지게 소리치며 빛살처럼 날아들었다.

과연 그녀의 경신법은 네 명의 사부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좌우를 오가며 달려드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찰나.

취리리리리릿!

사비란의 연검에 강맹한 기운이 실리더니 물결을 넘는 잉어마냥 넘실거리며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이건…?’

분명 유송령이 사용하는 흑리도천파 같은데 느낌이 다르다.

“어디서 이런 사술을…!”

목단화가 몸을 비틀면서 그대로 사비란의 옆구리를 베어 들어갔다.

한데 거짓말처럼 사비란의 검로가 바뀌는 것이 아닌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변화였다.

‘허초였던가?’

꿈틀거리면서 달려들던 연검이 어느 순간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올랐다.

촤라라라라랏!

뱀이 용이 되어 비상하는 순간이었다.

목단화조차도 이 검법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눈치 챈 자가 있었으니.

“내가 가르친 검법을 요상하게 부리는구나!”

버럭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연우경이었다.

그가 일순간 허공으로 솟구치면서 찍어 내리다시피 검을 대각선으로 베어 왔다.

패룡단천검의 파석비룡 초식이었다.

스까앙!

청빙검과 연검이 부딪치면서 불꽃이 일어났다.

까라라라라라랑!

순식간에 여러 합이 이루어졌다.

불꽃이 마구 터지면서 청빙검이 타들어 가는 소리를 냈다.

치이이익…!

원래 냉기 속성을 지닌 검이었기에, 마찰 열기를 식히는 중이었다.

찰나지간.

연검이 세 가닥으로 변했다.

그리고 다시 여섯 가닥으로, 다시 열두 가닥으로….

뀌아아아아앙!

연검이 갈라질 때마다 고통이라도 느끼는 듯 괴이한 공명이 울렸다.

공명이 내공을 자극하자, 연우경이 바짝 긴장하면서 검공에 집중했다.

찰나.

츄파파파파팟!

‘이런…!’

갈라진 검신 중 몇 가닥이 자신의 팔다리를 휘감아 오는 것이 아닌가?

‘강기를 이런 식으로?’

위기감을 느낀 연우경은 뒤로 물러나기에 바빴다.

까라라라라랑!

뀌아아아아앙!

정말이지 제 삼자가 보기에는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운 격투였다.

사제지간의 대련으로 보기에는 너무 격렬했다.

사실 복면인들과 싸울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사비란은 그녀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그들을 상대할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네 명의 사부는 그들대로 복면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극한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아니, 사비란은 어떤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연우경 자신은 분명 그렇게 싸우고 있었다.

‘크읏!’

여러 가닥의 강기 줄기 중에서 일부는 사지를 구속했고, 일부는 그대로 요혈로 날아들었다.

‘뭔 놈의 강기를 자유자재로…!’

따다다당!

연우경이 급히 검을 휘둘러 날아드는 강기를 쳐냈다.

지금 사용한 초식은 그가 섬검목가에 들어오면서 익힌 섬광벽력검의 초식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본가에서 익혔던 무공이 아니다 보니 조금은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섬광벽력검을 구사한 것은, 빠르게 날아드는 강기를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는 역시 섬검목가의 무공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격전을 벌이는 사이, 세 명의 사부가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시에 몸을 날렸다.

직접 대련을 해보니 사정을 봐줘서는 도저히 이길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연우경은 요혈로 날아드는 검강을 모두 쳐낸 후, 자신의 품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사비란을 보고는 흠칫거렸다.

‘금나술…?’

처음 보는 동작이었기에 당연히 석탄강이나 유송령에게서 요상한 사술을 배워 익힌 것이라고 생각했다.

‘흑천에서 괴상한 것을 익혔나보구나!’

연우경이 얼른 장을 뻗어 대응하려는데.

휘릭, 탁!

‘엇! 이건…?’

분명 패검연가의 금나술을 닮았다.

한데 어딘가 좀 다르다.

연우경이 당황하는 사이, 사비란이 그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휙 끌어당겼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 바람에 연우경이 반사적으로 버티면서 물러섰다.

찰나.

따다다다다다당!

사비란이 연우경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했다.

마치 유송령과 연설연이 서로 손을 잡고 펼쳤던 선풍회격도를 보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사비란이 뿌리는 연검은 어찌 보면 사슬낫처럼 보였고, 또 어찌 보면 사심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거신도처럼 강맹했고, 청빙검처럼 한기를 품기도 했다.

마침내 강기 한 줄기가 날아가 바닥에 원을 그리듯 지나갔다.

동시에 연우경의 손목을 놓았다.

파파파파파파!

따다다다다다당!

사방으로 튀어 버린 파편을 네 사람이 정신없이 쳐냈다.

타타타탁…!

겨우 파편을 쳐낸 네 사람은 사비란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연우경은 사비란에게 잡혔던 손목을 힐끔 보았다.

선명한 손자국.

이건 분명 석탄강의 무공이었다.

사슬낫을 다루는 그는 악력을 높이는 내공을 자주 사용했다.

사비란을 에워싼 네 명의 사부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서로를 보았다.

뒤늦게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사비란은 실제로 자신들이 가르친 무공을 사용했다는 것을.

그렇다.

사비란은 자신들이 가르친 무공을 모두 섞은 것이다.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무공들을 하나로 합하니 그야말로 절공이 탄생한 것이다.

“허참, 더 겨뤄 봐도 의미가 없을 것 같군.”

연우경이 제일 먼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중얼거렸다.

석탄강도 자세를 풀면서 툴툴 웃었다.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실력이 굉장히 늘었구나.”

“나도 놀랐다. 언제 이렇게까지 발전한 것이냐?”

유송령의 말끝에 목단화도 한 마디 덧붙였다.

“과연 젊음이 좋긴 좋구나.”

하지만 그녀도,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단지 젊기에 이만한 경지에 오른 게 아니라는 것을.

무공을 혼용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사비강이 직접 가르쳐 주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연우경과 석탄강이 동시에 말했다.

“우리가 졌다.”

그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고 싶었다.

어째서 본가의 무공에 그런 잡스러운 것을 섞었냐고.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게 더 강맹했고, 더 효율적이었으며, 더 훌륭했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에.

사비란이 포권하며 말했다.

“네 사부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그녀의 말에는 분명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