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512화 (512/670)

# 512

귀환 마교관

512화

사비강이 품에서 두루마리 종이 한 장을 꺼내서 매설란에게 던져 주었다.

두루마리를 낚아챈 매설란이 그것을 펼쳐 보았다.

알아듣기 힘든 마계어가 적힌 두루마리 종이.

언젠가 이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기에 매설란은 그 용도를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건… 찢었을 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지. 그걸 ‘마법 스크롤’이라고 하지.”

“아… 마법 스크롤.”

“마법 스크롤을 찢으면 그 스크롤에 걸려 있는 마법이 자동으로 발동해. 마족들이 보낸 대부분의 마법 스크롤은 찾아서 보관하는 중이지.”

“아! 그럼 혹시 텔레포트도…!”

매설란이 떠오른 것이 있어 소리치자,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텔레포트 마법도 스크롤이 있어. 다만… 텔레포트 마법이 하이 서클인 만큼 텔레포트 스크롤 역시 굉장히 귀한 물건이야.”

매설란이 반색하며 소리쳤다.

“그럼, 그 텔레포트 스크롤을 이용하면 되겠구나!”

“그럼 되지.”

“아… 다행이다. 일단은 해결된 셈이네.”

하지만 사비강은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그 스크롤이 우리에게 없다는 거지만.”

“뭐? 대부분의 스크롤을 찾아서 보관하는 중이라며.”

“그래. 하지만….”

사비강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 표정을 유심히 보던 매설란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텔레포트 스크롤만 없구나.”

“그래. 아직까지 텔레포트 스크롤은 단 한 장도 찾지 못했어.”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도 마족들이 텔레포트 스크롤을 보낸 장소에 대한 정보는 없다.

일단 닥치는 대로 찾는 수밖에 없었다.

한데 끝내 텔레포트 스크롤만큼은 찾아내지 못했다.

매설란이 사비강의 눈치를 살피다가 넌지시 물었다.

“혹시 다른 사람이 가져간 걸까?”

“그럴 지도.”

“그럼 누굴까? 지금까지 마법 도구를 발견해서 보유하고 있는 건 당신과 하오문 그리고 마령교뿐이었잖아. 혹시 마령교가 텔레포트 스크롤을 찾은 걸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그랬다면 그들은 훨씬 더 정신없이 치고 들어왔을 테지.”

실제로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들은 남쪽에서부터 밀고 올라오면서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었다.

때문에 정도맹은 더욱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서쪽에서부터 차근차근 이동해 오고 있다.

무리하지 않는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매설란이 턱을 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하오문에서 전부 토해내지 않고 몇 개 빼돌린 걸까? 그 중에 텔레포트 스크롤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도 납득이 안 돼. 하오문주와 정류광은 지금도 내게 상당히 협조적이야.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 마족이 자신들에게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애초에 그들은 마령교에게 몰살당할까 봐 내게 협조한 것이기도 했고. 한데 그들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물을 빼돌렸다?”

“억측이네.”

“다만… 또 한 사람이 있어.”

“무슨 말이야?”

“기물을 수집했던 또 한 사람.”

“그래? 그게 누군데?”

“그건….”

사비강이 매설란을 돌아보고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문이 ‘콰당!’ 소리를 내며 거칠게 열렸다.

순간 어둠 속에서 흑귀가 소리 없이 내려서며 사비강과 매설란을 등지고 섰다.

다음 순간 그는 물론 사비강과 매설란도 놀란 표정으로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난 사내를 보았다.

“구… 강룡?”

“헉…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는 구강룡이 비틀거리며 걸어오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

피에 젖어 산발이 된 머리카락, 찢어진 옷, 전신 곳곳에 새겨진 검상, 부들부들 떨리는 팔, 거칠게 이어지는 숨소리.

그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세 사람에게 간신히 말을 꺼냈다.

“승아가… 기승이가… 살아 있소…!”

마지막 말을 뱉어낸 그는 이제야 할 일을 끝냈다는 듯 눈을 스르르 감더니 쿵, 쓰러지고 말았다.

매설란이 얼른 달려가 구강룡의 목에 손가락을 댔다.

“아직 살아 있어!”

사비강이 품에서 힐링 포션을 꺼내 구강룡의 입에 흘려보냈다.

그러고도 남은 것들을 그의 상처 부위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

어두컴컴한 실내.

창틈으로 스며든 달빛이 사내의 얼굴을 절반쯤 비추었다.

하관만 슬쩍 드러난 얼굴이었지만, 사내가 얼마나 진노하고 있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분위기.

그 앞에는 부복한 채 고개를 조아리는 무인이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 뒤로도 다섯 명의 무인들이 바짝 엎드려 있었다.

제일 앞에서 부복한 무인이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놈이 멸마궁으로 들어간 듯합니다!”

콰앙!

사내가 앞에 놓인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탁자가 산산이 부서져 나가자 부복한 무인이 어깨를 움찔 떨고는 더욱 머리를 숙였다.

사내가 노기탱천해서 소리쳤다.

“그런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단 말이냐!”

“목숨으로 책임지겠습니다!”

순간 부복한 무인이 벌떡 상체를 일으키더니 누가 말릴 겨를도 없이 품에서 비수를 뽑아 들고는 자신의 목에 박아 넣는 것이 아닌가?

푹!

곧이어 그가 비수를 뽑아내자 핏줄기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츄아아아아!

그러자 다른 무인들이 일제히 비수를 뽑아 들고는 소리쳤다.

“목숨으로 책임지겠습니다!”

푹푹푹…!

츄아아아아!

그렇게 여섯 명의 무인들이 순식간에 자결하자, 실내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사내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형편없는 것들! 책임과 회피도 구분 못하는 쓰레기 같은 것들! 젠장!”

그는 한쪽 벽으로 저벅저벅 걸음을 옮기더니 벽에 걸린 죽립을 눌러쓰고는 품을 뒤적였다.

새하얀 두루마리 한 장이 그의 손에 들렸다.

다음 순간,

부우우욱!

그가 두루마리를 찢어발기자, 놀랍게도 그의 신형이 실내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

깊은 산중의 낡은 사당.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사당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지 오래 된 듯 사당 주변은 온통 이름 모를 잡초와 덩굴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당 안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후우웅…!

미약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거짓말처럼 사당 복판에 한 인영이 나타난 것이다.

죽립을 깊이 눌러 쓴 사내.

그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별 다른 일은 없었나?”

누구에게 건넨 말일까?

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곳임에도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일을 제외하면 아직 아무 일 없습니다.”

죽립인은 다시 짜증이 솟구쳤는지 혀를 찼다.

목소리가 말하는 ‘그 일’이란 구강룡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죽립인이 사당의 벽면으로 걸어가더니 주먹으로 툭 쳤다.

그러자 벽면이 빙그르 돌아가면서 시커먼 공간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공간 아래로는 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얼핏 보면 가볍게 주먹으로 친 것 같지만, 조금 전 벽이 회전한 것은 굉장히 섬세한 기관 장치였다.

딱 정해진 만큼의 공력을 실어 벽을 쳐야지만 작동하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다시 시커먼 철문이 나타났다.

죽립인이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제법 널찍한 공동이 나왔다.

공동 복판에는 한 남자가 다소곳이 누워 있었는데, 바로 옹기승이었다.

그 옆에는 얼굴에 곰보 자국이 가득한 노인이 옹기승의 몸 여기저기에 침을 놓으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찌나 집중을 하는지 죽립인이 나타난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커험!”

죽립인이 헛기침을 하자 노인이 움찔거리고는 돌아섰다.

“오셨습니까?”

노인이 얼른 허리를 굽히고는 총총 걸음으로 다가왔다.

죽립인이 노인을 지나쳐서 옹기승에게 다가갔다.

“아직인가?”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좀처럼 마령혼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노인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꾸하자, 죽립인이 침음을 흘리고는 옹기승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옹기승의 전신에 새겨진 문신들이 쉴 새 없이 꾸물거리면서 변했다.

마치 그의 피부에 기생하는 하나의 생명체를 보는 것만 같았다.

노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마령혼의 기운에 따라 문신의 모양이 변하는 겁니다. 마령혼을 빼내면 저 문신도 사라지게 되어 있는데….”

“이 자의 몸에서 빠져나오질 않는다?”

“예.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전에 이 자가 깨어날 확률은?”

“없습니다. 설혹, 깨어나더라도 그 상태에서는 마령혼을 발출할 수 없을 겁니다.”

죽립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서둘러야겠네.”

“서두르겠습니다.”

“그전에 장소를 옮겨야 할 것 같네.”

노인이 고개를 들고 죽립인을 보았다.

“장소를 옮긴다 하심은…?”

“이곳이 노출됐다. 더 이상 여기서 진행하긴 어렵겠어.”

“그럼 어디로….”

죽립인이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유사시에 내 손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이 좋겠지. 손도 쓰지 못할 바엔 그게 좋을 테지.”

죽립인이 몸을 돌려 철문을 열고 나갔다.

노인이 그의 뒷모습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죽립인이 빠져나간 뒤 노인은 천천히 돌아서서는 옹기승을 내려다보았다.

옹기승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여전히 난잡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꺾어 들자 두 눈이 허옇게 뒤집어졌다.

곧 그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

그런데 놀랍게도 사당 안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후우웅…!

미약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거짓말처럼 사당 복판에 한 인영이 나타난 것이다.

죽립을 깊이 눌러 쓴 사내.

그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별 다른 일은 없었나?”

누구에게 건넨 말일까?

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곳임에도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일을 제외하면 아직 아무 일 없습니다.”

죽립인은 다시 짜증이 솟구쳤는지 혀를 찼다.

목소리가 말하는 ‘그 일’이란 구강룡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죽립인이 사당의 벽면으로 걸어가더니 주먹으로 툭 쳤다.

그러자 벽면이 빙그르 돌아가면서 시커먼 공간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공간 아래로는 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얼핏 보면 가볍게 주먹으로 친 것 같지만, 조금 전 벽이 회전한 것은 굉장히 섬세한 기관 장치였다.

딱 정해진 만큼의 공력을 실어 벽을 쳐야지만 작동하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다시 시커먼 철문이 나타났다.

죽립인이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제법 널찍한 공동이 나왔다.

공동 복판에는 한 남자가 다소곳이 누워 있었는데, 바로 옹기승이었다.

그 옆에는 얼굴에 곰보 자국이 가득한 노인이 옹기승의 몸 여기저기에 침을 놓으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찌나 집중을 하는지 죽립인이 나타난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커험!”

죽립인이 헛기침을 하자 노인이 움찔거리고는 돌아섰다.

“오셨습니까?”

노인이 얼른 허리를 굽히고는 총총 걸음으로 다가왔다.

죽립인이 노인을 지나쳐서 옹기승에게 다가갔다.

“아직인가?”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좀처럼 마령혼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노인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꾸하자, 죽립인이 침음을 흘리고는 옹기승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옹기승의 전신에 새겨진 문신들이 쉴 새 없이 꾸물거리면서 변했다.

마치 그의 피부에 기생하는 하나의 생명체를 보는 것만 같았다.

노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마령혼의 기운에 따라 문신의 모양이 변하는 겁니다. 마령혼을 빼내면 저 문신도 사라지게 되어 있는데….”

“이 자의 몸에서 빠져나오질 않는다?”

“예.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전에 이 자가 깨어날 확률은?”

“없습니다. 설혹, 깨어나더라도 그 상태에서는 마령혼을 발출할 수 없을 겁니다.”

죽립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서둘러야겠네.”

“서두르겠습니다.”

“그전에 장소를 옮겨야 할 것 같네.”

노인이 고개를 들고 죽립인을 보았다.

“장소를 옮긴다 하심은…?”

“이곳이 노출됐다. 더 이상 여기서 진행하긴 어렵겠어.”

“그럼 어디로….”

죽립인이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유사시에 내 손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이 좋겠지. 손도 쓰지 못할 바엔 그게 좋을 테지.”

죽립인이 몸을 돌려 철문을 열고 나갔다.

노인이 그의 뒷모습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죽립인이 빠져나간 뒤 노인은 천천히 돌아서서는 옹기승을 내려다보았다.

옹기승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여전히 난잡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꺾어 들자 두 눈이 허옇게 뒤집어졌다.

곧 그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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