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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578화 (578/670)

# 578

귀환 마교관

578화

사비강이 입꼬리를 히죽 치켜 올렸다.

“내가 더 만만해 보였나 보군.”

“시끄럽다, 인간 벌레!”

쉬르르르르르!

루시달의 신형이 이번에도 연기처럼 변하면서 눈 깜빡할 사이에 사비강에게 날아들었다.

다음 순간.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주먹이 사비강의 안면에 꽂혔다.

하지만 루시달의 표정이 흠칫 일그러졌다.

놀랍게도 사비강이 루시달의 주먹을 손으로 막아낸 것이다.

“노옴!”

쉬르르르!

다시 연기로 변한 그가 훌쩍 물러나면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냈다.

연기처럼 흩어졌던 검이 제 모습을 갖추자 섬뜩한 예기가 뿜어졌다.

한편, 바리탄에게는 다섯 명의 가디언들이 쇄도했다.

바리탄이 차갑게 조소를 지었다.

“날 우습게 봤군.”

쉬이이이잇!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날아가면서 다섯 가디언들을 향해 부딪쳐 갔다.

까강! 깡깡!

불꽃이 튀었다.

다섯 명의 가디언들은 마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버텼다.

까라라라라랑! 쩡!

연신 불꽃이 튀어 오르던 끝에 가디언 하나가 검을 세차게 마주치면서 튕기듯 날아갔다.

그 틈에 다른 가디언이 바리탄의 어깨를 검으로 베어냈다.

피츗!

어깨 한쪽이 베이면서 피가 튀어 올랐다.

바리탄의 눈썹이 슬쩍 일그러졌다.

“이 건방진….”

가디언들이 바리탄을 상대로 이 만큼 버틸 수 있는 것은 모든 마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내일이란 없었다.

단지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의 주인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었다.

때문에 마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다음 순간.

스르르르르.

바리탄의 신형이 쪼개지더니 다섯 가디언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이 또한 매혹의 악신이 가진 권능이었다.

“하앗!”

순간 다섯 가디언으로 변한 바리탄이 저마다 기합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깡! 까가강!

다섯 가디언들이 다른 다섯 가디언들과 어울리면서 난잡한 싸움이 벌어졌다.

시간이 흐르자, 그들은 상대가 아군인지 적인지 구분할 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다섯 가디언들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존재를 찾아 싸우기 시작했다.

믿을 건 자기 자신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모든 마력을 끌어올렸더라도, 바리탄은 귀족들 중에서도 전투 능력이 뛰어난 자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부상을 입는 자가 늘어났고, 마침내는 세 명의 가디언이 목숨을 잃었다.

쓰러진 자가 가디언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버젓이 시체로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싸우다 보니 남은 두 가디언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등지고 서게 됐다.

가디언 하나가 등진 동료에게 말했다.

“공작님을 위해 마지막 수단을 쓰세.”

“그러지.”

둘은 뜻을 맞췄다.

블래스트 마나.

한 마디로 자폭을 하자는 뜻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려 이 자리에서 폭발시키면 주변은 초토화될 것이다.

이는 가디언들이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가디언들만 익히는 블래스트 마나는 제아무리 마력이 강한 마족이더라도 그 앞에서는 한 줌 잿더미가 되고 만다.

먼저 말을 뱉은 가디언이 순간 심장에 쌓은 모든 마력을 일시에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

그의 시선에 저만치 수풀에 가려져 쓰러져 있는 시체 한 구가 보였다.

그간 바로… 자신과 함께 등을 지고 서 있던 가디언이었다.

‘그럼 뒤에 선 녀석은…?’

찰나,

쉬컥!

그는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른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떠오른 것은 그의 몸이 아니라 목이었다.

툭, 데굴데굴…!

바닥에 떨어진 머리는 눈을 끔뻑이고는 여전히 우뚝 선 자신의 몸을 보았다.

푸욱!

마침내 검 한 자루가 몸을 관통하면서 심장을 뚫고 튀어 나왔다.

쑤욱!

검이 다시 뽑혀 나가자, 머리를 잃은 몸이 털썩 쓰러졌다.

쓰러진 시체 뒤로 가디언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가디언은 스르르 모습을 변형시키더니 이내 바리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가디언은 완전히 숨이 끊어져 절명하고 말았다.

슈르르르.

나머지 가디언의 모습을 한 분신들이 바리탄에게 다가와 흡수되듯 스며들었다.

다섯 가디언이 여기저기 시체가 되어 널브러진 것을 본 그가 고개를 돌려 사비강과 루시달을 확인했다.

여전히 둘은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럼 나도 끼어 볼까?”

팟!

순간 바리탄의 신형이 눈 깜빡할 사이에 루시달에게 날아갔다.

**

주변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소환지에서 튀어 나온 마물들과 마족들은 발악이라도 하듯 멸마궁도들과 마구 부딪치며 사투를 벌였다.

거기에는 바리탄이 이끌고 왔던 병력도 섞여 있었다.

헬무트는 기사단을 이끌며 단 한 명도 살아 나갈 수 없도록 주변을 완전히 봉쇄했다.

거기에 무랑이 술법을 펼쳐 소환지 근방의 숲을 미로처럼 만들었기에 행여나 생존자가 있더라도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옆에 선 지크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헬무트 역시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마족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저기 배신자다!”

“저놈부터 죽여라!”

헬무트를 알아본 마족들이 순식간에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헬무트가 싸늘한 시선으로 주변을 훑었다.

대략 스무 명의 마족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 기세로 날 이길 수 있겠나?”

“흥! 인간에게 굴복해서 머리나 조아리는 주제에 주둥이를 아무렇게나 놀리는구나!”

“잡설은 접어 두고 내 칼을 받아라!”

파바밧!

마족들이 일제히 헬무트를 향해 몸을 던져 왔다.

찰나, 헬무트의 몸에서 불그스름한 기운이 훅 퍼지는가 싶더니 신형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헛!”

당황한 마족들이 주변을 얼른 살폈다.

그 사이,

피츗! 피츗!

어정쩡하게 서서 서성거리는 마족들의 목에 선혈이 생기면서 픽픽 쓰러져 가는 것이 아닌가?

헬무트는 악신의 가호를 받진 못했지만, 마왕의 총애를 받아 정식 기사단장이 되면서 생긴 능력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적들이 일정한 범위 내에 들어오면 상대의 마력을 흡수해서 자신의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때, 상대의 속도는 느려지고, 헬무트는 빨라진다.

어떤 면에서 보면 상대의 마력을 흡수해서 시간차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다만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다 마력 소모가 심해서 하루에 두 번 정도만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흡수할 수 있는 것은 마력에 제한되는 단점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내공을 사용한 사비강과 싸울 때는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그런 능력 덕분에 스무 명의 마족들이 순식간에 쓰러져 나갔다.

그들로서는 정말이지 촌각에 지나지 않는 순간이었지만, 헬무트에게는 적들의 움직임이 굼벵이마냥 느리게 보였다.

대략 스무 명의 마족들이 속절없이 쓰러지고 나자, 주변에 퍼져 있던 붉은 기운도 천천히 사라졌다.

헬무트가 걸음을 막 떼려고 할 때였다.

꽈아아앙!

저만치 숲 한쪽에서 커다란 소음과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헬무트는 그곳에 사비강이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바리탄과 루시달의 기운도 미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곧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

루시달은 사비강과 바리탄을 번갈아보면서 호흡을 골랐다.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자신을 수호하는 가디언들은 모두 시체가 되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사비강 하나를 상대할 때만 해도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바리탄이 합세하니 더욱 싸우기가 어려워졌다.

몇 번이나 몸을 빼내고 달아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바리탄이나 사비강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다만 사비강과 바리탄의 합공은 썩 좋은 호흡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같은 적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바리탄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루시달을 제거해서 악신의 권능을 흡수하는 게 목적이었고, 사비강은 그걸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

칼을 지나치게 갈아 두면 자기 손이 베일 수 있다.

바리탄의 강함은 지금이 딱 적당했다.

여기서 그가 더 강해지면 곤란해진다.

능운파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필요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비강은 루시달을 상대하면서도 은근히 바리탄을 견제하고 있었다.

바리탄도 마찬가지.

자신이 악신의 권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사비강에게 루시달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때문에 두 사람은 암암리에 루시달을 공격하는 척하면서 서로를 방해하고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루시달은 지금까지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점점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력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제길! 이놈들에게 발이 묶여서는 위험한데…!’

그렇다고 이런 괴물 같은 놈들을 상대로 마냥 마력을 아낄 수만은 없었다.

‘애초에 그 잔챙이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었어!’

그는 천멸대와 신생조를 떠올렸다.

하지만 곧 그들을 쉽게 떨쳐내기도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뒤를 이었다.

결국 그놈들 때문에 지금 마력이 부족한 상황까지 내몰리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결국 한 번은 승부를 걸어야만 한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이렇게 시간을 끌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각오를 굳힌 루시달이 순간 두 눈에 힘을 주면서 몸을 연기처럼 흩트렸다.

슈르르르르르르!

쒸에에엑! 쩌엉!

루시달을 대각선으로 올려 베던 베르타스가 그대로 연기를 지나쳤고, 바리탄 역시 검을 사선으로 그어 내리다가 베르타스와 부딪쳤다.

묵직한 진동이 둘의 손목을 타고 전해졌다.

팡!

순간, 연기가 폭발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둘은 동시에 튕기듯 물러났다.

얼핏 보면 단순히 둘의 실수로 검이 맞부딪친 것 같았지만, 이 짧은 순간에도 그들은 내력과 마력을 충돌시키면서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만약 사비강의 내공이 지금처럼 심후하지 않았더라면, 내상을 입고 피까지 토했으리라.

한편, 연기로 변했던 루시달은 폭발을 일으키고는 그대로 바람처럼 날아갔다.

사비강과 바리탄의 포위를 뚫은 그는 이내 신형을 드러내고는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그런데.

“어딜 도망치는가!”

갑자기 허공에서 그림자 하나가 뚝 떨어져 내리면서 검을 수직으로 내려치는 게 아닌가?

“헛!”

헛바람을 삼킨 루시달이 다시 연기로 변해 버렸다.

퍽!

그대로 연기를 베어낸 검이 바닥에 처박혔다.

갑자기 나타나서 공격한 자는 다름 아닌 능운파였다.

열 명의 가디언들에게 잠시 발이 묶여 있었지만, 곧 소환지를 빠져나와 루시달을 찾아온 것이었다.

쉭쉭쉭쉭쉭쉭쉭!

능운파가 쉴 새 없이 검을 쏟아 부었다.

퍼퍼퍼퍼퍼퍼퍽!

그의 검신이 루시달의 몸에 닿을 때마다 그 부위가 잿더미처럼 흩어지면서 허무하게 허공을 베어냈다.

하지만 능운파는 멈추지 않았다.

평범한 마족들과 달리 그는 내공과 마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다.

때문에 마력이 소모되면 얼마든지 내공으로 보충할 수 있었다.

“네놈의 마력이 바싹 말라 버릴 때까지 베고 또 베어 주마!”

쉭쉭쉭쉭쉭쉭쉭!

능운파가 정신없이 루시달을 난자했다.

급기야 루시달이 고함을 내지르며 마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이놈들! 이렇게 된 이상 네놈들을 전부 소멸시켜 버리마!”

콰콰콰콰콰콰앙!

연기로 변한 루시달이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켰다.

마지막 남은 마력을 최대한으로 쥐어짜서라도 대항하겠다는 의지였다.

능운파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물러났다.

어마어마한 폭발력에 능운파가 미처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마침 루시달의 신형이 조금씩 갖춰지는 순간,

쒸에에에에에엑!

푸욱!

빛살처럼 날아든 베르타스가 그대로 루시달의 목에 박혀들었다.

“커억!”

루시달이 비틀거리는 찰나,

팟!

그의 등 뒤에서 신형이 불쑥 나타났다.

바리탄이었다.

곧이어.

푸욱!

“끄아아아악!”

“잘 먹겠소.”

바리탄의 음성이 루시달의 귓가에 닿았다.

부아아아악!

바리탄은 망설임 없이 루시달의 심장을 뜯어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루시달이 마지막으로 발악하는 순간, 사비강은 그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이고, 자신은 심장을 취해 악신의 권능을 흡수한다!

바리탄이 펄떡이는 심장을 흡족한 표정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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